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77화 (77/325)

〈 77화 〉 춘향이를 조교한 다음에 따먹기까지 해야 한다.

* * *

"아빠아아아아!!!"

오도도도 달려오는 소리를 내는 내 딸.

금지옥엽으로 키워서 그런지 세상 두려울 게 하나도 없는 해맑은 미소를 수시로 보여 준다.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증거.

그게 바로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나으리

"왜 어른들이 자식을 낳으면 세상이 달라지는 지 알 것 같군."

이태옥의 삶에서도 단 한 번도 없던 순간이 여기서 찾아오다니.

백태양이 참 내 인생에서 많은 걸 바꾸었다.

처음에는 소설 속에 들어와서 방황하고 얼만 탔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보란 듯이 멋진 가정을 이룰 정도로 장성 했다.

"아빠아아아아아앙!"

넘어질 걱정은 하지도 않는 지 우다다다 달려와서 내 품에 쏙 안긴다.

체중을 그렇게 앞에 두고 달렸는데 단 한 번의 휘청거림도 없다니.

누구의 신체 능력을 물려 받았는 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수저는 몰라도 근수저만큼은 제대로 물려 받은 우리 딸.

물려 받은 것뿐만 아니라 수저의 활용을 위해 어릴 때부터 코칭을 시작 했다.

아직 8살이었으나 나이 차이 두 배까지는 거뜬히 커버할 수 있는 실력.

쉭! 쉭!

지금도 잠깐 품 안에 있다가 몸이 근질거리는 지 능숙하게 쉐도우 복싱을 한다.

정확한 복식 호흡과 올곧게 뻗은 직선의 주먹.

"아빠 이거 봐! 나 이제 드디어 감아 때릴 수 있어!"

"오 역시 우리 딸 똑똑한데?"

정직한 직선 뿐만 아니라 훅을 날릴 때 살짝 팔을 감기까지 한다.

무에타이 기술까지 접목 시켜서 그대로 엘보우까지 연속 동작을 이어 나가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구나 우리 딸."

"당연하지, 나 이번에 서당에서도 천자문 한 문제도 안 틀렸다? 짱이지?"

"그러게 우리 딸 아주 그냥 천재야 천재!"

나으리

이 순간이 정말로 행복했다.

제2의 인생은 백태양으로 빙의한 게 아니라 백태양으로 가정을 꾸릴 때부터 진짜였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결혼 그리고 토끼 같은 딸을 낳았을 때의 감동까지.

'눈을 감고서도 그릴 수 있을 정도야.'

자연스럽게 아내를 떠올릴 때 양반은 못 된다고 그녀의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렸다.

"나으리~ 이번 과거 시험 결과 나왔어요~"

"...아...맞아 그랬지..."

즐거웠던 감정이 다이빙 하듯이 추락한다.

3년에 한 번씩 본다는 말도 안 되는 주기를 가진 시험.

비정기적으로도 시험을 치른다는 말도 있었으나 여태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아마도 소설이 '정기시인 식년시로 장원 급제를 하는 이몽룡'을 원하는 거겠지.

"결과는?"

"아 그게..."

날 보면서 방긋방긋 웃던 춘향이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어떻게 하면 내 기분이 최대한 괜찮아질 지 고민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난다.

사실 이제는 어느 정도 포기를 한 상태였다.

자그마치 12년 동안 장원 급제는커녕 급제조차 하지 못했던 놈이다.

이제 와서 장원 급제를 바라는 게 더 우스운 꼴이었다.

"괜찮아. 솔직히 짐작하고 있었어."

"그래도요..."

춘향이는 날 위로하려고 조심스럽게 날 끌어안았다.

'...그냥 민수를 죽일까.'

민수는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과거의 문턱조차 밟지 못 했다.

언제는 한 번 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합격을 못 하나 싶어서 한양에 가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소설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포주]를 고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변수를 차단하려고 한 모양인데, 정말로 다른 의미에서의 완벽한 차단이었다.

"나으리... 근데 왜 이렇게 땀을 흘리세요?"

"땀?"

