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일단 유민이 보지부터 딴 다음에 차례차레 가보자. (112 회차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다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 * *
"저는 명예 실추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구요!"
"내가 하면 된다니까? 태양이 옆에서 내가 딱 붙어서 지켜볼 텐데 네가 왜 필요한 거야?"
"글쎄 너희는 그냥 아카데미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저기 나는 그 아무도 안 봐줘서..."
"""너는 좀 빠져."""
"앗...넵..."
민수는 전전긍긍하고.
나는 눈치 보고.
여자들은 기세등등하게 날을 세운다.
'왜 얘네 셋이 모인 거지?'
글라디르 대회에 나가는 게 극비가 아니라 노블의 스킬 헌터를 잡는 게 극비란 사실이 떠올랐다.
인터뷰 영상까지 전 세계에 퍼진 마당에 같은 아카데미 생도가 응원을 올 거란 걸 예상하지 못하다니.
세 명이 오더라도 따로따로 한 명씩 만나서 케어를 해도 모자랄 판이었는데.
"""태양아 그래서 누구랑 같이 있을 거야?"""
일생일대의 순간.
이럴 때 로맨스 코미디 주인공들은 항상 얼을 탔다.
그때마다 이해가 안 됐고 '난 다르게 대응 해야지'라고 행복 회로까지 돌렸던 시절이 있었다.
근데 막상 진짜 그 상황에 직면하니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게다가 아직 김민수랑 멜라니 사이가 안 좋아지면 안 될 때인데.'
멜라니가 날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다면 아무리 눈치 없는 민수여도 언젠간 깨닫게 될 터.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나중을 위해 멜라니를 쳐 내는 거였다.
일단 멜라니부터 지금, 이 싸움판에서 제외 시킨 뒤 공략이 된 유민이와 수진이부터 챙기는 게 괜찮아 보였다.
근데 그렇게 된다면 남자답지 못한 겁쟁이들의 방식을 택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민수가 떡하니 멜라니한테 들이대는 마당에 그걸 외면하고 다른 여자부터 챙기며 퀘스트를 우선시한다?
그렇게 이야기해결해 나갈 거면 애초에 류혜미가 펠라를 해 줄 때 바로 따먹었을 거다.
모든 여자를 다 챙겨 가면서 김민수의 여자를 NTL하는 것.
그거야말로 진정한 백태양의 방식이었다.
"일단 서서 이야기하지말고 어디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나 힘들어."
"아...그렇죠...그래서 제가 자리를..."
"아냐 태양아 내 옆자리가..."
"그래도 태양아 아무래도 내가..."
멜라니, 유민이, 수진이가 한 마디씩 내뱉으며 선택을 강요하는 이 상황.
누구와 같이 있을지를 정하지 않는다면 옆자리부터 정하라는 압박.
뭘 선택해도 한 명만을 고르게 만드는 아주 사악하고 교묘한 술수.
'여기선 좀 더 화를 내는 게 좋겠어.'
선택 받길 원하는 마음 위로 살짝 분노를 끼얹는다면 상황은 차분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예선전을 치르고 온 나를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일 테니 말이다.
여자들한테 끌려다니지 않고 초장부터 주도권을 잡으려면 쓴소리 몇 번은 필수였다.
어리광을 들어 주다간 한도 끝도 없을 테니까.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
한 번 불타오르는 대화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찰나.
뜻밖의 인물이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오! 백태양 헌터! 여기 있었네요! 한참 찾았습니다. 게이트 밖에서 휴식을 취하라는데 글라디르 이 빌어먹을 놈들이... 휴게실 상태가 아주 엉망이더라구요. 제가 그래서 따로 방을 하나 잡아놨습니다. 본선까지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제 쪽에 오셔서...?"
얼마 전에 내 덕을 톡톡히 봐서 인생 떡상을 실시간으로 겪고 있는 오프너.
강태민이었다.
"...제가 혹시 타이밍을 잘못 맞췄나요?"
눈치가 빠른 강태민인 만큼 잽싸게 내 곁으로 와 귓속말로 분위기를 물어본다.
"아뇨 제일 좋은 타이밍에 오셨습니다."
제 1회 백태양 자리 선점 타이거 파이트 최종 우승자는 강태민이었다.
++++++++++++++++++++++++++++
강태민이 잡은 방은 웬만한 최고급 스위트룸을 뺨치는 수준이었다.
딱 하나 단점은 경기장 밖에 있다는 거였으나기자들한테 노출 되는 것보단 나았다고 생각했다.
근데 문제는.
"태양씨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 말고 제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 말이 맞는 것 같아. 물론 내가 '선택'한 곳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냥... 우리 둘만 있는 건 어때 태양아?"
우승자가 정해졌음에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사람이 셋이나 있다는 거다.
강태민이 우승을 차지해서 그가 선택한 방으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패자부활전을 강요했다.
"아냐 좀 그냥 쉬자. 나 여기서 쉬고 싶어, 그리고..."
지금은 아무한테도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았다.
균형을 유지하려면 강태민 방패를 앞에 세우고 관리해야만 했다.
'그리고 중간에 너무 매섭게 들어와.'
