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전조 (중반 부분 수정 완전히 다른 내용이니 다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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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었나, 글라디르가?"
"네 그렇습니다. 아가씨."
"아가씨 소리 좀 그만해, 내가 무슨 멜라니도 아니고."
난 그런 소리 별로 안 즐긴단 말이야.
유민이는 그 말을 내뱉은 뒤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움직이기 편하면서 보기에도 예쁜 청바지와 날씨와 딱 맞는 하얀색 오프 숄더 크롭티.
하얀색 머리 띠로 적발과 상의에 딱 맞는 코디까지.
그야말로 늘 그렇듯 남자 친구의 경기를 응원하러 가는 여자 친구 룩이었다.
전신 거울로 다시 한번 더 몸을 점검한 뒤 글라디르 개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개최에 시간이 남아서 조금 일찍 출발해 백태양을 볼 수도 있었으나.
'그런 여자는 귀찮은 취급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가뜩이나 주변에 여자가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는 마당에 밉보여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다른 여자들이 실수하길 기다렸다가 빈틈을 찾아 찔러야 했다.
그래 봤자 치타는 나지만.
소유민은 그런 결론을 기분 좋게 내며 차에 몸을 실었다.
"바로 출발할까요?"
"아뇨 조금만 기다렸다가요. 한 20분 정도만 있다가 출발해요."
"알겠습니다."
예선전이 끝난 뒤 바로 달려가 준비한 도시락과 물병 그리고 찐한 포옹 한 방!
이거라면 태양이도 나한테 흠뻑 빠지겠지.
"시간 됐으니 출발하겠습니다. 아가씨."
"네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럼 가겠습니다."
유민이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같은 시각.
멜라니의 집.
"남자들은 그... 뭐 수제 도시락 같은 거 주면 다 좋아하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무리 맛이 없어도 맛있게 먹어 주는 게 매너라고 배웠어요."
"그렇긴 해도... 돈가스를 어떻게 속까지 태우실수 있는 겁니까 아가씨..."
새벽 일찍 일어나 백태양을 위한 응원 도시락을 준비한 건 좋았으나 결과물이 엉망진창이었다.
물 조절을 실패해서 걸쭉해진 밥과 속까지 타버린 돈까스 그리고 비율이 일정치 못해 그냥 신 맛 물이 되어 버린 레모네이드까지.
아무리 애정이 가득 담겼다고 해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기 마련.
집사는 멜라니의 처참한 결과를 보고 도저히 달콤한 말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전 기업 일로 바빴잖아요! 요리 같은 거 배울 시간 없었다구요!"
"그럼 요리사를 시키시지..."
"수제로 하고 싶었어요."
"요리사를 부르시지..."
"몰래 만들고 싶었단 말이예요..."
"...다시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아가씨? 제가 조금 도움을 드리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집사가 그렇게까지 말하면야...그렇게 할게요..."
집사는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멜라니를 주방으로 안내했다.
'우리 아가씨가 정실이 되리라.'
프람 페이보스, 56세.
백태양의 인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남자.
그는 오늘도 멜라니의 정실 자리 확보를 위해 누구보다 힘을 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글라디르 경기장 바로 앞.
봄처녀가 자동으로 연상 되는 하늘하늘한 드레스와 병아리 같은 노란색의 카디건 코디를 자아낸 여자.
유수진은 백태양을 위해 준비한 여러 가지 물품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었다.
'이건... 태양이가 몸이 달아오르면 혹시 모르니까 해줄 거고... 이건...'
도시락은 기본이었고 만약의 사태를 위한 특별한 속옷과 코스튬까지.
응원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백태양이 다양한 여자들과 기사가 나면 어떻고 무슨 썸씽이 생기면 어떠한가.
어차피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옆에 남을 사람은 자신 한 명뿐일 텐데.
'키스 마크... 그땐 그냥 넘어갔지만 확실하게 알아야겠어.'
누가 남의 물건에 그렇게 진하게 침을 남겼는지.
수진은 굳은 결의를 하며 글라디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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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이 어느 정도 끝난 관계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참가자 분들은 자유롭게 휴식을 취해주시길 바랍니다!
'시원시원하네.'
별다른 사이드 스토리가 진행될 줄 알았지만 그런 것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전투.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접전으로 사람을 계속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땅이 이동하다가 상대방이 밟고 있는 땅과 닿을 경우 순식간에 필드가 생겨나며 그곳에서 전투를 치른다.
이걸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 반복 했으니 족히 세네 시각은 대전을 연속적으로 치렀다는 말이 된다.
'웬만한 헌터는 견디지도 못 하겠네.'
선별 과정에서 무차별적 전투로 한 번.
예선전에서 무제한 연속 전투로 두 번.
아무리 신체가 강화된 헌터라고 해도 웬만하면 신체가 한계까지 몰릴 만한 사건이 둘이었다.
실제로 지금 멀쩡하게 숨을 고르고 있는 헌터는 몇 명 없었다.
'김민수랑 나... 그리고 그때 봤던 노블 회원들 정도인가.'
예전에 잠깐 장두철이 보여 준 우승 후보의 얼굴들.