내가 땀을 흘리고 있다고?

너무 허탈한 감정 때문에 탈수 증세가 오려고 하는 걸까.

실제로 손바닥을 보니 땀이 흥건했다.

아니 근데 점점 흥건한 걸 넘어서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땀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 풍경도 점점 흐려지고 눈앞에 있는 춘향이의 얼굴도 사라져갔다.

"뭐...뭐야...!"

안개? 안개 같은 게 있는 건가?

스토리를 너무 진행 안 해서 실패 처리하게 된 걸까?

그때 아까부터 계속 들렸던 목소리가 정말로 크게 하늘에 쩌렁쩌렁 울렸다.

나으리 일어나세요!

"...!"

"아 나으리 일어나셨군요... 혹시 괜히 깨웠다면 죄송합니다. 땀을 너무 흘리시고 고통스러워하시길래..."

"꾸...꿈이었구나."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게이트에 온 후 첫 장소인 [포주]의 방이었다.

옆에는 월향이가 아무것도 입지 않고 내 품에 안겨 날 걱정스럽게 올려보고 있었다.

달빛에 비춰서 새하얀 나신이 묘하게 빛을 내는 데 놀란 마음과 다르게 바로 발기가 됐다.

"...그래... 김민수 그 새끼가 한자를 못 외웠다는 말을 듣고 너무 충격을 먹어서..."

­뭐? 한자를 몰라? 뭐 하는 새끼야! 야 이 미친 새끼야 그러면 과거 시험도 못 보잖아!

­허! 개백정만도 못한 포주놈아! 네가 살던 세계의 상식과 나는 완전히 다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오히려 스펀지 같다는 것으로 어? 이 자식아! 스펀지 알아? 모르지? 스펀지라는 게 있는데 이게 엄청 물을 잘 빨아들이고 설거지할 때도 좋고 아무튼, 그런건데! 내가 지금 그런 상태라고! 그것도 완전 마른 스펀지! 그러니까 나는 막 어! 우쒸 임마! 무시하지 마! 내가 그때는 졌지만 이 지식이란 걸 물처럼 뇌로 흡수해서 금방 과거 장원 급제 할 테니까!

­...

잠시 눈을 감고 그때 상황을 떠올리자 두통이 즉시 몰려왔다.

김민수의 급발진과 주변 사람도 신경 쓰지 않는 데시벨 용량 그리고 방대한 혼잣말과 열등감까지.

딱 한 번 입을 열었을 뿐인데 민수는 나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주었다.

게이트를 못 나갈 지도 모른다는 허망함에 빠져서 곧바로 방에 들어왔었다.

그 후 분이라도 풀려고 월향이를 불러서 개처럼 따먹고 같이 잠을 청했다.

"...물 한 잔만 다오..."

꿀물로.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으리."

월향이는 옷을 다소곳하게 입고선 방 밖으로 나갔다.

'대리 시험이라도...'

그렇다기엔 한자를 특별히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나라도 한자를 제대로 배웠다면 바로 그렇게 했을 텐데.

욕지거리가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창밖을 내다 봤다.

달은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동그랗게 빛을 내고 있었다.

'정말 꿈에서처럼 여기서 눌러앉게 되는 거 아냐?'

춘향이가 아내인 부분이 이상 했지만, 그런 사소한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꿈이 너무 현실성이 있었기 때문에 안 좋은 결과쪽으로만 계속 생각이 귀결된다.

'[포주]가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비정기시가 없는 것도...'

얼마든지 전부 다 기정사실화가 될 수 있었다.

근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미간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진다.

"나으리 꿀물 가져 왔습니다."

"그래 고맙다."

월향이가 가져온 꿀물을 받으며 목을 축였다.

"야 월향아."

"네 나으리."

"너는 한자를 아예 모르는 놈이 과거 시험을 장원 급제 하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 것 같으냐."

"과거 보시게요?"

"아니 나 말고, 그냥 평균적으로 봤을 때 말이야."

"휴..."

내가 보는 게 아니라는 말에 한숨을 내뱉는다.

아마도 평생 안 될 테니 꿈도 꾸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숨 같은데.

