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88화 (88/325)

〈 88화 〉 캣파이트 같은 건 차라리 귀엽지

* * *

"마음에 드는 집이 없네."

여러 군데를 다 둘러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아무래도 보금자리 호텔 최상급 스위트룸에서 몇 번 잔 게 화근이었나보다.

돈도 있고 보는 눈도 높아지다 보니 웬만한 집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거였다.

그렇게 두 세 시간 동안 집을 보러 다녔지만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하고 기숙사로 귀환했다.

늘 하던 일도 아니어서 진이 빠져 옷을 벗고 침대에 누우려던 순간.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핸드폰이 굉장히 다급하게 울렸다.

평소처럼 전화가 왔구나의 느낌이 아닌 정말로 받아야 한다는 감각이 머리를 스쳤다.

'김민주 부장님?'

누군가했더니 보금자리에서 내 담당으로 전속 배정된 김민주였다.

예전에 원더랜드에 놀러 갔을 때 도움을 많이 받긴 했는데 무슨 일이지?

­안녕하세요 백태양님 예전에 함께 했던 김민주라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혹시 지금 통화 괜찮으신가요?

"아 네네 무슨 일이신가요?"

­혹시 지금 인터넷 기사 보셨습니까?

"아뇨? 저에 대한 게 또 뭐가 올라왔나요?"

불길한 마음이 엄습했다.

좋은 일일 때는 연락 한 번 없던 사람이 기사를 봤냐며 전화까지 하다니.

웬만한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재빠르게 컴퓨터를 켜서 내 이름을 검색했다.

원래라면 수많은 미담부터 나와야 정상인 검색창에 이상한 연관 검색어가 보였다.

'이사? 부동산? 집값?'

내가 이사 계획이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설마 그때 부동산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기척이 기자였나.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 했는데 이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줄이야.

­일단 저희 쪽에서 최대한 기사를 막고는 있습니다만... 이게 갑자기 집값과 연결돼서 여론이 꽤 안 좋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절대 백태양 님의 잘못은 아니니까 너무 낙담하지 마시고...

"아 괜찮습니다. 그보다 그 최초로 기사를 낸 기자만 제대로 처벌 받았으면 합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위치를 파악 했으며 강력한 처벌을 위해서 저희 쪽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여론은 저희도 금방 할 수가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괜찮아요. 그럼 그... 아 있네요 윤산동 기자? 이 분에 대한 확실하게 법적으로 대응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합의하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으니 최대한 가중 처벌로요."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저희 쪽에서 최대한 대응 후 특이사항 혹은 보고사항이 생길 때마다 연락 주기적으로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뚝.

불특정 다수한테 욕을 먹는 건 처음 있는 일이어서 굉장히 당황스럽긴 했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키보드 몇 자를 통해서 인성을 공격해 온다.

그중에서는 평소에 당했던 울분을 푸는 댓글들도 보였는데 아주 혐오적이었다.

'아주 그냥 이때다 싶은 건지 어디서 좌표를 찍은 건지...'

다른 기자들은 내 눈치를 보거나 보금자리 눈치를 보거나 하는 등 추가적인 기사를 쓰지는 않았다.

오직 윤산동 기자만 나와 부동산을 엮어서 계속 글을 쓰고 있었는데 댓글은 그야말로 감정의 오물통이었다.

드르륵드르륵

'음?'

윤산동 기자의 MSG 팍팍 넣은 공상 댓글을 읽던 도중 낯익은 닉네임이 보였다.

[윤산동 기자의 기사 댓글란(1263)]

ㄴ불굴용사김XX :: 얘 처음부터 밥맛 이었음 ㅇㅇ... 이럴 줄 알고 있었다 ㅋ;;; 솔직히 나만 느낀 거 아닐 듯???

아무리 봐도 뒤에 익명으로 처리된 'XX' 표시가 '민수'일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언제나 이런 감은 늘 적중하는 법이었다.

민수는 나한테 당한 게 많으니 굳이 이런 닉네임이 아니어도 댓글을 썼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 뭐 욕할 수도 있지.

대충 기사가 어떤 흐름인지 다 파악해서 컴퓨터에서 벗어났다.

원래 이런 건 궁금하다고 계속 보면 볼 수록 감정에 악영향만 끼치기 마련이다.

"꿍쳐놨던 보상을 쓸 때가 됐네."

처음에 샤엘을 따먹고 난 뒤 환각던전의 보상을 받았을 때 이걸 어디에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애초에 이걸 쓸 일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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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까임방지권(S, 1회)] :: 큰 잘못을 저질러 언론 재판 위기에 처했을 때 단 한 번만 까이는 걸 방지한다.

ㄴ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여론을 무조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전시킵니다.

사용 시 특정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하여 까이지 않으며 모두 당신의 편을 들게 됩니다.

단 한 번뿐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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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받았던 보상을 다시 확인하자 마음이 순식간에 편해졌다.

그때 나왔던 설명보다 더 자세하게 몇 줄까지 추가되어 있기까지 했다.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지만 이유 없이 계속 욕을 먹는 건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러 사람들이 도와줘서 언론을 진압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지가 안 좋아진 이상 꼬투리가 계속 잡힐 수 있는 바.

이런 사건은 초기에 확실하게 진압을 하는 게 맞았다.

'찢으면 되는 건가.'

소모성 스킬이어서 그런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바로 손에 티켓으로 구현 돼 나타났다.

절취선까지 있는 거로 봐선 사용법도 굉장히 간단해 보였다.

