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태양아 나 씻겨주면 안 돼?
* * *
마지막 남은 오크를 때려잡은 뒤 어느 정도 문책을 당할 거라고 예상 했던 것과 달리 상황은 무난하게 끝났다.
아직 1학년인데다가 상시 발동형 능력자인 게 감안 되어 '스킬 사용의 미숙함'으로 모든 게 정리 됐다.
연구원들도 아깝다는 말을 내뱉을 뿐 별다른 책망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모두 구해 냈다는 건 어마어마한 면죄부가 있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깍두기 머리는 나중에 따로 보자는 이야기를 남기며 명함 한 장을 주곤 떠났다.
구조대원들은 상황을 빠르게 수습했고, 연구원들은 시체라도 조사하자며 몬스터들을 모조리 긁어갔다.
여기서 또 연구소장 쯤 돼 보이는 사람이 명함을 줬는데, 계좌를 찍어 보내라는 말과 함께 떠났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었는데 수진이가 알려 준 바에 따르면 몬스터 부산물에 대한 거였다.
아무리 고블린이라도 특이한 경우로 나타난 거기 때문에 그 값어치가 상당했다.
근데 거기에 코볼트에 오크까지 있으니 값을 톡톡히 받을 거라고 말했다.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된 기분이네'
그냥 일반 부산물도 아니고 연구 목적으로 시체를 구매하는 거였다.
아무리 못해도 시세의 1.5배 정도는 높게 받는다는 건데…
액수 계산은 정확히 안 되지만 일개 생도가 지닐 만한 사이즈의 돈은 아닌 건 확실했다.
'서비스도 좋고...'
구조대와 연구원들이 모두 철수했을 때 우릴 맞이한 건 회장이었다.
'...아무리 높아봤자 지배인 정도가 나올 줄 알았는데'
회장이 나오다니 확실히 게이트가 심각한 사안이라는 게 느껴졌다.
게이트가 열리는 건 인간의 힘으로 억제할 수 없다.
백화점 내에서 게이트가 열린다? 다들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할 거다.
근데 다시는 그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울 테니까.
'근데 그걸 우리가 막아준 거지...'
회장이 준 명함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특수 재질로 된 명함은 구조대장과 연구소장이 준 명함같은 일반 명함과 용도부터 달랐다.
'현대판 마패네'
실낙원 계열사의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항상 VVVIP 대우를 받는다.
VVVIP라고 하면 감이 안 잡힐 걸 알았는지, 회장과 똑같은 취급받는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태양아 여기 베스밤도 종류별로 있어!"
"진짜? 나중에 나도 풀어야겠다."
덕분에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오성급 호텔에서도 최상층, 돈이 있다고 아무나 받지 않는 초호화 스위트룸에서 쉬는 건 정말 짜릿했다.
옷부터 음식, 각종 유흥을 모두 방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간편함!
회장 명함도 있겠다, 앞으로 굶어 죽을 일은 결코 없었다.
'좋게 끝나서 다행이네'
욕실 안에 있는 수진이를 힐끗 쳐다본다.
벽면이 불투명한 통자 유리여서 그런지 드문드문 보이는 실루엣이 보였다.
처음에는 놀란 가슴이 진정 되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 하더니 지금은 많이 진정됐는지, 욕실에서 놀고 있다.
마음 같아선 욕실에 들어가서 같이 씻으며 좆을 놀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런 격전을 치르고 난 뒤에 갑자기 하기엔 너무 욕심이었다.
'수진이는 압박을 나 대신 받아줬으니까 …'
진정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태, 태양아"
"응?"
그때 내 상념을 깨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진이는 알몸을 다 보여주기는 부끄러운 지 문틈 사이로 얼굴만 내밀었는데.
유리 벽이어서 그런지 눌린 가슴 실루엣이 그대로 보였다.
강아지 얼굴에 작고 아담한 키, 그리고 그걸 무시하는 사이즈의 가슴.
욕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누워 있었던 해바라기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 어 누나... 왜?"
누워 있다가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목욕 가운은 자지가 발기하는 걸 가려줄 수가 없어서, 급하게 옷을 동여맸다.
"그... 혹시... 바빠...?"
"무슨 일이야.? 안 바뻐"
수진이의 표정을 보니 말하고 싶은걸 말하지 못 하는 표정이었다.
허벅지를 배배 꼴 때마다 물방울이 보지를 타고 그대로 바닥에 툭툭 떨어진다.
뭘 말할지 짐작돼서 동여맸던 옷을 풀었다.
천천히 수진이에게 다가갈 때마다 문을 조금씩 여는데, 빨리 들어오라는 손짓 같았다.
"그럼 나, 나 씻겨주면 안 돼?"
긴 생머리가 다 젖어서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새하얀 살결에 올라간 검은 머리칼은 청순한 느낌을 증폭시켰다.
귀까지 빨갛게 익어서 내뱉을 때의 입술은 분홍빛이었다.
저 입술이 내 자지를 감으면 얼마나 좋을까.
"안 될 게 뭐가 있어."
욕실 문을 활짝 열었다.
베쓰밤을 풀어놓고 들어가지 않았는지 욕조의 상태가 깔끔했다.
처음부터 같이 들어가고 싶어서 입욕제 여부를 물어본 거라니, 알게 모르게 야한 생각이 가득한 여자였다.
