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난 내 어항 물고기들은 절대 안 놔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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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야'
처음에는 몰래카메라 같은걸 준비하는 줄 알았다.
김민수의 패션은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사람이 전화 좀 한다고 울고불고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차라리 백태양과 김민수가 짜고 쳐서 날 골리는 게 아닐까?
그게 더 확률이 높다고 멜라니는 생각했다.
근데 상황을 점점 지켜보자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몰래카메라를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김민수는 정말 실제로 우는 것처럼 보였다.
연기가 아닌 정말로 속이 타버릴 것처럼 우는 데, 보기만 해도 같이 슬퍼질 정도…
'…는 아니야.'
그러기엔 너무 추한 모습을 하고 울고 있었다.
길거리 사람들도 걱정을 하기보단 슬금슬금 피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멜라니와는 다른 이유여서였다.
각성자가 감정이 격한 상태일 때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게 아무리 인성이 좋기로 소문난 김민수라고 해도 말이다.
'타이밍이 너무 어려워.'
일단 리무진을 김민수 옆까지 대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마침 보금자리몰 정문이어서 큰 위화감이 없었다.
문제는 타고 있는 차량을 보자마자 보금자리 직원들이 뛰어나오기 시작했다는 거다.
주목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건을 조용히 끝내기 힘든 건 기정사실이다.
애초에 리무진을 타고 온 것부터가 실수였다.
이런 상황인 줄 알았으면 벤 같은걸 타고 와서 빠르게 김민수를 집어넣었을 텐데.
"아가씨, 김민수 생도의 통화가 끝났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일으켜 세우는 게 맞겠죠?"
"...그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멜라니는 자기 롤빵 머리를 손가락으로 꼬았다.
김민수는 얼굴도 들지 못하고 보금자리몰 정문 앞에서 길을 딱 막고 있었다.
직원들은 김민수 때문에 일단 나와서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있었고 말이다.
그중 몇몇은 리무진 근처에 대기했는데, 확실히 각성자를 대하는 메뉴얼을 잘 숙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시간을 오래 끌어 봤자 비 각성자들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멜라니는 저 끔찍한 참상에 몸을 밀어 넣기로 결심하고 리무진 밖으로 나왔다.
"김민수 생도,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입니다. 일어나세요."
위로 같은 건하고 싶지도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기자들까지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플래쉬를 뿜어내고 있었다.
근데 여기서 김민수와 친분이 있다고 기사가 난다면 이상하게 엮여질 가능성이 높았다.
'차라리 약간 구조...? 길거리 민원을 해결하는 이미지로 가야 해.'
카이반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는 없었다.
최악의 상황은 김민수가 모델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이미지가 추락하는 거였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김민수 생도!"
최대한 호칭을 붙여가면서 친하지 않은걸 온몸으로 표현했다.
근데 표현은 표현이고 김민수는 제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몸을 간간이 부르르 떠는 걸로 봐서는 아직 울고 있는 게 분명한데.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를 모르니까 대처를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뚜르르르
최대한 빠른 해결을 위해서 백태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러고 전전긍긍 하는 것보다는 백 배 나을 테니까.
그사이사이에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해 기자들을 물렸다.
김 기사가 많은 걸 보조했기에 이 모든 걸 동시에 할 수 있었던 거다.
여보세요? 멜라니? 잘 해결 됐어?
"해결은 무슨... 당신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요? 길거리에서 움직이지를 않잖아요."
화를 내고 싶었다.
큰소리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최대한 숨 죽이듯 통화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래? 생각보다 결과가 괜찮네.
"아니 무슨 그런 무책임한 말을..."
대충 리무진 안에 집어넣어, 급한 불부터 꺼야지.
"...당신 지금, 이 상황 지켜보고 있나 보죠?"
아무리 첫 만남의 장소가 리무진이라고 해도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멜라니는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백태양은 당연히 멜라니가 리무진을 타고 있다는 가정하에 말했다.
게다가 급한 불까지 말하는 걸 보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까지 알고 있다는 거다.
즉 백태양은 지금, 이 상황을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었다.
태양아, 아무리 다 끝났어도 나랑 있는데 딴 년이랑 통화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냐?
들었지? 내가 지금 좀 바빠, 키우는 고양이가 삐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통화 이만 끊을게 힘내.
뚝.
"저기요? 백태양 씨? 저기요?"
끊었다.
순간 몰려오는 분노를 멜라니는 극적으로 다스렸다.
멀리서 이 상황을 하나의 코미디 프로처럼 보고 있는 게 너무 분했다.
가장 화가 나는 건 절대적인 을의 입장에 쳐해 있다는 거였다.
멜라니는 단 한 번도 을의 입장에 서본 적이 없었다.
