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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39화 (39/325)

〈 39화 〉 이게 니 사이다냐?

* * *

천해일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선조치 후보고 방침을 철저하게 따르는 빅토리 아카데미의 장점이었다.

교관들은 만에 하나 게이트 웨이브가 일어날 때를 대비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1급 헌터도 섞여 있었는데 S급 게이트 웨이브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의료진도 부상자를 즉시 치료하기 위해 간이 건물을 지어 놓은 상태였다.

근데 가장 중요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지?'

부르지도 않은 기자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놈이 안 보였다.

천해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딱 한 명의 인물을 찾기 시작했다.

분명 돈은 달라는 대로 다 준다고 했는데 게이트가 아직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게이트가 아직 열리지 않았나? 오프너가 안 온겐가?"

"왔는데 꼭 이사장님과 해야 할 말이 있다고..."

근처에 직원에게 물어 봤더니 대답이 황당했다.

게이트부터 당장 열어서 구조를 하러 들어가야 되는 마당에 할 말이라니?

"너무 교원들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이사장님."

류혜미의 말허리를 잘라먹고 오프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천해일은 가까스로 분노를 억누르며 그의 말을 받았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오프너는 주변 상황과 굉장히 비교 되는 자세로 천해일 앞에 나타났다.

껄렁거리는 몸동작과 짝다리, 껌을 짝짝 씹는 것까지.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스킬만 아니었다면 동네 건달보다 못한 수준의 인상이었다.

"예... 그니까... 달라는 만큼 주신다고 했는데 제가 요구하는 게 좀 액수가 커서요. 나중에 후회 하실까 봐... 제가 요즘 바뻐서 몸값이 많이 올랐거든요... 참...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이사장님께 누를 끼치는 게 아닐 지... 단어 선택이 참 조심스러워 집니다..."

"이렇게 입씨름까지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가? 안에 몇 명의 인원이 갇혀 있는 줄 알고 지금, 이러는겐가?"

"네 뭐... 근데 사실 이렇게 죽는 게 비일비재한 일이긴 하지 않습니까? 이사장님이야 소중한 생도지만 저한테는 남이기도하고... 아이고 그렇게 노려보시면... 땅도 갈라지고... 좀 무섭긴 하네요. 바로 액수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천해일의 분노로 인한 스킬 발동에도 오프너는 눈 깜짝 하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장된 표정으로 겁먹은 척을 하며 몸을 떨고 있었다.

자기 위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오프너는 이런 압박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굉장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천해일 앞에 펼치며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평소보다 가격을 엄청 낮게 받는 걸 이렇게 시간을 끌며 알려주고 싶었나? 선행이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진정하시고, 다시 좀 봐주세요. 평소 가격의 십 분의 일을 받는 이유가 뭐냐면... 출장비입니다. 저도 기름값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신 이제 선금으로 안 받고 게이트 오픈 시 돈을 전부 받는 걸로 바꿨습니다. 이게 먼저 받으니까 추가금이 나와도 참... 더 받지도 못하고..."

천해일은 자기 앞에 있는 남자를 죽이고 싶었다.

저 나불거리는 이빨을 하나하나 뽑고 먼지가 나도록 패고 싶었다.

저놈이 나불거리는 일분 일초가 너무 아까웠다.

"빨리 진행하게, 달라는 대로 다 줄 테니."

"아 그러면 진짜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출장비는 따로 받고 게이트를 제가 직접 열었을 때에만 나머지 돈을 다 받는 걸로 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청구 된다면 같이 주셔야 하고 할부 없고 무조건 일시불입니다. 아시겠죠? 만약 제가 열지 못한다면 출장비 포함 한 푼도 받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대답하면 주먹이 먼저 나갈 지도 몰라서 천해일은 고개만 끄덕였다.

이 모습을 모두 예상한 오프너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 역시 난 진짜 천재라니까?'

게이트를 강제로 열 수 있는 스킬 '오픈'은 특이한 메인 스킬이었다.

보통 메인 스킬은 중복이 불가능한 게 일반적인데 '오픈'은 열 명 정도가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오픈' 스킬을 필요하는 곳이 너무나도 많다는 거였다.

압도적인 수요로 인해 '오픈' 스킬 보유자의 몸값은 끊임없이 늘어났고 결국 강대한 권력을 탄생시켰다.

'나 아니면 다 죽잖아' 라는 배짱을 부려도 상대 쪽에선 늘 고개를 굽실 거릴 수밖에 없는 힘.

강태민은 이 힘을 더욱더 강력하게 키우고 싶었다.

'돈이야말로 곧 사람의 위치다.'

강태민은 지금까지 자기 능력에 대한 값을 너무 적게 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그 책임을 계속 지키려면 큰돈이 필요했다.

계약서에는 분명 열지 못할 시 돈을 안 받겠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 미끼일 뿐이다.

게이트를 열지 못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조항을 일부러 넣어 두고 안 열리는 척하면서 돈을 더 뜯어 먹는 계획이었다.

약속까지 다 받았겠다 본격적으로 게이트를 열기 위해 스킬을 발현 하려는 그때.

'어?'

뭔가 이상했다.

평소라면 스킬을 약하게 발현해도 게이트 안의 풍경이 보여야 정상이다.

근데 지금은 작은 틈조차 보이지도 않았다.

열릴 듯 말 듯 여지를 주면서 돈을 더 받아먹어야 했는데.

'그래 봤자 게이트지.'

S급이든 F급이든 '오픈' 스킬은 모두 평등하게 열었다.

더 힘들게 열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런 연기를 했을 뿐이다.

'진짜 안 열리면 어떻게 하지?'