마지막의 둘만 있자는 수진이의 오묘한 한 마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유민이는 바로 알아들었고 멜라니는 눈치채지 못 했다.
허벅지로 틱택토 게임까지 했으면서 이런 건 또 의외로 둔했다.
'미인계를 쓸 생각하면서 다리를 벌리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지...'
남자를 꼬실려면 야시시하게 입고 가슴을 비벼야 했지만 멜라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
그냥 '내가 예쁘니까 네가 알아서 넘어오겠지?'하는 방식을 택한 것만 봐도 그녀의 연애관이 짐작이 갔다.
안뚱땡이 만든 히로인이 대부분 처녀빗치라는 걸 감안했을 때 꽤 놀라웠다.
진짜 처녀의 이상향 같은 모습을 보여주다니.
"야 대박! 여기 욕조에 거품이 그냥 무한정으로 나오는데? 씻어도 되겠다."
"그... 민수씨 아무래도 지금 섣불리 말을 꺼냈다간 좀... 안 좋을 것 같은데요?"
"네? 아니 강태민 오프너님... 저한테 이러시면 저 섭합니다... 그래도... 저 나름 용산데요...? 안 그래 멜라니?"
"몰라요. 제발 말 걸지 마세요."
강태민과 대조적으로 눈치 없기로 소문난 민수는 아무 생각 없이 욕조에서 놀고 있었다.
입욕제를 풀어보기도 하며 어떻게든 멜라니한테 어필을 하는 꼴이 정말로 안쓰러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멜라니의 시선을 돌리고 싶어서 안달 난 모습.
실상은 광대보다 못했다.
'김민수를 지금 건드려서 노블한테 뭘 들었나 캐물어야 하나.'
김민수랑 붙어 있으면 여자들끼리 무슨 일을 벌일 지 짐작이 안 되고.
그렇다고 여자들이랑 붙어 있자니 민수 찐따짓을 계속 봐야 했다.
그래도 일단 급한 불은 민수가 아닌 히로인들 쪽이었다.
"...유민이는 잠깐 나 좀 보자."
여자는 셋.
처녀를 딴 여자는 둘.
우선은 가장 시끄러운 쪽의 입부터 자지로 틀어막는다.
'어차피 박히면 다 끝이야.'
휴식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일은 없겠구나.
++++++++++++++++++++++++++++++++
소유민은 백태양이 자신을 불렀을 때 최종 우승자가 바뀌었음을 확신했다.
'그래 역시 내가 정실이지.'
정실?
그런 거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단 한 명의 첩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만이 백태양의 옆자리에 존재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아카데미도 빼 먹고 온 거였고 승부 속옷도 철저하게 준비 했다.
아무리 태양이라지만 이 정도의 성의를 보인다면 눈에 하트가 뿅뿅 생기면서 넘어오겠지.
유민이는 승리를 확신하며 태양이의 손을 은근슬쩍 잡았다.
"근데 우리 어디 가?"
"비상계단."
"응?"
"비상계단 가고 있어, 이 호텔... 보니까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는 것 같더라고."
비상계단?
거긴 왜 가는 거지?
거기서 뭘 할 수 있다고...
"내가 저번에 했던 교육이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 같아서 다시 해야 할 것 같아."
"으응...?"
태양이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건 기분 탓일까.
유민이는 예전에 이런 경우를 한 번 겪은 적이 있었다.
계약 이야기가 나온 후 영상자료실에서 대화를 나눴을 때의 얼굴.
그 얼굴과 지금 태양이의 얼굴이 똑같았다.
"제대로 교육을 해야겠네."
끼이이익.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을 때 소유민은 불안감에 입을 열었다.
"잠시만 나 아무래도 그... 수진이 언니한테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그새 통성명도 했어? 어차피 누나한테도 비슷하게 할 테니까 너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돼."
당당하게 다른 여자랑도 비슷한 행동을 하겠다고 말하는 백태양.
오히려 너무 뻔뻔하게 나오기 때문일까, 바람을 핀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었으나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쾅.
비상계단 문이 닫히고 약속이라도 한 듯 백태양은 바지를 내렸다.
유민이는 자기 행동을 이해도 하지 못하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원래 이러려고 했던 것처럼.
'이게 아닌데...'
해야 할 말이 많았다.
저 여자들이 왜 너한테 와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나만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해야 하는데.
왜 내가 지금 태양이의 자지를 입에 넣고 살살 굴리면서 발기가 빨리 되길 원하고 있을까.
툭.
백태양은 유민이의 머리칼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그녀를 어루어 만졌다.
"츕..츄릅...츱...그에오...에아 어어...이에 이유아...츕흐... 이으어이?"
"널 먼저 선택한 이유? 당연히 있지. 그러니까 불안 할 필요 없어."
어차피 다 똑같이 될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백태양의 자지가 탱탱하게 부풀어 올랐다.
입안에서 공기가 꽉 차오르는 것처럼 귀두가 볼을 찌르며 포만감을 들게 한다.
소유민은 다른 여자들의 존재 유무를 따지는 것보다 지금 백태양을 만족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끝까지 가면 내가...'
유민이는 절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끝까지 가면 반드시 자신이 이길 거라고, 굳게 믿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