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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25화 (25/325)

〈 25화 〉 마녀의 계약과 축복 (수정 완료)

* * *

'얘는 안 지치나?'

살을 섞은 지 일곱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유민이는 잠들었다.

백태양의 신체가 아니었다면 견디지 못 했을 거다.

일곱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발기가 식지 않는다는 건 보면서도 신기했다.

허벅지에 구렁이는 장식용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입증했다.

'그래도 이제는 좀 덜하겠지'

물 한 잔 마시려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등이 따끔거렸다.

끌어안으면서 얼마나 등을 긁은 건지 안 봐도 붉은 선이 쫙쫙 그어졌을 게 분명했다.

계속 귓가에 버리지 말라고, 아껴달라고 속삭이는데 꼴려서 죽을 뻔했다.

'하루 종일 여자랑 있네...'

분명 아침에 집에 들어왔는데 정신을 차리니 밤이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이게 백태양의 운명인가?

좋으면서도 굉장히 힘들었다. 문제는 육체는 안 힘든데 정신만 힘들다는 거다.

쥐여짜이는 기분, 여자들한테 먹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걸 후회한다.

야설 속 남자주인공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그러고보니 무슨 알림창이 떴던데."

유민이가 자신을 준다고 했을 때 시야 한 쪽 구석에서 알람창이 떴었다.

그때 당시에는 길들이는 작업 중이어서 확인을 못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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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마녀의 달콤살벌한 계약자] 달성!

마녀는 일평생 단 한 명과 계약을 맺습니다.

그러므로 아주 신중하고 치밀하며 때론 영악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마녀를 굴복시킴으로 축복을 얻어냈습니다.

보상으로 [서브 스킬] 마녀의 축복(S)를 지급합니다!

마녀의 축복(S){봉인} ::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육체가 강화됩니다. 모든 걸 명확하게 바라봅니다.

(상시 발동형, 계약이 깨질 경우 영원불멸의 저주(SSS)로 변경}

ㄴ현재 계약을 수락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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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계약서?"

영문을 몰라서 중얼거렸는데 눈 앞에 커다란 두루마리가 나타났다.

대놓고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며 천천히 펼쳐지기 시작했다.

"뭐 읽을 수가 없냐"

알 수 없는 글자와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활자들이 눈을 어지럽혔다.

내용도 모르게 하고 덜컥 계약 시키려는 사기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던 찰나.

실시간으로 잉크가 번졌다가 지워지며 뭉쳤다가 흩어졌다.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 점점 알아볼 수 있게 바뀌고 있었다.

그 과정이 몇 번 반복되다가 하나의 긴 글이 완성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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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신뢰계약서]

이 계약서는 '마녀'만이 작성할 수 있는 계약서로 일평생 단 한 번의 계약이 가능하다.

계약서의 시초는 '마녀' 스킬 보유자에 대한 일방적인 학살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마녀'는 상시 발동형이면서 계승이 가능한 스킬이다.

특정 개인에게 메인 스킬을 확정으로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누구의 손에 들어가기만 해도 국가를 전복 시킬 힘을 바로 얻는 거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마녀들이 능력을 강제로 넘기면서 학살을 당했다.

항상 마녀의 끝은 불행했다.

마녀 특유의 기운은 절대로 숨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녀들은 끊임없이 고통 받았으나 끝내 해결책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힘을 극도로 제한하다가 계약을 통해 힘을 발현하는 방식이었다.

계약엔 별다른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신뢰를 줄 수 있는 상대방을 찾는 것 뿐.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 정도에 따라 능력의 사용이 능숙해지며 기운을 숨길 수 있게 된다.

이는 수많은 배신과 협박, 납치 등을 당하면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자신을 구원해 주길 바랐던 마녀들의 비원이다.

'절대신뢰계약서'의 내용은 사라지지 않으며 '마녀'의 계승자에게 전달된다.

내용은 수정할 수 있으나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할 시 '절대신뢰계약서'의 판단하에 삭제 된다.

'절대신뢰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마녀' 스킬 보유자는 '마녀' 능력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능력의 출력이 매우 낮아지며 자기 메인 스킬 이름이 '마술사'로 변경 된다.

'절대신뢰계약서'를 작성했을 경우 계약자[소유민]의 메인 스킬은 '마녀'로 변경된다.

변경된 이름은 계약자[소유민]에게만 보이며, 다른 자는 알 수 없다.

계약자[소유민]은 본래의 힘을 되찾으며 이는 계약이 유지될 때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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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백태양]은 마녀의 축복을 받으며 마녀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다.

계약자[백태양]은 계약자[소유민]을 절대로 배신해서는 안 된다.

