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남친은 모르는 표정을 짓는 동급생, 소유민(4)
* * *
어디서 잘못됐을까, 원래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까?
민수는 뒤에 있는 아카데미 건물을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꽃샘 추위가 만연해 주머니에 넣은 손이 차갑다.
항상 같이 걷던 하굣길을 도저히 혼자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너를 기다린다.
괜히 애꿎은 벽돌을 신발 앞꿈치로 툭툭 건드린다.
여자 목소리가 들리면 네가 아닌 걸 알면서도 괜히 쳐다보게 된다.
'그냥 네 말을 듣지 말걸.'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당장에라도 너에게 달려가서 다 오해였다고, 태양이가 뭔가 착각해서 말을 한 거라고.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매달리면 기분이 풀릴까?
태어날 때부터 함께 했다.
부모님끼리 아는 사이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붙어 다녔던 사이였다.
잠깐이라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고 그때 용기를 내준 건 너였다.
항상 너였다.
먼저 손을 잡아 준 것도, 힘내라며 이끌어 준 것도, 사랑한다며 같이 끝까지 함께 하자고 했던 것도.
'그에 비해서 나는...'
민수는 아직도 그 순간을 후회한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며, 자신이 고백을 다시 하겠다고 말을 한순간 살짝 일그러진 유민이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왔었다.
'언제까지 겁쟁이로 살 거야? 또 기다려 줘 해야 해?' 그때 절망감은 아직 남아 오히려 행동을 더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용기가 생겨야 하는데…… 한숨 나오는 숨이 입김으로 변해 허공에 흩어진다.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상황에 맞닥트리게 되니 몸에 힘이 쫙 빠졌다.
처음 보는 싸늘한 표정, 따라오지 말라는 말까지.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유민이의 태도보다 백태양의 웃음이었다.
입술을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분명 자신을 놀리는 게 분명했다.
'왜? 오늘 처음 본 사인데? 그리고 왜 하필 나야?'
사귀는 걸 알고 있는 걸까? 그 짧은 시간에 다 알아차렸다고?
민수는 어쩌면 이 모든 게 처음부터 백태양의 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비밀 연애 이야기를 꺼낼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생긴 것도 그렇고 어쩌면 유민이를 노리는 거라면?
'가지가지 하는구나... 이제는 남 탓까지 하네...'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니 남과 엮어 분풀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게 너무 죄스러웠다.
'근데 왜 이렇게 안 나오지?'
아카데미가 아무리 크다고는 해도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예전에 빅토리 아카데미 견학을 했을 때도 학교 안내는 약도를 통해서 간단하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었다.
어차피 수업 때 이동 하면서 다 알게 되기에 직접 찾아가면서 설명한다면 서너 시간은 훨씬 잡아먹는 일이었다.
설마 유민이는 백태양이랑 단둘이서 아카데미를 다 돌아다니는 건가?
친절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덮쳐 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백태양, 남자가 봐도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녀석이었다.
보통 아카데미 생도들의 신체 능력은 각성을 통해서 향상된 상태이기 때문에 외적인 모습은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
'근데 그 녀석은 무슨 몸이 조각 같았지...'
교복으로도 숨길 수 없는 야성미는 눈길을 절로 혹하게 했다.
남자가 봤을 때도 그런데 여자인 유민이가 봤을 땐 어떨까.
몰려오는 열등감에 뺨을 거세게 두어 번 두드렸다.
정신 차려야 했다. 민수는 교문 한 켠에 몸을 기대곤 눈을 감았다.
'만나면 미안 하다고 사과해야지, 그러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지금은 단지 관계 진전을 위한 성장통이야, 민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앞으로 길어봤자 두 세시간만 더 기다리면 되겠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 예전처럼 사이 좋게 돌아가려는 민수 나름의 노력이었다.
+++++++++++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겠지.'
어서 다음을 달라며 바르작거리는 너를 내려다봤을 때 든 생각이었다.
치맛단을 다 올려서 새하얀 속옷이 그대로 드러난다.
배덕감에 아무 말도 하지 못 하지만 눈동자는 성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빨리, 어서, 자신을 탐하라고 말한다.
이성을 잃게 신음하며 침을 흘리고 바닥에 떨어진 정액까지 핥을 테니, 어서. 어서.
손을 뻗어서 네 속옷을 잡는다.
벗기기 쉽게 허리를 살짝 드는 게 처녀가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천과 살갗이 스치는 소리가 나면서 보지가 훤히 드러난다.
얼마나 젖어 있던 건지 속옷과 보지 사이에 가느다란 실이 연결되어 있다가 끊어졌다.
깨끗하게 제모된 음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개가 물을 마시는 것처럼 추잡하게 혀로 음순을 빨아 댄다.
"아,아!...흡..태,태양,아....거,거기....더,러..."
"괜찮아."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그저 내 머리칼 위에 손을 올리며 허리를 들썩거린다.
더 빨리기 편하게, 더 깊게 빨 수 있게 계속 몸을 뒤척거린다.
빨아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다가 입술을 아예 보지에 딱 붙인다.
목울대가 꿀렁 거릴 때마다 네가 내 머리칼을 잡고 죽을 듯이 신음한다.
씹물이 끝도 없이 나오는 게 천박했다. 누가 널 처녀라고 생각할까? 살짝 고개를 들어 마주친 넌 천박한 창녀의 눈을 하고 있었다.
