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96화 (96/325)

〈 96화 〉 헌팅 포차의 ( )신이라고 불리는 사나이.

* * *

둥 ! 두ㅡ웅! 빠ㅡ빠ㅡ빠바밤! 둥! 빰! 둥! 빰!

시끄러운 음악 소리.

"오! 사! 삼! 이! 일!"

왜 하는지 모르는 이상한 구호.

"혹시 술 한 잔 같이 해도 될까요?"

"아뇨 저희 그... 저희끼리 놀러 온 거라서요. 죄송합니다."

"아; 넵..."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남자와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직감만으로 남자를 거절하는 여자.

'진짜 오랜만이네.'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걸 제외하면 헌팅포차를 그대로 빼다 박은 장소였다.

목금토 밤 열시에 줄을 서가며 헌팅포차에 들어가려고 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추우나 더우나 거기에 딱 기다려서 어떻게든 여자 한 번 따먹어보려고 했었던 아련한 추억들.

처음에는 엄청 쫙 빼입고 갔었는데 나중엔 너무 익숙해져서 츄리닝을 입고 갔던 것까지 생각났다.

어차피 헌팅의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은 얼굴이기 때문에 복장은 정말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아닌 것 같지만.'

그룹명을 노블이라고 지은 만큼 귀족다운 품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분위기는 헌팅 포차였는데 입은 차림만 본다면 명품 패션쇼처럼 보였다.

캐쥬얼하고 과도하지 않게 입었다고 해도 명품은 자연스레 티가 나는 법.

당장 옆에 있는 멜라니만 해도 중산층 몇 년 치 연봉을 입고 있는 수준이었다.

"으, 이래서 진짜 여길 별로 안 좋아해요. 맨날 시끄러운 노래 틀고 술 마시고...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신나고 좋은데 뭘,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

멜라니는 이 분위기를 썩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참여 해야 하는 거여서 억지로 온 거여서 더 그러네요. 그...그래도 태양 씨랑 와서 나름 뭐..."

"나? 나 좀 있으면 헌팅하러 갈 건데?"

"네? 왜요?"

"왜냐니, 그러라고 있는 곳이잖아."

멜라니는 내 말을 듣자마자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가면을 쓰고 있어도 무슨 얼굴을 하는 지 짐작할 만큼의 변화였다.

배신자를 보는 듯한 눈초리로 날 째려보다가 이내 그녀의 입이 다시 열렸다.

"절 이렇게 내버려 두고요? 막 주변 사람들 보면 헌팅 하고 그러고 있는데? 저한테도 들어오면요!"

"아니 그... 넌 멀리서 봐도 멜라니일 텐데 굳이...?"

평소에 누가 롤빵 머리를 한단 말인가.

물론 과도한 롤빵이 아니긴 했지만 화려한 금발의 롤빵 머리는 웬만해선 겹치지 않는 설정이었다.

그렇기에 가면을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정체를 누구든지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증거로 옆에서 다른 여자들에게 껄떡거리던 놈들도 멜라니 헤어스타일을 보자마자 뒷걸음질을 치기 바빴다.

헤어 스타일이 일종의 신분증이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멜라니한테 밉보여서 좋을 게 없긴 하니까.'

혹시라도 상대방이 말실수를 해서 가면을 벗고 신분이라도 밝혀지는 순간.

멜라니가 손해를 볼 확률은 극히 적었다.

게다가 멜라니는 이런 분위기를 극도로 싫어하며 억지로 참여한 상태였다.

실수로라도 잘못 건드렸다간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질 수도 있다는 것.

'사교계 파티에서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어서 퇴출 당하는 건 다들 피하고 싶겠지.'

그리고 또 그 옆에 떡대 좋은 금발 보디가드까지 있다는 걸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다들 실력에 자신 있다고는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순간 손해를 본다는 걸 알고 있을 터.

즉 멜라니는 현재 이 사교계 파티에서 다른 의미의 건드려선 안 되는지뢰 같은 존재였다.

"그래도 저 이렇게 내버려 두고 홀라당 다른 여자 찾아간다는 것도 좀 웃기지 않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일부러 최대한 덜 시끄러운 자리에 배치 해 달라고 말 한 건데?"

"...이용당한 기분이예요. 물론 전 여기 그냥 어쩔 수 없이 오긴 한 거지만 그래도 좀..."

얘가 생각보다 나한테 마음이 좀 많이 있나 본데?

이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한 번은 참가해야 하는 멜라니에 편승해서 파티 참가 이후 민수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근데 이런 식으로 서운해 하는 건 굉장히 큰 변수였다.

아직 큰 작업을 친 적이 없는데 이런 사소한 거로 서운한 티를 팍팍 내다니.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상황이 모호하게 변해서 곤란했다.

팔짱까지 끼면서 은근히 정말로 갈 거냐고 가련하게 쳐다보는 멜라니.

어떻게 그녀의 기분을 풀면서 민수를 찾아야 할까 고민하던 그때.

"꺅!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헌팅포차에선 끊임없이 노래가 나오다가 아주 잠깐, 몇 초간 소리가 딱 끊길 때가 있다.

그 순간에 큰 소리가 난다면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지금이 그런 상황이었다.

째질 듯한 여자의 비명과 이어지는 화난 목소리는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다.

'뭐지?'

몸을 반 정도 일으켜서 상황을 확인해 보니 한 남자가 테이블에 있던 술을 엎지른 것으로 추정 됐다.

가득 차 있는 1000cc 맥주잔을 엎질러서 그런 건지 테이블은 엉망이었고, 소리 지른 여자의 복장도 다 젖어 있었다.

"아...아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이게 처음이라서..."

"빨리 닦아주세요!"

"넵 그... 휴지가..."

