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S급 게이트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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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는 또 오랜만이군."
무기 보급실에서 한 남자가 결과지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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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대상] 백태양
[검사 결과] 각성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평균 각성자의 신체 능력이 작은 육각형이라면 당신은 꽉 찬 육각형을 띠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하체의 *$)!탋#^뷐춫
[추천 무기] 특별히 추천할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무기를 모두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혹여나 손에 맞지 않는 경우 숙련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적성 여부는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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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성기 때 신체 검사 결과를 보는 것 같아."
용사로 유명하던 김민수도 이런 결과지는 나오지 않았다.
검을 다루는 영웅이 될 거라고 써져 있던 게 전부였다.
"오류도 있고... 특이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운 흔적이 아니었다.
정말로 기계가 오류를 일으켜서 분석하지 못한 거였다.
빅토리 아카데미가 설립되고 난 이후에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온 분석 기계가 고장이라니.
"직접 만나 봐야겠군."
남자는 절반 정도 비어 있는 무기 보급실을 둘러봤다.
화기부터 냉병기까지 가득 차 있어야 정상인데 백태양이 싹 털어갔었다.
아무리 무기 소유 제한이 없다지만 이 정도로 가져갈 줄이야.
어떤 생도일지 정말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이제…"
"이사장님!"
"무슨 일인가? 나 귀 안 먹었네 두철이."
"1학년 D반이 가기로 했던 F급 게이트가 S급 게이트로 바뀌었습니다!"
장두철은 얼마나 급하게 온 건지 그의 뒤로 바닥에 깊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오프너에게는 연락 했나?"
"네, 바로 오겠답니다."
"돈은 나중에 줄 테니 일단 바로 현장으로 부르게."
그 말을 끝으로 둘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잠시 후 빅토리 아카데미 천장에 커다란 구멍 두 개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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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 넌 기사가 아니다!"
"아니 나 기사 맞다니까?"
"기사가 어떻게 그런 흉악한 무기를 다루는가!"
돈키호테는 적극적으로 거리를 좁히려고 다가왔다.
갑자기 로시난테가 발밑에서 솟아나 능숙한 기마술까지 펼치는데, 근접전이라면 굉장히 대응하기가 힘들 터다.
이런 부분 하나하나까지 모두 다 김민수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거였다.
완벽한 기마술로 검을 든 김민수와 거리를 조절하면서 창을 휘두를 운명이었겠지.
몇 번 구르다가 [용사]의 힘을 사용해 폭발적인 일격으로 돈키호테를 물리쳤을 지도 모른다.
"그 무기를 내려놔라! 진정한 기사라면 검을 들어라!"
"이것도 다 기사의 무기라니까."
[자기지둥 발동! 더 크고! 더 강력한 무기를 강화합니다!]
펑!
어깨에 걸쳐진 기사의 요술봉이 불꽃을 내뿜으며 포탄을 토해냈다.
일반적인 화기라면 몬스터에게 먹힐 리 없었으나 이건 각성자 전용 무기였다.
살상 능력부터 일반 화기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자기지둥의 효과로 인해 강화된 화력까지.
위력만 놓고 본다면 멜라니의 능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처음부터 거리를 주는 멍청한 짓은 사양이야.'
돈키호테에게 결투를 신청했을 때 나타났던 조건창을 다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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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돈키호테의 진정한 모습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 소설 속의 인물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하지만 진정한 기사의 결투를 신청한 지금!
그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명예로운 1:1의 승부!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제한 조건]
1.돈키호테를 상대할 인원은 백태양 단 한 명뿐이다.
2.로시난테는 개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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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는 빈사 상태였기 때문에 막타만 치면 다 끝나는 건 줄 알았다.
근데 조건창이 뜨자마자 삐까번쩍한 갑옷과 날 서린 무기들로 무장하는 게 아닌가.
상처도 전부 회복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에 혈색이 돌 정도로는 치유 됐었다.
'강압도 제대로 듣지 않고.'
