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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05화 (105/325)

〈 105화 〉 류 교관님, 그쪽은 곤봉이 아닙니다.

* * *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날 기다리고 있던 건 뜻밖의 인물이었다.

"백태양 생도? 잠깐 저 좀 볼 수 있을까요?"

갈색 머리에 살짝 들어간 C컬.

민수 주변에 있는 히로인 중에 가장 큰 키와 연상 누나 포지션을 차지하는 여자.

류혜미였다.

'알아서 찾아왔네.'

류혜미도 밑간을 쳐야할 때여서 언제 찾아가야 하나 타이밍을 보던 참이었다.

"네 교관님, 무슨 일이신가요?"

"저번에 적성 검사를 받은 뒤로 게이트도 클리어하고... 카이반 쪽에서 만든 신무기를 사용 하셨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건강검진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시간 괜찮은가요?"

"네네, 괜찮습니다."

"아 참. 혹시 김민수 생도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요? 검사를 같이 받으면 좋을 텐데..."

"잘 모르겠습니다."

"아쉽네요. 그럼 일단 백태양 생도부터 검사 해야겠네요. 가죠."

"넵."

말을 하며 뒤를 힐끗 쳐다 봤다.

민수가 지금, 이 타이밍에 샤워실에 나오면 모든 게 망하는 거였다.

'당분간은 안에 있겠지?'

몇십분 전.

나랑 같은 공간에 있기 싫다는 티를 내기 위해 일어난 민수는 금방 다시 탕에 들어왔다.

내 비웃음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내 하반신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사이즈에 주눅이 들어 하반신을 내놓고 다니는 데에 제약이 걸린 거다.

한쪽은 덜렁거리는데 한쪽은 압박팬티를 입지 않아도 앵무새 수준이니 이해는 갔다.

맨날 자기 입으로 불굴의 용사네 뭐네 해도 이런 부분은 아직 극복하지 못한 듯 보였다.

"이번에는 무슨 검사를 하나요?"

민수의 멍청함에 애도를 표하며 류혜미에게 말을 걸었다.

"아... 뭐 간단한 건강검진 같은 거죠. 아무래도 S급 게이트는 일반적으로 그 환경부터 사람이 살아 숨 쉬기 힘들 거나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돈키호테 게이트만 클리어한 상태였다면 저 말에 의문을 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춘향전까지 클리어한 지금 저 말에 적극적으로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섹스하기가 힘들었지.'

춘향이를 조교 굴복 삼류 보지로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던가.

보스 몬스터를 공개적인 장소에서 팬 다음에 성적 흥분을 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정말로 숨쉬기가 너무 혹독한 환경이었다.

"아 맞아 저 S급 보상으로 얻은 게 하나 있습니다."

"보상 관련이라면 따로 말씀 해주지 않으셔도 돼요. 그런 부분은 아무리 아카데미 생도라고는 해도 헌터법에 의해 보호 받거든요."

"무기인데도요?"

"네?"

앞장서서 걷던 류혜미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며 눈을 반짝인다.

생도 과정을 생략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동반하는지적 호기심.

그게 그녀를 자극시켰다.

"그런 거라면야... 혹시 무슨 무기인 지 알 수 있을까요? 어차피 가서 조사할 테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안내하듯이 가던 것도 멈추고 혜미는 아예 내 옆에 딱 붙어서 은근히 날 올려다 봤다.

아무래도 남자 경험이 전무하고 민수 생각만 하다 보니 자신이 지금 무슨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는 듯했다.

'진짜 엄청 순하다고 해야 하나.'

각 히로인마다 차이점이 명확하게 존재했다.

아무리 안뚱땡이 멍청하다고 해도 히로인마다 차별점은 확실히 만들어 놨을 터.

그런 의미에서 류혜미는 순수계에 가까웠다.

'그럼 성녀가 안 나오는 건가?'

순수계 쪽으로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티를 팍팍 내며 자애로운 모습을 보였던 류혜미다.

이런 부분만 따져 봤을 때 보통 연상 되는 성녀와 너무 많은 설정이 겹쳤다.

'신성력 주머니가 없다는 것만 빼면... 성녀 맞는데?'

연상에 소꿉친구에 민수의 찌질한 상담 그리고 민수와의 어렸을 때 약속만 믿고 처녀를 지킨 점까지.

류혜미는 완벽한 순애의 화신이었다.

"백태양 생도?"

"아아 그... 이게 유물이라서 그런지 제가 원할 때 막 꺼낼 수 있더라구요."

생각이 잠시 길어졌다.

"유...유물이요?!"

류혜미는 조금 전까지의 침묵이 있었냐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눈동자가 휘둥그레 지면서 은근슬쩍 팔이 닿을 정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네 유물이요. 혹시 아시는 거 있나요?"

"그럼요! 이게 어떤 유물이냐에 따라서 다른 데... 어떤 건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아 이게..."

"잠시만요! 잠시만요! 일단 연구실에서 가서 말해 줘요. 지금은 그냥 힌트만 주는 정도?"

"음... 되게 유명한 사람 거예요."