배신할 경우 계약은 파기 된다.

이 경우 계약자[소유민]은 즉시 모든 힘을 잃으며, 가장 가까운 자에게 힘이 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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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두 개네.'

능력의 진정한 힘을 발동할 수 있는 조건이 신뢰 하나뿐이었다.

나라를 전복시킬 수 있는 건 상시 발동 스킬의 공통점이니 넘어간다고 해도 특이했다.

'상시 발동형은 스킬마다 조건이 다른 건가?'

세울 만한 가설이었다. 당장 유민이만 봐도 계승형이라고 했으니까.

조건도 간단하면서도 어려웠다.

평생 믿을 만한 단 한 사람을 찾을 때까지는 능력이 대부분 봉인 된다니.

굉장히 노리고 만든 설정이었다. 아마 원작대로 흘러 갔다면 민수와 계약을 했을 게 분명했다.

'나머지 하나는 능력 명이 바뀌는 부분...'

분명 핥아보는 눈동자로 살펴봤을 때는 '마녀'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계약서의 조건을 보면 계약 전에는 '마술사'로 표기됨이 옳았다.

'근데 내가 본 건 마녀...'

처녀폭격기가 영향을 미친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연관은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핥아보는 눈동자는 고작 B등급이었다.

B등급 스킬이 메인 스킬의 감춰진 면까지 본다는 건 말이 안 됐다.

"태...양하아아암... 뭐 해...?"

"잠깐 물 마시러 왔어, 깼어?"

"웅... 네가 품에 없잖아..."

잠에서 다 깬 건 아닌지 반쯤 감긴 눈으로 내 품으로 터벅터벅 걸어온다.

달빛에 비춰진 붉은 머리칼이 루비처럼 반짝이고, 고양이 같은걸음엔 사뿐한 바람이 이는 듯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녀가 걸어올 때마다 봄바람이 살랑인다.

꽃내음이 가득해 사람을 질식시키려 한다.

새하얀 발이 바닥을 밟을 때마다 작약이 피어나고 있었다.

어? 피어나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피어나고 있잖아?

"유민아, 바닥에서 꽃... 자라나는데?"

"응? 아... 힘 조절이 아직 안 되네... 팔찌 낮춰야...하암...겠다..."

내 품에 쏙 들어와서 볼을 부비는데, 집이 꽃밭으로 물들고 있었다.

꼼지락거리면서 팔찌를 조정하자 순식간에 작약이 연기처럼 흩어진다.

"태양아... 나 물 먹여 줘...입으루..."

"마시고 다시 잘 거지?"

"우웅..."

입에 물을 머금고 짧게 키스했다.

당장 계약 내용에 대해 이상한 점이 있나 없나를 물어보고 싶었다.

근데 방금까지 울면서 섹스한 애한테 계약 내용을 묻는 건 정이 없어 보였다.

'급한 것도 아니니까.'

근데 묘하게 키스가 길었다. 물도 이미 다 넘겨 준 후였다.

목울대가 움직이는 걸 보면 유민이도 다 마신 것 같은데.

"유민아 물 다 마..."

"키스하는데 말하지 마, 매너 없어."

유민이의 눈은 점차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머리색과 똑같은 붉은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진한 적색일지도.

"이제 됐어, 졸리다. 빨리 들어와 알겠지? 쪽!"

만족스러운 지 볼뽀뽀를 한 뒤에 침실로 먼저 쏙 들어갔다.

볼에 느껴진 입술의 감촉보다 방금 느꼈던 시선이 더 뜨거운 건 착각이었을까.

"내일 다시 학교네..."

소설 속으로 들어온 지 사흘, 단 사흘만에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앞으로는 별일 없이 순탄한 일만 지속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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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이 등교 못 하는데? 나 싫어? 내가 부끄러워?"

"말이 왜 그렇게 돼, 누가 봐도 오해하잖아. 게다가 남자 기숙사에서 왜 같이 나오냐고..."

"성인끼린데 뭐 어때?"

"너 일단 지금은 민수랑 사귀는 사인데 나랑 나오면 이상해지잖아."

사실 유민이도 말하면서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단지 같이 등교하고 싶어서 애교 섞인 투정을 부리는 거였다.

"...태양이... 나빠."

"이해해줄거지?"

" 흥!"

서로 몸의 대화를 나누고 나니 분위기가 완전 바뀌었다.

내가 생각해도 환상적인 대처였다.

"그럼 이따 학교에서 보자."

"응."

유민이는 허공에서 망토를 쑥 꺼내더니 뒤집어썼다.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투명 망토였다.