처음부터 순식간에 끝내려고 최대 출력으로 높였었다.
근데 최대로 높여 봤자 50% 정도였고 그 정도로는 돈키호테의 움직임을 제압할 수 없었다.
그냥 몸을 무겁게 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팔찌를 풀까 생각도 했지만 제어하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들도 휘말릴 수 있기에 포기했다.
그렇게 소거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가다 보니 남은 게 무기의 활용 뿐이었다.
"맞서 싸워라 기사여!"
"지금도 싸우고 있잖아."
"그런 말이 아니지 않느냐!"
원거리 견제 수단이 있는데 근접전으로 바로 들어가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최대한 멀리서 때릴 수 있는 무기부터 사용하는 게 옳았다.
'장전할 시간이 없는 게 아쉽네.'
아쉬운 점은 로시난테가 너무 빨라서 장전할 시간이 없다는 거다.
덕분에 모든 화기를 1회용처럼 탄약이 다 떨어지면 바로 버리고 있다.
갉아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피해를 누적시켜야 편한데 굉장히 아쉬웠다.
"오 드디어 창을 들었구나 기사여!"
돈키호테는 많은 힘을 상실한 상태였다.
괴물도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근데 로시난테가 너무 까다롭다.'
심지어 생명체 취급도 되지 않아서 강압도 먹히지 않았다.
돈키호테의 스킬로 취급되는 게 분명했다.
로시난테를 무시하고 돈키호테를 죽이려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아무리 쏴도 요리조리 피하는 솜씨가 너무나 뛰어났다.
'결국 원거리로는 제대로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건가?'
김민수가 상대해야 할 몬스터니까 당연한 걸 수도 있었다.
지금도 열심히 투창을 하는데 털끝조차 스치지 않고 있었다.
"드디어 이 돈키호테 데 라 만차에게 너의 잔재주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구나!"
깨달은 지는 꽤 오래 됐었다.
미련하게 몸부터 들이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다.
"말 거 되게 많네."
소설 주인공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왜 이렇게 수다스러운지.
안뚱땡도 말이 많은 편이어서 그런지 좀만 주인공스럽다 싶으면 전부 다 말이 많았다.
촤르르르르르
끝부분이 날카로운 말뚝으로 되어 있는 쇠사슬을 느리게 던지며 돈키호테에게 접근했다.
돈키호테도 바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견제를 위해 창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쇠사슬은 미끼였고 저 창을 빨리 치워 버리는 게 우선이었다.
"할버드라니! 멋지군!"
품으로 파고드는 돈키호테의 창대를 할버드로 찍으려던 찰나 로시난테가 급하게 뒤로 움직였다.
'예상대로다.'
로시난테는 돈키호테의 스킬이지만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개체였다.
이동을 할 때마다 일부러 발을 여러 번 굴러 흙먼지를 만들었는데, 돈키호테가 따로 명령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즉 저 말은 주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쪽에 모든 시선이 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주인의 뜻을 따라야 하는 굉장히 모순적인 존재였다.
돈키호테는 기사도를 무엇보다 중요시했고 무기를 격돌하는 로망을 맛 보고 싶어 했다.
주인은 앞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말은 거리를 확보하고 싶어 한다.
로시난테는 돈키호테가 보지 못한 느리게 날아오는 말뚝 쇠사슬을 피하려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기사끼리의 격돌이 하고 싶어서 몸이 앞으로 쏠린 상태였다.
뒤로 가면 돈키호테가 낙마를 하거나 할버드에 당할 수 있었고 앞으로 가면 자신이 말뚝에 찔린다.
양자택일이 강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을 때 당연히 말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푹.
"로시난테!"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말뚝이 몸에 박혀도 흐트러지지 않는 정신.
짐승 주제에 멋을 알았다.
'그래 봤자 짐승이지만.'
쇠사슬을 놓고 바로 손을 뻗어 오함마를 잡았다.
[강타 발동! 양손에 강력한 힘이 깃듭니다!]
