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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1화 (11/325)

〈 11화 〉 남친은 모르는 표정을 짓는 동급생, 소유민(3)

* * *

"미안해, 괜히 신경 쓰이게 한 것 같네..."

"아냐, 궁금한 건 풀어야지."

유민이가 안내한 곳은 시청각 자료실이었다. 그런데 빅토리여서 그런지 스케일이 장난 아니었다.

개인실부터 다인실까지 여러 방이 쫙 깔렸었고 영화는 최신 영화를 모두 정식으로 구매해서 소장해 둔 상태였다.

봉지 과자와 음료수까지 구비 되어 있어서 말이 시청각 자료실이지 작은 영화관이나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내가 고를 게, 과자랑 음료만 챙겨서 들어가줘."

"응!"

억지로라도 밝은 척을 하는 게 눈에 훤하게 보인다.

안쓰럽기도 한데 불쌍한 마음이 더 컸다.

원래라면 민수와 절대 엮일 리 없는 인스타인싸녀 스타일의 여자가 소설이라는 이유로 동정더벅머리남을 만나고 있으니.

구원 해주는 게 옳았다.

'와... 성인 영화까지 있네.'

분위기를 잡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영화는 어디든 크게 차이가 없는 듯 DVD 뒷면을 보니 내용이 다 비슷비슷했다.

그중에서 핸드폰으로 섹스씬이 중반 쯤에 있는 걸 찾은 뒤 방으로 들어갔다.

이인실은 생각보다 좁았다.

의도가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좌석도 딱 붙어서 팔걸이도 없었는데, 영화관 침대좌석을 연상케 했다.

왠지 모르지만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은 열어 보면 다 쓰고 난 콘돔이 두 세개는 들어 있는 비주얼이다.

아카데미 측에서도 딱히 그런 걸 금지하고 있지도 않는다 했으니 더더욱 성인의 장소라는 느낌이 풀풀 났다.

유민이도 자기가 이 상황이 대충 어떤지는 짐작하는지 무릎 담요로 치마를 덮고 있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다리를 쭉 뻗고, 아무렇지도 않게 카디건을 벗어 와이셔츠만 입고 옆자리를 툭툭 두드리는 게 귀여웠다.

"그...그... 둘만 있을 곳이 이런 곳밖에 없어서... 괜찮...지?"

입을 열자마자 어색한 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긴 그것까지 자연스러웠으면 나랑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조금 유민이쪽으로 몸을 가까이 붙였다.

골반이 살짝 닿을락 말락한 거리까지 뒤척이자 움찔하는 게 보인다.

"당연히 괜찮지 애초에 내가 먼저 이야기하자고 했던 거잖아."

이제 떡밥을 수도 없이 뿌릴 차례였다.

"근데 그게 왜 궁금한 거야?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

이 질문이 가장 중요했다.

"으,응? 아냐 나는 당연히 솔로지, 그냥 내 친구가 요즘 그게 고민이라고 해서... 들어 주고... 내가 조언해주게..."

다행이었다. 만약에 여기서 정공법으로 '응 나 민수랑 사귀는데 민수가 비밀 연애 하자고 해서 고민이야'라고 말한다면? 일이 아주 꼬이게 된다.

일단 기본적으로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있다는 거며 '민수와 사귀고 있다'를 밝힘으로 심적 거리를 벌리는 말이었다.

근데 '나는 솔로이며, 친구의 이야기다'라고 시작한다면?

'못 미더운 거지 남자 친구가, 애초에 이번 비밀 연애만 있던 게 아니었던 거야... 티를 안 내고 다녔겠지 그냥 쳐다만 보고 호구새끼처럼...'

문화재도 이렇게까지 아껴주지는 않을 텐데, 세계 최고의 선비가 납셨구나.

영화를 틀며 비스듬히 누웠다. 손을 머리 뒤로 해 손깍지로 베개를 만들며 입을 열었다.

"아... 친구? 그러면 그 친구는 애인이랑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진도는 왜?"

"비밀 연애여도 사랑이 넘치면 되게 적극적으로 변하잖아, 막 키스도 하고 싶고 그렇지."

"남자들은 진짜 보통 다 그래!?"

이게 머리 뒤로 손을 둔 이유였다.

순식간에 귀를 막기 위해서, 애는 단순해서 데시벨이 어느 부분에 올라갈 지 예측이 됐기에 망정이지, 고막 찢어질 뻔했다.

그래서 영화관을 고른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여기도 방음 하나는 끝내줄 테니까.

"유민아... 나 귀 안 먹었어... 작게 말해도 돼..."

"앗...미안..."

계산대로였다. 살짝 몸을 낮추는 유민이를 보며 손짓 한다.

더 가까이 오라고, 아예 근처에서 누우라고 말이다.

처음부터 갑자기 따라 누우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게 분명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남자 친구도 있는데 외간 남자랑 이인실에서 같은 침대에 나란히 눕는다? 거부감이 안 드는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친해지는 방법은 몸을 가깝게 하는 게 최고였기 때문에 고막쯤은 희생할 수 있었다.

"아니 그...러면 내 친구의 남자 친구는... 비밀 연애에다가 진도도... 근데 진도는 사람마다 다른 거 아냐? 걔가 좀... 많이 부끄러움도 타고 그러거든..."

"그래서 어디까지 나갔는데?"

"소...손 잡았대..."

솔직하게 말하기 부끄러울 거다. 유치원생도 소꿉친구 하다가 잡는 게 손이었다.

근데 다 큰 성인들끼리 고작 나간 진도가 손이라니, 친구의 이야기인 척하면서 말하는데도 쪽팔림이 올라오겠지.

'난 화가 났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뭐가 문제인 지 한쪽이라도 알고 있다는 거다.

