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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43화 (43/325)

〈 43화 〉 그래 뻔하다 뻔해.

* * *

"뭐? 셋이서 데이트를 한다고...?!"

한 남자가 두 번 정도 접힌 턱을 긁적이며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자의 뒤에는 커다란 책이 펼쳐져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글자가 뒤죽박죽 새겨지고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서술어부터 써지고, 어느 부분은 주어가 써지는 과정으로 문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민수야... 난 이제 너만 관측할 수 있단 말이야..."

어느 순간부터 김민수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을 관측할 수 없게 됐다.

대비할 수도 없을 만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관측까지 불가능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김민수도 모든 걸 다 관측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곤란해... 내가 전개를 예측할 수가 없어... 상황만 추가하니까 뭔가 더 꼬여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제한적이었다.

민수와 소통이 가능한 게 시스템창과 질문상담글 뿐이라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조금만 더 직접 연락이 가능 했다면 완벽한 연애 코칭을 해줬을 텐데.

남자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미연시 게임만 백 번을 넘게 하고.... 소개팅 어플에 이백만원 정도까지 쓴 난데..."

연애 경력을 말하자면 끝도 없으리라.

예전에는 여자와 무려 5번 정도 대화를 이어나간 적도 있었다.

그녀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 자신과 핑크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민수야...민수야...!!!"

눈앞에 펼쳐진 질문글을 다시 눈에 담았다.

이렇게까지 고민하는데 도움을 줄 수가 없다니!

애통한 마음에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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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와 고민이 있습니다] ­ 스윗생도

­스윗생도님의 2320번째 고민글입니다­

여러 번 글을 쓰다가 또다시 쓰게 돼내요.

솔직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제가 여자 친구가 있는데 최근에 전학생이 왔다는 말까지 쟤 전 글에 다 써놨으니 상황은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번에 저랑 여자 친구랑만 놀이공원 데이트를 가려고 했었는 대 왠 눈치 없는 전학생이같이 가자고 하는군요.

구지 근데 같이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십었는데 제 여자 친구는 또 마음이 어려서 막... 같이 가자는 겁니다.

저도 일단 솔직히 쿨하고 뒤끝 하나도 없는 쏘스윗젠틀남이어서 그러겠다고 했는데.

재가 일단 남자 친구니까 확실하게 데이트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저희 사이를 침범할 수 없다는 장벽을 만들고 싶어요.

죄송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른 분들의 답변 받지 않겠습니다.

순애일지작가님만 답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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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ㄴㅋㅋ:: 뭐라는 거야 찐따련아ㅋㅋㅋ맞춤법 검사기 돌리고 글 써라. [신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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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못된 말을...!"

어떻게 찐.따.라는 말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남자는 바로 신고버튼부터 눌렀다.

분노가 순식간에 몸을 장악해 땡땡한 볼살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내가 지켜 줄게 민수야...!"

지금 당장 민수에게 필요한 건 빠른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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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와 고민이 있습니다]의 답변 ­순애일지작가 [태양광]

일단 같이 가기로 한 이상 어쩔 수 없군요.

근데 같이 가도 따돌리면 돼지 안을까요?((퍽

농담입니다. 조크였구요...

일단 놀이공원 코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애니를 많이 보셨다면 아셧겠지만 이런 건 기본 중에 기본이죠.

우선 들어가기 전에 무조건 자유이용권은 필수입니다.

돈 아깝다고 빅쓰리 빅파이브 이런 거 사시면 안 됍니다!

모든 걸 다 타야 일단 이득이니까요. 놀이공원은 뽕을 뽑을 때까지 타 줘야합니다.

그리고 ... 일단 무서운 놀이기구 같은걸 타세요 그러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서로 몸을 꽉 잡게 될 테니까요!

귀신의 집이랑 바이킹 같은걸로 일단 좀 마음을 뜨게 만든 다음에 회전목마로 화룡정점을 찍어 버리세요.

관람차같은 것도 좋고 열기구도 좋구요 셋이지만 둘만 탈 수 있는 놀이기구를 애용하세요!

3줄 요약

1. 아침 일찍 가서 자유이용권으로 무한 뽕을 뽑을 것!!! 동물 머리귀 필수 스티커 사진 필수

2. 무서운 놀이기구 후 잔잔한 거로 꼬시기! 두 명만 탈 수 있는 위주로 놀이기구 타기

3. 여차하면 몰래 질문글 써서 바로 저에게 문의하기!!!

이상입니다.

즐거운 데이트 돼시길 바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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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민수도 이해했겠지."

이 정도의 연애 코칭은 천만금을 줘도 구할 수가 없었다.

남자는 흡족해하며 인터넷창을 내리고 뒤를 돌아봤다.

"놀이공원... 에피소드를 써야겠군..."

해골 문양이 잔뜩 그려져 있는 용 모양의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내가 반드시 주인공의 자리를 지켜 줄게."

사각사각 써지는 글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진다.

+++++++++++++++++++

"D반을 간다고?"

"응, 아무래도 그때 그 게이트 때문인 가 봐."

물릴 정도로 살을 섞고 난 이튿날 유민이는 내 좆을 입에 물고 있었다.

내가 시킨 대로 깨울 때 모닝펠라를 아주 잘해주고 있었다.

"거기 멜라니 있는 거 알지?"

"알지."

