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84화 (84/325)

〈 84화 〉 카이반 퍼스트 시리즈 모델 백태양

* * *

"근데 대체 뭐가 들어가 있길래 그렇게 컸던 겁니까?"

강태민은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던 그 거대한 케이스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렸다.

퀸 사이즈 침대는 될 법한 무식한 크기의 케이스가 오직 무기만을 담은 거라니.

그 어느 헌터도 저런 케이스를 들고 다니지 않았다.

앞으로 자기 인맥줄이 될 VVVIP 백태양의 정보도 알고 호기심도 해결할 겸 그는 입을 연 것이다.

멜라니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커다란 비밀도 아니어서 그런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질문을 받았다.

"무기 라는 건 알고 계시겠고... 그냥 이것저것 넣었어요. 그는 주 무기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거든요."

"네? 돈키호테를 썰고 나올 땐 대검을 들고 있지 않았습니까? 할버드도 있었고..."

"그건 마무리하는 용도로 쓰는 거였고, 실제로 싸울 땐 웬만한 무기를 다 활용 했었어요."

"그럼 그 케이스엔 그때 사용했던 무기들이 다 들어가 있는 겁니까?"

"그때 썼던 건 아니고... 저희가 백태양 씨 한 명을 위해 만든 무기들이 들어가 있죠."

"예에?"

강태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이반은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개인 무구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단 한 번도 수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상 품질의 보급품만을 찍어내던 카이반 그룹에서 갑자기 개인 맞춤 제작 무구를 만들다니.

'새로운 명품 브랜드가 탄생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맞춤 제작하지 않던 이미지를 버리며 단 한 명의 헌터만을 위한 무구를 제작한다.

근데 만약에 그 무구를 다른 사람에게도 판매한다면?

'백태양 브랜드가 나오는 거야.'

침을 꿀꺽 삼킨 강태민은 집에 돌아가면 당장 카이반 주식부터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 떡상 기회의 발 받침대는 나무로 만든 게 아니라 금은보화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마 강태민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 브랜드화가 이뤄지긴 힘들 수도 있어요."

"예? 아 ... 네?"

"표정이 다 티나서요."

"하하...그...그렇군요."

멜라니는 이 말을 내뱉으면서 강태민의 표정 변화를 읽었다.

실망했겠지, 자신도 처음에 느꼈던 감정이니까 이해가 됐다.

카이반에서 처음 내는 맞춤 제작형 무구.

더 유명한 헌터들의 개인 제작 요청을 거절하고 백태양을 선택한 이유.

'얼마나 강한 무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대부분의 헌터들이 개인 제작을 요청해서 신체 능력을 검사해 본 결과.

원래 제작하고 있던 최상 품질의 보급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었다.

더 강한 무기를 원하는 자들도 있었으나 그렇게 된다면 결국엔 무기에 휘둘리는 꼴이 되기 때문에 거절했다.

카이반은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 그걸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헌터를 원했다.

그렇기에 최대한 각국의 유망주들을 모델로 선정해서 직접 만날 기회를 얻고자 했다.

'처음엔 김민수였지.'

용사에게 어울리는 검은 당연히 성검.

그걸 직접 제작해서 멋지게 휘두르는 모습을 만천하에 공개한다면?

전 세계는 더 이상 다른 제조사들의 무기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김민수에게 안타까운 사건 몇 가지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저 무기들은 김민수에게 배송이 됐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민수의 절규'짤이 밈처럼 쓰여지고 있는 지금.

카이반은 굳이 이미지를 세탁 시켜 줄 아량을 베풀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백태양이 있으니까.'

완벽한 대체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노려볼 수 있는 존재.

'다른 사람들한테 팔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카이반 그룹의 기술력이 어디에 도달해 있고 헌터와의 어떤 시너지를 내는 지.

수많은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와도 늘 정점은 단 하나라는 사실을 알려줄 때가 된 것이다.

'저 무기를 들고 나오는 그 순간부터 이미 카이반 모델은 백태양으로 확정이다.'

