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124화 (124/325)

〈 124화 〉 류 교관님 제 자지는 아이스크림 같은 게 아닙니다.

* *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글라디르 대회 당일.

류혜미는 글라디르를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 봤었다.

수업하고 있을 땐 아쉽게도 듣지 못 했지만, 그 외 시간엔 틈틈이 챙겨 들었었다.

이어폰을 꽂아서 라디오 형식으로라도 실시간을 놓치지 않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우리 애들이 나온 다니까 되게 좀 떨리네.'

백태양과 김민수.

빅토리 아카데미 설립 이래 최초로 생도가 글라디르에 참가하는 만큼 이목이 엄청 쏠렸다.

4학년이 참가한다고 해도 난리가 날 판인데 1학년 두 명이라는 점이 그 열기를 더 했다.

'확실히 태양이가 좀...'

잘하는구나.

백화점 게이트 때와 마찬가지로 백태양은 싸우면서 무의식적으로 웃고 있었다.

군계일학.

백태양을 지칭하는가장 정확한 단어였다.

커다란 무기 케이스를 휘두름에도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고 큰 동작을 해도 빈틈이 없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고 철저하게 급소만을 노려 제압한다.

말만 쉽지 행동하기 어려운 동작들을 백태양은 굉장히 쉽게 해내고 있었다.

선별전에서 다른 참가자들도 그런 걸 알았는지 다수로 팀을 맺고 백태양을 조기 탈락 시키려는 듯했다.

한 명을 기점으로 펼쳐진 포위망.

합은 안 맞지만 끊임없는 물량공세로 체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게 만들려는 비열한 수작들.

백태양은 그 모든 걸 이겨 냈다.

'너무 압도적이야.'

재능의 영역이란 게 있다면 백태양은 그중에서도 꼭대기에 있을 게 틀림없었다.

힘겹게 이겨 냈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거다.

물량의 한계를 이겨 내는 헌터는 길가의 돌멩이처럼 흔했으니까.

그러나 그걸 가볍게 해내는 헌터는 극소수였다.

특히 두려움을 모르는 듯한 움직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보통 다수가 둘러 싸면 당황해서 뒷걸음질을 치기 마련이다.

아니면 다수의 반응을 먼저 보고 대응하기 위해서 수동적으로 변하거나 한다.

하지만 백태양은 그런 게 아예 없었다.

둘러 쌓이자마자 가장 약해 보이는 쪽을 공략해서 바로 구멍을 만들어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최선의 답을 찾는 판단력.

이건 아카데미에서 아무리 가르쳐 준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생도들에게는 절대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없는 선천적인 타고남.

그걸 백태양은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

"류혜미 교관님, 저희 예선 본선 같이 보기로 했는데, 같이 어떻습니까?"

"저야 좋죠."

근무 시간이 끝난 후 장두철을 제외한 모든 교관은 회의실에 모여서 예선과 본선을 함께 시청했다.

"저거 보게. 내가 편입 찬성 안 했으면 다들 어쩔 뻔했나?"

"저희가 아직 이사장님 안목을 따라잡지 못하나 봅니다."

"정말 다행이야."

회의실의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처음에 백태양의 프로필만을 보고 편입에 반대 했던 교관들도 물개박수를 치며 감탄할 정도니 말 다 한 거였다.

간간이 김민수의 활약상도 나오긴 했지만 백태양에 비해 너무 초라한 게 문제였다.

이미 교관들의 머릿속엔 예선전 통과는 너무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힘들 거라고 예상 했으면서...'

헌터의 경험이니 뭐니 하면서 자기들끼리 몰래 쑥덕거렸던 작자들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 봤다.

나쁜 감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생도를 믿어야 할 교관들이 결과를 보여 줘야만 태도가 달라진다는 게 조금 속상했다.

류혜미는 예선전을 볼 때까지만 해도 앉아 있다가 결승 땐 아예 일어나서 경기를 시청했다.

이는 류혜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관도 마찬가지였는데, 천해일도 이사장이라는 체면 때문에 일어나지 못 했을 뿐.

똑같이 열렬하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걱정이 안 돼.'

준결승.

백태양과 이지준의 경기에서 회의실의 교관들 중 그 누구도 걱정 어린 소리를 내뱉지 않았다.

무대가 어둠으로 물들어서 중계가 되지 않을 때도 그저 백태양을 믿었다.

그 전에 민수가 막스한테 얻어터졌지만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진짜 우승 하겠는데요?"

"아카데미 최초네요 이러면..."

"그렇죠. 아카데미 졸업한 헌터가 우승한 경우는 있어도 아카데미 생도가 우승한 건 최초일 테니까요."

"허허, 김 교관 벌써 김칫국 마시는 거 아닌가?"

"전 믿습니다."

그렇게 백태양이 시원하게 이지준에게 승리를 거두고 결승전까지 끝냈을 때.

회의실은 잠시 얼어붙었다.

­우승자는 백태양입니다!