망설일 필요도 없어서 티켓을 찢었고, 예상대로 찢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인터넷까임방지권을 사용합니다! 키워드 검색 중... '백태양', '집값', '부동산', '이사' 파악 완료. 까임을 방지하고 여론을 반전시킵니다!]

'끝?'

내가 상상하던 엄청난 이팩트나 효과음 같은 건 없었다.

예전에 봤던 마법사가 나오는 히어로 영화 마냥 엄청난 연출을 기대 했는데.

그냥 메시지 하나 나오고 끝이라니.

S급이라서 특별한 걸 기대 했는데 그런 건 없는 건가?

어쨌든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벗어났다가앉았다가 뭐 하는 짓인지.

자취 좀 하려니까 이상한 파리들이 꼬여서 괜히 짜증이 났다.

윤산동인지 뭔지 꼭 잡혀서 감옥에 오래 썩기를 바라며 인터넷 기사를 확인했다.

'효과는 죽이네.'

정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윤산동 기자의 기사 댓글란(1563)]

ㄴ기문정 :: 이제는 헌터가 마음대로 이사도 못 하게 하냐? 이제 생도 신분에 자취 하고 싶어서 부동산 알아본 걸 수도 있지 무슨 ㅋㅋ [추천 3332 / 비추천 213]

ㄴ정성만 :: 산동아 내가 말했던 대로 되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편육이랑 육개장은 배 터지게 먹겠구나 고맙다 [추천 2023 / 비추천 150]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날 욕하던 모든 사람이 열심히 쉴드를 치고 있다니.

원래 기존에 쉴드를 쳐주고 있던 사람들의 발언엔 힘까지 실리고 있었다.

S급 스킬의 위력을 확실히 체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힘이 강하고 S급 게이트를 뭐 어떻고 해도 인터넷 악플에 시달리는 걸 견디는 건 다른 문제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혐오를 감당할 만큼 멘탈이 좋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위험할 뻔했다.

지구에선 이제 더 이상 기사에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한다던데.

왜 그래야만 했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한숨 돌리고 있을 때 기막힌 타이밍으로 전화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백태양 님. 김민주 부장입니다. 정말로 말씀대로 갑자기 여론이 바뀌었네요... 혹시 다 알고 계셨나요?

"네 솔직히 제가 그동안 선행도 많이 해왔고 아무래도 제 편도 많다 보니까... 금방 다들 진실을 알아차릴 거라고 믿었습니다."

­역시...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나온 말입니다만 최영남 회장님도 백태양 님의 집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하셔서요 혹시 관심 있으시다면 후보군을 몇 개 추려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신가요?

"아 그래 주시면 저야 좋죠. 꼭 좀 부탁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윤산동 기자는 저희 쪽에서 위치 파악도 끝냈고 신고도 다 마무리가 된 상태입니다. 변호사도 이미 고용한 상태이기에 나중에 판결이 나면 그때 다시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뚝.

사건은 정말 빠른 속도로 마무리가 됐다.

헤프닝으로 끝났다고 봐도 될 정도의 속도다.

집도 보금자리 쪽에서 알아봐준다고 했고 아카데미도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한 지금, 이 상황.

오랜만에 휴식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춘향이도 당분간은 내가 좀 쉬겠다고 단단히 일러 놨더니 나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얼마 만의 침대에서 즐기는 여유란 말인가.

NTL 퀘스트도 아직 여유가 있었고 그 안에 민수의 모든 여자를 뺏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다.

유민이는 이미 뺏었고 멜라니도 진도를 나가는 속도를 보니 얼마 안 남았다.

류혜미가 걸리긴 한다만 설마 그 김민수한테서 뺏는데 몇 달이나 걸릴까 싶었다.

핸드폰을 보며 노곤한 마음으로 침대에 뒹굴거릴려는 그때.

메시지 여러 개가 동시에 날라왔다.

(소유민)

(유수진)

(멜라니)

느슨했던 일상에 갑자기 긴장감이 불어넣어진다.

누워 있던 상체가 스프링처럼 자동으로 퉁겨져서 몸을 일으킨다.

'이런 건 계획에 없었는데.'

상상조차 하지 못 했던 변수가 생겼다.

그 와중에 다행인 건 모두 전화를 걸어온 건 아니어서 콜센터 상담원 신세는 면했다는 거다.

'앞으로 하는 답장 하나하나가 정말로 중요하다.'

이미 집은 보금자리쪽에서 알아봐준 곳으로 이사 하기로 마음먹은 상황.

하지만 동시에 세 여인들의 기분도 최대한 배려를 해 줘야만 했다.

즉 결론은 정해져 있는데 과정을 무조건적으로 긍정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

어장 관리를 했을 때의 시절이라면 못생긴 여자애들부터 쳐 내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아주 중대한 기로에 놓인 것이다.

'일단 세 명이 동시에 집에 찾아오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여기서 삼자대면이 일어났다간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셋 다 각성자에 실력으로도 모두 한가락 하는 각성자들이었다.

근데 만약에 내 기숙사에서 싸움이라도 일어난다면?

'캣파이트 같은 건 차라리 귀엽지.'

내 방이 지하 투기장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

'우선... 가장 위험한 순위부터 처리하자.'

한 명씩 답장해서 잘못 송신할 확률도 줄이고, 답장 우선순위까지 재빠르게 설정했다.

첫 번째 타자는 당연히.

'소유민.'

요망한 마녀, 소유민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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