처음 있는 일이어서 그런지 생각이 금방 최악으로 몰렸다.

안 열리는 연기 같은 건 무조건 1분 이내로 해야 했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고 이게... 장비가 필요할 것 같네요..."

강태민은 최대한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서브 스킬을 발동 시켰다.

[민속촌 배경 만들기 발동! 주변 상황에 가장 적합한 민속촌의 무대를 만듭니다!]

스킬을 각성하기 전에 돈이 없던 시절.

민속촌 알바하다가 우연히 얻은 스킬이었다.

처음에는 민속촌 배경 만들어서 뭐 하지 싶었는데 '오픈' 스킬을 꾸미는데 아주 딱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시간을 끄는 것도 잠깐이었다.

"비리비리바라부라붐타야 게이트야 열려라 참…"

말하면서 속으로 제발 열리길 기도했다.

지금도 카메라 후레쉬를 미친 듯이 터트리며 기자들이 현 상황을 찍고 중계하고 있었다.

만약에 게이트를 여는 시간이 더 늦어진다면?

돈은 다 받아먹으면서 게이트를 늦게 열어 인명피해가 늘어난다면?

돌이킬 수 없었다.

게이트를 제때 열지 못 하는 오프너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순식간에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안 봐도 비디오였다.

[욕심이 부른 대참사, 오프너 강태민 돈으로 사람을 죽이다.]

나오지도 않은 기사 헤드라인이 벌써 예상됐다.

'그렇게 되면 진짜 끝이다.'

주문을 외는 시늉까지 하면서 스킬을 최대한 발현 시켰다.

'제발! 제발!'

기도가 통한 걸까?

마침내 게이트 안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멋지게 말을 끝맺으면서 게이트를 완전히 열면 끝나는 거였다.

'나는 떡상한다!'

최대한 화려한 동작으로 팔을 활짝 벌리며 말을 마무리하려는 그때.

게이트가 갑자기 확 커지더니 백발을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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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게이트 클리어!

컨셉 :: 고전명작[돈키호테]가 완벽하게 클리어 됐습니다.

사망인원 :: 0

최대 공헌자 :: 백태양

모두 커다란 박수와 축하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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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건?"

"…깨?"

강태민은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게이트가 클리어 됐다고?

내가 게이트를 열기도 전에?

[돈에 미친 강태민, 게이트가 클리어 될 때까지 협상을 하다.]

[욕심에 미쳐 시기를 놓친 '오프너' 사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누리꾼들 분노]

벌써 기사 제목이 떠올랐다.

인생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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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네 진짜.'

상황 파악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자들이 멀리서 계속 소리를 지르며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태민 씨! 게이트가 클리어 되기 전에 열지 못한 건 대체 무슨 일인가요!"

"협상 과정을 굉장히 길게 했다고 하던데요!"

"돈을 더 받기 위해 일부러 천해일 이사장이 올 때까지 기다린 게 사실입니까?"

"한 마디만 해주세요! 강태민 씨!"

"게이트 못 열었다고 입도 못 여는 건가요?"

"니 아가리부터 열어 봐라!"

각성자가 무서워 달라붙지 못할 뿐 확성기까지 들면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원래 이게 전부 김민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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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달성! [니 사이다 쩔더라 ㅋㅋ](1)

본래 김민수가 가져가야 할 보상과 사이다를 완벽하게 가로챘습니다.

김민수의 주인공 입지가 좁아집니다!

[주인공­김민수]의 입지를 3%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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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 빠진 스토리 구성이었다.

게이트의 난이도는 변경 된 걸 멋지게 해결하는 주인공.

고구마를 먹이는 녀석을 단번에 사이다로 밀어 버리는 주인공.

'안뚱땡 스토리 수준하고는...'

이러니까 순애인 척하다가 하렘 순애로 드리프트하는 거겠지.

내가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트 안에 있던 모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민준은 내가 바닥에 대충 뿌려둔 무기를 케이스에 곱게 넣어 가지고 나왔는데, 이건 좀 의외였다.

'왜 딱가리 같은 짓을...'

보급 무기는 얼마든지 재발급받는 게 가능했다.

빅토리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기분이 묘했다.

"자세한 건 나중에 묻기로 하고 정말로 고생 많았네."

"네, 감사합니다."

"바로 부상 확인부터 하도록 하지."

움직일 필요도 없이 의료진들이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뛰어오고 있었다.

부상이 있을 경우 순식간에 악화할 가능성을 염두한 행동인데 의미가 없었다.

'크게 다친 사람이 없으니까.'

가장 격하게 싸웠던 자신도 중경상 정도였다.

안전 지대에 있던 인원들은 솜털까지 뽀송하니 말 다 한 거였다.

'감이 잡혔다.'

이번에 김민수의 주인공 입지를 뺏으면서 크게 깨달았다.

원래는 하렘 순애를 뺏기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을 할 생각이었다.

근데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막타만 치면 되는 거였다.

'표정 봐라.'

표정 관리하고 있어도 얼굴이 썩는 걸 완벽히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상처가 깊어서 인상을 찌푸리나 착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읽혔다.

'질투 나냐?'

김민수의 얼굴만 봐도 속마음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막타를 뺏겨서 분한 얼굴이 정말로 우스꽝스러웠다.

근데 또 당분간 저런 표정 밖에 짓지 못할걸 생각하니 너무 불쌍했다.

[소유민]

유민이와 김민수를 빨리 헤어지게 한 다음 여자를 많이 꼬이게 해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마지막에 따먹으면 되는 거였어.'

찐따가 만든 무대에 난입하면 해결 되는 문제를 이렇게 고민하고 있었다니.

오늘이 바로 첫 번째 단추를 여밀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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