정적 사이로 우승을 알리는 안내 방송만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그 위엄 넘치기로 소문난 천해일조차 입을 꾹 다물고 눈만 부릅뜬 상태니 말 다 한 거였다.

"우와... 진짜 했네요..."

김석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진짜'로 해낸 결과가 너무나 신기했다.

"이야... 이거 진짜... 엄청나네요."

"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벌써 이 정도면 추후 졸업을 했을 땐 얼마나 강해질 지 상상이 안 됩니다."

"허허, 이거 현역이 되기도 전에 현역을 잡아먹는 구만... 우리도 게으르게 굴다간 먹히겠어."

마지막에 내뱉은 천해일의 말에 모든 교관이 공감을 하고 있을 때.

'...정액...먹고 싶어.'

류혜미는 혼자 다른 생각을 품었다.

근데 마땅한 구실이 없었다.

대회 우승한 거랑 조사한다며 정액을 받아 내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 않는가.

일단 조사할 건덕지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왜 멋있게 나와가지고...'

그녀는 백태양이 조금 미웠다.

차라리 우승이라도 안 했으면 이런 마음이 들지도 않았을 텐데.

시종일관 시원하게 상대방을 압살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당연히 정액이 먹고 싶어지는 건 정말 당연한 순리였다.

'갑자기 구실 같은 거 안 떨어지나.'

이미 민수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진 류혜미였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일방적으로 벽만 보고 언제까지 사람이 한 명을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예전에 한 약속도 잊었으며, 대놓고 언론에선 다른 여자한테 집적거렸다는 사실이 나오는 마당에 말이다.

이는 류혜미가 의도적으로 민수를 지운 것이 아닌 무의식중에 자연스레 사라진 거였다.

'음...'

류혜미가 백태양의 정액 먹을 구실을 찾던 도중.

쾅.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다 여기 계셨군요. 이번 글라디르 대회에 대해 자세히 말할 게 있습니다."

장두철이 들어와 노블에 대한 정보를 모든 교관에게 알렸다.

교관들 중 아주 다행이 노블에 속한 자는 없었으나 이는 빅토리 아카데미가 특이한 경우였다.

천해일의 엄격한 교육관에 의해서 교관들은 빅토리 아카데미를 제외한 공식적인 집단에 속하지 못한 것도 한몫 했다.

아무튼, 그렇게 장두철이 노블과 스틸 스킬에 관한 일급 기밀을 공유했을 때.

류혜미는 속으로 물개박수를 치며 폴짝폴짝 뛰었다.

'...찾았다.'

백태양을 연구실로 부를 구실이 생긴 거였다.

때문에 류혜미는 조사를 최대한 오래 끌만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챙겼다.

어쩔 수 없이 김민수도 같이 불러야 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뭐... 먼저 내보내면 되니까.'

조사할 건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스킬을 스틸 당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백태양 같은 경우엔 스킬 헌터를 잡아냈다.

그냥 일반적인 건강 검진에서 조금 더 깊은 수준의 검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류혜미는 백태양을 연구실로 부를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그렇게 시각은 다시 돌아와 백태양과 김민수를 부른 오늘.

류혜미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세 개 정도 띄우는 표정을 지으며 김민수를 바라봤다.

"김민수 생도 왜 혼자 왔나요?"

"아... 같이 왔는데 일단 단둘이서 검사를 받는 게 조금 더 수월하실 것 같...아서 누나."

"누나?"

"우리 사이면 둘이 있을 때 말 편하게 해도 되잖아."

"..."

예전이었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말이었다.

오히려 내가 민수에게 더 적극적으로 그렇게 말하라고 부추겼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

근데 지금은 아니었다.

'너무 거만하네?'

류혜미의 고운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다.

콧대가 여기서 더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올라가 있고 '너 나 좋아하잖아'하는 눈빛을 보내는 김민수.

예전이었다면 마음이 통했다며 저것조차 좋아했을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지금은.

"교관과 생도 사이가 가벼워 보이나요 김민수 생도?"

"어...? 응...?"

"지금 스틸 스킬에 대한 위험도 때문에 여기 검사를 받으러 온 거예요. 제발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무례는 처음이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은 없어요.

류혜미는 단호하게 김민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함께 검사받는 게 더 효율적이니 백태양 생도도 부르세요."

"...넵...죄송합니다."

김민수는 얼굴이 빨갛게 물들며 급히 연구실 밖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백태양과 함께 들어왔는데 류혜미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럼 검사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김민수 생도부터 좌측에 보이는 판에 올라가주세요. 그리고 백태양 생도는..."

잠깐 저 따라오구요.

류혜미는 그렇게 말하며 고혹적으로 웃었다.

지금부터가 진정한 메인 이벤트가 펼쳐질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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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류 교관님 제 자지는 아이스크림이 아닙니다. 빨면 막 뭐가 나오지 않아요."

"정액 나오잖아요..."

아니 이 여자 진짜 뭐야 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네.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돼.'

일이 너무 잘 풀려도 문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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