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45화 (45/325)

〈 45화 〉 망사스타킹으로 할 수 있는 놀이. (멜라니 일러스트 추가)

* * *

리무진 차 안에 들어가 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내부는 정말로 '리무진 내부'같은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리무진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다.

'기다란 고급 소파에 고품격 라운지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분위기가 있었다.

천장도 꽤 높이가 있어서 그런지 좁은 곳에 갇혔다는 감각도 없었다.

예전에 금수저들이 같이 놀자고 했을 때 마약 파티라는 걸 알고 거절한 게 후회됐다.

'광란의 섹스 파티였을 텐데.'

괜히 입맛을 다시며 멜라니의 옆자리에 앉았다.

미인계를 같이 쓸 건지 옷도 묘하게 야시꾸리 했다.

보일 듯 말 듯 드러낸 가슴골부터 시작해서 망사스타킹에 하이힐까지.

의도가 너무 명백했다.

S급 게이트 장소를 다시 방문하는데 이런 옷을 처음부터 입고 있었을 리가 없다.

아마 리무진 내에서 써먹기 위한 옷이 분명했다.

"말 편하게 해도 되죠? 어차피 동급생이기도 하니까."

"네? 아... 물론이죠. 저는... 안 놓겠습니다."

멜라니는 내가 단번에 거리를 좁힐 지 예상 못 했는지 얼어붙어 있었다.

이 넓은 리무진에 처음부터 허벅지가 닿을 정도로 딱 달라붙는 건 예상 외였나보다.

미인계를 쓸 생각이었으면 이 정도까지는 각오해야 정상 아닌가?

"근데 김민수는 왜 거절한 거야?"

"소유민 기업... 알케미스트가 견제를 해서요."

역시 예상한 대로였다.

누구의 기업 모델이 될 것인가로 정실을 정할 수도 있을 테니, 신중했겠지.

"내가 그럼 다리 놔줄까?"

"안 놔주고 직접 해주는 건 안 되나요?"

"그건... 곤란한데."

그렇게 된다면 김민수의 순애를 박살 낼 수가 없다.

직접적인 멘탈 공격도 힘들고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김민수 주변의 모든 여자를 다 빼앗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김민수의 순애를 망치는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뺏으면 사귈 가능성도 없는데 가져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류혜미도, 멜라니도 사귈 '수도' 있는 사이였지 아직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유민이 마냥 '사귀는 중'이라면 단번에 뺏었을 거다.

지금은 단지 하렘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만 있는 경우였기에 바로 내 품에 넣기가 힘들었다.

'최소한 김민수가 사랑이라도 해야 해.'

쌍방향의 교류까지는 필요 없었다.

김민수가 일방적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넘어 사랑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류혜미 같은 경우에는 '친 누나'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서 조만간이었다.

문제는 멜라니였는데, 그러므로 더더욱 김민수와의 접점이 필요했다.

"곤란한 이유라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알다시피 보금자리 회장님이 날 많이 밀어 주시잖아."

"결국 중요한 건 본인의 의사 아닌가요? 백태양 씨라면 그 정도는 가능할 텐데요."

훌륭한 도발이었다.

'너는 상황에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아니잖아'라고 돌려서 말하고 있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김민수는 자기 의지로 말이라도 했다'로 해석이 된다.

소유민이 시킨 대로 한 거였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안 된다고 말이라도 했겠지.

"내가 잘은 모르지만 카이반 기업은 이렇게까지 목 마르지 않아할 텐데, 되게 급해 보이네?"

"그!...그건..."

멜라니는 정곡을 찔린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떠오르는 생도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도였다.

회사로 치면 고작 인턴인데, 인턴이 일을 잘해봤자 얼마나 잘하겠는가.

당장 사원들 중에서도 특출난 사람이 많았다.

근데 굳이 인턴한테 한 기업의 모델 권유가 들어온다? 이건 기업의 뜻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기업의 뜻이 있어도 이건 너무 급해'

대기업의 막내딸이 직접 움직일 정도의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정말로 급했다면 제대로 된 자리를 마련 했지, 이렇게 리무진 소파에서 꼬실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면 게임 하나 할래? 네가 이기면 내가 바로 모델 제의 받을게."

"저...정말요?!... 일단... 무슨 게임인지 들어 보겠습니다."

"OX게임 알아? 그거 할 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이었다.

한 명이 O, 한 명이 X 문양을 그리고 어느 한쪽이 한 문양을 3개 연속으로 이어 그리면 이기는 게임이다.

"네 좋아요. 근데 펜은 있는데 종이가 없어요."

"어차피 종이에 할 생각 없었어."

망사스타킹을 신고 있으면서 종이를 왜 찾고 있는지.

망사로 인해 듬성듬성 튀어나온 허벅지 위에 그리면 되는 거 아닌가?

멜라니도 내 뜻을 이해했는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무...무슨...! 파렴치한...! 당신 지금, 이게 말이 되는..."

"하기 싫으면 말고, 난 안 해도 상관없어."

기업 모델? 그런 거나 하려고 소설 속에 들어온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아쉬운 입장은 내가 아니었다.

멜라니는 내가 OX 게임을 한다고 했을 때 꺼냈던 펜 두 개를 꽉 쥐었다.

그 와중에 힘 조절은 철저한 지 펜대가 부러지지 않았다.

"그... 약속은 정말로 지켜 주시는 거죠?"

