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더 데빌 카오스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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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성자의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치안은 좋아졌다가 악화됐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수치로는 선천적 각성자가 늘어나면 치안이 좋아지고, 후천적 각성자가 늘어나면 치안이 악화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교육의 차이 혹은 스킬의 미숙함과 자기 객관화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최근 후천적 각성자 중에서 가장 뜨거운 헌터가 있다죠~?"
"아~ 혹시 그 백발을 휘날린다는~?"
"최근 20대 남성의 태닝 비율과 헬스장 수익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이 남자!"
"바로 백태양입니다!"
티비에선 그 주제와 관련해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인물인 백태양을 엮었다.
'후천적인 각성자가 치안을 나쁘게 한다고? 그럼 백태양은?'라는 주제였다.
알게 모르게 에서는 선천적 각성자와 후천적 각성자의 차별이 존재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부자와 로또 당첨된 부자 간의 격차라고 해야 할까.
위치는 비슷 했지만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생긴 차별이었다.
정부는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각성자들끼리 싸워서 피를 보는 건 패배자가 아닌 일반인이었다.
개인 대 개인이 아닌 파벌 싸움으로 나누어져서 난전이라도 벌어지는 날엔……
'다 죽는 거지 그런 건 대비할 수도 없어.'
김사돈 피디는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걸 짊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애초에 '가장 뜨거운 감자를 찾아라! 각성자 수확제!' 프로그램도 정부가 압박을 넣어서 만들어진 프로였다.
'압박을 넣는다고 인식이 개선 됐으면 진즉에 사이좋게 지냈겠지.'
이 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은 선천적, 후천적을 나누지 않고 착한 짓을 하는 건 '각성자'라는 거대한 집단이라는 걸 알리는 것이다.
범죄 행위를 일으키는 건 '각성자'라는 집단보단 '범죄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 각성자의 집단 의식을 강화하는 게 최종 목표였다.
취지까지는 좋았는데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제발 한 명만...!'
아무리 뒤져도 후천적 각성자의 미담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있긴 했는데 이걸 대놓고 방송에 내놓기에는 굉장히 미미했다.
일반인도 할 수 있는 걸 미담이라고 말하고 다니면 과장 됐다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법.
김사돈은 이 프로그램의 수명을 굉장히 짧게 보고 있었다.
대부분 선행은 선천적 각성자가 하고 범죄는 후천적 각성자가 하기 때문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후천적 각성자 중에서 핫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범죄자는 엄선할 수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차별만 강화시킬 것 같던 찰나.
"아 진짜 S급 게이트를 클리어 했지만 정말로 겸손한 태도 좀 보세요."
"그니까요, 보통 저 나잇대는 으스댈 법도 한데... 자기 관리까지 철저히 하기 위해서 바로 귀가 하는 것까지!"
"사진 자료가 나왔네요, 같이 보실까요?"
"크... 한 손엔 대검... 한 손엔 할버드... 진짜 멋지네요. 남자인 제가 봐도 반하겠어요."
"어머, 여자인 저는 어쩌겠어요. 손에 쇠사슬 감은 것 좀 보세요... 대검을 놓지 않기 위해서일까요?"
백태양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최근 선천적 각성자의 샛별인 김민수가 추락하는 틈을 정확히 파고든 것이다.
타이밍도 정말로 완벽했다.
'김민수의 절규'짤이 인터넷에 떠돌 때 백태양의 'S급 게이트 클리어 후' 사진이 풀린 것이다.
S급 게이트를 클리어 한 지는 좀 지난 시간, 김민수가 떡락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사진을 푼다?
'이건 무조건 의도 된 거다.'
일부러 사진도 바로 풀지 않고 때를 기다린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진에 저렇게 완벽한 보정을 할 리가 없을 테니까!
단순히 기자들이 플래쉬 터트려서 찍은 사진과는 급이 달랐다.
몇십 년 동안 사진업계에 종사한 사람이 현실을 그대로 화면에 담은 듯한 감각.
김사돈 피디는 눈앞의 기회를 걷어찰 만큼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기회에 후천적 각성자의 이미지를 백태양과 유사하게 만든다.'
겉은 불량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친절하고 성품이 올바르다는 이미지!
'나쁜 남자 스타일로 간다...'
궁극적으로 '각성자는 모두 인명 피해에 힘 쓰며 선합니다.' 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면?
차별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내 인생은 꽃가마를 탄 황금길이다.'
반드시 이 프로그램에 백태양을 섭외 하리라.
김사돈 피디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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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새끼!!!!!"
와장창!
참지 못하고 오동통한 손으로 티비를 내려쳤다.
"뭐? 그놈이 멋지고 어쩐다고?"
티비에선 계속 헛소리가 떠벌거리며 튀어나왔다.
특히 원더랜드에서도...
...아...그...진짜 그....감명...게...
내리친 충격에 티비는 화면을 지직거리며 소리를 간헐적으로 뱉어냈다.
더 이상 개소리를 듣지 못하겠단 표정으로 남자는 리모컨을 조작했다.
띡
티비를 끄고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최근 선천적 각성자의 이미지가 떨어지면서 갑자기 상황이 이상해졌다.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너무 잘 알았지만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여태 지켜 준 건 나 몰라라 한다 이거냐? 해준 게 얼만데 바로 이렇게 등을 돌려!"
