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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17화 (117/325)

〈 117화 〉 이 새끼 진짜 주인공 맞아?

* * *

'너무 이렇게 끌려다니는 거... 안 좋은데.'

춘향이를 떡실신 시키고 방에서 나온 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매번 여자들이 겹쳐서 올 때마다 이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건가?'

유민이도 수진이도 멜라니도 춘향이도.

모두 소중한 연인들이었다.

근데 그렇게 소중한 인연이 한 번에 닥쳐왔다는 것만으로 짐 덩이 취급을 해야 하다니.

심지어 섹스도 굴복이다 뭐다 해도 결국은 여자를 달래주기 위해서 기계적으로 움직인 거였다.

'진짜 안 좋아.'

히로인들이 무슨 섹스로 처리하는 몬스터도 아니고 대응 방법이 최악이었다.

일시적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는 있어도 앞으로 또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똑같이 섹스로 처리한다?

그건 너무 형편 좋은 생각이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퀘스트를 클리어하듯 섹스로 상황을 넘기는 게 아닌 모든 여자를 완벽하게 다스리는 거였다.

싸우지 말고 서로 상호 존중하면서 배려도 실천하고 양보하는 마음씨도 가지는…….

'그런 게 쉽게 됐다면 벌써 했겠지만.'

다음엔 반드시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리라.

그리 다짐하며 강태민이 잡은 호텔 방문을 열었다.

"아 태양 씨 오셨군요."

"어? 멜라니랑 수진이는요?"

"아 두 분은 먼저 가셨습니다."

갔다고?

갑자기 왜?

강태민이 나한테 장난을 칠 일은 없고, 두 명의 부탁을 받아서 거짓말할 사람도 아니었다.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한 시간 방치가 두 명이 가 버릴 만큼의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제대로 짐작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강태민이 해답을 말끔하게 제시했다.

"빅토리 아카데미 교관님들이 연락하셨나봅니다. 아카데미 결석하고 어디 갔냐고 하면서요. 두 분 다 듣자마자 아쉬워 하면서 급하게 자리를 뜨셨습니다."

"아... 그래서..."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를 그냥 빼먹고 온 거라고 했었던 게 얼핏 기억났다.

하긴 빅토리 아카데미가 일개 고등학교도 아니고 연심 하나로 무단 결석한 걸 좋게 봐줄 리가 만무했다.

오히려 이런 일이다음에도 또 발생되지 못하게 단단히 교육하면 모를까.

'유민이도 금방 가겠네.'

오랜만에 섹스해서 침대에 누워 있다고 한들 교관의 연락은 피할 수 없을 터.

덕분에 타이거 파이트는 자동으로 미뤄졌다.

급한 불이 꺼졌으니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제 앞으로 본선만 치르면 되겠구나.

'음?'

근데 김민수 얜 왜 안 보여?

"민수는요?"

"아... 민수씨는...글쎄요...그러고 보니까 안 보이네요."

"언제부터 안 보였는 지 기억나세요?"

"아마도 수진씨랑 멜라니 아가씨가 나가고 나서...어, 네 딱 그때부터 안 보였네요."

여자들이 사라지니까 똑같이 사라졌다니.

여자를 뭐 얼마나 밝히는 거야.

'망가져도 너무 망가졌는데.'

김민수가 너무 찌질하게 변해 버려서 역으로 NTL이 더 힘들어졌다.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움직인다면 호감으로 보일 법도 했을 텐데.

이상한 것만 배워와서 계속 써먹으니까 사람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졌다.

류혜미는 그나마 민수를 아직 의식은 하는 것 같았었다.

그러나 저번에 무기 테스트에서 자지를 빨았던 걸 떠올리면 진짜 딱 '의식'하는 수준인 듯 보였다.

멜라니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민수를 싫어했고 말이다.

'김민수한테 호감을 느껴야 뭐가 진행될 거 아냐.'

유민이때처럼은 아니더라도 딱 절반이라도 절망을 민수에게 안겨줄 필요가 있었다.

사랑을 포기하려면 그 정도의 정신적 고통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메인 퀘스트가 NTL에서 찐따모쏠에게 미인 구출하기로 바뀔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흠...'

앞으로 어떤 전개를 만들어야 나한테 유리할까 생각하던 중 강태민이 말을 걸어왔다.

"아 그러고 보니 두 분 다 가시기 전에 편지를 남겨두셨습니다."

"편지요?"

"네, 아무도 손대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가셔가지고 태양 씨 방 침대 위에 그대로 가지런히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문자나 톡으로 할 수도 있는데 굳이 편지라니.

불안 했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내 방으로 몸을 옮겼다.

정말로 강태민의 말 그대로 편지 봉투 두 개가 곱게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편지 봉투 위엔 검은색 리본과 노란색 리본이 각각 묶여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종의 표시 같았다.

'수진이가 흑발이니까 검은색이고 멜라니가 금발이니까 노란색인가.'

무슨 이벤트를 준비했길래 이 정도까지 한 건지 원.

우선 먼저 수진이의 편지 봉투부터 뜯었다.