"...김 기사님 김민수 생도를 리무진으로 옮겨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민수는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탈진한 건지 색색거리면서 꺼진 핸드폰 화면만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도 반응도 하지 않고 까만 화면을 바라보는 건 좀 섬뜩했다.
"잠깐 우리 대화할까요?"
상황이 정리 되는 낌새를 보이자 빠져나가려는 기자들을 잡았다.
지금 여기서 잡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인터넷에 뿌려질 게 눈에 보였다.
오직 자신 밖에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백태양은 이 일을 나 몰라라 할 게 분명했다.
통화 내역에서도 그저 가 있는 거로 약속이 되어 있었으니까.
아마 이 사건을 '네가 스스로 처리한 거잖아?'하며 빠져나갈 생각이겠지.
멜라니는 백태양이 이렇게까지 치밀한 사람이었는 지 처음 알았다.
호전적이고 전투에 미쳐 있으며 불량스러운 이미지로만 생각 했는데.
치밀하며 교묘하게 상황을 이용할 줄 아는 남자였다.
'모델 제의...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백태양,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남자였다.
김 기사가 김민수를 리무진 뒷좌석에 가지런히 눕히는 사이 길거리를 정리했다.
이걸 꾐에 속아 아무 대가 없이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카이반에는 백태양이 필요해.'
김민수는 이미 뒷전인 멜라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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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눈앞의 뜬 메인 퀘스트창을 보고 드디어 큰 가지 하나를 부러트렸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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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 일부 달성!
축하합니다!
[주인공김민수]의 순애 관계를 완전히 망가트렸습니다!
백태양만의 방식으로 김민수의 멘탈을 가루로 만들었군요!
주인공의 자리를 뺏기 위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현재 [주인공김민수]의 입지를 총 20.0%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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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분 좋은 사실은 주인공의 입지가 순식간에 차올랐다는 거다.
"앙...아앙...주인님...앙...유리...차가...워엇..요..."
긴급 퀘스트에서 얻은 걸 다 합쳐도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근데 이번 건으로 인해 단번에 20%까지 자리를 차지하게 되다니.
역시 잔잔바리로는 퀘스트를 일 년 안에 깰 수 없다는 걸 자각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정말로 가관이었다.
힘없이 리무진 뒷자리에 실리는 김민수와 사태를 수습하려고 분주한 멜라니.
이 둘을 어떻게 엮어야 하나 고민이 되면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하앗...헤...유민이...보지 좋아요...? 그래서 웃으...읏...핫..아...주인님 저...너무 깊...어..섯..."
"쌀 거면 싸."
유민이는 통화가 끝나자마자 발정 난 짐승처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여태 사귀고 있다는 그 생각 하나 때문에 참고 있었다는 듯, 굶주린 아귀처럼 몸을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기승 위로 그렇게 허리를 움직여 놓고, 지금은 유리창에 젖가슴을 비비며 뒤치기를 애원하고 있었다.
정자가 꽉 찬 보지를 찌를 때마다 정액이 계속 바닥에 툭툭 떨어진다.
분홍색 조갯살이 이젠 완전히 하얀색으로 덧칠 돼서 원래 색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앙...! 부그흐...럽..."
유민이는 또다시 다리를 벌벌 떨면서 절정을 맞이했다.
이번만 벌써 다섯 번째였다.
다리에 힘이 드디어 풀린 건지 자지가 미끄러듯 빠져나온다.
주저앉은 다리 사이에 백탁색의 웅덩이가 맺힐 정도였다.
물론 거기서 끝나지 않고 유민이는 헤실거리면서 내 좆을 입에 물고 청소 펠라를 시작했다.
[유수진]
>태양아 아빠한테 들었어, 괜찮아? 우리 아빠가 너무 극성이라서 진짜 미안 해 ㅠㅠ...
>화난 거 아니지? ㅠ...불편하면 안 와도 돼... 아니 그냥 오지 마...
>내가 이러는 게 아직 안익숙해서 그래 내가 따끔하게 말했어 ㅠ...
>나 미워하지 말아줘...
>(작은 강아지가 눈망울을 초롱거리는 이모티콘)
나는 유민이의 영상을 찍으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딴생각만 하면 눈치채니까 동시에 진행하는 내 나름의 꼼수였다.
[유수진]
>아...
>아버님...그치...그렇게 되네...헤헤...
>어 진짜 오게?
최근 수진이한테 너무 소홀한 것도 있고, 유민혁 같은 최고의 헌터와 안면을 터서 나쁠 게 없었다.
'그리고 너무 한 여자만 만나면 안 되니까.'
내 목표는 김민수의 하렘을 다 뺏는 거였다.
그런 목표를 가졌는데 한 여자한테만 묶여 있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난 내 어항 물고기들은 절대 안 놔줘.'
주말이 기다려지는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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