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당연히 [로미오] 역할은 백태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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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 파티 장소를 게이트로 바꿔야겠어! 가자! 고전명작[로미오와 줄리엣] 속으로!"
찌이이이익.
테이블을 가릴 만큼 커다란 계획서를 단번에 찢자마자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게이트가 생기기 전의 전조인데 이번에는 엄청나게 큰 게이트인 만큼 스케일이 남달랐다.
오프너도 개입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불어넣을 것이기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원래라면 단순히 계획서 찢는 것만으로 될 텐데..."
저번 게이트에서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기에 방심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게이트 역할을 완전히 고정 시킨 상태로 해결하고 절대로 역할을 교체할 수 없게 만든다.
엔딩도 고정 시켜서 오직 민수만이 엔딩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상황을 귀결시키게 한다.
이 완벽한 작전에 그 어떤 흠집조차 생길 수가 없다.
"게다가 로미오와 줄리엣에게 제3자는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부분까지 넣었지."
백태양이 무슨 수를 써서 나중에라도 게이트에 개입한다고 해도 별수 없을 터.
완벽하게 민수와 멜라니를 이어 주기 위한 플랜이 지금 여기서 실현되는 거였다.
"우하하하하하! 자 와라! 내가 만든 스페셜 게이트여! 이 모든 걸 집어삼켜라!"
팔 벌려 뛰기를 계속 반복하며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어두워지는 주변.
찢어진 계획서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블랙홀을 연상케 하는 구멍으로 변한다.
모든 걸 삼켜 버릴 듯한 압도적인 힘을 응축하는 그것이 안뚱땡의 뜻에 따라 확장되려는 그 순간!
띠링!
"엥?"
메시지 창 하나가 안뚱땡의 시야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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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게이트 고전명작[로미오와 줄리엣]의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자세한 이유를 보시려면 [다음]을 눌러 주세요.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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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내가 작간데, 불가능한 게 어디 있어.
스토리를 그렇게 쓰면 다 되는 거지.
안뚱땡은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음]을 꾹 눌렀다.
"작가가 쓰는 대로 소설이 가는 거지 이건 무슨..."
일상적인 꿍얼거림도 함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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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게이트 고전명작[로미오와 줄리엣] 구현에 대한 작가의 요구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우선 조건 하나. 엔딩을 고정 시킬 것.
최우선 조건 둘. 고전명작[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모든 역할은 작가가 원하는 인물로 배정할 것.
최우선 조건 셋. [로미오]와 [줄리엣]의 역할을 하는 자는 제3자에게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을 것.
현재 최우선 두 번째 항목의 조건에 대해 문제가 생겨 게이트 구현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줄리엣] 역할로 결정된 멜라니 아이리엘의 경우엔 귀족의 품격과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외모 조건 또한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그러나 [로미오] 역할로 배정된 김민수의 경우 최근 행보와 외모 조건이 부적합함에 따라서 역할 수행이 불가능합니다.
고전명작[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대중성이 높은 작품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외모와 품격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 있어 김민수가 [로미오]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또한 고전명작[로미오와 줄리엣]은 대결 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높은 전투 수행 능력을 동반해야 하는바.
최근 김민수의 전적을 살펴봤을 때 단 한 번의 승리조차 확인 되지 않았기에 엔딩을 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됩니다.
김민수에게 추천 하는 배역은 [로미오]가 아닌 [파리스]입니다.
[파리스]는 마지막 [로미오]와의 결투에서 패배하는 인물로 [줄리엣]의 약혼자입니다.
소유민을 뺏기고 백태양에게 패배한 김민수와 유사한 인물상이라고 판단.
만약 [파리스] 역할에 김민수를 배정할 경우 지금 바로 게이트가 생성 될 수 있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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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안뚱땡의 좁쌀만 했던 눈동자가 단추만큼이나 커졌다.
내가 지금 무슨 글을 읽고 있는 거지?
착각을 보고 있는 건가 하면서 눈도 비벼 보고 가볍게 스트레칭도 했다.
그런데도 메시지가 변하지 않았다는 건 이게 사실이라는 뜻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민수가... 내가 그 속에서 만드는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어이가 없었다.
아니 작가면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그대로 다 구현 되는 거 아니었냐고.
"그러기 위해서 얻은 힘인데... 이게 무...무슨...! 아니 그러면 우리 존잘 민수가 파리뭐시기 역이면 로미오는 누군데!"
허공에 외친 말이었으나 메시지창은 안뚱땡의 말에 반응해 답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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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로미오] 역할은 백태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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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익!!! 내가 내 손으로 백태양이랑 멜라니를 이어 주는 꼴을 볼 것 같아? 절대 안 되는 소리!!! 어림도 없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울 겸둥이 민수가 로미오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메시지창은 이번엔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안뚱땡은 머리끝까지 올라온 분을 어떻게 삭혀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해 우선 방 안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5분 뒤.
안뚱땡은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렸다.
"이...일단 그럼 이번 게이트는 폐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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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뜻에 따라 고전명작[로미오와 줄리엣] 게이트가 폐기 됩니다.
