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8화 (28/325)

〈 28화 〉 이 새끼 진짜 미친 새끼네?

* * *

"자 다들 내일 있을 실기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해주겠다. F급 게이트로 들어갈 예정이고, 급이 낮다고 방심하면…"

김석구 교관의 말은 귓등으로 흘린 지 오래다.

어차피 조를 짜고 게이트에 들어가서 몬스터를 잡는다는 내용이 전부인데, 자세히 들을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김민수 주변 여자를 파악해야 한다.'

대충 봤을 땐 반 안에서는 유민이 말고는 민수와 접점이 있는 여자애가 없었다.

접점이 없다고 해도 갑자기 애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는데, 그건 외모로 판별하면 될 문제였다.

얼굴이 곧 개연성이었다. 주인공과 어울리고 싶으면 그만큼 미모가 뛰어나야 한다.

'애들한테 미안 하지만 여기서 외모 순위를 따지자면...'

남자는 내가 1위, 김민수가 2위였고, 여자는 유민이가 압도적으로 1위였다.

나머지는 그럭저럭 생겨 먹은 정도였고 집중할 만한 특징도 보이지 않는다.

즉 A반에서 견제해야 될 여자는 유민이 혼자인데, 이미 함락 시킨 상태였다.

'김민수 개자식, 비밀연애를 한 이유가 이거였어.'

처음에는 개호구라고 생각했는데 연애의 천재였다.

저 멍청한 더벅머리뚜껑을 열어 보면 카사노바가 엉덩이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닐까?

비밀연애를 함으로 가져가는 이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공식적으로는 솔로기 때문에 여자들이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다.

그럼 김민수는 정의롭고 착한 성격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플래그를 꽂는다'를 시전 한다.

그 결과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어진다. 김민수는 우유부단할 테고 최종적으로는 히로인이 늘어나는 방식이었다.

'소설이 인기가 없어졌던 건가?'

약 170화 동안 순애일지라고 써놓고 손만 잡아서 진도가 느리다는 악플이라도 받은 걸까.

갑자기 드리프트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지만 지금은 의미 없었다.

"태양 생도, 그래서 자네는 다른 반으로 지원을 가줘야 할 것 같은데, 괜찮나?"

"네? 예?"

뒤늦게 정신을 차려봤지만 무슨 이야기하는 지 파악이 안 됐다.

갑자기 왜 다른 반 지원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어제 일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건 이해하네, 다시 설명해주지."

김 교관의 말은 F급 게이트여도 비교적 전력이 약한 반은 지원이 필요하단 이야기였다.

상시 발동형에 백화점 몬스터를 멋지게 막은 실력이라면 훌륭한 안전장치나 다름이 없었을 터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덕분에 걱정이 좀 덜겠군."

마침 다른 반에 외모가 좋은 여자애가 있나 찾아보려던 참이었다.

대놓고 남의 반에 들어가서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겼어.'

모든 변수를 제거할 순 없지만 적어도 확인은 해야 한다.

퀘스트의 난이도를 알게 된 순간부터 대충할 생각은 버려야 했다.

"그럼 민수 생도와 태양 생도는 방과 후에 날 따라오도록."

김민수는 왜? 설마 김민수도 지원을 같이 가는 건가?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플래그를 어떤 식으로 꽂는 지를 확인할 수도 있는 기회였다.

"넵."

"알겠습니다!"

방과 후에 일정이 알아서 생기니까 편했다.

그전까지 할 일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민수와 개별 면담.'

이 개자식의 여자 관계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김민수에게 달려가서 여자 관계를 캐내야 했다.

"자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내일은 게이트 출몰 지역에서 보자고."

""넵!!""

김석구 교관이 나가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민이는 내가 시킨 대로 철저하게 민수를 무시하고 있었다.

"민수야!"

여자 친구한테도 버림 받은 놈이 어딜 가겠는가 싶어서 불렀는데, 대답이 없었다.

반을 한 번 둘러보니 김민수는 보이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불렀는데 그것보다 빠르게 사라졌다고?

'이 새끼 어디로 튄 거야.'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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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요즘 뭔가 잘못 되고 있음을 느꼈다.

유민이와 사랑의 끈을 이어나간 지 한 달째, 끈이 끊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계기는 백태양의 말 때문이었다.

그놈만 아니었어도 지금 화기애애하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전부 다 엉망이었다.

'결국... 순애일지작가님 말이 맞았어...'

어제 있었던 기나긴 질문과 답변을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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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와 고민이 있습니다] ­ 스윗생도

­스윗생도님의 2315번째 고민글입니다­

여자 친구와 요즘 연락이 잘되지 안습니다...

