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류 교관님, 그거 막대기가 아닙니다.
* * *
무기보급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수많은 냉병기였다.
길이 별로 나누어져 있는 검부터 시작해서 도, 창, 도끼 등등
말이 보급실이었지 백화점이나 다름없었다.
'쇠사슬도 있네... 이건... 뭐라 그러더라... 할버드?'
둔기도 있었고 너클도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대검은 멋지긴 하네...'
민수가 검을 쓰고 있는 관계로 최대한 무기가 겹치는 걸 지양하려 했다.
주인공이랑 무기가 겹칠 경우 좋은 무기가 나왔을 때 선점할 수 있는 확률이 줄기 때문이다.
근데 대검은 민수가 쓸 것 같지도 않아 보였고 현실에서 재밌게 봤던 만화도 연상 됐다.
'그것보단 크진 않지만.'
망치랑 빠루 같은 길거리 무기도 있었는데 생긴 것만 이렇지 품질은 최상급이었다.
무기에 대한 깊은 조예가 없어도 딱 봐도 느낌이 오는 물건들 뿐이었다.
보급이라고는 하지만 빅토리 아카데미에서 주는 보급은 다르다는 걸 증명했다.
"근데 어디 계시지? 류 교관님?"
말이 다 되어 있다고 해서 온 건데 혜미가 보이질 않았다.
근데 무기를 고르는 거에 도움을 주고 자시고 할 게 없어 보였다.
그냥 몇 번 휘둘러보고 손에 감긴다 싶으면 챙기면 되는 거 아닌가.
"오... 제법..."
확실히 사이즈 큰 무기가 간지는 확실하게 있었다.
어렸을 때 사주지 않을걸 알아도 괜히 장난감 코너를 둘러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구경이나 하고 있어야겠다.'
겉으로 봤을 땐 넓지 않아 보이는 무기 보급실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보였다.
안쪽으로 갈수록 복잡하거나 특이한 게 많이 나왔다.
샤크람부터 표창, 단도, 커다란 십자가까지 상상할 법한 무기는 다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총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냉병기보다는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게이트 내부에서 총을 사용하기란 제약이 많을 터였다.
게다가 신체 능력이 극도로 높은 각성자는 총알보다 빠를 수 있었고 더 강력한 공격이 가능했다.
괜히 총보다 활이 원거리 무기로 선호도가 높은 게 아니었다.
'와... 이런 것까지 있네...'
인터넷에서는 요술봉이라고 불리는 그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꽤 놀라웠다. 일개 생도에게 보급하는 무기의 범위가 이렇게 넓을 줄이야.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었나요?"
"어, 교관님 오셨군요."
"미안 해요 정리할 서류가 생기는 바람에."
"아닙니다. 저도 무기를 구경하느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었다.
기다리기 위해 시간이나 때우는 용도였는데 재미가 상당했다.
어쩌면 류혜미가 안 왔으면 하고 바랐을 지도 모른다.
"혹시 마음에 드는걸 따로 찾으셨나요?"
"아뇨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되네요."
"그럼 적성 검사부터 받을까요?"
빅토리 아카데미는 무기를 보급해 줄 때 생도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둔다.
그러나 교관의 판단 또는 적성 검사를 통해 보다 더 어울리는 무기가 있을 경우 추천을 하기도 했다.
"이쪽으로 오셔서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류혜미가 안내한 곳엔 커다란 원통 하나가 있었다.
비주얼만 봤을 땐 사람이 포르말린 속에 들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넵."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는 지 류혜미 교관이 작게 웃었다.
"생긴 게 좀 그렇죠? 근데 나름 최첨단 기술이라서 그래요. 저걸로 전신의 근육 발달 정도와 한계 활동 범위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거든요."
쉽게 말해 생도의 신체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맞춤 무기를 찾아주는 거였다.
일반인보다 압도적인 신체를 가지긴 했어도 특화 된 부분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대로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원통 안에 들어오자마자 위잉위잉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X맨에서나 볼 법한 기계들이 우르르 튀어나오더니 요란한 빛을 쏘기 시작했다.
눈이 아플 정도는 아니어서 견딜 수 있었고 솔직히 재미가 있었다.
'아까부터 무슨 놀이공원 온 기분이네.'
영화 체험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영화 소품을 즐기다가 가끔 장면도 재현해 보는 것 말이다.
'음?'
오래 걸릴 느낌은 아니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예상한 바로는 위에서 아래까지 쭉 스캔을 하고 검사 결과가 나와야 된다.
근데 기계가 한 곳에서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왜 거길 그렇게.'
힐끗 보니까 내 자지 쪽을 집요하게 스캔하고 있었다.
처음엔 하나만 달라붙어서 빛을 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기계가 많아졌다.
끝내 모든 기계가 내 자지 쪽에 몰렸는데 황당해서 류혜미 쪽을 쳐다 봤다.
"어, 아니 이, 이게 왜 이러지, 자, 잠시만요!"
해결책을 바랐지만 칼 같이 배신 당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기계를 막 조작하는데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일단 제가 조작 중이긴 한데 혹시 스킬 발동 중인가요?"
"네? 스킬이요?"
"이 기계가 신체 능력만 파악하는 게 아니라 스킬도 미세하게 읽어낼 수 있거든요. 지금 그래서 오류가 난 것 같은데..."
