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남친은 모르는 표정을 짓는 동급생, 소유민(6) (소유민 일러 추가)
* * *
김민수는 예상대로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눈은 왜 감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귀가 빨간 걸 보니 처음부터 기다렸을 게 분명했다.
'두 시간 이상 여기 있었다고?'
유민이와 찍은 섹스 영상 길이가 2시간 13분이었다.
2인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최소 두 시간 반이 넘는데, 그걸 우직하게 기다리다니.
대단하면서도 짠했다.
누구는 비밀 연애 하나 가지고 두 시간 넘게 기다리는 거에 비해…
'누구는 좋다고 남의 자지나 빨아대고 있고...'
극단적이어도 이렇게 극단적일 수가 없었다.
백태양이 등장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조금만 밀어붙여도 눈동자가 하트로 변하는 여자 친구를 김민수는 지킬 수 없으니까.
김민수는 최종흑막은 물리칠 수 있어도 백태양은 죽어도 못 이겼을 거다.
'실제로도 그렇게 됐으니까 뭐...'
작가가 봉인 시킨 이유가 있었다.
"민수야 여기서 뭐 해"
"어? 어... 나 그..."
"유민이 기다려? 걔 뭐 할 거 있어서 좀 늦는데"
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유민이는 정말로 보지에 있는 내 정액을 긁어내느냐고 바쁜 상태였다.
김민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양 구는 게 우스웠다.
"...많이...티 나?"
"응? 뭐가?"
"나랑 유민이..."
"아... 니네 사귀는 거?"
순식간에 김민수의 눈동자가 커진다.
먼저 물어볼 정도면 어느 정도 대답을 예측하고 있었을 텐데, 이런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가 답답했다.
최신 화만 읽었을 때도 답답함이 전해질 정도면 그 전 화까지 얼마나 고구마를 먹였을까?
이러니까 그렇게 쉽게 벗는 애를 아직 손만 겨우 잡은 거겠지.
"역시... 눈치가 되게 빠르구나... 다른 애들은 모르던데..."
"음..."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게 많됐다.
솔직히 다 알고 있는데, 단순히 스토리의 전개를 위해서 모른 척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너희들만. 아니 어쩌면 민수 너만 비밀 연애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거라고...
"그래 뭐, 내가 눈치가 좀 빠르긴 하지"
일단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김민수랑 친분을 다져야 앞으로 무슨 전개가 일어날 때 안전할 가능성이 컸으니까.
"그, 그럼 내 연애 고민 상담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어? 고민 상담?"
대화 흐름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비밀 연애하는 걸 들키자마자 갑자기 연애 상담으로 넘어가는 뇌 구조가 너무 궁금했다.
"아니, 그 갑작스럽게 말해서 미안... 근데... 태양이 너는 연애 많이 해봤을 것 같아서..."
내가 거절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지 대뜸 핸드폰부터 내민다.
연락처를 찍으라는 건데, 점점 더 김민수의 머릿속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주인공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단 한 번도 거절을 당해 본 적 없는걸까?
애지중지하며 키운 자식이라는 티가 확 났다.
부모가 작가여서 더 사랑 받으면서 컸을 거다.
핸드폰을 받아 번호를 찍고 있는데 등에 말캉한 감촉이 닿았다.
이어지는 유민이의 목소리, 그렇다면 지금 내 등에 닿은 건…
"태양아, 뭐 하고 있었어?"
가슴이었다.
노브라 상태로 남자 친구가 있는데 잘도 가슴을 내 등에 비비고 있구나.
늘 해 오던 것처럼, 털털한 성격을 연기하며 팔을 내 목에 두른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 친구가 있는데 이건 너무 한 거 아냐?
근데 왜 한 손은 주먹을 쥐고 있는 거야?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다.
"태양이가 무거워 하잖아."
"태양아, 뭐 하고 있었냐니까?"
민수의 말을 무시하며 내게 말을 거는데 살짝 무서웠다.
섹스 전이었다면 '아직 화가 나 있구나'로 알아들었을 거다.
근데 지금은 '김민수랑 이제 만날 생각이 없구나'로 해석 됐다.
대놓고 불편한 얼굴을 하는 남자 친구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지 은연중에 가슴을 계속 비빈다.
이대로 가다 간 발기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팔을 떼어냈다.
"번호 교환하고 있었어, 부반장이잖아."
