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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68화 (68/325)

〈 68화 〉 혼자여도 충분해

* * *

돈키호테 게이트를 제때 열지 못해 셀 수 없을 만큼의 비난을 받은 강태민.

평범한 사람이라면 멘탈이 나가서 폐인이 됐을 정도지만 그는 달랐다.

"계속해봐, 단가 낮추면 그만이야."

오프너들끼리 협업해서 단가를 맞춘 마지노선.

강태민은 그 마지노선을 깨트리고 게이트 오픈 가격을 점점 낮추고 있었다.

이대로 몇 년만 지나면 동네마트에서 파는 순두부가 더 쌀 정도의 속도!

강태민은 후회하지 않았다.

정말 딱 한 번만 물꼬를 트면 되는 일이었다.

다시금 강태민의 '오픈' 스킬 실력이 여전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자리만 생기면 된다.

'그땐 특수한 사정이 생겼다고 둘러 말하면 돼.'

게이트를 다시 열 수 있는 자리만 마련 된다면.

옛 명성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딱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돈키호테 게이트를 클리어한 지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았으나, 이 정도까지 없는 건 계산 밖이었다.

'오픈'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스킬을 누구든지 활용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야 정상일 텐데.

그동안의 업보를 청산하려는 듯 주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일만 들어오지 않을 뿐 재산은 아직 여전히 있는데, 상류층에서 배제 당한 것이다.

그 이유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천해일과 멜라니 때문이겠지.'

강태민이 아무리 잘나가 봤자 개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천해일과 멜라니는 거대한 덩어리의 머리 쪽에 위치한 인물들.

그 두 명이 강태민에 대해 아무런 발언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안 좋은 이미지가 박힌 바.

상류층에선 당연히 그 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기에 알아서 추방을 시킨 거다.

강태민은 자신이 그들의 입장이었어도 그렇게 했기에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단지 인맥이 다 끊기니까 일감을 물어다 줄 곳이 없어서 애가 탈 뿐.

"누가 돈 가지고 안 오나..."

위급한 상황, 일 분 일 초가 중요할 때 열지 못 하는 오프너는 쓸모가 없다.

오프너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긴 했어도 이건 너무 가혹했다.

밖을 나가기만 하면 기자들이 몰려오고 집에만 박혀 있자니 삶이 피폐해진다.

비상식량들도 거의 다 떨어져서 슬슬 밖을 나가야 했다.

'이러다가 대인 기피증이 생기면 어쩌지.'

폐인이 되지 않았을 뿐, 우울한 감정은 그를 좀 먹어가고 있었다.

화려하던 집도 암막 커튼으로 다 빛이 가려져 어두운 그때.

우웅 우웅 우웅

핸드폰이 밝은 빛을 뿜어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일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핸드폰 번호는 페이크고, 업무용 번호로 쓰는 핸드폰 번호가 따로 있었다.

언제든지 연락을 받아서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를 한 것이다.

­여보세…

"안녕하세요 강태민입니다. 최근 불미스러운 일들 때문에 잠깐 주춤 했지만 능력이 지금은 다시 회복되어서 언제든지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준비된 오프너, 강.태.민입니다. 가격은 현재 최저 단가로 드리고 있으니 편하게 이용하실수 있을 겁니다. 제가 무엇을 도와 드리면 될까요"

숙련된 상담원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안내 속도!

강태민은 이 동아줄을 절대로 놓칠 수가 없었다.

­핸드폰으로 주소 보낼 테니까 지금 당장 와주세요.

뚝.

"좋았어!"

통화 내용이 어떤 방식이던지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핸드폰에 찍힌 의뢰 주소와 의뢰인의 이름이었다.

'백태양.'

날 추락시켰지만 이렇게 날 다시 구원해주려고 하다니.

강태민은 마음이 따듯해지는 걸 느끼며 창문을 열었다.

다시금 비상할 때였다.

++++++++++++++++++

"뭐라고 하던가요?"

"금방 올 것 같던데? 되게 열심히 말하네."

"기자들이 따라 붙는 건 저희 쪽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 부분은 걱정 안 해. 대신 내가 나중에 부탁하는 거나 잘 들어 줘."

"파...파렴치한 건 안 돼요."

"알아."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멜라니가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이 휘말릴 가능성까지 생각해서 광범위하게 주변을 통제시켰다.

산 깊숙한 곳에 있는 게이트를 어떻게 발견 했는 지가 정말로 의문이었다.

누가 알려주지 않는 한…

'알려 줬다면?'

유민이와 김민수의 사이가 완전히 끝나버린 걸 안뚱땡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

안뚱땡이 원래 계획했던 김민수의 파워업은 내가 모조리 뺏었기에 따로 보충이 필요할 터.

이번 S급 게이트를 통해 주인공을 강화할 계획을 짰을 수도 있었다.

게이트가 S급이지만 컨셉형이라는 점과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이 그 근거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큰 의문은 왜 이걸 멜라니한테 말해줬냐는 거다.