그런 거에 일일이 태클을 걸 기운조차 없었다.

"으음...근데 보통 한자를 엄청 잘 아는 사람도 급제를 잘못해요 나으리. 얼마 전에 20년 동안 과거 시험 팠다가 모조리 실패해서 막 울고불고 죽어버릴 거라고 길거리에서 난동 핀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월향이의 입에서 나올 대답에 많은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아무리 멍청해도 열심히 하면 6년쯤 걸리지 않을까요?' 정도는 나올 줄 알았는데.

'20년 동안 해도 안 될 놈은 안 되는구나.'

달디 단 꿀물이 목으로 흘러 넘어갔으나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근데 안뚱땡 이 새끼는 무슨 이런 게이트를 만들어놓고 깨라고 한 거야.'

이게 대체 왜 김민수를 위한 게이트란 말인가.

아무것도 못 하고 몇십 년을 여기서 허비해야 될 수도 있었다.

각성을 위한 첫 단추가 한자 외우기라는 게 말인지 똥인지.

"...나으리 혹시 피곤하지 않으시다면..."

소녀, 나으리 품 안에 있으니 몸이 뜨거워집니다.

월향이는 내가 꿀물을 다 마시고 잔을 내려놓자마자 내 품으로 들어왔다.

사르륵 사르륵 하며 옷을 벗고 슬금슬금 내 몸을 어루어 만진다.

비단 같은 손으로 내 허벅지 안쪽을 쓸면서 대놓고 하자는 신호를 보낸다.

처음 눈을 떴을 땐 그렇게 썩 내켜하지 않는 얼굴이었는데, 한 번 맛을 보니 제대로 중독된 모양이었다.

하긴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흑구렁이를 달고 있는 남자는 최강의 섹스 심볼인 법.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쾌락으로 몰아치는 걸 누가 싫어하겠는가.

"큼흠..."

아무리 화가 나도 떡은 쳐야지.

월향이의 탱탱한 엉덩이를 꽉 쥐어 잡으며 내 다리 위에 앉혔다.

대면좌위를 나한테서 배워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그녀는 다리를 내 허리에 감았다.

"아흐으윽...! 너...너무 깊어요 나으리이이...이잇...!"

애무를 할 필요도 없이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는 그녀의 보지에 좆을 박았다.

'잠깐만 이거 혹시.'

그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월향이도 엄연히 게이트 내에 존재하므로 '몬스터'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김민수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몬스터'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성춘향한테 처녀폭격기가 발동한 게 그 증거다.'

근데 월향이를 처음 안았다고 추정될 때에도 그렇고 지금도 아무런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이것이 뜻하는바는 단 하나.

월향이는 처녀가 아니며 춘향이는 처녀라는 것.

그렇다는 건 처녀폭격기가 발동해서 누군가의 스킬을 뺏어 올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유일한 변수는 오직 그거 하나뿐이었다.

김민수가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

'춘향이를 조교한 다음에 따먹기까지 해야 한다.'

보스 몬스터와 섹스해야 한다는 사실이 달갑지는 않았다.

월향이 같은 경우엔 스킬 하나 못 쓰는 일반인의 느낌이 강했으나 성춘향은 스킬 발동까지 했으니까.

가장 무서운 점은 처녀가 아닐 경우엔 [처녀폭격기]가 발동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즉 완벽하게 조교를 하지 않으면 따먹은 이후에 돌변할 수도 있다는 소리.

'내일부터 본격적인 SM플레이에 들어가야겠군.'

내가 왜 김민수 이 새끼 때문에 보스 몬스터랑 섹스할 생각마저 해야 하지?

민수가 언제쯤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아앙...나으리이리...하아...소녀...몸이 막 간지럽습니다...이상합니다아.아아...흣으...!"

부르르 몸을 떠는 월향이를 꽉 안으며 춘향이가 있는 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정말로 심장이 떨어질 뻔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

하마터면 살을 섞고 있던 것도 잊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뭐야?'

눈을 부릅뜬 춘향이가 방문을 훤히 열고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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