"그러면 반장인 나도 해야겠네? 핸드폰 주라, 내가 반톡방에도 초대해줄게!"
핸드폰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볼 수 있었다.
김민수와 유민이의 팔에도 팔찌가 껴져 있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같이 다녔던 건가?'
상시 발동형 능력자는 특별 관리 대상이기에 함께 교육을 받았을 터였다.
어떻게 이 조합이 사귈 수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결됐다.
같이 붙어서 십 몇 년을 붙어 있으면 없던 정도 저절로 생기기 마련이다.
"아 맞다, 태양아 너 아까 이거 안 가져갔더라?"
아까부터 꾹 쥐어진 주먹이 그대로 내 손바닥 위에 얹어진다.
민수가 볼 새라 순식간에 그 위에 핸드폰이 놓였는데, 정말로 감쪽같았다.
"뭔데?"
드디어 유민이와 대화할 기회를 잡았다는 표정을 하고 입을 열었으나, 알아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는 물건이었다.
왜냐면 이건…
'미친년, 지 속옷을 왜 나한테 줘.'
유민이의 속옷이었다.
바로 눈앞의 남자 친구가 눈을 부릅 뜨고 있는 이 순간에 자기 팬티를 전달한 거다.
특정 부분만 젖어 있어야 정상인데 전체적으로 끈적한 느낌이 든 걸로 봐선 보지에 한 번 넣은 게 분명했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대체 왜?
퀘스트 깨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접근한 건데 반응이 살벌했다.
뇌가 마비가 올 지경이다.
뭐라고 해야 적당히 둘러댈 수 있을까, 아무튼 절대로 보여 줘선 안 됐다.
힐끗 유민이를 쳐다 보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아 이거, 아카데미 약도"
그 말에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드디어 자기 말을 받아줬다는 기쁨에 민수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누가 보면 신의 계시라도 받았다고 생각할 법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소중히 아끼니까 진도를 못 빼지'
그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유민이는 당황하지 않았다.
속옷을 주고 그게 뭐냐는 답을 할 때도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다는 듯 행동해서 의심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민수 너는 나랑 같이 가면서 이야기할 거 많지?"
"아... 유민아 진짜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들으면 너도 이해할거야... 나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알았어, 알았어, 아무튼 기다려 줘서 고마워. 이제 가자"
태양이 너도 주말 잘 지내~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민수가 빠르게 유민이를 데리고 떠났다고 보는 게 맞았다.
얼른 둘만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연애 방식 의도를 해명할 게 뻔했다.
가는 방향도 기숙사랑 정반대여서 같이 가는 일은 다행이 면할 수 있었다.
"그래, 잘 가라..."
되도록 자주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다. 무미건조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내 정신 건강에 더 도움이 될 터였다.
혼자 덩그러니 있는데, 한쪽 손바닥에 묘하게 따듯한 온기가 감돈다.
묘한 냄새도 났는데, 익숙한 밤꽃향이 난다.
[소유민]
>먼저 가고, 태양이 너무해! 그래도 만족 했으니까 선물♥♥♥♥
>그걸로 잘 닦았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리구 씹지 말고 기숙사 몇 호에 사는 지 보내라?
밤꽃향이 뭔지를 암시하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잘 닦았구나, 잘 닦았어... 그래서 줬구나...
이런 결과를 원해서 한 게 아니었다.
백태양이라면 당연히 자지로 여자를 굴복시키고 전부 다 노예로 만들지 않나?
수진이가 그리웠다.
작은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끼잉 거리면서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수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바로 버릴 수도 없어서 주머니에 넣는데 찝찝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내 주머니엔 정액을 닦은 여자 팬티가 들어 있구나...'
하루 만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얼른 기숙사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
"와... 뭐가 많이 생겼네?"
아침까지만 해도 삭막했던 기숙사 인테리어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급하게 편입 수속을 밟았어서 그런지 기숙사 방은 미니멀리즘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포근한 인테리어였다.
옷장엔 교복이 다섯 개 정도 예비로 들어 있었고 냉장고엔 기본 식재료들이 꽉 차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식탁엔 카드도 있었는데, 빅토리 생도 전용 카드였다.
붙어 있는 설명서를 읽어보니 돈은 매달 일정 액수만큼 지급 되고 여러 혜택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써져 있었다.