근데 D반에 간다는 걸 듣자마자 유민이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마음에 안 드는걸 발견했을 때의 얼굴이다.

좆대를 핥던 것도 멈추고 날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멜라니랑 나랑 사이 안 좋은 것도 알겠네 그럼?"

"라이벌 그룹 관계라며? 근데 그렇게 안 좋았어?"

"응 막 서로 보면 죽일 정도는 아니긴 한데 신경전이 있고 그래... 이게 꽤 예전부터 그랬어..."

말은 이렇게 해도 하나하나 듣고 정리하면 굉장히 건강한 라이벌 관계였다.

신경전도 있고 하지만 깎아내리거나 험담은 하지 않고 발전하는 사이.

'너무 뻔하잖아.'

아마 안뚱땡이 캣파이트를 위해서 조형한 캐릭터였을 거다.

누님 속성의 류혜미가 다 보듬어 주는 느낌이라면, 유민이와 멜라니가 정실 대전을 피 튀기게 하는 구도겠지.

"걔 은근 싸가지도 없어, 내가 사이 안 좋은 이유가 다 있다구."

"알아, 방금 말했잖아."

푸스스 웃으면서 유민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려고 했다.

근데 그 전에 유민이는 정색하면서 내 좆을 꽉 쥐어 잡았다.

"사이가 안 좋다는 게 무슨 말인지, 우리 주인님이라면 알아들을 것 같은데... 아니야?"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굳이 티 내지 않았다.

여기서 쩔쩔 맨다면 주도권이 바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방심할 수 없는 여자였다.

"너 설마 나 못 믿어? 이럴 거면 계약 왜 했어?"

사과하는 건 삼류나 하는 짓이다.

상황을 이용해서 틈조차 만들어 주지 않는 게 일류였다.

"...미안 해...그냥 울 주인님 인기 너무 많아서..."

잠깐의 침묵 끝에 유민이는 내 품으로 쏙 들어왔다.

"같이 등교도 하고 싶었는데 못 하니까...아쉬워서 그랬어 힝."

게이트를 견학한 이튿날은 컨디션 관리를 위해 등교 시간이 늦어졌다.

근데 D반은 게이트 난이도가 변동 됐기 때문에 장소까지 바뀐 거였다.

하루 종일 붙어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녀와서 또 하면 되지, 뭘 그래."

"그냥 같이 살고 싶어..."

그건 절대 안 됐다.

여자와 동거하면 백이면 백 24시간 동안 섹스 밖에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주일만 지나면 서로 알몸으로 돌아다니면서 다리만 벌렸다하면 박는다.

이상적인 성생활은 가능했지만 김민수를 견제할 수가 없어지는 거다.

"나중에... 아카데미 졸업하면 같이 살자."

"진짜? 약속한 거다?!"

"그럼 내가 이런걸로 거짓말 하겠어?"

"아냐 난 태양이 믿어!"

믿을 수밖에 없겠지.

믿고 있는 남자가 나밖에 없을 테니까.

유민이는 내 품 안에서 꼬물거리다가 빳빳해진 좆을 부드럽게 움켜잡았다.

초롱초롱한 고양이 눈으로 날 올려다보더니 붉은 머리칼로 자기 젖을 가렸다.

"유민이 배고파요 주인님... 보지에 밥 주면 안 돼요?"

"배 많이 고팠어? 미안 해."

"빨리 밥 주세요...흣...앙...배곳...파아...앗어...요오..."

아슬아슬할 때까지 살을 섞고 나가도 이젠 상관이 없었다.

로시난테로 속도를 좀만 올리면 금방 도착할 거리였다.

'모닝섹스는 필수지.'

살면서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내가 이걸 써도 아무 말을 안 하네.'

로시난테를 소환하고 도로를 누비면서 느낀 점이었다.

각성자가 게이트 외에서 스킬을 발동하는 건 불법이었다.

근데 어제도 오늘도 로시난테를 타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이미지 때문에 그런가?'

선행이 쌓이고 쌓여서 생긴 결과일 수도 있다.

한 거라곤 백화점을 구한 것밖에 아직 없지만, 이미지라는 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물론 관리하지 못하면 금방 나락에 떨어지겠지만 괜찮았다.

이미지 관리야 굉장히 쉬운 일이었으니까.

섹파 다섯 명을 만나면서 늘 한결 같음을 유지했던 자신이다.

'이런 건 껌이...뭐야?'

지구에서 바이크를 몰던 실력으로 능숙하게 좌회전을 하려는데, 갑자기 리무진이 끼어들었다.

로시난테의 성능이 훌륭했기에 망정이지 고물이었다면 그대로 넘어졌으리라.

"저기요! 미쳤어요?"

부르릉! 부르릉! 부릉!

로시난테의 분노와 함께 리무진을 향해 소리쳤다.

리무진은 그걸 듣고 반응했는지 바로 갓길에 정차했다.

기분 좋은 아침을 순식간에 망쳐서 한 마디 하려는 순간.

리무진 창이 내려가고 의외의 인물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당신, 제 차에 타세요. 지금 당장."

화려한 금발의 롤빵머리, 두부보다 새하얀 피부.

오늘 아침 대화 주제였던 멜라니 아이리엘이었다.

"멀뚱멀뚱 있지 말고 스킬 해제하고 빨리 타세요."

유민이 말대로 싸가지가 좀 없긴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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