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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92화 (92/325)

〈 92화 〉 너 댓글 걔지?

* * *

"네?"

민수는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에고 서칭을 통해 자신에 대한 민심을 알아보던 도중 초인종이 울린 것까지는 이해가 됐다.

그러나 그다음 상황을 도저히 해석할 수가 없었다.

'배달이 잘못 온 것도 아니고... 얜 뭐지?'

전에도 생각한 것이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이렇게 관리가 안 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일반인 수준에서도 한참 아래.

심지어 잘 씻고 다니지도 않는 지 머리가 살짝 떡져 보이기까지 했다.

만화 캐릭터로 비유하자면 3등신 캐릭터인데 배가 엄청 나온 느낌.

동그라미 세 개를 나란히 나열하면 나올 것 같은 인상의 사내였다.

"더 데빌... 뭐,뭐라구요?"

"더 데빌 카오스 울트라 킹이다. 앞으로 자주 부를테니 편하게 데카울킹이라고 부르도록 해. 날 이렇게 줄여서 부를 수 있는 건 '노블' 창단 이래 네가 최초니까 영광스럽게 생각해도 되고 말이야."

"네? 노블이요?"

"그래, 들어 봤나?"

민수도 익히 들어 본 집단 중의 하나였다.

애초에 노블은 김민수가 빅토리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부터 끊임없이 가입 권유를 하던 귀찮은 집단이었다.

인성 교육을 받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각성한 상시 발동형 메인스킬 보유자'라는 타이틀을 대외적으로 광고한 것도 노블이었다.

지금의 용사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노블의 엄청난 자금력과 홍보 때문이기도 했다.

고맙기도 하면서도 도저히 그 속을 알 수 없으므로 가입 권유를 거절한 그룹이기도 했고 말이다.

"또 그 무슨 이상한 가입이나 뭐 입단 권유 그런 거 하시려고 오신 거예요? 근데 대체 여긴 어떻게 들어오신 거예요?"

"아니 뭐... 지금 그런 게 중요한가? 우리가 이렇게 만났다는 게 중요하지. 늘 다른 사람들의 권유를 통해서 말만 들었지 가히 아주 총명한 판단을 내리기는 하는구나. 그러나 그... 음... 우리가 만났다는 게 중요한 거란다."

어? 진짜 얘 뭐지?

민수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 자라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말도 이상하게 하고 같은 말은 반복하고,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백태양이 떠오르는 이유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어서 민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중요하고말고를 떠나서 왜 오셨냐니까요? 아까부터 왜 계속 말을 빙빙 돌려요."

생각하지 않으려고 구석에 박아놨던 백태양이 알아서 떠오르자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되는 건데, 백태양과 관련된 건 못 참는 민수였다.

"그 음... 최근 여러 가지 사건을 보니 네가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걸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널 지원해주려고 하는 것도 있고 이제 유민이도 그렇고..."

"그 이야기는 하지 마시죠! 경.고.입니다."

안뚱땡은 이렇게까지 그 이야기에 반응할 줄 몰라서 굉장히 놀란 상태였다.

말을 한 단어 한 단어 힘주어서 말한다는 건 아주 많이 예민하다는 증거였으니까.

'애니에서도 그랬는데.'

이럴 땐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지.'

주인공이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를 내뿜으면서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때.

항상 그의 곁엔 분위기를 풀어 주는 메이커가 있기 마련이다.

'보통은 히로인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민수 주변엔 지금 아무도 없으니까 내가 하는 수밖에.'

안뚱땡은 이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한 가지가 있었다.

이 상황을 만든 게 바로 안뚱땡이라는 것!

"멜라니한테도 차이고... 자네는 현재 최악의 이성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바로 나 더 데빌 카오스 울트라 킹과 함께..."

"그만하시라구요!"

쾅!

민수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서 급하게 소리부터 질렀다.

일단 급발진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민수였다.

끔벅끔벅.

