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80화 (80/325)

〈 80화 〉 인생 떡상 가자...!

* * *

"...아가씨 정말 사람들을 안 불러도 될까요?"

"..."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기는 정말 주제넘는다는 걸 알고 있고 아가씨가 저보다 훨씬 많이 배우신 분이어서 더 현명하시겠지만 S급 게이트를 두고 이런 대응은 너무 약하다고 생각 됩니다. 이게 솔직히... 다른 게이트도 아니고 자칫해서 게이트 웨이브라도 일어나는 순간 무슨 몬스터가 쏟아질 지 모르는데... 아가씨 혼자서 막으신다는 생각을... 저도 물론 아가씨의 무력을 잘 알고 있지만, 만약에 디펜스형 게이트 공략 실패일 경우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억 마리가 몰려 올 수도 있다잖습니까..."

강태민은 필사적이었다.

사람을 믿는 건 믿는 거고 게이트 실패를 예방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근데 지금, 이 멜라니라는 아가씨는 '신뢰'라는 명목하에 자기 기업을 지키려고 하고 있었다.

'이해는 되지만서도...'

백태양 생도의 무력이 생도 수준을 초월했다고 쳐도 S급 게이트는 이야기가 달랐다.

몇 번이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지금 당장에라도 헌터팀에 지원을 요청 해야만 했다.

'세계적인 대기업만 아니었어도...'

그중에서도 헌터들에게 무기를 대는 카이반 그룹만 아니었다면 큰소리를 쳤을 거다.

사실 카이반 그룹이어도 강태민이 이전의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얼마든지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있었다.

'아오 시발 진짜...'

게이트를 열었다는 증인이 멜라니와 백태양 밖에 없으므로 아직은 발언에 힘이 없었다.

기자들이 깔려서 S급 게이트를 오픈 했다는 걸 세상 사람들이 다시 알기만 한다면?

그땐 진정한 강태민의 부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멜라니 밖에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을 풀어서 게이트 근처로 접근하지 못 하는 통제 인원은 오픈 장면을 보지 못 했을 터.

그렇기에 강태민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종알 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가씨 진짜 결단을..."

"알아요. 지금 강태민 씨가 무슨 생각하는 지도 알고, 이게 어떤 상황인 지도 전부 다 알고 있다구요. 물론 절 되게 어리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어요 같은 생도를 믿는 그런 유치한 소꿉장난에 S급 게이트 목숨 장난을 치고 있다고 짐작하실수도 있구요. 하지만 이쪽도 다 계획이 있어요."

"예?"

투두두두두두.

투두두두두두.

게이트 주변은 험난한 산속 지형이다.

그렇기에 물건을 가장 쉽게 배송하는 방법은 단 하나.

공중을 이용하는 것뿐.

"제가 알기론 오픈 스킬은 한 번 연 게이트는 다시 열 수 없다고 했었죠?"

"네... 그렇죠 뭐..."

"근데 그건 생명체가 통과할 경우의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맞습니다. 되게 자세하게 알고 계시는군요? 보통은 그렇게 해서 디펜스나 오펜스형 게이트 클리어 기간이 장기화 될 경우 지원을 넣기도 합니다만..."

"그럼 한 번만 더 열어 주세요."

"예?"

숲이 헬기의 프로펠러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거세게 흔들린다.

헬기는 커다란 케이스를 줄에 연결한 상태로 이쪽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뭐지 저게?'

강태민은 살아생전 저렇게 큰 무기 케이스를 본 적이 없었다.

일개 헌터의 무기를 담는 케이스가 무슨 퀸 사이즈 침대 만하단 말인가.

"백태양 씨의 무기 적합도 검사 파일을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프로토타입이지만... 그라면 충분하겠죠."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지원요청해서 게이트 웨이브를 대비하는 것과 게이트 내적으로 물품을 지원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 아닙니까?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가씨..."

처음엔 큰 소리를 쳤지만 압도적인 경제력 차이로 인해 강태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래도 할 말은 했다는 생각에 묘한 짜릿함이 있었다.

나름 부잣집 아가씨에게 참교육을 시켜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구구절절 맞는 말이기 때문에 분위기도 그렇게까지 이상해지지도 않았다.

"맞죠, 알아요. 게이트 웨이브를 걱정 하시는 것도 그렇고... 기자들이 쫙 깔린 상태에서 오프너로서의 화려한 복귀전을 알리고 싶으신 마음마저 다 이해가 됩니다."

"..."

멜라니의 말에 강태민은 정곡이 찔린 건지 입을 꾹 다물었다.

화려 했던 언변은 다 사라지고 꿀 먹은 벙어리만이 남은 상황에서 멜라니는 상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제 판단은 조금 달라요. 우선 게이트는 김민수가 들어가자마자 닫혔어요. 즉 극소수가 공략을 해야 하는 게이트인 거예요. 그게 컨셉형이 아닐 지라도요. 그렇다면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하거나 보스 몬스터가 아주 강력하다는 건데... 그렇다면 컨셉형이라는 게 제 추측이예요. 오히려 그러므로 무슨 몬스터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지원을 요청할 수 없는 거구요."

