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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29화 (129/325)

〈 129화 〉 제 이미지도 좀 신경 써주세요

* * *

"이건 금팔찌 아닌가요?"

"그래 그렇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거라네, 아무래도 기존 팔찌가 너무 콘돔 같아서 멋이 안 살지 않는가? 해서 최대한 팔찌를 차는 생도와 어울리는 이미지에 맞게 제작해봤네."

내 이미지가 금팔찌라고?

'이건 너무 양아치잖아.'

태닝을 한 백발이라는 이미지도 지금 불량스러워 보이는데 여기에 금팔찌라니.

전형적으로 '외형은 저래도 애는 착해' 소리 듣기 딱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 지금 만 하더라도 내가 만약 아무런 업적도 달성하지 못했다면 정말로 불량했다는 말이 나돌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근데 여기에 그 양아치스러움을 강화하는 아이템이라니.

심지어 내 전용이라는 말이 더 어이를 없게 만들었다.

생도가 어떤 이미지로 알려진 지 알고 있으면 좀 다른 걸 준비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이렇게 극단적이야.'

양아치 이미지를 바꿀 생각해야지 이게 뭐야 도대체.

"표정을 보아하니 자네도 마음에 드나 보군."

"네?"

"못 들은 척 할 필요 없네. 딱 봐도 마음에 들어 보이니 말이야. 그리고 실제로 이게 내구성 문제 때문에 백프로 금으로 만든 게 아닐 뿐 겉면은 다 금이라네."

혹시 몰라서 코팅까지 해놨으니 금 떨어질 염려도 하지 않아도 되지.

천해일은 그렇게 말하면서 굉장히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캐릭터였어?'

세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초인이다, 엄청난 사람이다, 구국의 영웅이다, 뭐다 뭐다 하길래 좀 더 근엄한 이미지인 줄 알았다.

예전에 잠깐 기자 회견을 했을 때 인터뷰 영상만 하더라도 굉장히 진중한 모습으로 기자들을 대하길래 그런 줄만 알고 있었는데.

"그...금이군요."

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 지 몰라서 최대한 사람 좋게 웃으며 천해일의 말을 받았다.

일단 사회성이라도 적극 발휘해야 이 분위기를 최대한 좋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금이라네. 실제로 방금 자네가 우리에게 사용했던 출력은... 내가 판단하기에 약 30%가 넘네. 근데 팔찌는 출력을 1%만 낸다고 되어 있었지. 그런 오류를 이 팔찌는 정확히 잡아낼 걸세."

"상시 발동형 메인 스킬을 과하게 억제해봤자 큰 이점이 없다고 이번에 결론이 났었다. 너와 김민수 그리고 소유민, 멜라니... 아이반과 김준식 이렇게 총 여섯 명의 상시 발동형 메인 스킬 보유자가 있는 우리 빅토리 아카데미는 그 이점이 더더욱 없었고 말이다."

아이반이랑 김준식?

'나머지 두 명인가.'

빅토리 아카데미는 내가 편입 오기 전에도 원래 상시 발동형 메인 스킬 보유자가 다섯 명이 있다고 했다.

유민이와 멜라니 그리고 김민수말고도 남은 두 명이 더 있다는 게 너무 궁금했는데.

'정기 모임 때 만나게 되겠지.'

난 잡생각을 멈추고 이어지는 장두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장두철은 말을 계속 이어가며 천천히 금팔찌를 상자에서 꺼냈다.

"조금만 더 잘 활용한다면 수많은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그저 리스크만을 생각하고 능력을 억제 하는 건 더 이상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우리는 적극적으로 그 부분을 건의 했네. 최근에 게이트와 던전도 급증하는 마당에 왜 전력을 알아서 제한하냐는 말을 하니 다들 납득하더군."

그래서 결과가 금팔찌인 건가요?

이걸 너무나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분위기 때문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엄중한 평가와 심사를 거쳐서... 상시 발동형 메인 스킬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고 판단 되는 생도에게만 전용 팔찌를 지급하기로 했다."

"아, 물론 그렇지 못한 생도들도 팔찌는 바뀌긴 할걸세. 이 콘돔 같이 생긴 건 좀 그래서 말이야."

장두철과 천해일의 말을 쉽게 요약하자면 '핵이 있는데 왜 없는 것처럼 구냐'라는 식으로도 볼 수 있었다.

힘을 과시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더 확실하고 리스크가 적은 방법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냐는 식이었다.

핵은 방사능 같은 리스크가 있다고 하지만 상시 발동형 메인 스킬은 그것보단 리스크가 훨씬 더 적었다.

애초에 충분히 능력 숙달이 된 자들만 상시 발동형 스킬을 사용하니 어찌 보면 리스크가 아예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능력을 억압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더 제어를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우를 바꾼다는 것이다.

"그렇군요..."

난 팔찌를 바꿔끼기 위해서 팔에 채워진 콘돔을 빼냈다.

[강압 발동! 대상 : 백태양, 출력을 최저로 제한합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강압의 대상을 나에게로 한정시켜 출력을 최소화해 발동시켰다.

무의식적으로 주변에 강압을 퍼트리는 것보단 훨씬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고민을 꽤 많이 했었네... 금팔찌가 좋을지 피어싱이 좋을지... 목걸이가 좋을 지... 근데 역시 팔찌가 가장 무난해 보이더군."