정말로 감쪽 같았는데, 시선을 집중하자 단번에 유민이가 보였다.

"너라서 보이는 거야, 다른 사람은 만지지도 못하고 감지도 못할걸?"

"엄청나네..."

감탄했다. 만약에 숙련된 암살자가 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사람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감지도 못하고 만지지도 못 하는 유령이 칼을 들고 찌르는데 누가 피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런 도구가 한 두 개가 아니었으니 범용성이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그럼 먼저 갈게! 학교에서 보자!"

유민이는 뿅! 하는 소리와 함께 짧은 입맞춤한 뒤 사라졌다.

"좋네..."

뭔가 동거하는 낭만이 있었는데 충족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여전히 재미있네.'

등굣길은 언제나 신선했다.

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되기도 했고 중·고등학생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가 돼서 즐거움이 배였다.

실내에서 여자랑만 있다 보니까 인기 체감이 잘 안 됐었는데.

밖으로 나오니까 성능이 확실했다.

저번 주 금요일과는 전혀 다른 시선이 느껴진다.

말이라도 걸어볼까? 하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잘생겼다는 소리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갔다.

'이게 바로 인플루언서의 삶인가...'

아이돌이라도 된 기분이다.

아마 백태양의 외모가 좀 더 순둥하게 생겼다면 사진 세례가 이어질 지도 몰랐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 골목 구석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평소 등굣길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였는데, 저기서 뭘 하길래 있는 거지?

"김민수?"

"어? 태양아!"

민수는 어떤 무리와 같이 있었는데 딱 봐도 평소에 어울리지 않는 무리였다.

심지어 무리는 표정도 별로 좋지 않았는데 민수 혼자만 싱글벙글이었다.

일단 저대로 냅두면 안 될 것 같아서 가까이 가 보니 상황은 더 가관이었다.

"왜... 이런 골목에서 계좌 이체를 하고 있어?"

"아, 지금 선배들이 밥 먹을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눠 주고 있었어."

핸드폰 화면을 보니 액수가 상당했다.

"식비가 이백십오만원이 나와...?"

"사람이 다섯이잖아..."

민수는 그런 것도 모르냐는 얼굴로 나를 타박했다.

문득 김민수의 프로필에 '정의롭고 친절한 성격이다.'라고 써져 있다는 게 생각났다.

'그냥 호구잖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야 너 이거 지금 삥 뜯…"

"어이, 후배. 그냥 갈 길 가지?"

선배라고 지칭된 무리가 민수와 나 사이에 끼어들었다.

다섯 명 나란히 있으니까 기X특전대 같은 느낌이 나기도하고 클리셰 같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쭈, 웃네?"

"야 너 이름 뭐냐?"

나는 어깨빵을 당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아...이게 계좌 이체를 하려면 보안 카드가 있어야 되는구나..."

"보안 카드 없어도 요즘은 인증서로 다 할 수 있어."

민수는 어깨동무를 당하면서 삥을 뜯기고 있었다.

한쪽에선 견제를 하고 반대쪽에선 계좌 이체 방법을 알려주는 상황이었다.

얘네 뭐가 이렇게 어설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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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퀘스트]!

김민수의 활약을 뺏어라!

김민수는 본래 모든 클리셰를 잡아먹으며 멋진 주인공이 될 운명입니다.

뭐 물론 지금은 계좌 이체 중이지만... 다 작가 역량인 거겠죠?

불량배들과 마주쳐서 멋지게 물리치는 장면, 어디서 보지 않았나요?

주인공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를 난장판 치세요!

기회를 잡아먹고 당당하게 주연의 입지를 다지는 겁니다!

클리어 조건 :: 불량배 교육[물리] (0/5)

기한 :: 선도부가 개입하기 전까지.

보상 :: [주인공­김민수]의 입지 0.1% / 페널티 :: 같이 삥 뜯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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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래서 엄청 작위적이었구나...'

알피지 게임으로 따지면 초보자 마을에서 막 나와 다람쥐 다섯 마리를 잡는 수준이었다.

근데 김민수는 다람쥐를 잡는 게 아니라 도토리를 구해서 나눠 주는 중이었고 말이다.

"진짜 지랄 났네..."

"뭐? 지랄? 야 다시 한번 말해 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지랄?"

다섯 명 중에 길쭉이와 퉁퉁이, 비실이 총 셋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진짜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실전압축근육으로 다져진 몬스터들을 보다가 얘네를 보니까 선녀 같았다.

"뭐 하냐 진짜."

망설임은 없었다.

빡! 빡! 빡! 빡! 빡!

빅토리 아카데미의 구석 골목길에 뼈 부러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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