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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39화 (139/325)

〈 139화 〉 류혜미 작업 ON

* * *

성녀와 민수의 만남을 확인한 이튿날 아침.

수진이는 내가 오늘 약속이 있는 걸 알기 때문에 아침을 차린 후 집으로 돌아갔다.

가기 전에 질펀하게 살을 한 번 섞을 줄 알았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고 정말 밥만 차려 줬다.

'귀찮아 보이는 여자로 인식되기 싫은 거겠지.'

계속 달라붙으면서 이것저것 간섭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한 행동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행동을 해도 수진이는 수진이니까 절대로 나쁘게 보지 않을 텐데.

'자신감을 언제 한 번 충전해 줘야겠네.'

수진이는 다 좋은데 너무 자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게 문제였다.

그녀에게 자신감만 넣어 줄 수 있다면 집착하는 성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그만큼 많은 부분을 나에게 의지하는 그녀.

'방법만 찾는다면 하렘 섹스를 위한 길이 쉽게 열릴 수 있을 거야.'

독점욕만 어떻게 잘 중화시킨다면 수진이는 정말로 쉽게 함락될 것처럼 느껴졌다.

'일단 밥이나 먹자.'

그녀가 차려 준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을 입에 넣었다.

역시 아내로 삼기 아주 딱 좋은 맛이었다.

밥을 씹으면서 류혜미와의 데이트 일정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연상의 여자인데 교관과 생도라는 특수한 관계...'

무턱대고 연인스럽게 접근하면 부담감이 생길 수도 있으니 더욱더 신중해야 했다.

데이트까지 남은 시각은 두 시간 정도.

그 전에 최선의 데이트 코스를 생각해내야만 했다.

마음 같아선 적당히 걷다가 다리 아프단 핑계로 호텔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처럼 될 리가 없단 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성춘향의 메시지 :: 나으리 뭘 그런 걸 고민하시나요, 제가 봤을 때 고 년은 그냥 손만 잡아도 바로 발정기 암캐 마냥 울음을 토해낼 것 같사와요. 이 소녀를 믿고 그냥 화끈하게 덮쳐 버리시면 모든 게 만사형통으로 해결이 될 것 같사와요...그리고 그렇게 빨리 끝내시고 남은 시각은 소녀와 질펀하게...요즘 언어로 하자면 자궁착정순애섹스하는 게 어떠신지...]

...?

내가 지금 뭘 읽은 거지.

인간의 언어가 맞는 거야?

'얘는 대체 이런 말을 어디서 배우는 거지?'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대체 세상에 어떤 소환수가 '자궁착정순애섹스'라는 말을 쓴단 말인가.

천박함의 끝을 달려도 너무 과하게 달렸다.

어떻게 보면 성춘향이 김민수의 메인 히로인 중 하나가 아니라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런 여자가 김민수만 맹목적으로 바라봤다면 민수는 정말로 동정을 졸업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아니지, 이런 거에 낭비할 시간 없어.

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류혜미와 오늘 데이트에서 취해야 최종 목표를 궁리했다.

'섹스는 가장 맛있는 순간에 해야 하니까 제외하고.'

영상 통화로 섹스를 중계하는 건 이미 김민수한테 한 번 써먹은 전략이기 때문에 효과가 약할 게 분명했다.

같은 상황이어서 PTSD가 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최대한 놈에게 다양한 맛을 선사해주고 싶었다.

'그럼... 그렇게 해야겠네.'

구상은 모두 끝났고 이제 실행할 단계만 남았다.

오늘 류혜미를 완벽하게 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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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미는 연구실에서 머리칼을 묶으며 어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생도를 남자로 봐도 괜찮을까.'

민수처럼 예전에 알고 지냈기 때문에 처음부터 생도로 보이지 않던 경우가 아닌.

생도로 보였던 아이가 남자로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손도 잡았고...'

손만 잡았으면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지 않았겠지만 무려 손깍지라는 어마어마한 진도를 어제 나갔었다.

그뿐이랴 백태양이 위험하다며 자연스럽게 허리에 팔을 둘렀을 때 .

심장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콩콩 뛰는 느낌도 받았었다.

손을 잡는 건 연인끼리나 하는 거라던데.

그러면 어제 순간 태양이랑 애인 사이가 됐던 건가?

'미쳤나 봐, 생도한테 무슨...'

물론 어제도 '연구'를 위해서 정액을 입으로 받아먹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떤 특별한 관계가 아닌 오로지 '공익'을 위한 접근이었다.

공익을 위해서 더 가까운 사이가 됐던 거고 어쩔 수 없이 백화점 비상 계단에서 정액을 받아먹을 수밖에 없던 거다.