할버드를 들고 있는 손으로는 계속 돈키호테와 공방을 이어 나갔다.
돈키호테는 양손으로 창술을 펼치고 있어 힘의 균형을 맞추려면 강타를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려와 돈키호테."
왼손에 들린 오함마를 꽉 붙잡고 말뚝이 박힌 곳으로 휘둘렀다.
히이이이잉!
"비겁하게 연약한 짐승을 노리다니! 넌 기사가 아니다!"
돈키호테는 로시난테가 다칠 때마다 큰 빈틈을 드러냈다.
로시난테는 다친 몸을 이끌고 빈틈을 메우려 했고 그게 곧 악순환의 시작이 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 주려고 하는 나약한 마음가짐이 발목을 붙잡는다.
창은 잘리고 로시난테는 더 이상 날뛰지 못한다.
도끼와 몽둥이로 로시난테와 돈키호테의 몸을 난도질하고 반죽한다.
"난 니 말대로 기사 같은 게 아냐, 근데 너도 마찬가지야."
놈 또한 진정한 기사 같은 게 아니었다.
기사 소설을 읽고 이상에 빠져 버린 미치광이에 불과했다.
그런 놈이 제대로 된 전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S급 게이트라는 압도적인 보정을 받아 덩치만 커진 어린애, 그게 바로 돈키호테의 진짜 정체였다.
"그만! 그만해라! 네가 이겼다!"
죽음이 가까워지는 걸 아는 듯 추하게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애원하는 꼴에 저절로 비웃음이 튀어나왔다.
원작이라면 검을 놓는 걸로 끝날 일이었을 거다.
김민수였다면 불쌍해서 살려줄 수도 있었을 거다.
"알아, 내가 이긴 거."
난 원작을 존중할 생각도 없었고 김민수도 아니었다.
도끼와 방망이를 내려놓고 등에 꽂힌 대검을 뽑아 들었다.
[강타 발동! 양손에 강력한 힘이 깃듭니다!]
멀리서 김민수의 시선이 느껴진다.
강타를 수도 없이 써서 그런 걸까 대련 때처럼 의심이 아닌 확신이 담긴 눈동자였다.
'그래 이거 니 스킬 맞아.'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살려주게!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겠네! 기사라고 하지도 않겠네!"
"시끄러."
순식간에 대검이 땅에 떨어지고 돈키호테와 로시난테는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허무하다면 허무할 수도 있는 결말이었다.
처음에 나타난 기세에 비해서 너무 빨리 끝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내가 할 역할이 아니어서 그런가?'
주인공이 할 수 없다면 이야기를 빨리 끝내는 걸 선택한 걸 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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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 고전명작[돈키호테] 게이트 클리어!
축하드립니다.
여러 부정한 개입이 있었음에도 당당하게 게이트를 클리어하셨군요!
게이트 활약한 만큼 차등 보상이 이뤄집니다!
1. 백태양
2. 김민수
3. 이민준
4. 멜라니
5. 김석구
그 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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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를 클리어 했다는 메시지가 뜨고 난 뒤 각자 앞에 개인 포탈이 나타났다.
포탈이 열리자마자 모두가 바로 뛰쳐나갈 줄 알았는데 주변이 조용했다.
'뭐야?'
시야를 돌리니 모두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없이 주목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눈빛부터 사람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는데 몇 명은 심지어 울기 직전이었다.
경험상 이럴 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벗어나는 게 가장 현명했다.
괜히 폼 잡다가 박수 세례라도 받는 순간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힌다.
무기를 수거하려고 했지만 계획을 변경 했다.
보상창도 일단 내리고 포탈로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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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비리바라부라붐바타야 게이트야 열려라 참…"
"뭐야 이건?"
"…깨?"
게이트에서 나와 좀 쉬려고 했는데 알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민속촌을 그대로 옮겨 온 것처럼 장승이 여러 개 박혀 있었다.
그 중앙엔 화장을 한 남자가 춤을 추고 있었는데 굉장히 안 어울렸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산넘어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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