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제가 민수랑 말하는 동안 신음 참아봐요.
* * *
모든 검사가 끝났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민수는 기계의 안내에 따라서 착실하게 움직였다.
팔을 벌리라면 벌렸고 상세하게 검사할 부분이 있다면 얌전히 기다렸다.
'백태양은 정밀 검사를 한다 그랬나?'
아무래도 스킬 헌터도 만났고 글라디르에서 우승하다 보니 뭐 이것저것 많긴 하겠지.
납득이 가면서도 민수는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드는걸 주체할 수 없었다.
'둘이서 야한 짓 하는 거 아냐?'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생각조차 들지 않았겠지만 상대는 백태양이었다.
이미 여자 친구까지 뺏은 전적이 있는 쓰레기 같은 놈.
그런 놈이라면 충분히 혜미 누나한테까지 마수를 뻗칠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다.
'내가 각성만 한다면...'
불굴의 용사가 나쁘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백태양에 비하면 너무나 부족했다.
특히 마족화는 서브 스킬임에도 불구하고 메인 스킬급의 위력을 내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상대방을 무력화 시키는 강압까지 추가 됐을 때의 백태양은 무적이라고 칭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자신은 강화하고 상대방은 약화 시키는 이기적인 전투방식.
그게 백태양이 가진 힘의 원천이었다.
민수는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더 강해지길 원했다.
그렇다면 정밀 검사를 받는 것도 자신일 테고 단둘만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했을 테니까.
'조만간 기회가 있다고 했으니 일단은 기다려야겠지.'
민수는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핸드폰을 열어 어제 있었던 질문글을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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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남이 대세일까요?] [호기심 박사]스윗생도
스윗생도님의 10015번째 고민글입니다
최근 돼는 일이 없내요... 제가 예전에 말 했던 부잣집 아갓씨 기억나십니까?
금발에 롤빵머리가 아주 잘 어울린다고 ... 근데 그 아갓씨가 요즘 저를 엄청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능력으로 제대로 증명해주지 못 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모델 건을 무시하고 더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해서 S급 게이트 수련까지 했는데... 잘 안돼고...
그다음으로 글라디르 우승해서 그녀의 옆에 당당하게 설여고 했지만, 그것조차 어렵게 됬네요.
그녀도 저 같은 무능남보단 능력 있는 남자를 더 선호하는 걸까요? 솔직히 그렇게 안 봣는데.
너무 속물적이라고 생각도 들고 야박합니다.
저를 보고 부끄러운 듯 굳은 미소를 보여줬을 때 이미 이건 사랑의 전조라는 걸 확신 했는데...
저의 능력만을 사랑한 여인이었다니... 이제 진짜 어떡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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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ㅇㅇ:: 뭘 어케 해 맞춤법 검사기 돌리고 거울 한 번 보던가 그럼 답 딱 나오지 않?? [신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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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착한 내가 참자.
근데 대체 왜 신고 버튼을 눌러도 효과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지?
이 정도 했으면 무슨 제지라도 당해야 하는 거 아닌가.
민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핸드폰 스크롤을 내려 답변글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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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남이 대세일까요?]의 답변 [척척 박사]순애일지작가 [태양광]
무슨 고민인 지 알겠군요.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랄까 뭐... 어찌 보면 당연한 걸 지도 모르죠.
능력남이 인기가 있다... 그건 이미 누누이 말씀 드렷 듯이 바로 제가 그런 사람이지 안습니까?
키 외모 능력 뭐 하나 부족할 게 없으니 여자들이 줄을 서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
하지만 지금 스윗생도에게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고... 음... 좀 더 깊은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
멜라니처럼 멀리 갈 필요 없이 가까이에 좀 더 좋은 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ㅇㅅㅇ;;;
다시 한번 더 잘 확인하고... 능력적인 부분은 조금만 더 기다리면 키워 줄 태니까 너무 초초해 하지 말 것.
나 누군지 알지? 나만 믿으면 됩니다.
우린 삼라만상의 '진'과 '리'를 얻었으니까 시간문제라고 어이 ㅋ 걱정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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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ㅇㅇ :: 어이 ㅋ 지랄 ㄴ [신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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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있는 헤이러들의 댓글은 무시한다.'
일단 신고는 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
어제 그 문장에 진지한 고민을 하며 핸드폰 연락처를 뒤졌었다.
그리고 그때 깨닫게 됐었다.
'혜미 누나가 날 굉장히 많이 아꼈구나...'