'보통 폐관 수련 같은 느낌으로 하는 거 아닌가?'

강한 보상을 얻고 그걸 숨기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한다.

아마 그 결정적인 순간은 나와 싸우는 순간일 터.

그렇게 해서 날 가뿐하게 이기고 '참교육'하는 시나리오여야 할 텐데.

왜 이걸 이렇게 공개적으로 알린 거지?

내가 모르고 있는 함정 있는 건가.

여태까지 멍청한 척을 했던 게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라면…

"멍청한 사람이 갑자기 똑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예를 들면 본모습을 숨기고 있다거나."

"김민수라면 불가능하죠."

"역시 그렇지?"

"네, 이런 이야기보단 더 건설적인 이야기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김민수를 모델로 추천한 백태양 씨의 책임 같은 거요."

멜라니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날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 말려 있던 롤빵 머리가 메두사의 뱀처럼 보일 정도였다.

사파이어를 박은 듯한 눈동자가 반짝거리면서 대답을 요구한다.

불퉁한 표정으로 팔짱까지 딱 끼고 있었는데, 가슴 받침대 같은 느낌을 줬다.

"적극 추진한 건 너였잖아."

"그렇게 만드신 거겠죠. 두루뭉술하게 더 이상 넘길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김민수로 보이세요?"

"그래서 무기 테스트 참여하기로 했잖아. 그리고 이번 게이트 사건도 네가 도움을 청하는 쪽 아니야?"

"그렇게 계산하시면 안 되죠. '김민수의 절규'와 그 이후 김민수의 행동 변화를 연관 지으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강태민이 오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해놨기에 할 수 있는 건 대화 뿐이었다.

근데 멜라니는 이 기회를 바로 추가적인 거래의 상황으로 봤는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금발은 보통 나무 그늘에 가려지면 빛을 내지 못해야 정상인데.

찬란한 금발이 은은한 금빛을 뽐내며 자기 정당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멜라니한테 도움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이었지만 여기서 주도권이 넘어가면 곤란했다.

앞으로 김민수를 컨트롤하기 더 쉽게 하려면 멜라니의 목줄은 필수였다.

"백태양 헌터니이이이이임!!!"

무슨 답변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멀리서 강태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산속이라서 뛰기 어려울 법도 한데, 상관없다는 듯 저돌적으로 몸을 앞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연락 한 지 5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오다니.

확실히 사람이 일이 끊기고 좀 절박해지니까 태도가 달라지는 구나.

"칫... 이 이야기 나중에 다시 진하게 해요. 절대로 전 가볍게 넘길 생각 없어요."

"알겠다니까, 누가 뭐래? 나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 아니야."

자연스레 웃음을 지으며 강태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멜라니도 사회성을 발휘하며 손을 흔들었는데, 얼굴엔 찝찝한 표졍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정말로 뵙고 싶었습니다. 이 늠름한 모습과 자태! 그리고 한 번 만들어진 인연은 놓지 않는 화려한 센스까지! 저 강태민 정말로 이번 기회를 통해 개과천선하여……"

"안녕하세요 강태민 오프너, 이렇게 빨리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일단 상황이 급하니 잡담은 나중에 하고 게이트부터 열어 주시길 바랍니다."

"네네 당연하죠, 하하. 언론에서 다 제 실력이 녹슬었네 스킬 사용이 안 되네 하지만 다 음해이고 거짓입니다. 제가 지금 바로 증명을 하겠습니다."

강태민은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처럼 보였다.

'아니지 이게 어쩌면 본모습일 수도 있겠네.'

화려한 허례허식과 사치를 즐기던 삶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강태민.

예전에 스킬을 각성하기 전 시절의 성격이 나온 게 틀림없다.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서 절박했던 그때 그 모습이 생존 본능을 통해 구현된 것이리라.

실제로 그때 늘 품에 들고 다니던 청구서는 보이지도 않았다.

입고 있는 옷은 전부 다 명품이어도 입고 있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법.

절박한 얼굴로 게이트를 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다른 사람처럼 같았다.

"끄아아아아악!!!"

강태민은 갑자기 게이트를 열다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억지로 닫히는 문에 양손을 끼워 넣어 강제로 막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게이트가... 되게 빠악!!!!!"

굳이 뒷말은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긴 안뚱땡이 배려한 건데 쉽게 열릴 리가 있나.'

돈키호테는 아예 열리지를 않았었다.

그렇기에 지금 사람 한 명 정도만 드나들 공간이 생긴 것만 해도 감지덕지했다.

당황하는 멜라니와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는 강태민.

멜라니는 나와 같이 들어갈 생각이었는지, 나와 게이트를 번갈아서 쳐다보고 있었다.

"혼자여도 충분해."

"무슨...?"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딱 한 명 정도만 들어갈 틈이라면 내가 들어가는 게 무조건 맞았다.

"예쁘게 차려입고 기다리고 있어."

김민수 데려올 테니까.

수많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게이트 속으로 몸을 던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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