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얼른 수진이 젖가슴에 코를 박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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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디르 대회 첫 출전에 우승이라니! 기록할 만한 업적입니다!
업적 [첫 출전에 우승 했는데 이거 대단한 건가요?] 달성!
보상으로 [기세(C)]를 획득합니다!
기세(C) :: 타고난 기질과 성품을 기세로써 표출 시킵니다. 인상을 더욱더 강화 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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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전혀 좋은 게 아니었다.
데이트를 가는 당일.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몰라서 밀렸던 보상을 미리 다 받아 놓자 했던 건데.
이런 보상인 줄 알았으면 받지 않는 게 더 나을 뻔했다.
인상을 강화 시킨다는 게 얼핏 보면 장점인 듯 보였으나 나에겐 전혀 아니었다.
가뜩이나 금팔찌까지 차고 있어서 양아치스러웠는데, 인상이 강화까지 된다니.
거울을 힐끗 보니 내가 봐도 진짜 날라리스러움이 너무 진하게 느껴졌다.
옆구리에 여자 둘 셋은 끼고 다니면서 담배를 펴야할 것 같은 이미지.
술을 궤짝으로 마시며 주변에 시비를 걸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풀풀 풍긴다.
'최악이네.'
절대로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스킬이었다.
온오프를 할 수 있는 형식이었다면 그나마 쓸 만한구석이라도 찾았을 텐데.
그냥 상시 발동형인 게 머리를 더 아프게 했다.
일단 스킬 하나에 계속 골머리 썩고 있을 순 없으니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제발 다음 보상은 쓸모 있길 빌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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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디르에서 1등을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당연한 걸 묵묵히 해내는 게 정말 대단한 거죠.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 준 당신!
육체의 정점을 한 번 찍어 보는 건 어떨까요?
스킬 [일점집중]이 상시 발동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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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번 보상도 굉장히 애매했다.
장점은 스킬을 발동하기 위해 신경을 분산시켜지 않아도 된다는 것.
단점은 힘 조절을 할 때 이제부터 더욱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아직은 같은 반 애들끼리 대련 하는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으나 만약에 대련을 한다면?
김민수 말고 다른 생도랑 치고 박다가 힘 조절에 실패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애매한 게 아니라 안 좋은 건가.'
자칫하면 누군가가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평상시 생활할 때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거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줬으면 오늘 데이트도 힘들었겠지.'
실수로 놀이기구 안전바를 잡다가 안전바를 뜯거나 찌그러트리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말이다.
'보상도 확인했고... 몇 시지 지금?'
시계를 확인해 보니 슬슬 데이트 시간이 가까워져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검은색 머슬핏 헨리넥 티셔츠에 남색 카디건 그리고 검은 면바지와 깔끔한 캐쥬얼 운동화.
역시 남자는 올블랙이지.
전신거울을 한 번 확인한 뒤 밖으로 나왔다.
이사한 뒤 가장 좋은 점은 대놓고 건물에서 뛰어내려도 된다는 것.
엘리베이터보다 빠른 수단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툭.
최소 아파트 10층 이상의 높이에서 떨어졌지만 바닥에서 나는 소리는 가볍기 그지없다.
완벽한 힘의 이동과 분산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로시난테 발동! 안전 운전 하세요!]
히이이이잉!!! 쿠훕!!! 쿠훕!!!!!
로시난테는 정말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쐐서 그런지 굉장히 흥분된 상태였다.
몇 년 만에 산책하는 개처럼 배기음을 빵빵하게 내며 주변에 존재감을 과시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로시난테도 내 전력에 포함이 된다.
로시난테와 춘향이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동시에 상대방을 압박하는 게 내 최고의 전력이나 다름없었다.
'춘향이랑 로시난테까지 꺼내면 내가 얼마나 강해질 지...'
[성춘향의 메시지 :: 나으리! 역시 저를 최고의 전력으로 생각하실 줄 알았습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최고의 전력인 저에게 최근 너무 소홀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신지요? 소녀... 되도록 나으리와 매일 밤 뜨거운 교미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제 보지에 거미줄이 쳐진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습니까? 그러니 오늘 그 가슴만 큰 년은 버리고 저와 질펀한 성교를 통해 아이를 만들고...]
"시끄러워."
히이이이잉...쿠훕...쿠훕...
로시난테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배기음 소리를 줄이며 시무룩한 티를 팍팍 냈다.
어떻게 오토바이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 감정을 저렇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아니 너한테 한 말은 아닌데... 아니다 그래... 둘 다 시끄러워."
춘향이의 메시지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소홀하다는 말도 모순이 너무 가득했다.
오늘 아침에도 분명 일어나자마자 모닝 발기를 식히는 용도로 춘향이 입 보지를 썼던 차였다.
근데 뭐 최근?