"이래서 빅토리 아카데미 들어오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이 나는 거구나?"
웬만한 중소기업 부장 뺨을 후려칠 정도의 돈이 매월 카드에 찍힌다니, 괜히 1% 아카데미가 아니었다.
"피곤해 죽을 것 같아."
너무 지친 하루였다.
이런 하루를 달래주는 건 달콤한 퀘스트 보상이 아닐까?
"제발 좋은 거... 제발 좋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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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클리어!
보상 :: ???이/가 지급 됩니다!
???(???) :: ???
다음 퀘스트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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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느 정도 예상한 거였다.
백태양의 상태창을 확인해 봤을 때도 물음표 스킬이 있었는데, 하나 더 생긴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중요한 건 알림창이 더 남아 있다는 거다.
'그때도 큰일은 메인 퀘스트가 한 게 아니었어..'
아직 처녀폭격기와 업적 달성이 남아있어 기대하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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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폭격 성공! 정확히 명중했습니다!
소유민을 가장 사랑하는 남자 김민수의 [서브 스킬]인 강타(A)를 복사합니다!
강타(A) :: 평소의 힘보다 더 강한 힘을 담아 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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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스킬이긴 했는데, 한편으론 애매했다.
게이트가 있고 각성자가 있다지만 아직 몬스터를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뭐 나중에 가면 써먹지 않을까?'
없는 것보다 낫겠지.
페널티도 없어 보였고, 스킬의 등급도 높았기에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스킬이었다.
'자 그럼 다음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업적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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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난 하루에 두 탕 뛴다] 달성!
보상으로 [서브 스킬]인 플레이보이 기억법(C)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플레이보이 기억법(B) :: 기억되는 최소치 기분이 '좋음'으로 기억됩니다.
업적! [여자의 진정한 모습을 목격한] 달성!
보상으로 핥아보는 눈동자(B)가 강화됩니다!
핥아보는 눈동자 :: 자신과 성 경험을 한 처녀의 정보를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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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최소한 소설을 빠져나갈 수 있는 단서라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인생은 만만하지 않았다.
물론 최소치가 좋음이 되는 건 좋은 거지만, 대체 왜 이런 스킬을...
솔직히 이런 스킬이 없어도 좋은 추억으로 얼마든지 남겨줄 만한 기술이 차고도 넘쳤다.
"더 자세한 정보라..."
궁금하기는 했다.
내가 따먹은 여자의 은밀한 사생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질 수 있다니!
당장 확인해야 했다.
'우선 내일 데이트할 수진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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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의 정보가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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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킬 :: 철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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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킬 이름 하나 알려주고 자세하다니, B등급 스킬의 한계인가?"
스킬 설명은 물론 그 외 아무것도 써져 있지 않았다.
스킬은 이름만 가지고 무슨 능력인지 유추하건 불가능했다.
이건 그냥 안 알려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 꽝이네..."
그래도 수진이만 확인하기는 아까우니까, 유민이도 확인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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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민의 정보가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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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킬 ::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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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또 뭐야..."
알 수 없는 정보뿐이었다.
그나마 유민이는 팔찌 때문에 상시발동형인 걸 알았지만 당장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하나 같이 도움이 안 되네..."
띠링!
그때 핸드폰으로 메시지 알람음이 울렸다.
[소유민]
> 태양아, 메시지 씹지 말라니까 씹었네? 나 튕기는 남자는 별로 안 좋아해...
> 그래두 우리 태양이♥ 답장 할 테니까 미리 선물♥♥♥♥♥
>(동영상)
영상을 재생하니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자위하고 있는 유민이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보지 옆에 내 이름을 써놓고 바를 정 자를 매직으로 쓰면서 신음을 내뱉는데, 놀라서 뒤로 가기 버튼을 연타했다.
'마녀... 마녀긴 하네...'
난 어쩌면 잘못된 선택을 한 거 아닐까?
얘랑 같은 반이어야 한다고?
>태양아, 이렇게 답장 짧게 해서 보내지 말고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이랑 같이 보내야지, 센스 없어!
후환이 두려워서 바로 메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바로 날라왔다.
읽자마자 어지러워졌다.
난 어쩌면 벌집에다가 좆을 박은 게 아닐까.
'자자... 다 잊고... 내일 데이트를 하자...'
수진이한테 힐링 받고 싶은 지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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