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선도부 누나의 방 안에서...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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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지 않은 게 정답이었을까.'
백태양이 가지고 있는 뒤처리 스킬에 대한 습득 경로를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유민혁은 과연 이 판단이 옳은가에 대해 잠시 고민하고 있었다.
아카데미를 나오지 않더라도 각성자라면 모두가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사실.
스킬 명까지 똑같은 스킬을 얻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이 공식을 백태양은 눈앞에서 보란 듯이 박살 냈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아니었지만, 백태양의 뒤처리 스킬 방식은 자기 방식과 너무 흡사했다.
아니 흡사를 넘어서 오히려 완전히 똑같다고 볼 수 있었다.
백태양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몰래 뒷조사한 적이 있었다.
혹시 가난해서 비슷한 환경에 처했기 때문이 아닐까?
'딱 평범한 가정이었어... 알바도 요식업 쪽으로만 했고.'
백태양과 청소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퍼즐 조각이었다.
단순히 뒤처리 스킬을 동일하게 얻었다고 해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니었다.
최근 1급 헌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아주 긴밀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스킬 헌터'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항상 1급 헌터 주변에서 나타나 기습한 뒤 스킬을 빼앗는다.
모든 과정이 전부 다 수수께끼였다. 메인 스킬은 뺏지 못하는지 서브 스킬만 쏙쏙 골라서 가져간다.
1급 헌터 주변에 숨어 있는데 어떻게 기척이 걸리지 않았는 지부터 시작해서, 스킬을 빼앗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까지.
의문투성인 존재였다.
그렇기에 유민혁은 마음속으로 백태양을 용의 선상에 집어넣었다.
아무리 F급 스킬이라지만 스킬 헌터와 관련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도무지 그럴 사람으론 보이지 않아."
연륜이라는 선입견은 때론 과한 오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평균치를 구할 땐 아주 효과적이다.
유민혁이 살면서 만나온 사람들의 경험치를 종합해서 백태양을 파악한 결과.
외형만 불량스럽지 속까지 그대로 썩은 사람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긴 했지만 신경 쓰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미 다 식어 버린 커피를 홀짝이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이번 생포 작전에 백태양을 추천해 봐야겠군.'
스킬 헌터가 활개를 치게 냅둘 순 없기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놈을 생포해야 했다.
백태양에 대한 의심은 사라진 게 맞지만 신중해서 나쁠 게 없는 바.
놈을 생포하는 작전에 백태양을 넣고 반응을 지켜보는 정도의 보험은 들어두는 게 옳았다.
아까 대화를 나누던 자리에서 자연스레 권유해보려고 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손님을 초대해서 일 이야기를 꺼내면서 압박하는 모양새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뚜르르르
네 유민혁 헌터님, 무슨 일이신가요?
"아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 하네. 혹시 지금 통화 괜찮은가?"
네 괜찮습니다.
유민혁이 전화를 건 상대는 최근 '헌터란 무엇인가'에 대한 발언으로 인지도가 급상승 중인 이민준이었다.
뛰어난 헌터 축에 속하는 이민준도 스킬 헌터 생포팀에 포함 되어 있었다.
"백태양 헌터를 이번 생포팀에 넣는 게 어떤가 싶어서 말이야."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유능한 건 알고 있지만...
"이건 일단 자네만 알고 있게……"
정보를 숨기고 추천을 해봤자 의미가 없었다.
이민준도 백태양의 행보를 지지할 뿐 그의 모든 걸 긍정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철저한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했기에 유민혁은 입을 열었다.
스킬 헌터와 백태양의 맞물리진 않지만 묘하게 엮일 수 있을 듯한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방법까지.
백태양을 믿고 있는 이민준이었기에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사안 들이었다.
'너무 큰 사건에 휘말리게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군.'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각성자라면 응당 가져야 할 책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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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은 살면서 남자를 자기 방에 들여 본 적이 없었다.
아빠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던 나름 금남의 구역이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그 공간은 백태양이라는 남자 앞에서 허무하게 그 의미를 잃어 버렸다.
'방을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살면서 해왔던 게 공부 밖에 없어서 그런지 여자의 방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최소한 남자라면 '여자의 방'을 생각할 때 상상하던 기준치가 있을 텐데.
유수진의 방은 아무리 자세히 봐도 그런 면에서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침대 위에 있던 인형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저것마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누나 방 진짜 깔끔하고 좋네요. 내 방이랑은 완전 달라요."
"그...그래? 그러면 내가 나중에... 청소해 줄...까?"
"에이 그건 너무 민폐죠. 제가 해볼게요."
"민폐 아냐... 나중에 그럼 같이 하자."
"그래 주시면 저야 좋죠 누나."
백태양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달콤하게 귓가를 간지럽힌다.
누나 소리가 이렇게 달달하게 들릴 줄이야.
남자들이 오빠 소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거 때문이었을까.
마음 같아선 바로 태양이 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솔직히 나도 각오하고 부른 건데...'
괜히 치맛자락 끝을 꼼질거리며 태양이를 힐끔 거리길 반복한다.
태양이가 자신을 야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싫었다.
