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82화 (82/325)

〈 82화 〉 ...여기서 해도...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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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룡]이 장원 급제를 함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 됩니다.

[변 사또]는 특전 보상에 따라 [성춘향]이 [포주]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더 이상 조교를 위해서 골머리를 썩을 필요가 없다니, 정말 다행이죠?

[이몽룡] VS [변 사또]의 대립 구도가 완벽하게 성립한다고 판단.

밸런스 또한 6:4 정도로 과하지 않은 정도이기에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변 사또]는 고전명작[춘향전] 게이트의 법칙에 따라 [관아]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변 사또] 역할 수행자의 지식 판단 결과 [춘향전] 내용을 알고 있다고 판단.

별도의 안내 없이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동의하겠습니까? YES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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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는 진행 해야 한다고 쳐도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밸런스가 6:4라는 저 한 문장이 기분 좋게 훈련하고 있던 신경을 제대로 긁었다.

내가 4라고? 김민수가 6이고?

분석 결과에 오류가 있지 않은 이상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알파메일의 효과로 인해서 동정에게 절대적인 우위까지 가지는 마당에 내가 4라니.

김민수가 한 거라곤 시험을 육천 번 이상 본 게 전부였다.

혹시 내가 모르는 과거 시험 성장 비법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내가 너무 김민수를 쉽게 생각했나.'

실제로도 쉽기도 했고 여러 번 두들겨 팼기 때문에 감이 떨어진 걸 수도 있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김민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이란 자고로 역경을 이겨 내고 성장하며 끝내는 모든 걸 이뤄내는 법.

그 법칙에 따라서 이번 계기를 통해 김민수가 강해진 거라면?

충분히 그럴 법한 전개였다.

애초에 이 게이트를 소개시켜준 이유도 저런 것 때문이었으니까.

일단 직접 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네'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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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관아'로 변합니다.

[이몽룡]이 이미 고을에 있어서 잠시 후 [성춘향]이 '관아'에 도착합니다.

이야기의 흐름대로 수청을 들라하고 그녀를 억압하고 감옥에 가두세요!

그 후 [이몽룡]을 물리치고 고전명작[춘향전]의 히든 엔딩을 달성하세요!

클리어 조건을 달성 했기에 보상의 격을 나누는 엔딩 조건이 공개 됩니다.

탐관오리[변 사또]의 엔딩 조건 :: 암행어사[이몽룡]과의 승부에서 승리(0/1)

승부는 탐관오리[변 사또]의 생일날 벌어질 예정입니다.

엔딩 조건 달성 실패 시 아무것도 얻지 못하며 게이트만 클리어하게 됩니다.

최선을 다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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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메시지창을 보자마자 맨날 헛웃음을 반복적으로 내뱉는 기분이다.

아예 조건반사 행동이라도 학습한 느낌.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

클리어 조건을 만족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그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니.

한 편으로는 김민수는 그럼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 건가? 라는 걱정도 생겼다.

내가 춘향이를 완벽하게 손에 넣고 순애까지 망친 상황이다.

근데 김민수가 한 거라곤 이야기의 원래 흐름대로인 [이몽룡]의 장원 급제만 완료한 상태.

어쩌면 이 게이트는 두 명이 들어올 시 한 명이 나가지 못하도록 설계된 걸 수도 있었다.

'아니지 걔 걱정은 할 필요가 없구나.'

안뚱땡의 궁극자캐딸로 완성된 캐릭터가 게이트에 갇혀서 영영 못 나올 리 없었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주인공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었다.

역으로 내가 갇힌다면 안뚱땡은 좋다고 발로 박수까지 칠텐데 생각만 해도 꼴 받았다.

"아이이고오 사또님 어찌하여 이러십니까."

"음?"

잡생각이 많아서 몰랐었는데 장소는 이미 관아로 바뀐 상태였다.

흔히 사극에서 볼 법한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커다란 흙마당 앞에 의자 하나가 놓여져 있고, 난 거기에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본의 아니게 백성들의 통곡을 무시하고 다른 생각하는 탐관오리가 된 셈.

과정이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변 사또] 느낌이 잘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됐고 이 고을에 가장 예쁜 기생이 누구냐? 부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일부터 하기엔 너무 마음이 무겁구나. 조금 있으면 내 생일이니 기생들 얼굴이나 한번 봐야겠다."

"이 고을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방은 꽃나비로 여러 꽃나비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춘향이라는 계집이 아주 기가 막히다고 합니다."

"허 그러냐? 그럼 내 한 번 얼굴 봐야겠구나. 당장 데려오라."

작위적인 대사를 주고받으며 마침내 몸종은 스토리 전개에 가장 필수적인 대사를 내뱉었다.

"하오나 춘향은 이미 저번 사또의 아들인 이몽룡과 혼약을 약속하여 그를 오직 한마음으로 애틋하게 기다리는 중입니다."

"허허 어느 양반이 엄한 부모 아래 살며 혼약을 맺기도 전에 기생년을 데려갈 준비를 한단 말이냐? 어서 데려오라."

"하...하지만...!"

"눈앞에 있는 양반 눈치는 안 보고 양반이랑 혼약 좀 맺었다는 계집은 무서우냐? 나도 그럼 너에게 무서운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아닙니다 나으리 그게 아니옵...!"