그렇게 두런두런 대화를 나눠가며 류혜미와 난 천천히 연구실 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는 아마도 이게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직진 코스인 줄은 꿈에도 모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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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보다 시설이 많이 좋아졌네.'

처음에 검사를 받았을 때엔 '신체 검사를 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은 완전 연구실스러운 분위기였다.

신체 검사를 받았던 곳도 여러 가지 기계 부품이 잔뜩 추가된 원판으로 변해 있었다.

금융권 회사에서나 볼 법한 병렬로 나열 되어 있는 모니터부터 시작해 용도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기계들까지.

정말로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광경이었다.

'바쁘다더니 다 돈 벌기 위한 수작이었나?'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그 의문을 류혜미가 단번에 풀어냈다.

"최근 백태양 생도 이름으로 기부가 많이 왔어요. 아무래도 백태양 생도의 영웅적 행보에 사람들이 감동 받았나 봐요."

"제 이름으로요?"

"네. 어때요? 보람 찬가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게이트를 클리어해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난 어떤 대의 같은 게 없어서 그런가.'

오직 김민수의 주인공 지분율을 다 뺏고 이 소설에 탈출하는 것만 생각해서 그럴까.

때문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 찾아오는 물밀려오는 감동 같은 건 없었다.

"그러게요. 앞으로 더 열심히 배워서 더 많은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이쪽으로 와줄래요? 저번처럼 저쪽 원판에 서주세요."

감흥이 없는 거야 개인적인 생각이고 사회적으로 봤을 땐 무조건 긍정을 표하는 게 옳았다.

남들한테 잘 보여서 나쁠 건 없으니까.

외모가 불량스러운 이상 항상 웃는 상으로 다녀야 하고 이미지 관리에 철저해야 했다.

"아마 빨리 끝날 거예요. 그때... 막대기인 줄 착각해서 잠깐... 여러 사건이 있긴 했는데 이젠 아니니까요."

류혜미는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지 말을 조금 떨었다.

하긴 처녀가 겨드랑이 딸을 쳐주고 얼굴에 정액까지 뿌려졌는데 이성이 흔들리지 않기엔 무리가 있겠지.

'생각하니까 좀 꼴리네.'

그녀는 여태 소설 속에서 봤던 여자 중에 가장 몸매 균형이 잘 잡혀 있는 편이었다.

가슴이 껌딱지라는 걸 제외하면 인스페이스에 몸매 보정이 잔뜩 된 사진과 흡사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너무 아깝게도 저런 몸매를 가지고도 민수 하나만 바라본다는 거다.

문화재도 아니고 아껴서 어디다가 쓴 단 말인가.

쓰면 쓸 수록 발달이 되는 신체를 가지고 다른 사람 몸이나 검사하는데 쓰고 있다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지이이이이잉.

­잠시 숨을 참고 몸에 긴장을 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내 잡생각과는 별개로 착실하게 검사는 진행 되고 있었다.

그때처럼 작은 기계 팔 같은 것들이 몸을 하나하나 뜯듯이 파악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도넛 같은 고리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내려온다.

'아마 이상이 생기겠지.'

저번 검사랑 달라진 게 없으면 무난하게 넘어간다?

그건 정말로 평범한 생도의 경우를 말하는 거였다.

한 달도 안 된 시간 안에 극적인 신체 변화는 이뤄지지 않는 게 보통일 터.

띠딕.

그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기계가 내 하반신.

정확히 자지 부근에서 멈추곤 빙글빙글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어...? 이게 왜 이러지."

"아마 제가 얻은 보상들 때문이지 않을까요? 이게 아무래도..."

"아 맞아 유물! 그러고 보니까 지금 막 소환한 건가요?"

류혜미는 과거를 잊은 듯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눈빛을 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전에 곤봉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혹시 그...거랑 관련이 있을까요?"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녀는 정확히 손가락으로 내 자지를 쿡 가르켰다.

막대기로 오해해서 자지를 한 번 잡았던 기억이 난 거겠지.

정액도 입으로 핥아가면서 맛을 보고 맛있다고 감상까지 내뱉었던 그녀다.

원래 모든 게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망설임이 없어지는 법.

"관련이 있다면요? 아니면 이제 그만 슬슬 힌트말고 전부 다 알려드릴까요?"

"아뇨... 아니예요 제가... 제가 알아보고 싶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어요?"

류혜미는 성큼성큼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하반신에 빛을 목격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얼굴을 붉히고 우물쭈물 거렸었는데.

무슨 계기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었다.

'아무리 두 번째라고는 하지만...'

뭐지?

뭐가 그녀를 이렇게 바꿔둔 거지?

류혜미는 아예 내 하반신을 보며 기도라도 하듯 몸을 낮추며 내 자지 부근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제가 또... 잘못 잡았다면 꼭 이야기해주세요."

무언갈 바라는 듯한 눈빛.

망설임 없이 불쑥 내 자지를 낚아채는 손길까지.

난 그녀가 원하는 대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류 교관님, 그쪽은 곤봉이 아닙니다."

그 순간.

아주 미세하게 류혜미의 입가에 웃음기가 도진 걸 볼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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