이건 솔직히 멜라니의 궤변에 가까웠다.

내부의 지원과 외부의 예방책은 얼마든지 둘 다 준비할 수 있다.

혹여 멜라니의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헌터들이 게이트와 거리를 두고 상황을 주시하게 하면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멜라니는 예쁘게 입고 기다리라는 그 자신감 넘치는 백태양의 말을 굳게 믿었다.

그 남자가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카이반 그룹의 앞길을 꽃길로 만들어 줄 걸 의심하지 않았다.

'...믿어요 백태양 씨.'

세계적인 대기업 카이반은 세계 최고의 아카데미가 있는 한국에선 아직 인지도가 부족하다.

아무리 많은 무기를 만들어도 '그거 그래서 빅토리거 보다 좋음?'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멜라니는 과감한 도박을 하기로 결심했다.

김민수가 싸질러둔 똥을 완벽하게 치우며 높게 도약할 단 한 번의 순간.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어차피 지원은 올 수밖에 없어. 시간문제일 뿐이야.'

아무리 산속 깊숙이 게이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S급 게이트의 파장이기 때문에 감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멜라니가 굳이 적극적으로 지원요청하지 않아도 헌터팀은 알아서 온다는 말이었다.

단지 강태민이 말하는 건 그 시기를 좀 더 빨리 당겨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였을 뿐이다.

'일개 생도가 S급 게이트를 눈앞에 두고 오프너까지는 불렀는데 지원요청하지는 않았다...라는 부분만 상황을 맞춰서 설명 한다면 모두 통제할 수 있어.'

억지이자 생명을 건 도박.

"지금 게이트 열어 주세요, 무기 케이스 투입합니다."

"근데 이게... 연다고 해서 딱 그 앞에 도착하는 게 아닙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게이트 안전 지대가 따로 없는 곳이라면 랜덤한 위치로 떨어지기에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 정도는 다 예상하고 있으니까."

"옙..."

칙 치지지지지직.

이미 한 번 열렸던 게이트는 두 번의 허락은 없다는 듯 강태민의 손을 거칠게 밀어냈다.

"끄오오오오오오!"

강태민은 필사적으로 양손과 발 끝 그리고 엉덩이와 허리에 힘을 불어넣었다.

'여차하면 튀면 된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개인은 길가에 흩날리는 낙엽보다 나약하다.

강태민은 게이트를 열면서도 수많은 변수를 생각하고 지워갔다.

'만약에 게이트 웨이브 기미가 오면 잽싸게 튀면 된다. 현장에 없기만 하면 되니까... 근데 만약에 게이트 클리어에 성공 한다면...'

지원이 오지 않더라도 멜라니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밀어 줄 것이라 믿었다.

밀어 주지 않아도 이미 백태양이라는 엄청난 인맥을 얻은 상황이다.

'백태양은 최영남 회장과 엄청 긴밀한 관계다... 아니 최영남이 백태양의 팬클럽 회장 같은 느낌이지... 다리가 연결될 수도 있었고... 이민준 팀장은 또 헌터계의 MC같은 느낌이니까... 연줄이 엄청나다... 이건 떡상... 떡상의 기회다.'

S급 게이트의 반발력으로 인해서 손 가죽이 벗겨지고 피가 철철나는 그 순간에도 강태민은 실득을 계산했다.

'이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기회다. 게다가 백태양은 여론도 좋아서 그를 돕는다면 자연스럽게 세탁기가 돌아갈 수밖에 없어... 세탁기가 돌아갈 때 과감한 고아원 기부와 노인복지시설 지원을 통해 민심을 폭발적으로 끌어모은다... 그리고 2030대는 백태양이 싸인해준 하얀색 티샤츠를 입고 투 샷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그는 멜라니의 고집을 꺾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행복 회로를 풀로 돌렸다.

멜라니의 의도대로 백태양이 게이트를 클리어 해서 나오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기 제조업의 가장 꼭대기에 있다는 카이반의 무기까지 지원 받는 백태양이라면?

"열렸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악!!! 빨리이이이이!!!"

귀를 찢을 듯한 비명과 함께 게이트의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멜라니는 헬기로 운송된 무기 케이스를 급하게 던져넣었다.

"됐어요! 넣었습니다!"

"우오오오오오!"

무기를 넣었다는 걸 자각하자마자 더 이상 반발력을 이겨 내지 못한 강태민은 튕겨 나갔다.

쾅!

멜라니는 강태민이 바위에 부딪치기 직전에 몸을 받아 냈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내 인생... 다시 날아오른다...'

고급유만 먹여야 하는 애물단지 스포츠카를 마음껏 끌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할 만큼 했으니 잠시 쉴 때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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