말을 워낙 빠르게 해서 알아듣지 못할 뻔했다.
'스킬이라고?'
짐작 가는 게 사실 없지는 않았다.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스킬 중엔 물음표로 인해 알 수 없는 게 두 개나 있었다.
여태까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을 뿐이다.
'근데 지금은 될지도 몰라.'
마녀의 축복에 '명확하게 바라본다'는 설명이 써져 있었는데.
혹시 이거라면 물음표 스킬을 읽을 지도 몰랐다.
안 한다고 손해 보는 것도 없어서 바로 스킬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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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축복으로 인해 불분명한 걸 명확하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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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와 [???]를 올바르게 확인합니다.
[???] > 자기지둥(F~S) :: 더 크고 더 길고 더 두꺼운 무기를 들 수록 강해집니다. 무기 또한 함께 강화됩니다.(상시 발동형)
[???] > 레벨업!(!_!) :: 서브 스킬의 랭크를 하나 올립니다. 신중하게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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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등급이 죄다 이상해서 못 읽은 건가...'
일반적인 스킬 등급은 아니었다.
F~S등급이란 건 무슨 무기를 드느냐에 따라서 성능이 달라진다는 표시였다.
레벨업은 말 그대로였다.
'근데 그럼, 여기서 대체 왜...'
기계가 자지를 조사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상시 발동형이긴 해도 무기를 들고 있어야만 발동이 되는 조건이었다.
지금은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고 맨몸이다.
'설마.'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경우가 떠올랐다.
스킬은 무기의 범위를 정해 두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기계는 스킬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하자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가 도출 됐다.
"백태양 생도, 바지춤에 혹시 어떤... 스킬을 발동시키는 트리거가 있나요?"
있었다. 그것도 엄청 단단하고 굵은 트리거였다.
최소 남들의 3배 정도 되는 강인함.
바지도 숨겨 주지 못 하는 굴곡을 지닌 방아쇠였다.
"지금까지 나온 걸로 봤을 땐 막대기가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하네요, 이런 경우는 전에도 없었어요!"
당연한 말이었다. 그 어떤 스킬이 좆을 무기로 인식한단 말인가.
어쩐지 백화점 전투 영상에서 고추에 왜 빛이 나오나 했는데 바로 이거였다.
무기의 기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빛이 난 거였다.
'좆방망이 같은 느낌 인 거냐?'
물어볼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지금 당장 연구 담당교관이라는 사람도 알아내지 못 하는 스킬이다.
'말한다고 믿기나 할까?'
바지춤을 깐 다음에 이게 원인입니다, 라고 했을 때 정말 믿어 줄까?
"더 이상 기계가 확인하지 못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살펴봐도 되나요?"
"음...어...아..."
거절하기도 애매했고 승낙하기도 곤란했다.
수진이와 류혜미가 묘하게 겹쳐보이는 건 왜일까.
상황이 너무나 비슷했다.
"금방 끝날 거예요!"
류혜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순식간에 내 앞으로 와서 무릎을 쭈그리고 앉는다.
기계가 한 곳으로 모였던 정확한 위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굉장히 민망했다.
"음... 진짜 이상하네요... 겉보기엔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그때도 빛나던 위치도 그렇고..."
사타구니에 뭔가 비밀이 있는 거 아닐까요...
중얼거리는 류혜미의 목소리를 듣는 게 괴로웠다.
이 여자 다 알면서 일부러 이러는 거 아냐?
"호,혹시 만져 봐도 될까요?"
"뭘요?"
"그... 사타구니를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지만 똑똑히 들었다.
이 여자는 연구를 위해서 '막대기'를 더 조사하려는 거다.
심지어 얼굴까지 붉히는 걸 보니까 뭔지 대충은 아는 눈치였다.
"분명 특별한 스킬일게 분명해요! 제가 꼭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조사해볼게요. 이건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백태양 생도의 이름으로 논문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라구요!"
류혜미는 허락만 받는다면 손을 뻗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연구 목적을 위해서 수치심 따위는 버릴 각오가 된 얼굴이었다.
"류혜미 교관님."
"네! 백태양 생도! 허락해주는 건가요?"
"그거 막대기가 아닙니다."
"네? 그, 그럼요...?"
당황한 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여전히 내 하체에 고정돼 있었다.
진실을 부정하고 싶겠지만 잔인하게 알려줄 차례였다.
"알고 계셨잖아요, 그거 제 좆입니다."
"그...그게 스킬인가요?"
"....네..."
이쯤 되면 당연히 포기할 줄 알았다.
아니 포기하는 게 맞았다.
근데 호기심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보...보고 싶어요... 안 될까요...?"
교관이 생도의 좆을 보고 싶다며 애처롭게 올려 보고 있었다.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퍼를 내렸다.
평균 사이즈의 자지라면 지퍼만 내려도 나와야 한다.
하지만 대물 중의 대물은 버클까지 풀러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꺅!"
그녀는 얼굴을 가까이하고 있어서 툭 튀어나온 좆에 뺨을 맞았다.
당황하면서도 침착한 표정이 아주 일품이었다.
"이...이거 만져 봐도... 되, 될...나...요...?"
아마 오늘 떡을 치거나 하는 진도를 나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전까지라면?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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