"내가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겨줄게"
++++++++++
'최악의 데이트네...'
욕실에 들어가자마자 든 첫 생각이었다.
수진에겐 수진 나름의 계획이 준비되어 있었다.
밥을 먹고, 옷을 사고, 영화도 같이 보고.
'소,손도 잡고... 그러다가 술도 마시다 보면...'
바로 옆이 호텔 건물인 곳에서 괜히 식당을 예약 했겠는가? 수진은 다 이유가 있었다.
근데 몬스터가 그 모든 걸 망쳤다.
아끼던 옷은 엉망진창이 됐고 승부 속옷은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회장님이 준 명함 덕에 더 좋은걸로 살 수 있다는 건데...
수진에겐 그런 건 의미가 없었다.더 좋은 속옷보단 당장 태양이에게 보여 줄 승부 속옷이 필요 했다.
그렇다고 씻고 나가서 속옷을 고르면 분위기는 다 엉망진창이고 기대도 되지 않을 터였다.
'망했어 진짜...'
다른 의미로 주저앉아서 울고 싶었다.
초록색 피칠갑 된 모습까지 보였으니 최악의 경우엔 날 여자로 안 보는 거 아닐까?
'그러면 안 되는데...'
태양이는 누가 봐도 좋아할 만큼 확 끄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불량해 보인다거나를 떠나서 그냥 남자다웠다.
식당의 그 여자애도 은근슬쩍 태양이한테 팔짱을 끼거나, 가슴을 비비는 걸 봤을 땐 얼마나 놀랐는 지 모른다.
전학 온 첫날부터 그 정도인데 나중에 아카데미에 익숙해지면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
'그때가 되면 나 정도는 쉽게 버리지 않을까?'
물론 태양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단지 수진이 혼자의 객관적인 생각이었다.
커다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수하게 다니는 여자보단 화려한 여자와 함께 다니고 싶어 할 테니까.
'기회는 지금 뿐이야...'
그래서 은근슬쩍 베쓰밤이 있다고 떠봤지만 효과가 좋지 않았다.
아까까지 몬스터를 잡고 와서 그런지 푹 쉬라는 기운이 말투에 녹아 있었다.
괜히 잘못 없는 욕조물을 휘휘 저으며 화를 풀었다.
이렇게 장밋빛을 내며 거품이 생기면 뭐 하는가, 같이 씻고 싶은 사람은 밖에 있는데...
'어떻게 하지...'
거울을 보니 처량한 강아지가 물에 젖은 채로 있었다.
욕조는 거품을 계속 뿜어내면서 얼른 들어오라고 재촉 했다.
혼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게 끝이었다.
'부르자... 태양이를...'
주먹을 꽉 쥐고 결심했다.
무슨 핑계로 부를 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확실하게 어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
욕실 문을 열었다.
온도차로 인해서 찬 바람이 훅하고 들어왔을 때 몸이 살짝 떨렸지만 사소했다.
심장 소리가 콩콩 대며 요란하게 떨리는데, 태양이가 들을까 걱정이 앞섰다.
"태양아, 바뻐?"
다른 사람이었다면 유혹을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텐데, 경험 없음이 괜히 원망스러워졌다.
좀 더 능숙하게 꼬시고 싶었지만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응? 안 바뻐"
그렇게 말하면서도 태양이는 의도를 알아차린 건지 묶었던 가운끈을 풀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 입에 넣었을 때도 느꼈지만 정말로 저런 게 몸에 들어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수진은 괜히 침을 한 번 삼켰다.
저렇게 큰 게 또 몸에 들어올 생각하니 갑자기 아랫도리가 젖어가고 있었다.
'야한 여자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태양이라면 그런 부분도 좋아해 줄 지도 몰랐다.
수진은 결심했다. 오늘 끝을 한 번 달려보겠다고 말이다.
"그럼 나 씻겨 주면 안 돼?"
막상 말을 내뱉었지만 거절 당할까 두려워 눈을 꼭 감았다.
거절할 때 얼굴을 볼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았다.
"안 될 게 뭐가 있어."
문을 성큼 열고 온 태양이를 봤을 때 수진은 너무 좋아 소리를 지를 뻔했다.
"구석구석 깨끗이 씻겨줄게."
솔직히 부끄럽기는 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발랑 까진 여자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줬으면 하는바람이다.
"으,응 부탁해..."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서 고개를 제대로 들 수가 없었다.
++++++++
'진짜 몸이 말도 안 되네...'
피부가 새하얗다 못해서 두부같았다.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자 온도차 때문에 움찔움찔 거린다.
이걸 참고 씻겨 주기만 해야 한다니!
'어쩌면 이게 제일 어려운 퀘스트 아닐까?'
수진의 가슴을 살짝 들추자 밑가슴속에 있는 물기가 주르륵하고 배꼽에 들어간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도 이미 자지는 폭발할 듯이 커져서 수진의 허벅지에 닿아 있었다.
"나, 나도 씻겨줄게 태양아..."
너 못 씻었잖아, 그리 말하면서 다짜고짜 바디워시를 가슴에 발라 거품 내는 데.
저 가슴이 그대로 몸에 비벼진다고 생각하니 쿠퍼액이 흘러나왔다.
'정말로 샤워만 하기엔 글렀네.'
눈에 정욕이 가득 차오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