"진정해, 이래서 대중을 개돼지라고 하는 거라니까? 바로 사료 푸니까 꿀꿀 꺼리면서 먹잖아."
"저걸 보고 어떻게 진정해! 제대로 배워 먹지도 못한 놈들이 꾸역꾸역 이미지 개선하는데!"
"그 분께서 아직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
"김민수 그 찐따새끼만 아니었…"
뭐라고?
오싹!
열을 내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내려앉는다.
진정하라는 말을 들어도 날뛰던 자들이 모두 몸을 엎드린다.
단 한 마디가 좌중을 압도하고 굴복시켰다.
"더 카오스 킹이시여..."
솔직히 '카오스 킹'은 굉장히 쪽팔린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했던 게임의 닉네임도 아니고 '카오스 킹'이 뭐란 말인가.
하지만 아무도 그 불만을 입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이 집단의 수장 이명이 마음에 안 든다고 대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분명 찐.따.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마...맞습니다!"
카오스 킹이 분노하고 있을 땐 몸을 납작 엎드려야 했다.
아예 가슴이 바닥에 착 달라붙어서 오래된 껌딱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말이다.
거기다가 김민수는 우리가 대표로 내세우는 인물... 그런 악독한 언어는 쓰지 말도록...랄까
""명심하겠습니다!""
아무도 그를 거스를 수 없었다.
예전부터 존재해 왔던 선천적 각성자 기득권 집단 '노블'
누가 만들었는 지도 모르고 무슨 목적인지도 수수께끼인 집단.
그러나 선천적 각성자 중에 기득권인 자들은 모두 가입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최근 합류하게 된 자들 말고는 모두 카오스 킹을 전적으로 따르고 있었다.
아무도 그에게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왜 그가 수장인지부터 시작해서 하필이면 '더 카오스 킹'으로 불러야 하는지.
그 어떤 질문도 허락하지 않았기에 노블의 회원들은 의문을 가지는 걸 포기했다.
그저 그의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굴러오는 것만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최근 스킬을 빼앗는 헌터의 존재는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바로 이 몸이다.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엎드려 있어서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린 전설의 시작을 목도하는 거 아닐까?
1급 헌터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스킬 헌터의 진실.
'스킬 헌터는 후천적 각성자만을 노린다.'
사실 이건 노블쪽에서 일부러 정보를 은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급 헌터들 사이의 정보망에 혼선을 주는 게 어려움에도 왜 이리 혼신을 다하나 했더니.
'저분의 뜻이었다니...!'
방금까지 티비를 때리던 사내는 정말로 깊게 감복 했다.
인성 교육도 받지 않고 우연히 각성해서 운 좋게 헌터가 된 놈들.
그놈들을 어떻게 박살 낼 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예 스킬을 뺏어 버리다니!
스킬을 무슨 방법으로 뺏었는 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노블의 회원들은 모두 그 결과에만 온정신을 집중했다.
최근 우리가 밀고 있던 아이콘의 이미지가 완전 엉망이 됐더군... 난 이 원인을 나약 이라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사실 죄송할 건 없었다.
그냥 김민수가 길거리에서 울고 불면서 일방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한 거였으니까.
나약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감이 많았지만, 다들 신경 쓰지 않았다.
스킬을 뺏는 그 권능이 지금은 가장 중요했다.
'저 힘만 있다면...!'
후천적 각성자인 주제에 자신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헌터 놈들의 코를 짓뭉갤 수 있었다.
정말로 건방진 놈들이었다.
지들 이미지에 맞는 하급 던전에서 시체나 뒤적거리며 살아갈 것이지, 어떻게 감히!
이건 비단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노블은 철저한 차별과 후천적 각성자들의 핍박을 원하는 집단이었다.
일반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각성자 사이의 갈등은 진하고 깊었다.
이 힘에는 제약이 많이 따른다. 그렇기에 너희에게 나눠줄 땐 열화판을 나눠 줄 수밖에 없다. 한 번의 기회를 주마. 우리의 목표는 백태양이다.
""알겠습니다!""
드디어 세상에 힘을 드러내고 활개를 치는 건가!
모두의 몸이 뜨거워졌다.
안 그래도 최근 인지도가 급상승 중인 백태양을 안 좋게 보고 있던 참이었다.
근데 이렇게 알아서 참교육 기회가 굴러 들어올 줄이야.
그리고 이 행동은 가히 악마적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기에 이제부터 난 더 데빌 카오스 킹이 되겠다.
"네 알겠습니다 데빌 카오스 킹이시여!!!"
꼭 '더'를 붙이도록!!!
"네 더 데빌 카오스 킹이시여!!!"
모두 볼 안쪽을 피가 날 정도로 씹으면서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이런 장난 같은 칭호? 얼마든지 장단에 맞춰줄 수 있었다.
더 높은 힘을 가지고 최고의 권력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힐끔 더 데빌 카오스 킹을 바라봤다.
어둠에 가려져 있어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으나, 살짝 접힌 턱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 잡아당겨보고 싶네.'
묘한 충동이 생기는 턱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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