"감사합니다."

이건 진심이었다.

피어싱이나 목걸이보다는 팔찌가 훨씬 더 눈에 덜 띠고 이미지 손상이 적었다.

'피어싱이나 목걸이였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우효! 김민수 여자 뺏었다제'라는 대사를 외쳐야 할 법한 비주얼이 되는 건 극구 사양이었다.

"은으로도 생각해봤는데... 이게 아무래도 멋이 안 날 것 같아서 말이야. 잘나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금 정도는 해 줘야지."

천해일은 기분이 좋은지 신나서 말을 이어갔고 장두철은 묵묵히 금팔찌를 내 팔찌에 채워줬다.

착.

그때와 마찬가지로 사이즈가 알아서 조절되는 방식이었는지 손목에 걸쳐지자마자 바로 맞춤 사이즈로 변했다.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서 확인해 보자 저번보다 몇 가지 버튼이 더 추가된 걸 알 수 있었다.

"팔찌 밑부분에 있는 톱니바퀴는 알다시피 출력을 제한하는 용도다. 근데 전과 다른 점은 이번에는 따로 수치 조절하지 않아도 절반 정도의 출력까지는 그냥 낼 수 있다는 거다. 그 이상부터는 조작이 필요하고 예전과 마찬가지로 조작 시에 빅토리 아카데미 쪽으로 조작했다는 알람이 울린다. 비상시 우리가 출동해야 할 수도 있으니 유의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톱니바퀴 옆에 있는 작은 버튼이 팔찌를 푸는 버튼이다.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생명의 위협이 느꼈을 때 출력을 제어할 수는 없으니 단숨에 끝까지 끌어올리는 용도다. 웬만하면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사용하고... 최후의 순간에만 사용하도록."

최후의 순간이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 순간이 올까.'

여태까지 대련을 하거나 게이트 혹은 던전에서 싸웠던 경우 모두 나보다 약한 자들만 상대를 해왔었다.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무력 차이로 상대방을 찍어눌렀기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근데 나중에 나보다 압도적인 강자를 만난다면? 정말로 죽을 위기에 빠진다면?

'나는 그때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진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직 제대로 된 전력조차 내 본 적이 없는 마당에 압도적인 강자가 나타난다?

오히려 내 힘을 시험하는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춘향이도 있고 말이지.'

여차하면 2:1의 상황을 만들어서 수적 우위를 가져와 두드려 팰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백태양이 진다는 그 문장 자체가 상상이 되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성춘향의 메시지:: 나으리! 저를 이렇게 의지해주시다니 소녀 몸 둘 바를 모르겠사와요...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에라도 나으리의 곁에... 아니 밑에 나타나 나으리의 크고 단단한 걸...]

'시끄러.'

이래서 방심을 할 수가 없었다.

잠깐만 생각해도 바로 메시지를 보내서 침투를 해 오니 원.

초창기에 멋대로 나오지 말라고 못을 박지 않았다면 얼마나 자주 튀어나왔을 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마지막으로는... 게이트와 던전이 발생할 때 누르는 버튼인데. 갑자기 생긴 던전과 게이트에 진입하기 전 이 사실을 우리한테 알리는 거다."

"좋네요."

하나하나 다 유용한 기능들이었다.

특히 마지막 같은 경우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하는 일과 게이트 혹은 던전을 클리어하는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을 때.

망설임 없이 클리어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생긴 거였다.

"참고로 정기 모임은 일주일 뒤로 미뤄졌다. 너와 마찬가지로 전용 장비를 지급 받아야 할 생도들이 더 있고... 추가적으로 조정도 필요할 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 봐도 좋네."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꾸벅.

너무 과하게 예의를 차리는 것도 부담이니 가볍게 묵례를 하며 밖으로 나왔다.

'점심시간이네.'

밥이나 한 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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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나?"

"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후... 미래가 밝다고는 말했지만, 이렇게까지 밝은 줄은 몰랐네."

"그러게 말입니다."

백태양이 떠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조금 전까지 멀쩡한 공간에 실금이 쳐지고 있었다.

장두철과 천해일을 중심으로 시작된 균열은 어느새 방 전체에 쳐져 마치 거미줄에 걸린 사냥감을 연상케 했다.

"전력을 낸다면 1급은 그냥 달겠군."

"그래서 전 더 걱정이 됩니다. 조만간 합동 훈련하는데 그때 너무..."

"그래 그 부분은 나도 동의하네."

며칠 뒤면 타 아카데미와 함께 게이트와 던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그때 백태양이 1학년의 대표로 나가게 되는 건 안 봐도 뻔한 일.

그러나 그건 무조건 좋다고는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백태양 생도가 훈련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

"빅토리 전력이 너무 비대칭이 되는 것도 걱정입니다."

같은 학년끼리 훈련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백태양이란 존재는 규격 외의 존재였다.

글라디르에서 우승을 한 것으로 이미 실력이 증명된 마당에 다른 학교와의 훈련이라니.

훈련은 고사하고 힘 조절을 해가며 다치지 않도록 백태양이 배려를 해야 할 판이었다.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자네도 있고 말이야."

"별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허, 역시 장두철 자네가 제일 믿음직스러워."

천해일과 장두철은 그 말을 끝으로 시설 수리 담당 교관에게 연락을 돌렸다.

뒤처리는 그들의 몫이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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