카이반 퍼스트 시리즈 모델 백태양.

거인이 눈을 뜨고 드디어 발자국을 남길 차례였다.

'근데 왜 갑자기 옷을 갈아입은 거지?'

멜라니의 뒤에서 왜 그녀가 옷을 더 예쁜 걸로 갈아입었을까 하는 강태민의 의문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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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양 인식 중… 인식 완료. 배송 중……. 》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케이스에서 나오는 음성은 민수를 분노케했다.

"뭐야!"

민수는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란 말인가.

"나는 개고생했다고!"

수천 번의 과거 시험을 보면서 최고의 보상을 쟁취 해냈다.

그리고 이제 탐관오리를 박살 내고 엔딩 조건을 만족 시키는 것만 남았는데.

백태양이라니?

그럼 지금 나한테 한 대 맞고 벽에 처박혀 있는 게 백태양이란 말인가?

나 혼자만 들어와야 하는 던전에 또!

또 방해를 하러 온 거였다.

유민이와 자기 사이를 방해한 것으로는 모자랐는 지 여기까지 와서 훼방을 놓다니.

민수는 붓검을 쥔 손에 힘을 더 강하게 넣었다.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해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놈이었다.

"백태양! 여태까지는 네가 이겼어도 이번에는 나한테 안 돼!"

저 커다란 케이스는 아마도 백태양의 무기 케이스일 터.

하지만 백태양 근처까지 떨어지려면 아직 시간이 꽤 남은 걸로 보였다.

그렇다면 그 전에 제압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난 예전의 김민수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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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달성! [불굴]

업적 달성! [선비의 극]

업적 달성! [한계 돌파]

절대로 깰 수 없다고 판단 된 과거 시험을 완벽하게 장원 급제로 클리어했습니다.

흐트러진 정신 하나 없이 과거 공부에 매진한 그 정신이야말로 [불굴]

장원 급제하면서 선비란 무엇인지, 지조와 절개란 무엇인지를 알았기에 [선비의 극]

이 모든 걸 통 틀어서 더 이상 과거 자기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며 [한계 돌파]

또한 [혼전순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정]이기에 업적 달성 보상이 더욱 강화 됩니다!

보상으로 메인 스킬 용사(???)가 불굴용사(???)로 강화 됩니다!

불굴용사(???) :: 절대로 깰 수 없을 것 같았던 시련을 멋지게 격파한 모습이야말로 불굴!

꺾이지 않는 의지! 굽힐 수 없는 신념을 지닌 당신은 그야말로 불굴용사입니다!

위기에 몰릴 시 더욱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한계에 몰려도 포기 하지 마세요!

당신은 결국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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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급제로 과거 시험을 마치자마자 보상이 썰물처럼 들어왔다.

'메인 스킬의 강화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보상이다.'

한 번 결정된 메인 스킬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

이 불변의 법칙이 깨짐과 동시에 더 강한 모습으로 변모까지 하다니.

그야말로 주인공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거기다가 붓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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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급제로 과거 시험을 통과한 당신!

클리어 조건을 비록 달성하지 못 했지만... 단 한 번의 기회로 모두 역전 시키면 된 달까나.

넌 실패해도 아무런 그런... 거 없으니까 다 괜찮으니까! 이길 생각만 하라고!

엔딩 조건 :: 탐관오리[변 사또]와의 승부에서 승리(0/1)

현재 클리어 조건을 실패한 상태입니다.

엔딩 조건 달성 실패 시 @( %!$(#%

걱정하지 말라고! 이기는 것만 생각해!

아무런 페널티도 없을 테니까 말이야! 랄까나...

그대로 가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붓검' 줄 테니까 멋지게 이길 생각만 하라고.

'붓검'이 지급 됩니다.

붓검 :: 고전명작[춘향전]에서 [이몽룡]이 탐관오리[변 사또]를 해치울 때 사용하는 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붓을 그은 것처럼 검은 선이 생겨납니다.