혀로 입술을 날름거리면서 열망에 가득 찬 눈동자는 외간 남자가 보지를 빨아주는 걸 누구보다 원하고 있었다.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마음을 받았다는 합리화로 처녀는 그렇게 몸을 팔아대고 있었다.
"나, 흐,흡... 이, 이상해, 그만해 줘 응? 태양,아... 그, 그만, 하자... 응...?"
전희가 몰려오는지 머리칼을 잡는 힘이 거세진다.
말로만 그만하자고 할 뿐 다리를 교차해 내 머리에 둘러 떨어지지 못하게 한다.
핥고 빠는 것보다 많은 양의 씹물이 엉덩이골을 타고 흘러내려 침대 시트를 적시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된 허벅지가 팽팽하게 조여지며 얼굴을 압박한다.
점점 더 힘이 들어가고 허리가 휘어진다.
"아...하....아..."
탄식과도 같은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고 허연 액이 쏟아져 나온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축 늘어진 발끝이 애처로워 보인다.
천천히 몸을 들어 올린 뒤 바지춤을 내려 양물을 꺼냈다.
"아...안 들어가 그런 거..."
넌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척하면서 얼른 박아주길 원하고 있었다. 그러다 시선이 잠깐 다른 쪽으로 빠졌는데 영화를 보고 있었다.
스크린 속에서 나온 여자는 스스로 보지를 벌렸다.
혀를 내밀고 다리를 벌리며 수치심이 없는 것처럼, 너는 영화의 여자를 따라 했다.
발정난 창녀가 씹물을 흘리면서 얼른 넣어달라고, 강간이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관계를 맺어 달라고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태양,아... 제발... 제, 발..."
그 잠깐의 시간을 못 견디겠는지 손가락을 우악스럽게 집어넣어 자위를 시작했다.
쩍, 쩍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 퍼져나간다.
꼴이 귀여워서 계속 쳐다 보니 먼저 절정을 맞이한 건 스크린 속의 여자였다.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어가면서 고성을 질러댄다.
"나도, 나도, 응? 빨리..."
자위하면서 반대 손으로 내 좆을 잡고선 자기쪽으로 당긴다.
둔부를 움직이면서 질 입구까지 자지를 들이밀게 하더니 비비기 시작한다.
그 행위조차 좋은지 탄식같은 신음을 내뱉으며 흐느낀다.
절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이런 여자를 너는 소중하게 대하고 있었던 거야?
넌 김민수의 하나밖에 없는 성녀이자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창녀였다.
"재촉하지 마"
목을 찍어누르듯이 조르면서 단숨에 뿌리 끝까지 욱여넣었다.
개거품을 물면서 눈동자엔 흰자만 남았음에도 너는 웃고 있었다.
공기가 빠진 소리가 좁아진 목구멍에서 겨우겨우 떨어져 나온다.
발정 난 짐승처럼 자지에 허리를 문지르며 더 가까워지려고 애를 쓴다.
"어, 억, 어 줘, 어,애.....줘, 에....혹, 에...속 너어...., 줘"
클리를 자위하며 미친년 마냥 신음을 질러댄다.
목이 막혀 있어 쉽지 않을 텐데 긁힐대로 긁힌 목소리로, 쇳소리를 토해내며 처절하게 애원한다.
반대 손으로 브래지어를 풀자마자 가슴이 튀어나왔다.
분홍빛을 내며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는 유두를, 콱하고 깨물었다.
열매를 따먹듯이, 과실을 짜내듯이 하는 그 행동에 보지가 확 조여진다.
슬슬 숨이 끊길려고 하는지 목을 쥔 손을 손톱으로 할퀴기 시작한다.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는 거품을 무는 게 보기가 좋아서 몇 초 정도 냅두다가 푸니 막힌 숨을 쉬는 듯 헐떡거리기 시작한다.
"켁, 켁, 헥... 태양아..."
공포에 떨고 있는 눈을 하고 있었다.
풀려 있는 혀에 힘을 주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며 소리가 뽑아낸다.
"죽여 줘, 응? 더 해 줘..., 망가트려 줘 제발... 죽여도 좋으니까..."
이게 너의 본심이자 본능이며 본성이었다.
김민수에게는 드러내지 못한 얼굴과 신음, 수치심을 치워 버리고 암퇘지처럼 자기 젖을 잡고 빨아댄다.
너는 정서적인 교감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짐승끼리 단순히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교접 같은걸 바라고 있었다.
교미, 자기 자신을 변기로 만드는,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창녀가 바로 너였다.
잠깐이라도 멈추는 게 불안한 지 내 허리를 다리로 감싸며 바르작 바르작거린다.
경험이 없어서 허리를 제대로 돌리지도 못 하는데 몸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허벅지에 묻은 피와 시트에 묻은 핏자국이 아니었다면 누가 널 처녀라고 생각할까.
"태, 양아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안 움직여 줘? 왜 아까부터 목 안 졸라줘...? 응...? 내가 재촉해서 그래? 미안 해... 제발... 아까처럼 계속해 줘... 시키는 거 다 할 테니까.."
"야, 그러면 영상 하나만 찍는다?"
"아무렇게나... 뭘 해도 좋으니까, 아까처럼, 아까처럼 응? 응?"
핸드폰을 들어 올려 널 화면에 담았다.
스크린 속의 영화보다 더 긴 영화가 시작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