뻑!

신체를 극한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문장이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하얀색 공간에서 몇 번이고 훈련을 거듭한끝에 결국엔 깨달았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 몸이 움직인다.'

힘의 조절부터 시작해서 만화 속에서나 볼 법한 움직임이 모두 구현 가능해진다.

'백태양'이 가지고 있던 전투 센스와 응용력이 바로바로 튀어나온다는 소리다.

무의식적으로 최선의 루트를 찾아내고 가장 올바른 방식으로 몸을 움직인다.

쾅!

잘못을 빌기도 전에 몸종이 주먹 한 대 맞고서 벽에 처박힌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으므로 이미 한 번 반항한 놈을 끝까지 곁에 둘 순 없었다.

'뭐 지금은 그냥 탐관오리 행세를 하는 거지만.'

괜히 바닥에 침도 뱉으며 주위를 살폈다.

근데 양반은 침 안 뱉나?

"그... 제가... 제가 후딱 대령하겠습니다 나으리!"

"어 그래, 오냐."

리더쉽을 뛰어넘는 '나다싶'이 발동된 남자 몸종 하나가 재빨리 발을 놀렸다.

'나다 싶으면 일어나자'는 정말 만국공통이구나 싶었다.

나머지는 얼어서 눈동자조차 제대로 굴리지 못 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건 그거고.'

탐관오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건 수행하는 거였다.

"그래서 춘향이 고 계집이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그... 여기랑 기방이랑 거리가 좀 있어서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

"맞습니다. 그...뭐냐... 아무튼... 너무 노여워 하지 마시고..."

"뭐? 노여워? 내가 고작 이런 일로 노여워할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이느냐? 허허...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구나."

"잘못 했...!"

뻑!

잘 가다가 이어진 말실수에 다시 주먹을 날렸다.

상관과 대화할 때는 항상 주의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하여튼 요즘 것들은 이래서 안 됐다.

쾅!

옆에 있던 놈에게 고개짓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무래도 지금 달려간 놈이 이 고을에서 빠르기로는 손가락 안에 들 놈이니 금방 올 것 같습니다."

"아주 만족스럽구나."

"하하 감사합니다. 제가 봤을 때 나으리는 절대로 이런걸로 노여워하실 분이 아닌데 어찌 저놈이 감히..."

몸종끼리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화기애애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이간질을 살짝 하면서 내 눈에 들고 싶은 티가 역력했는데, 놈은 한 가지 실수를 범했다.

"뭐? 감히 네가 날 판단해? 내가 누군지 알고 멋대로 그럴 분이다 아니다를 논하느냐?"

"아...아아...! 아닙니다 나으리... 그럴 의도가 아니옵...!"

뻑!

쾅!

총 세 명의 몸종이 나란히 벽에 처박힌 절경이 만들어졌다.

춘향이가 오기 전까지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놀려고 했는데.

'이대로 가다간 다 벽에 박혀 있겠군.'

[변 사또]는 [포주]보다 권력이 높고 힘도 강했기 때문에 정말 이 고을의 왕이었다.

[포주]는 신분 차이로 인해 눈치라도 봤다면 [변 사또]는 폭군 그 자체!

지방에 있는 고을이어서 안하무인, 천상천하유아독존이 그냥 머리에 박혀 있었다.

"나으리! 춘향이가 왔습니다! 나으리! 춘향이가 왔습니다!"

"그래 중요한 거여서 두 번이나 말했구나. 잘했다."

"헤헤..."

나다싶을 발휘했던 몸종이 춘향이를 데려왔다는 말에 대문이 활짝 열렸다.

원래 이렇게 열지 않아도 될 텐데 다른 몸종들도 맞기 전에 척척 움직인 결과였다.

이제 판도 다 깔렸겠다.

수청을 들라하고 춘향이가 그걸 거절하는 이야기만이 남았다.

'이 대사를 진짜 하게 될 줄이야.'

문 너머로 춘향이가 들어오고 빠른 엔딩을 위해서 [변 사또]의 명대사를 내뱉으려는 찰나.

춘향이의 입이 먼저 열렸다.

너무 환하게 웃고 있어서 끌려온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얼굴도 함께였다.

"나으리! 너무 보고 싶었사와요... 소녀, 어찌 된 일인지 기방에 갇혀서 옴짝달싹도 못 하고 나으리만 생각해 왔답니다..."

감정이 이어진다는 게 이런 말이었을까.

너무 당황해서 잠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몸종들도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난 얼른 침착함을 유지했다.

'사소해.'

이런 변수는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기에 그 대사를 다시 입에 담았다.

"춘향아 내 수청을 들라."

내 말을 듣자마자 춘향이의 얼굴이 싹 바뀌었다.

밝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고개까지 푹 숙였다.

원작대로 가는 건가?

아무래도 이몽룡이 나타나려면 형식적으로라도 거절은 해야 할 터.

이대로만 가면 무난히 엔딩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한껏 마음이 부푼 그때!

그녀의 한마디가 좌중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기서 해도...되나요...?"

"...."

원작대로 하자 좀.

거절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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