청순한 이미지와 귀여운 인상 때문에 그런지 글씨체도 정말 둥글둥글하고 아기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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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에게.

태양아 안녕, 나 수진이야.

이렇게 갑자기 편지를 쓰게 되는 이유, 궁금하지?

진짜 별 이유는 없고 그냥 편지를 한 번 써 보고 싶었어.

교관님이 부르셔서 어쩔 수 없이 응원을 못 하고 가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구.

그래서 메시지나 그런 거로 하는 것보다 이렇게 손글씨로 하는 게 더 응원 받을 때 힘이 날 것 같아서 ㅎㅎ!

나 근데 이렇게 누구한테 편지 쓰는 게 처음이라서 되게 부끄럽고 그러네.

생각나는 대로 막 쓰다 보니까 너무 중구난방하다 미안 ㅠ.ㅠ...

남은 경기도 열심히 하고 꼭 우승 했으면 좋겠어 태양아 사랑해 쪽!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안 보였을 때 뭘 했는 지 굳이 묻지 않을게.

어차피 네가 마지막에 찾아올 사람이 누군지 나는 알고 있으니까.

원더랜드 데이트 많이 기대하고 있어.

이만 글 줄일게.

또 뽀뽀 쪽!

널 사랑하는 수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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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편지였다.

'뽀뽀 쪽'이라는 부분에 찍혀 있는 입술 자국은 달콤했고 한 시간의 공백을 적은 부분은 살벌했다.

'원더랜드 데이트도 있었지...'

이건 빈말이 아니라 정말 기대 됐다.

특히 지구에 있을 때도 놀이동산에서 신X드의 모험을 하며 여자 친구 씹질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느꼈던 쾌감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옆자리에 누가 있어서 신음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허리만 움찔거릴 때의 얼굴.

그 얼굴이 수진이라고 생각하니 발기가 자동으로 됐다.

일단 상상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으로 노란색 리본이 달린 편지 봉투를 뜯었다.

'멜라니가 편지 썼다고 하니까 좀 귀엽네.'

그 까칠한 아가씨가 날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다니.

내용이랑 상관없이 편지를 썼다는 그 자체가 굉장히 신기하게 다가왔다.

'글씨도 까칠해 보이네.'

아니다, 까칠하다기보다는 앙칼진 느낌?

정갈한 기업인이 생각나는 반듯한 글씨체 속에 쑥스러워하는 감정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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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씨에게.

솔직히 누구한테 편지 쓰는 게 처음이라서 엉성해도 이해해주세요.

그냥 가려고 했는데 수진이 언니가 편지를 쓴다고 해서...

저도 그냥... 이러는 편이 응원이 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은근히 다른 여자들은 막... 좀 먼저 뭐 해주는 거 되게 큰 차별인 거 알아요?

카이반 무기를 당당하게 쓰고 경기하면서 그 기업의 차기 후계자인 저한테 이렇게 매몰차게 대하는 거.

큰 실수일 수도 있다는 거 미리미리 알려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한테 좀 잘해요.

가뜩이나 반도 달라서 만나기도 힘든데 진짜 이런 식이면 저 화내요.

아셨죠?

명심하세요.

당신의 무기를 후원하는 카이반 그룹 차기 후계자 멜라니 아이리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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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도 이런 츤데레가 없었다.

수진이랑 편지 내용은 완전히 달랐는데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애정은 비슷했다.

'근데 경기는 대체 언제 시작하는 거야?'

섹스도 좋았고 편지도 좋았다.

근데 결국 중요한 건 본선 경기였다.

우승도 해야 하고 스킬 헌터 단서도 잡아야 하는데 경기가 왜 이렇게 늦게 시작된단 말인가.

선별전이랑 예선전을 그렇게 빠르게 끝내 놓고 휴식만 벌써 한 시간째였다.

'일단 경기장 쪽으로 가 봐야겠네.'

여기서 계속 기다려봤자 더 나올 것도 없었다.

"태민 씨 방 잡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 이만 가 볼게요."

"벌써 가시게요?"

"네 아무래도 휴식을 언제까지 해야 될지 알 수 없어서요. 미리 대기라도 하고 있으려구요."

"아... 그렇긴 하겠네요. 원래 글라디르가 이렇게 불친절한 대회가 아니었는데 이번이 유독 심한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원래는 하나하나 다 친절하게 알려주고 숙소도 다 잡아주고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참... 그 왜 글라디르 콘돔 나눠준다는 이야기 있지 않습니까. 그게 다 휴식 장소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뿌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제공하니까 하도 붙어 먹어서요. 근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이 콘돔만 뿌리고 참..."

강태민의 말을 요약하자면 운영이 굉장히 엉성해졌다는 거였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는 말이 왠지 모르게 굉장히 다르게 들렸다.

설마.

대회 운영 자체를 노블이 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럼 지금 김민수가 사라진 이유도 노블이랑 대놓고 접촉하려는 걸 수도 있는 건가.'

김민수의 우승 욕심은 안 봐도 뻔했다.

그 욕심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한다면.

'김민수가 노블이랑 손을 잡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새끼 진짜 주인공 맞아?

지금 당장 민수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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