솔직히 여테까지 제 잘못이라고 만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근데 이 정도까지 연락이 안 될 일은 아니지 안나요?

저는 화해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종이학도 접어보고... 손편지도 써봤어요.

물론 전해주지는 못 했지만 많은 노력이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서로 얼굴만 봐도 좋았었는데 요즘은 참...

마음이 아픕니다.

반에 전학생이 왔는데 개가 온 날부터 뭔가 제대로 돼는 게 없네요...

개 탓을 하고 싶진 않지만 이게 너무 절묘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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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통 되지 않아서 쓴 글이었다.

예전부터 연애에 많은 도움을 순애일지작가였다.

당연히 이번에도 명확한 답을 내려줄 수 있으리라.

저번엔 도움이 안 됐지만 그건 답장하지 않은 유민이도 잘못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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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와 고민이 있습니다]의 답변 ­순애일지작가 [태양광]

흠 어쩌면 너무... 멀리 와 버렸달까나... 그 정도로 관계가 어려워지면...

잠깐은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려 봐도 되지 않을까 십네요....

헤어지라는 말은 아닙니다만 스윗생도씨가 고민이 많다면 음....

주변에 분명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느낌이 든달까나.

솔직히 (웃음) 글만 봐도 수준 높은 외모라고 생각이 됩니다.

현재 연인과 잠깐 거리를 두며 서로 소중함을 확인하는 시간 가져 봐도 됩니다.

랄까나.

연상에게 상담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나이가 조금 많은 정도의 여자가 아주 적당함...

혹시 주변에 아는 누나가 있으면 진지하게 토론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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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똑똑한 분이야.'

혹시 내 주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해석해보자면 남자의 답변보다 누나의 답변이 더 효과적이라는 글이었다.

"그래서 할 말이 뭐야?"

"일단 류 교관님...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우리 둘만 있을 땐 말 편하게 하라니까, 너무 딱딱하다."

민수는 답변을 읽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을 끝낸다는 말하면서 나갔으니까 정말로 섬광 같은 속도였다.

'누나를 보니까 마음이 편해져'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 곳은 상담실이었는데 류혜미 교관이 근무하는 곳이었다.

빅토리 아카데미 교관은 대표직은 명찰에 달고 겸임직은 표시하지 않는다.

류혜미 교관 같은 경우는 연구를 대표로 했고 겸임으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진짜 오랜만이야 누나, 첫날에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 지 몰라."

"나도 그래, 엄청 어렸을 때 보고 나서 처음인데 얼굴이 넌 그대로 남아 있더라."

"누나도..."

민수의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혜미는 어렸을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얼굴은 더 예뻐졌고 체형은 균형 잡힌 탄탄한 몸매로 변해 있었다.

갈색 머리에 파마를 한 건지 연상스러운 느낌이 팍팍 났다.

"그래서 고민이 뭐길래 이렇게 달려왔어, 땀 봐."

혜미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아줬다.

손수건에서 나는 향기와 그녀의 살냄새가 민수의 콧구멍을 간지럽힌다.

콧구멍이 벌어지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민수는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여자 친구가 있는데..."

"뭐...?"

"아, 여자 친구가 있어...비밀연애 중인데 요즘 사이가 너무 그래서..."

"계속, 계속 말해 봐."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거지? 약속은 다 잊어버린 건가? 혜미는 혼란스러워졌다.

서로 인성 교육이 끝나고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는 각성자가 됐을 때, 결혼하자는 약속을 잊은 걸까?

한편으로는 아직 다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연애를 하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민수가 약속을 잊어버릴 리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자신은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서 남자를 멀리하고 살아왔지만...

'남자들은 다르다고도 하니까...'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같은 반에 유민이라고... 진도는 아직 손만 잡은 정도야..."

민수는 혜미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저 자기 이야기를 들어 줄 상대방이 앞에 있다는 게 좋아서 입만 따발따발 벌렸다.

"으...응 그래서?"

"근데 백태양이라는 애가 전학 오고 나서부터 뭔가 사이가 너무 이상해..."

"태양 생도가?"

"응...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혜미와 민수는 대화에 서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누군가 엿듣고 있어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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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냐.'

오감을 극대화해서 김민수의 뒤를 밟았다.

상담실로 가길래 뭔가 사연이 있나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방과 후에 몇 대 패야겠다.'

상담사랑 손깍지를 끼면서 연애 상담을 하는 미친 새끼가 주인공이라니.

'진짜 죽이면 안 되나?'

진지한 고민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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