글라디르 응원 문자 전부터 꾸준히 나에게 연락해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왜 이렇게 무뚝뚝하게 답변 했는지 뒤늦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무뚝뚝함에 반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차가운 도시 남자 스타일이 유행인 시대가 지났다지만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도는 거 아니겠는가.
"큼흠... 어이 백태양, 거기 검사는 어때?"
일부러 혜미 누나에게 물어보지 않고 백태양에게 물어봄으로써 긴장감을 유발하는 수법이었다.
수컷을 상대로도 꿇리지 않는다는 걸 어필한다고 해야 하나.
치열한 무리 사회에서 '알파메일'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순애일지작가님의 방법 중 하나였다.
"조..흡...음...걸려요...기다려주겠어요?"
"어...당연하죠...누..., 아니 류혜미 교관님."
당연히 대답을 백태양이 할 줄 알았는데.
민수의 예상과는 다르게 말을 받은 건 류혜미였고 어딘가 목소리가 평소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살짝 떨고 있다고 해야 할 지, 부끄러움이 섞여 있다고 해야 할 지.
'정밀 검사는 확실히 오래 걸리는 구나.'
물론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김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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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는 모르는 정밀 검사의 현장은 굉장히 퇴폐적이었다.
"이렇게...?"
"네 그 상태로 한 번 손 넣어 보실래요?"
류혜미는 살면서 이런 자세가 처음이었다.
야동에서나 나오던 장면을 자신이 재연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건 그냥 그런 설정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하는구나.
류혜미는 속으로 그렇게 되내이며 자기 몸을 내려다봤다.
찢어진 스타킹 사이를 파고드는 자기 손과 보짓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가랑이.
눈앞에 있는 건 탱탱한 자지를 흔들면서 진하게 웃고 있는 생도 한 명.
자각하니 얼굴이 점점 더 홍당무처럼 발갛게 물들었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만두기엔 너무 아쉬웠다.
'조금만 더 하면 마실수 있을 것 같아...'
백태양의 표정을 보니 멀지 않아 보였다.
야동에서도 나왔던 대로 여자가 움직였다면 남자도 비슷한 움직임을 취할 터.
이렇게 자위하고 있으면 남자도 슬슬 흥분감이 올라오는 게 야동의 정석이었다.
'그러다가 정액을 싸겠지...'
그래 그러면 된 거야.
이건 정밀 검사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류혜미는 그런 결론을 내리며 다시 한번 더 마음을 다 잡았다.
물론 그녀의 생각은 어디까지나 야동의 남자가 '일반적'이었을 때의 일이었지만 말이다.
"...이상하다 왜 하나도 흥분이 안 될까요."
뭔가 부족한 것 같아요.
류혜미는 백태양의 말에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만 하면 알아서 정액이 나오는 거 아니었어? 라는 표정도 함께였다.
"흥분이 안 돼...?"
"네 뭔가 좀... 일단 하의는 그대로 냅두고 나머지는 다시 입어 볼래요?"
"어어 응..."
그녀는 지금이 정밀 검사 중이라는 것도 잊고 백태양의 말을 들었다.
원래라면 정액을 짜내는 게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백태양을 '흥분'시키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이다.
"바깥쪽에 손대고 엉덩이는 제 쪽으로 내밀어 주세요."
"그럼 민수가 볼 수도 있는 거 아냐...?"
"어차피 벽에 가려서 괜찮아요."
"그래도 얼굴은 보이는데..."
"교관님..."
제 정액 먹고 싶지 않으세요?
류혜미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얼굴만 보이는 건 괜찮으니까...'
벽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을 텐데 무슨 소용이겠는가.
정액만 먹을 수 있다면 나머지는 다 상관없었다.
그녀는 백태양의 말대로 벽에 손을 대고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말려 있던 치마가 그대로 엉덩이를 타고 올라가서 보지를 노골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사...삽입은 안 돼..."
이건 류혜미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차마 거기까지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경고이자 마지노선이었다.
그 선을 넘는다면 류혜미는 절대로 백태양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절대로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다는 감각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저도 삽입은 안 해요. 그리고 그건 정액이랑 관계없잖아요."
백태양의 웃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을 때 그녀는 몸을 살짝 떨었다.
어쩌면 삽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잠시 생각이 들었다.
"제가 민수랑 말하는 동안 신음 참아봐요."
그러면 나올 것 같아요 정액.
나지막하게 내뱉는 백태양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암컷의 본능이 그를 따르라고, 복종하라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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