안뚱땡은 눈을 연신 깜빡거리면서 최대한 표정을 관리했다.

민수보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안뚱땡은 굉장히 겁먹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민수를 더 화나게 해서 만약에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면?

모처럼 찾아온 의미를 다 잃어 버린 거였다.

지금 완벽한 자기 코칭을 통해 더 성장해나가야 할 민수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절대로 안 됐다.

꿀꺽.

민수는 그래도 마음이 어찌나 착한 지 아직 자기 말을 기다려주고 있는 상황.

안뚱땡은 전쟁을 앞둔 장수의 마음가짐을 몸에 새겨넣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노블에서, 그리고 내가 널 도와주러 왔다. 이 모든 일을 해결하기에 혼자서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제가 그쪽이랑요?"

"그래! 생각해 봐라 정말로 백태양 그놈이 전학 온 첫날부터 그렇게 날뛸 수 있었던 이유가 그놈이 잘나서 라고 생각하나?"

"...네?"

안뚱땡은 바로 본론부터 들어갔다.

원래라면 인생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고독과 낭만 그리고 불굴의 용사에 관한 진지한 고찰 등을 나눌 생각이었으나.

상황이 안 좋게 흘러 갔기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수도 화난 것도 잊어 버리고 어느새 자기 말에 경청까지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말이야... 각성하고 난 다음에 갑자기 그렇게 막 활약하고 사건을 몰아서 당하고 그러는 게 말이 되냐고 생각하냐 이 말이야."

"그럼요?"

"다 누가 도와 줬을 게 분명하다고! 말이 돼? 백화점에서 갑자기 몬스터가 튀어나오고! 게이트가 갑자기 S급으로 바뀌었는데 너도 클리어 못 하는 걸 걔가 혼자서 슉 해 버리고 그러는 게 믿겨지냐고! 인성 교육도 안 받은 놈인데! 그 어떤 훈련도 안 받고 대련에서 널 짓뭉갠 것도 그렇고! 그게 진짜 막 혼자의 힘으로 가능하다 생각하냐고!"

"아니 그 음... 의심이 가긴 하는데 왜 계속 제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끄집어내셔서 예를 드시는 건데요?"

민수는 이미 안뚱땡을 의심하던 감정이 싹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주 그럴듯한 말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큼흠 그 부분은 내가 실수했군... 뭐 아무튼 예가 그렇다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거기까지 올라왔을 리가 없다 이런 거다."

"하긴... 저번 게이트만 해도 제가 거의 다 이겨놨었는데 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카이반 퍼스트 시리즈 같은걸 받아가지고..."

민수가 진 이유는 카이반 퍼스트 시리즈 무기 때문이 아닌 백태양의 마족화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백태양은 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 같다.'라는 부분이 핵심이었다.

'하긴 맞아... 그놈은 늘 누구 도움을 받고 있었어... 혼자서 모든 걸 하려는 나와 다르게 말이야!'

애초에 유민이도 내가 마음이 너그러워서 1:1 방과 후 데이트를 하라고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백태양이 나를 대련에서 이겼던 이유? 그것도 다 내가 '진심'을 제대로 내지 않았기 때문이고 말이다.

묘하게 민수는 안뚱땡의 말에 설득 되기 시작했다.

근데 설득이 되면 될 수록 의아한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쪽이 저를 무슨..."

"데카울킹."

"네 그 데카울킹씨가 저를 뭐 어떻게 도와주신다는 건데요?"

"백태양을 완벽하게 이길 수 있는 조력자가 된다는 말 못 들었나?"

"아니 그니까 무슨 방법으로 절 그렇게 만들어 주실 건데요? 그리고 말 끝마다 계속 백태양을 언급하시는데 저 그렇게 안 졌거든요? 백태양 그놈이 거짓말하고 있는 거라구요. 아시겠어요?"

[돈키호테의 허언 발동! 백태양에게 그렇게 지지 않았다는 거짓을 진실로 바꿉니다!]