맥주를 엎지른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감도 못 잡고 어리버리는 타고 있었다.

"아닙니다. 여긴 저희가 닦을 테니 귀빈들께선 마저 즐겨 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눈치 빠른 종업원이 걸레를 가져와서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른 종업원들은 여자에게 사죄하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밖으로 안내하는 등 서비스를 선보였다.

뒤이어 분위기가 이상해져 가는걸 눈치챈 DJ가 다시 급하게 노래를 빵빵하게 틀며 다시 헌팅포차에 흥을 불어넣었다.

이 모든 순간이 정말 번개처럼 지나갈 때.

난 남자의 복장을 자세히 살펴봤다.

'헌팅포차에 빡센 정장핏... 젖꼭지가 보이는 하얀 와이셔츠... 과도하게 넘긴 포마드 머리... 롤업 된 정장 바지...'

노블에 옷을 저렇게 입고 돌아다닐 사람은 정말로 딱 한 명밖에 없었다.

'찾았다.'

김민수였다.

+++++++++++++++++++++++++

==================================

[여자 친구와 고민이 있습니다]의 답변 ­순애일지작가 [태양광]

민수쿤~ 벌써 우리가 질답을 주고받은 지 구천 번째네 ㅋㅋ

이 정도면 진짜 우리 인?연? 인 듯 (랄까나ㅋㅋ) < 퍽

아무튼 그래 사교게 파티 복장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말이지?

그래도 더 이상 날 의심하지 않고 바로 찾아와저서 고맙네 ㅇㅇㅋㅋ

하긴 근데 또 나만큼 치는 놈이 없긴 하지~~~~

잠깐 예전 이야기로 가서 이야기해주자면 나도 이런 파티 진짜 많이 다녔어.

보니까 그 헌포 스탈인데 헌포라고 하면 아나? 헌팅 포차라는 건디 ㅋㅋ

암튼 머 여기서 복장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안아, 안은데 이번에는 좀 다르지.

뭐가 다르냐면 니가 말 했던 데로 가면을 쓴다는 거지.

가면을 쓰면 일단 외모가 가려지기 때문에 나머지 외적인 부분이 가장 크단 말이야.

그래서 약간 좀 케주얼한 스타일의 정장을 입고 나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사교게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완전 그냥 빡샌 정장을 입고 나가는 게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거야.

라고 해도 뭐 ... 정장핏이라는 게 참 오묘한 거긴 한데 사실 나도 예전에 정장 처음 입었을 때.

이게 괜찬은 지 않 괜찬은 지 잘 몰랐는데, 소꿉친구가 갑자기 문을 벌컥 열고서 아침 먹으라고 잔소리 하려다가.

갑자기 얼굴 불히고 어버버 하다가 볼 만하네 이러고 볼에 바람 빠지는 소리 내면서 고개 푹 숙인 거 보면.

ㅇㅇ진짜 정장 효과 있을지도???ㅋㅋㅋ

암튼 그래서 나는 좀 이런 스타일하는 게 어떨까나~ 싶다.

(정장 사진)

(정장 핏)

이런 거면 ㅇㅇ 그냥 가서 슥 여자한테 들어간 다음에 혹시 제가 당신의 마음을 구독 좋아요 했는데, 알림 설정도 해주실 겸.

번호 한 잔 어떠신가요? 딱 이러면 그냥 ㅋㅋ 바로 그냥 야스각이지 이게 야스지 아 ㅋㅋ

바로 도전하라고 민수!

[좋아요1] [싫어요0] [댓글1]

==================================

[댓글1]

ㄴㅇㅇ:: 뭐라 하기도 지친다 진짜 하... 그래도 늘 밝게 살아라 누가 뭐라 해도 기죽지 말고... [신고1]

==================================

민수는 다시 한번 순애일지작가님의 답변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난 틀리지 않았어.'

비록 작은 실수가 있긴 했지만 여자랑 단번에 술을 마실수 있는 기회를 쟁취해낸 것이다.

'순애일지작가님의 코디와 나의 감각적인 센스가 곁들여지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군.'

원래라면 흰색 와이셔츠 안에 이너를 입을 생각이었으나 몸에 자신이 있기에 걸치지 않았다.

또한 너무 빡센 정장의 티를 내고 다니면 다가오기 어려운 분위기일 것 같아서 바지를 롤업까지 해놨다.

이런 상호작용 덕분인지 여자에게 접근할 때 성공률이 아주 높았다.

특히나 근처에 앉기만 해도 내 쪽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 하고 시선을 돌리는 게, 부끄러움을 숨기는 듯했다.

'아주 귀여워.'

아직 멜라니를 찾지는 못 했지만, 그녀에게 접근하기 전에 가벼운 워밍업을 해 두는 것도 예의일 터.

바로 메인 디쉬를 삼키기보단 에피타이저를 즐기는 게 숙련된 조교의 시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안 오려고 했는데... 이런 곳일 줄이야... 앞으로 자주 와야지.'

며칠 전 노블을 사칭하는 사람까지 만나서 별로 신뢰가 가지 않았었다.

'근데 이런 미녀들을 쫙 깔아둔다면 뭐... 내가 활약할 수밖에 없잖아?'

민수는 자신이 지금 물 만난 물고기와 비슷한 급이라고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결론을 냈다.

'난 오늘 이곳에서 신화를 써 내린다.'

오늘 이 사교계 파티에서 신이라고 불리는 사나이가 나타날 예정이었다.

민수는 킥킥 웃으며 예쁜 몸매를 가지고 있는 여자를 찾아 눈동자를 열심히 굴렸다.

바로 등 뒤에 금발을 하는 떡대 좋은 남자가 접근하는 걸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

'최소 2차 가서 동정 딱지 버린다!'

민수의 굳은 다짐이었다.

* *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