힐끗 봤을 뿐이었지만 얼굴만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우승 후보랑 선별 과정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황하지 않은 놈들이랑 정확히 일치하네.'
이건 우연이 아니겠지.
우승 후보 중에서 나와 김민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노블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정도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적이나 다름없는 상황.
압박감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족화도 쓰지 않았고 탐욕의 곤봉조차 아직 손에 쥐어 본 적이 없다.
비장의 수를 남기기 위해 평소의 3할은 숨기라고 했는데, 난 아직 7할 가까이 숨기고 있는 수준이었다.
뭐가 와도 괜찮다는 자신감.
그거 하나 믿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방에 깔린 게 노블인 걸 안 이상 안일하게 휴식을 취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최소한 주변에 한 명 정도 믿을 만한 놈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민수한테 접근하려고 주위를 살펴 봤으나 보이질 않았다.
갑자기 땅으로 꺼졌을 일도 없고 여기서 탈락할 일도 없는 놈이 왜 안 보이지?
휴식할 땐 자유롭게 이동해도 된다는 규칙이 있었기에 움직여서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가만히 있나 이곳저곳 움직이나 등 뒤가 비어 있는 건 마찬가지니까.
'근데 점점 어두워지고 있지 않나?'
기분탓일 지도 몰랐으나 게이트는 처음 선별전을 치뤘을 때보다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인공 게이트여서 날씨 같은 부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 텐데, 의도적인 건가?
아아! 잠시 본선을 하기 전에 자잘한 부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많은 관계로 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나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말이 왜 달라져? 아까는 그냥 편하게 게이트 안에서 쉬라고 해놓고.
그래도 나가서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오히려 여기 안에서 노블 놈들이랑 같이 붙어 있는 게 더 위험했다.
'김민수는 오히려 어딜 가도 안전하니까 상관 없겠고.'
노블 사이에 있든 없든 민수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큰 일을 당할 걱정이 아예 없었다.
이럴 땐 민수가 주인공인 게 참 편했다.
빰 빠라바라밤! 빰 빠라바라밤!
지금 막 예선전을 끝내고 참가자들이 게이트 밖으로 나오고 있군요!
아 진짜 엄청 났죠 몇 번이나 지속되는 격투와 격전! 저 같아도 정말 계속 보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특히 백태양 헌터의 그 무기 케이스를 활용한 교전 능력이 엄청 났죠.
아직 제대로 무기도 휘두르지 않고 강력한 모습을 보여 주다니... 전개도 하지 않았죠?
정말 기대가 많이 되는 헌터입니다. 아직 아카데미 졸업 전인데도 말이죠!
예선전 통과 축하를 알리는 빵빠레와 해설과 캐스터의 대화가 경기장 전체에 울려퍼진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얼굴에 금칠을 발라주면 아무리 뻔뻔한 나여도 부끄러웠다.
아는 사람이면 모를까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극찬을 해주는 경우는 매우 적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럼 어디서 쉬어야 하나...'
쉴 곳을 찾으려는데 마땅한 곳이 생각나질 않았다.
노블이 사방에 깔렸다는 걸 자각한 순간부터 안심할 수가 없었다.
진짜 왜 이럴 때 김민수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아뇨 제가 왜 당신을 응원하러 와요? 착각이 아무리 자유라지만 적당히 좀 하세요!"
"아니 그래도 아무리 봐도 나 말고 여기에... 또 누가 없잖아..."
"태양씨 있잖아요!"
"에...?"
익숙한 목소리와 김칫국을 아예 통째로 마시는 말투.
뭐야, 나보다 먼저 나가 있었어?
대체 정보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김민수는 아무래도 안내 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게이트 밖에 나와 있었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빨리 개소리를 내뱉을 수가 없었다.
"야 김민수, 너는 아직도 멜라니랑 그렇게 뭘 하고 싶냐?"
"태양씨!"
"백태양? 너 나왔어?"
"그래 일단 나와봐."
김민수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힘을 줘서 뒤로 완벽하게 밀쳐냈다.
갑자기 멜라니에게 달려들어도 막을 수 있는 거리까지 민수를 떨어트린 뒤 멜라니를 쳐다봤다.
"나 응원하러 와준거야? 1학년들은 다 등교할 텐데 그거 다 빼먹고?"
"허! 참나... 그냥 빅토리 명예를 실추 시키지 않는 지 감시하러 온 거거든요?"
"아 그래...? 그런 것치고는 되게 예쁘게 입었네."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면서 멜라니와 천천히 걸어갔다.
이대로 간다면 무난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민수의 행동도 제약 시킬 수 있을 터.
'아주 딱 좋네.'
최고의 상황이라고 생각 했었다.
몇 초 뒤에 목소리 두 개가 연이어 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난 태양아 너 응원하러 온 건데, 그럼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게 좋지 않을까?"
"여긴 선배인 내가 할 테니까 너희들은 아카데미로 다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멜라니 뿐만 아니라 유민이와 수진이까지.
'최악의 상황이네.'
절대로 같이 만나서 안 되는 호랑이들이 한 장소에 모두 나타났다.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정신 차려야 한다.'
절대 하렘을 꾸리고 있다는 걸 들켜선 안 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