삽입은 하지 않았지만 잘 접혀 있는 보짓살로 그의 귀두를 움켜잡고 살살 비벼 좆물을 뽑아낸 이유도.

먹고 싶어서가 절대 아니란 말이다.

'근데 민수랑 너무 비교가 되니까...'

그녀는 절대 이건 비교가 아니라고 되내이며 민수와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김민수)

>(웃긴 동영상 주소) 누나 이거 어때요?

>(자기 셀카) 누나 저 잘 나왔죠

>누나 많이 바빠요?

>누나 얼마 전에 제가 성녀를 만났는데 꽤 저와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제 심오함을 알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너무 질투하지 말아요 저는 진짜 일편단심이니까요. 근데 그냥 뭐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런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아 일요일이라서 누나 푹 자는구나 ㅋㅋ 미녀는 늦잠꾸러기라더니 누나도 진짜 한 꾸러기하네.

>오 누나 ㅎㅇㅎㅇ 월요병 힘들죠?

>아 그럼요 이해해요 나중에 한 번 연구실 찾아갈게요 ㅋㅋ

내가 왜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짐작도 하지 못할 수준의 처참한 메시지.

한 마디 한 마디 읽으면 봉사 시간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예전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약간 풋풋한 소년티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

말로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하지만 과거의 김민수는 때 묻지 않은 순박함이란 게 존재했다.

근데 지금은 어디서 잘못된 걸 배운 건지 굉장히 경험이 많은 '척'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연애 경험이 전무한 그녀조차 눈치챌 수준의 저질스러움.

류혜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번엔 백태양과 나눈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백태양)

>다행이예요, 교관님 재미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 했거든요.

>정말요?

>그렇긴 하네.

>알겠어 혜미야, 나중에 연구실 갈게.

아직 사귀어본 적은 없지만 연인끼린 보통 이런 문자를 주고받지 않을까.

혜미는 몇 번이고 백태양과 나눈 대화를 다시 읽었다.

몽글몽글한 감정이 가슴 부근에 머무르며 몸을 따듯하게 만드는 게 느껴진다.

너무 몸이 간질거려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감각.

'음...'

그녀는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너무 아이처럼 굴지 않았나 하는 걱정까지 했다.

데이트 한 번 했다고 이렇게 풀어진 모습을 보이면 남자들은 금방 질린다던데.

백태양이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걱정되는 건 걱정되는 거였다.

'그래도 뭐...'

이렇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두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민수는 오늘 연구실 안 와도 되는데.'

김민수는 이제 더 이상 아니라는 것.

그리고 오늘 백태양이 온다면 진득하게 자지를 한 번 더 빨 수 있다는 것.

'좋네.'

어제 있었던 행복한 데이트를 다시금 떠올리며.

혜미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합동 교육을 위한 준비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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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요즘 나에게도 드디어 봄날이 찾아온 건가?'

혜미 누나에 이어서 성녀까지.

아직 성녀는 이름을 제대로 모르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용사와 성녀.

그 어떤 수 정도 필요로 하지 않는 완벽한 단어의 조합이 이뤄졌는데 말이다.

심지어 이 조합이 정말로 완벽한 이유는 그 어떤 방해가 들어와도 무적의 힘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저께 토요일.

백태양이 성녀와 나의 사이를 끼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모든 대화를 차단하지 않았는가.

'성녀님과 가까워지려는 개수작을 내가 그냥 바로 컷해 버렸지.'

면사포에 얼굴이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분명히 성녀는 미인일 게 틀림없었다.

여느 만화나 애니를 봐도 성녀가 미인인 건 거의 기본적인 법칙이었으니까.

민수는 일단 정실을 류혜미로 두고 첩실을 성녀로 결정했다.

나중에 상황을 봐서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류혜미가 무조건적으로 정실이었다.

일요일 동안 열심히 메시지를 보내고 배려까지 해준 여인.

그게 바로 류혜미였고 그 정도면 정실의 자격이 충분했다.

게다가 공과 사를 구분하는 철저함까지.

'이런걸 현모양처라고 하던가.'

김민수는 수업을 듣다 말고 힐끗 뒤를 돌아봤다.

나의 이 엄청난 계획도 모르고 멍청하게 수업만 듣고 있는 백태양.

드디어 놈을 참교육 시켜 줄 차례였다.

'뭐? 니 여친 쩔더라?'

나도 똑같이 갚아주리라.

민수는 일단 그 계획의 첫 번째 단추를 완성시키기 위해 빨간색 펜을 들었다.

'백태양 이름 열 번 쓴다.'

위대한 계획은 항상 초라하게 시작하는 법.

처음은 빨간색으로 이름 써서 저주하기가 그 계획의 시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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