너무 쉽게 보이면 금방 질릴 수 있다는 친구의 조언이 생각 났다.
처음부터 몸과 마음을 다 주면 안 되고 남자가 사냥감을 쫓는 것처럼, 살살 꼬리를 흔들어야 된다는 말.
문제는 만난 처음부터 몸을 줬었고 백화점에선 마음마저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는 거다.
수진이는 방에 놓여 전신거울 쪽으로 슬그머니 몸을 옮겼다.
"...!"
"무슨 일이예요 누나?"
"아...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뭐 생각나서 그래."
"그래요? 와 근데 누나 침대도 진짜 푹신하겠다. 앉아봐도 돼요?"
"응, 편하게 있어도 돼."
"고마워요."
거울을 보자마자 선도실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몸이 흠칫 떨렸다.
자기 몸을 단단히 붙잡고 단단한 나무뿌리 같은 몸으로 자신과 몸을 섞었던 기억.
첫 경험의 감각은 아직도 몸을 휘감고 놓아주질 않고 있었다.
"누나, 너무 딱딱하게 있는 거 아니예요? 혹시 긴장 했어요?"
"응? 아냐 내가 무슨 긴장해..."
"미안 해요 제가 잘못 봤나 봐요. 제 옆에 앉기 싫나 이런 생각했거든요."
"진짜 완전 오해했네. 태양이 바보."
백태양은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 자기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누가 봐도 옆에 앉으라는 제스처에 수진이는 얼굴이 저절로 붉게 물들었다.
부모님도 있는데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어도 될까.
혹시라도 나중에 들어오시면 어떻게 하지?
'나만 이런 생각하는 거면 어쩌지...'
단지 옆에 앉으라고 손바닥을 두드렸을 뿐인데 너무 멀리 생각하는 거 아닐까.
언제부터 이렇게 야한 생각만 하게 된 걸까.
수진이는 콩닥거리는 심장을 겨우겨우 진정시키며 백태양의 옆에 살포시 앉았다.
"아직도 몸이 굳어 있네, 괜찮아요 누나?"
"어...? 어...! 아..."
대답하려고 할 때 백태양의 손이 수진이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왔다.
독을 품은 뱀처럼, 먹이를 낚아채듯이 은밀하고 스스럼없이 허벅지 안쪽으로 기어 들어온다.
"안 입고 있었구나,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누나?"
"아...흣...잠...나 그렇...하읏..."
들켰다.
이렇게 빨리 들켜 버릴 줄 몰랐다.
원래라면 좀 더 태양이를 달아오르게 만든 다음에 알려주고 싶었는데.
옆에 앉자마자 전라가 된 것처럼 모든 속내가 들켜 버렸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 꽃이 순식간에 피어올라 가득 만개한다.
굵은 뱀 한 마리가 치마 속을 막힘없이 누비며 몸을 핥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누나."
"그, 앙...래도오..."
"전 누나가 이런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저 믿죠?"
"....으응...흣...하아..."
태양이의 품 안에서 숨을 쉬고 싶다는 소망이 이뤄졌다.
그저 태양이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 머리를 기대며, 색색거리는 숨만을 내뱉는다.
저 농밀한 말에 그대로 빠져서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알면서...아앙..."
솔직한 성욕을 물어보는 질문에 당당해질 수가 없었다.
뭉툭한 손가락이 보지를 살살 문지르면서 젖게 할 때마다 신음이 튀어나온다.
마음 같아선 당장 태양이가 자신을 거칠게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거친 몸짓으로 자신을 우악스럽게 끌어안고 성욕이 풀릴 때까지 안아줬으면 했다.
'그걸 어떻게 말해...'
호텔 욕실에서 씻겨 달라고 말했던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땐 몬스터를 잡은 직후여서 완전히 맨정신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근데 지금은 정말로 모든 정신이 반짝이고 있는 상태였다.
"누나 몸은 이미 말하는 것 같은데, 왜 말 못 해 줘요."
"어...?"
수진은 놀란 눈으로 자기 치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자기 손은 이미 태양이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더 깊게 들어와서 보지를 쑤셔줬으면 하는 욕망이 그대로 드러난 손짓이었다.
단단한 그의 손목을 붙잡고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듯, 힘을 주고 있었다.
"말 안 하면 저 여기서 멈출 건데 괜찮아요?"
"...줘..."
"크게 말해야죠 누나."
태양이가 이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자 수진의 입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얼마나 오랜만에 만난 건데, 이렇게 간다고? 그럴 수는 없었다.
최근에 보니까 유민이라는 여자애도 그렇고, 멜라니라는 애도 그렇고.
태양이와 같이 있는 기사가 조금씩 나왔었다.
콩깍지가 씌인 걸 수도 있었지만 태양이한테 반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독차지 할 수는 없어도 우선권은 가져야 했다.
그 생각이 수진이의 몸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때처럼, 자신을 미친 듯이 잡아먹어 주길 원했다.
훤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엔 뱀 한 마리가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기 몸을 삼켜가고 있었다.
하지만 수진은 저 뱀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손가락 말고...태양이 거...줘"
이젠 어쩌면 태양이 없이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밀어붙이는 사랑 속으로 유수진은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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