다음에 더 멋진 게이트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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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게이트 구현을 포기하는 것.
그 어떤 수를 쓰더라도 백태양에게서 [로미오] 자리를 뺏어올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최우선 조건들을 포기해서 [로미오] 역할을 일단 백태양에게 주고 민수가 뺏는 작전도 생각해보긴 했다.
"...민수가 지금 너무 약해..."
하지만 도저히 [로미오] 역할 상태의 백태양을 민수가 이길 것 같지 않았다.
이미 [이몽룡] 상태로 [변 사또]의 백태양에게 패배했던 전적이 있던 민수다.
주인공 역을 하고 있음에도 조연에게 패배를 했는데 그 반대의 경우였을 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히든 피스 같은걸 조금 땡겨서 몰아줄 수밖에 없나... 근데 그렇게 되면 내가 글을 못 쓸 수도 있는데... 어...어떻...어떡...어떡하지..."
수없이 생기는 고민 중 안뚱땡이 시원하게 결론 내릴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뿐이었다.
"민수가 기절 했으니 파티도 끝나야지."
그것만이 내가 민수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복지니까.
씁쓸한 중얼거림이 커다란 방 안을 채웠다.
더 데빌 카오스 울트라 킹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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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의 리무진 안.
그곳에 화가 난 멜라니와 그걸 열심히 풀어주는 내가 있었다.
"진짜 실망이예요. 어떻게 저를 냅두고 파티가 끝날 때까지 놀 수 있어요?"
"아니 파티가 일찍 끝난 건데 왜 나한테 실망을 해. 용건 끝나서 바로 너한테 가려고 했다니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중간에 한 번쯤은 저를 챙기러 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구석 자리에 짱 박아놔서 얼마나 심심했는데요!"
"그래서 이렇게 지금 싹싹 빌고 있잖아."
"방금 핑계 댔잖아요! 변명하고!"
"미안해 진짜 마음 깊숙하게 반성하고 있어."
파티는 뜬금없이 막을 내렸다.
주최자가 무슨 사정이 있다고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파티를 끝낸 것이다.
김민수가 기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후에 파티가 중단 되다니.
그럼 김민수랑 노블 쪽이랑 무슨 깊은 연결이 있다는 건가?
노블 쪽에서 일방적으로 민수를 지원해 준 게 아니라 민수 쪽도 어느 이점을 주는 걸까.
그 멍청한 놈이 남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거지.
'나중에 따로 이건 알아봐야겠네.'
지금은 우선 멜라니를 달래는 게 먼저였다.
멜라니는 지금 완전히 화가 났다는 걸 온몸으로 열심히 표현하고 있었다.
팔짱도 야무지게 딱 낀 뒤 고개를 획 하고 돌리며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사과해두요! 같이 온 것도 아니고 제 보디가드로 왔으면 시늉이라도 했어야죠! 막... 그렇게 저 내버려 두고...! 여자들이 가...가슴 부비대니까 조...좋았냐구요!"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민수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그놈이 워낙 여자를 밝혀야지... 그놈이랑 접근하려면 방법이 그것뿐이어서 그랬어. 내가 설마 여자들이 가슴 부비는 걸 좋아하겠어?"
사실 좋아했다.
특히 수진이의 커다란 젖통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쉬는 걸 가장 좋아했다.
"...김민수 때문이었다구요?"
다행이 민수 방패가 제대로 멜라니의 분노를 막았다.
역시 상황이 불리해질 땐 민수 만한 게 또 없었다.
"그래, 너 말대로 네가 있는데 내가 왜 다른 여자들이랑 그러고 있겠어. 보디가드기도 하잖아... 근데 민수가 진짜 날 붙잡고 안 놔줬다니까? 내가 없으면 여자를 못 꼬신다고 하면서 말이야."
한 번 흐름을 탔을 때 끝까지 몰아 붙여야 한다.
난 지금이 아니면 멜라니의 화를 풀어 줄 수 없을 거란 걸 직감했다.
그렇기에 열과 성을 다해 민수를 까 내리며 나의 정당성과 어쩔 수 없음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좀 싫어요. 나중에라도 또 이런 상황 생기면 그때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연하지."
멜라니는 그렇게 말하곤 부끄러운 지 롤빵 머리를 배배 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라는 표정을 지은 게 정말 귀여웠다.
미소를 지으면서 멜라니를 보고 있던 중 시선을 눈치챈 그녀가 날 날카롭게 째려봤다.
"설마 분위기가 좀 좋다고 제 화가 다 풀렸다고 생각한 거 아니죠?"
"아직...아니야?"
생각보다 어려운 여자였다.
말하는 투를 봐선 뭔가 부탁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내일 태양 씨 게이트 휴가 풀리는 날 맞죠?"
"그렇...지?"
어 좀 불길한데.
"내일 그럼 등교... 저랑 같이 해요."
"...알았어."
유민이와 수진이의 시선을 피하고 멜라니와 등교를 해야 한다라.
'난이도가 꽤 높은데?'
벌써 막막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