'최근의 기준이 어떻게 5시간을 못 넘기냐, 그리고 너 내 주변 여자들한테 적대감 가지지마.'
[성춘향의 메시지 :: 아니... 저는 솔직히... 제 전에 나으리의 여자 관계는 되도록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이 년들이 나으리를 독점하려고 하는 욕구가 음습하게 보이는걸 제가 어떻게 참겠사와요? 저도 물론 제가 뒤늦게 합류한 입장인 걸 잘 이해하고 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으리의 품속에서 365일 24시간 내내 사는 저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역시 정실은 제가...]
'시끄러.'
이런걸로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 메시지를 구석에 치우고 로시난테에 탑승했다.
로시난테는 내가 안장에 엉덩이를 대자마자 바로 출발하며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원더랜드... 기대되네.'
얼른 수진이 젖가슴에 코를 박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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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수진이네 집.
"안 돼!!!!!! 안 된다고!!!!!!"
"아빠! 나가라고 쫌!!!"
"딸아 그놈 진짜 완전!! 안 된다... 딸아!!!"
"나가! 나가라고!"
수진이의 방 안에선 신기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냥꾼이라는 이명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1급 헌터 유민혁.
S급 게이트를 단독으로 클리어할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평소엔 근엄하기로 소문난 그가.
"딸아... 백태양은 말이다... 정말로 사악한 놈이다... 외모를 보면 모르겠어?"
"아니 왜 아까부터 계속 말이 바뀌고 그래, 언제는 괜찮다고 했다가 이제는 또 안 된다고 했다가!"
"내가 언제 괜찮다고 그랬어..."
딸의 데이트를 방해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몸을 굴리고 있었다.
처절해 보일 정도로 안쓰러운 모습을 연출했지만 수진은 생각을 바꿀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머, 여보 그때 우리 식사 끝나고 난 뒤에 태양이는 괜찮다고 그랬잖아요?"
"아니 그때는 내가..."
"갑자기 우리 딸이 우리 사위 만난다고 하니까 그렇게 태도 바꾸는 거 꼴불견이예요."
아내 이혜련조차 유민혁의 편을 들지 않자 유민혁은 절망했다.
물론 모녀의 말대로 예전에는 백태양이 괜찮았던 게 사실이었다.
실제로 식사가 끝난 뒤 '그래도 우리 수진이를 차지할 남자라면 백태양 정도는 되어야지'라는 말까지 하긴 했다.
근데.
'여자가 너무 많다.'
원래도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냥 '여자 사람친구'정도인 줄만 알았다.
일명 '여사친'이라고 불리는 관계가 많은 남자는 종종 있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글라디르 대회에서 그 생각이 아예 바뀌었다.
'응원을 온 여자가... 둘이나 더 있다고?'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애지중지한 딸이 남자 하나를 쟁취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봐야 한다고?
유민혁은 그 사실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아빠가 아무리 그래도 어차피 전 갈 거니까... 이제 그만 나와요 좀! 저 창문 깨고 나가는 꼴 보고 싶어요?"
"억...! 여보...! 우리 딸이 나한테 너무 가혹하게 말하는 것 같은데..."
"맞는 말인데 뭘 그래요, 약속 있는 당일날 이러는 당신이 경우가 없는 거예요. 지금."
"컥..."
파파더 서열 꼴찌가 된 유민혁은 연이은 멘탈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게이트 웨이브를 저지할 때도, S급 보스를 혼자 공략해야 할 때도 굽힐 줄 몰랐던 무릎이.
모녀의 다른 남자 옹호 발언에 힘을 잃고 무너진 것이다.
"수진아... 아빠는...! 백태양 그놈 절대 허락 못..."
"나중에 내가 태양이랑 결혼할 때 아빠만 안 부를 줄 알아!"
"어머, 그럼 내가 사위가 하는 절 혼자 받는 건가? 엄마 좀 부끄럽네."
"....안 돼... 안 된다고..."
수진은 가방을 마저 챙긴 뒤 유민혁을 지나쳤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
가방문이 열려 있어서 안에 든 승부용 코스프레 복장을 들킬 뻔했다.
백태양을 완전 포로로 만들기 위해서 날을 벼려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준비성.
유수진은 글라디르 대회에서 소유민부터 선택한 것에 대해 커다란 질투를 품고 있었다.
'태양이를 다 좋아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여러 여자를 다 데리고 다니는 걸 하렘이라고 말했던가.
수진은 그런 걸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왜 내 남자를 다른 여자들이랑 공유해야 하지?
'오늘 완전히 도장을 찍어야겠어.'
수진은 시선을 밑으로 내려 자기 가슴을 한 번 확인한 뒤 보금자리쪽에 전화를 걸었다.
'아무한테도 안 줘.'
필살기를 꺼낼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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