지형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휘둘러도 상관없습니다.

그려진 먹선을 통해서 다양한 공격을 펼쳐보세요!

또한두 번째 선택지를 골라 어려운 길을 멋지게 통과해낸 당신!

보상 [굉장히 멋진 선비 갓]이 지급 됩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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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허무함이 아주 강하게 몰려 왔었다.

육천 번 동안 시험을 봐서 어렵게 시험을 통과한 보상이 고작 갓이라니.

정말로 그때 메시지창에 써져 있던 그대로였다.

'이렇게까지 별 차이 없을지 누가 알았냐고... 하지만 괜찮아'

강화된 메인 스킬과 붓검, 그리고 굉장히 멋진 갓까지.

마지막 보상만 빼놓고 본다면 정말로 최고의 라인업이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자신은 이렇게 노력해서 힘겹게 얻은 보상과 무기를 고작 로켓 배송 하나로 비비려고 하다니!

또 무슨 개수작을 부렸는 지 모르겠으나 이번에는 정말로 어림도 없었다.

"순순히 그냥 쓰러져 백태양!"

"뭐야 눈치챘냐?"

"여긴 날 위한 게이트야! 내가 모든 걸 받아야 마땅하다고! 용! 호랑이!"

쾅! 쾅!

검을 휘두를 때마다 튀어나오는 그림들이 백태양을 수세에 몰리게 한다.

극도로 강화된 자기 신체와 어떻게 합을 이루는 지는 모르겠으나 무기는 커버하지 못했다.

손과 발만으로는 무기와의 거리 차이를 좁힐 수 없기 때문이다.

백태양인 걸 몰랐을 땐 초근접전을 허용 했지만, 이젠 아니었다.

"아주 그냥 꼴사납구나! 그때 돈키호테랑 싸웠던 모습은 다 어디 갔나 보지!"

[강타 발동! 붓검에 강대한 힘이 깃듭니다!]

"그냥 포기하고 게이트에서 썩 꺼져! 춘향이도 그렇고 다 내 거라고!"

"요즘은 어린 애들도 그렇게 땡깡 안 부리는 데 넌 참."

"이이이익!!!!"

아무리 화가 나도 민수의 검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수없이 훈련 받았던 동작들과 강화된 보상의 힘 덕분이다.

평소라면 감정에 휩쓸려서 몸이 멋대로 움직여야 정상이었지만 이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었다.

그 증거로 백태양은 변변찮은 반격 한 번 하지 못하고 계속 회피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툭.

"용! 호랑이! 사자! 죽어!"

붓그림으로 만들어진 소환수들을 이끌며 백태양을 끝장 내려고 할 때.

쾅!

"...?"

김민수가 흥분을 하느냐 경계 하지 못했던.

로켓배송 중인 무기 케이스가 정확히 백태양과 김민수의 사이를 가로 막았다.

《 배송 완료. 카이반 퍼스트 시리즈 모델 백태양 지금 전개합니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민수가 붓검을 휘둘러 무기 케이스를 치워 버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거대한 케이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기들이 김민수를 순식간에 밀어내며 엄청난 바람을 내뿜었기 때문이다.

쉬이이이이이이.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며 흙먼지가 순식간에 마당을 채웠다.

"고작 이딴 걸로 상황이 바뀔 것 같아?!"

민수 정도의 각성자는 흙먼지 같은 시야 장애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법.

다시 한번 백태양에게 접근해 수세에 몰린 놈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려는 순간!

흙먼지를 먼저 뚫어낸 건 백태양의 한 마디였다.

"여태까지 재미 좀 봤냐? 그랬기를 빈다."

전신을 무장한 백태양이 김민수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음과 동시에.

빡!

왼손에 잡고 있던 거대한 방망이로 민수의 복부를 강타해 벽에 처박히게 만들었다.

와아아아아!

탐관오리의 보좌관과 몸종들이 소리를 질렀다.

완벽한 [변 사또]의 부활을 알리는 함성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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