"근데 나한테 진다면 다시 김민수한테 모델 제의 하는 거다?"

"...좋아요."

하고 싶은 말이 정말로 많아 보이는 얼굴이다.

왜 김민수인지부터 시작해서 하필 OX 게임인지까지.

그런 걸 말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화 흐름을 빼앗겼다는 증거였다.

수동적인 대응만 계속하다 보면 대답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적어진다.

다양하게 물어보고 싶어도 선택지가 '예 아니오'밖에 안 남는 거였다.

"그럼 먼저 해."

"네."

OX게임이나 오목 같은 건 선공이 유리했다.

그걸 멜라니도 잘 알고 있는지 선공 권유를 거절하지 않았다.

"...흣..."

차가운 펜의 감촉이 허벅지에 닿자마자 몸이 살짝 떨린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상황일 거다.

망사스타킹 구멍 사이에 X를 그리는 자신을 어떻게 예상하겠는가.

"이렇게 엉망으로 그리면 어떻게 해."

난 잘 그릴 테니까 움직이지 마.

그 말을 끝으로 멜라니의 허벅지에 펜을 올렸다.

천천히 O을 그리면서 멜라니의 음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애매한 시선 처리 때문에 트집도 잡을 수 없을 터다.

"움직이지 말라니까."

멜라니는 시선 때문에 몸을 움찔거리며 떨고 있었다.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럴 줄이야.

계속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멜라니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렸다.

두꺼운 손이 허벅지 위에 올라가자마자 허벅지 사이가 점점 좁아진다.

동그라미를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손을 떼어낸다.

"굉장히 성의 있게 그리시네요."

"진지해야지."

눈치를 주는 말은 적당한 말로 얼버무렸다.

"내가 허리가 아파서 그런데 다리 좀 내 쪽으로 올릴 수 있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양념을 칠 차례였다.

멜라니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 하는 얼굴이었다.

난 굉장히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내 허벅지를 톡톡 두드렸다.

"허벅지 좀 올려달라고, 여기로."

"...알겠어요."

멜라니는 수치심 가득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입술을 우물우물 거리면서 하이힐까지 벗는다.

천천히 허벅지가 겹쳐지면서 그녀의 하반신이 눈에 전부 다 들어온다.

페티큐어를 했는지 새하얀 발에 파란색이 눈에 들어왔다.

"전 지금 굉장히 진심으로 게임을 하고 있어요."

"나도 그렇다니까."

게임이 길어질 수록 멜라니의 치맛단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이길 듯 말 듯 계속 여지를 주며 스타킹 위쪽에 동그라미를 그려 나갔다.

"읏..."

분해하는 눈동자가 보인다.

동그라미가 위쪽으로 그려질 수록 허벅지가 잘게 떨린다.

음부 사이가 더 조여질 수 없을 만큼 조여지는 게 보인다.

틈조차 없는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박고 싶었다.

"...그만...그만하고 싶어요."

조금만 더 하면 치마가 완전히 올라가 속옷이 보인다.

그녀도 그걸 알고 멈추자고 말을 내뱉은 거다.

막상 몸으로 꼬시려고 준비했지만 각오가 너무 부족했다.

"굉장히 실망스럽네."

"네?"

"아니 그냥.. 급하지 않구나 싶어서 말한 거였어, 실례가 됐다면 사과할게."

적당한 도발에 내려가던 허벅지가 다시 올라온다.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몸부터 쓰는 모습이 아주 바람직했다.

게임은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끝낼 수가 있었다.

[처녀에게 절대로 패배하지 않습니다.]

류혜미가 난입했을 때 확실하게 믿고 있었던 스킬.

처녀폭격기의 진정한 위력은 패배의 범위를 매우 넓게 잡고 있다는 거다.

'처녀'와 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지 패배하지 않는 힘.

이 힘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원래 OX게임이 이렇게 길 지가 않아.'

이제는 완전히 치맛단이 다 올라가서 속옷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명품속옷이긴 했지만 스포츠 형식으로 나온 걸 보니 여기까진 생각을 못 했나 보다.

고작 가슴골이랑 허벅지 보이는걸로 남자를 꼬시려고 하다니.

"게임이 슬슬 끝나가네."

멜라니의 허벅지 안쪽에 손을 넣으면서 동그라미를 그렸다.

부끄러움에 두부 같은 피부가 벌겋게 물들고 있었다.

"아직... 아직 반대쪽도 남아 있잖아요..."

패배로 치닫고 있자 이대로는 그만둘 수 없겠지.

솔직히 나도 더 하고 싶었다.

스포츠 속옷임에도 불구하고 조갯살이 나와 있는데, 만져 보고 싶었으니까.

"이제 끝이야."

여기서 더 했다간 게임의 목적이 변질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아가씨, 도착 했습니다."

OX 게임으로 하자고 한 이유도 오래 끌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집합 장소에 도착하면 상황은 강제로 종료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즐거웠어 멜라니."

약속은 지켜.

마지막 동그라미를 그렸다.

"잠시만요! 김민수가 만약에 거절한다면요? 그때 다시..."

"아냐 그럴 일은 없어."

걱정하지 마.

그 말을 끝으로 리무진 밖으로 나왔다.

"백태양 씨!"

처연하게 들리는 외침은 철저하게 무시했다.

이제부턴 김민수를 요리할 차례였다.

'형이 연애 맛보기까지는 해줄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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