[돈키호테의 허언이 간파 되었습니다. 상대방은 진실을 알고 있군요.]

민수는 적잖이 당황했다.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고 생각해서 스킬을 발동한 건데, 간파 당하다니?

'아니 그전에 그럼 진실이 내가 완벽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거라는 거야?'

스킬은 절대적인 진실만을 메시지로 표출한다.

진 건 맞지만 솔직히 아슬아슬 했다거나 비등비등 혹은 운빨이라고 생각 했는데.

'진짜라고?'

민수는 다시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잠깐만.'

그러다가 갑자기 뇌가 확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찾아온 삼등분 캐릭터.

내가 싫어할 만한 부분들을 계속 언급하면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방식.

은근히 속을 긁으면서 완벽하게 선을 넘지 않는 언변.

그리고 내가 완벽하게 지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사전 지식까지.

"너 나랑 순애일지작가님이 쓰는 질의응답 글에 댓글 쓴 놈이구나."

"가...갑자기 무슨 소리야?"

순식간에 추리를 끝낸 민수는 눈빛을 날카롭게 세웠다.

어쩐지 수상했다.

본론부터 바로 말 안 하고 이상하게 화제를 빙빙 돌려서 계속 왜 짜증을 유발하나 했는데.

이런 식으로 아예 나한테 접근한다고? 내가 용사라는 신분과 각성자라는 걸 이용해서 해코지 못할걸 알고?

노블까지 알고 있는 걸 봐서는 똑같이 선천적 각성자로 추정 됐다.

그러나 행색을 보아하니 보나 마나 5급 헌터로 판명 받아서 일반인의 삶을 사는 놈처럼 보였다.

이런 별 볼일 없는 놈이 자신을 계속 농락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민수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하는 거 봐라, 턱살도 부르르 떨리고 있네? 너 맞지? 맨날 막 비꼬고 맞춤법 틀렸다고 어? 놀리고 그 걔잖아!"

"아니 이게 갑자기 왜 이렇게 되는 거야 너 지금 단단히 오해 하는 거 알지! 전혀 앞뒤가 안 맞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순애일지작가님이 보낸 사람이라고는 왜 생각하지 못하는 거야?"

"그게 더 이상하지! 순애일지작가님은 자기가 키는 2m에 보디빌딩 대회에 당장 나가도 될 정도로 근육질 몸매라는 걸 이미 사진으로 인증까지 했는데, 그런 사람이랑 네가 연관이 있다고? 게다가 그분은 늘 여자 관계로 바쁘다고까지 예전에 말씀하셨는데? 이 새끼 이거 제대로 파악도 못 하는 거 보니까 맞네 댓글 그놈!"

안뚱땡은 당황하면서도 자신이 과거에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뒤늦게 자각했다.

'민수한테 설득력을 얻으려면 어쩔 수 없었던 건데...'

자기 몸으로는 신빙성이 없을 것 같아서 인터넷 사진을 도용해서 딱 한 번 사용했을 뿐인데.

그게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을 줄이야.

"잠깐만 그 뭔가 오해가 있어!"

"오해는 무슨 오해! 너 따위한테 잠시 속아넘어간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 내가 지금 주먹을 날리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알아!"

쾅!

문이 닫히고 안뚱땡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나는 분명 도와주려고 했는데.

안뚱땡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민수가 열변을 토하느냐 미처 다물지 못한입에서 나온 침을 닦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군... 민수를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이렇게 안뚱땡과 김민수의 첫 번째 만남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역시 난 천재야. 순애일지작가님의 말대로 삼라만상의 뭐시기를 터득한 느낌이라니까... 단번에 사기꾼이라는 걸 간파해 내다니... 오늘도 질문글 하나 올려야겠네.'

하지만 민수의 기분은 훌륭하게 회복 됐다.

어찌 보면 결과적으로는 안뚱땡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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