알고만 있어서 문제였지만.

'뭐 그런 건 내가 해결해주면 되니까.'

유민이의 손을 덥썩 잡았다.

갑자기 잡을 줄 몰랐다는 듯 눈이 크게 떠지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손깍지까지 단번에 껴버렸다.

"봐바, 이게 손이야. 우리도 지금 손 잡은건데 사귀는 거야? 아니잖아."

"그, 그렇지..."

지금 자세를 보면 아마 김민수가 소리를 지르며 나한테 달려오지 않을까?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와이셔츠 단추를 두 개 풀어 가슴골을 훤히 드러낸 여자 친구가 딱 봐도 양아치처럼 보이는 남자애 옆에 누워 있는 걸 안다면…….

어쩌면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유민이한테 미움받기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 알면서 교문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지도 몰랐다.

"내 생각엔 친구가 빨리 헤어지는 게 맞을지도 몰라... 내가 연애를 많이 해 본 건 아니지만 솔직히 너무 수상하지 않아?"

유민이는 머리칼을 뒤로 가볍게 정돈하곤 날 올려다봤다.

살짝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는데 가슴 쪽을 안 보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새하얀 속살에 손가락 한 번 넣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겨우 참아냈다.

"뭐... 뽀뽀나 그런 걸 한 것도 아니고 지금 우리도 이렇게 쉽게 잡은 손이면... 다른 여자가 있어서 신경을 못 쓰는 게 맞지..."

"물어볼까?! 걔, 걔한테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을까?"

절대 안 되는 말이었다.

그럼 단순히 나는 연인 사이에서 잠깐 일어난 헤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했다.

물어 봤다가 '그런 게 아냐! 내 마음은 이런 거라고!'하면서 김민수가 갑자기 냅다 키스라도 갈기면?

'유민이를 영영 가질 수 없다'

지금, 이 고민을 그대로 김민수에게 이야기하면서 오해를 푸는 일은 무조건 막아야 했다.

"다 오해라고 하겠지, 솔직하게 답할 리가 없잖아."

"근데 걔는 다른 여자 없을...걸? 내가 봐서 알아..."

"그러면 그냥 어장 관리 아냐? 더 큰 일이잖아."

"아...아냐... 민, 아니 그... 걔는 안 그래..."

목소리에 점점 자신감이 없어진다.

처음에는 자신감 있게 상황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유민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대화가 오갈 때마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인지하는 거다.

처음에는 그저 장난치며 놀려주려고 화난 척을 했을 수도 있다.

근데 점점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럴듯하게 들리고 있는 거다.

예전에 있었던 일까지 괜히 떠오르면서 혼자서 머릿속으로 퍼즐을 맞추고 있겠지, 관계는 그렇게 망가지는 법이다.

'손은 이제 네가 잡고 있네'

계속 잡으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 놓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유민이쪽에서 손을 꽉 쥐고 있었다.

불안감이 피부를 타고 전해지는데 그 쾌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영화는 정말 적절한 배경음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보통 둘이서 있는 곳에 아무 소리도 안 나면 아무리 친해도 어색해지기 마련인데, 영화가 백색소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크린 속 남자와 여자는 곧 있으면 떡을 칠 예정인지 격렬하게 키스하고 있었다.

"그래도 너한테 일어나는 일은 아니어서 다행이야."

너무 이기적인가? 그 말을 내뱉으며 자연스럽게 잡힌 손을 풀었다.

풀리자마자 유민의 살짝 아쉬운 표정이 가관이었다.

반장과 편입생의 관계가 점점 남자와 여자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게 보였다.

풀린 손을 부드럽게 유민이의 어깨 위에 올리며 조금 끌어당긴다.

위로하듯이, 네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눈빛을 보내며 어깨를 토닥인다.

"네가 그런 일을 당하면 너무 슬플 것 같아."

"왜..., 왜?"

장화 신은 고양이가 생각날 만큼의 눈망울이었다.

혼자서 모든 합리화를 끝냈을 시점이었다.

김민수가 그럴 얘가 아닌데 싶으면서도 사소한 일들이 자꾸 덩치를 키워나가며 최악의 결말만을 도출시킨다.

헤어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단 덧없이 버려질까, 다시 따듯한 온기를 느끼지 못할까 무서운 거다.

그러므로 물어본 거다. 왜 그렇게 말하냐고, 기대를 가득 담으면서 '너라면 온기를 줄 수 있지?'라는 얼굴로 날 올려다본다.

내 품에 안겨서, 한 손으로는 내 몸을 탄탄하게 감아 잡으면서 빨리 움직여 달라고 애원한다.

분위기라는 게 사람을 확 바꿔 놓는다.

어두운 이인실, 은근하게 퍼지는 스크린 속에 살갗이 섞이는 소리, 최악만을 상상하게 하는 남자 친구.

영원한 사랑은 없다. 영원하길 기도할 뿐이다.

우리는 영화처럼 키스했다. 먼저 입술을 부비자 혀가 들어왔고 천천히 숨결을 섞으면서 몸을 끌어당겼다.

와이셔츠 너머 가슴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진다. 쉴 새 없이 우리는 우리를 탐했다.

홧김에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괘씸한 남자 친구에게 복수하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몸 위에 올라타 내 볼을 감싸며 혀를 빠는 여자를 간단히 놔줄 생각은 없었다.

허벅지를 잡으며 몸을 살짝 밑으로 내렸다.

딱 양물과 음부가 맞닿는 자리, 그 위에서 진득하게 타액을 교환했다.

허리를 움직이며 천을 사이에 두고 조금씩 음부에 좆을 비볐다.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닿은 지 얼마나 됐다고 허리가 짧게 경련한다.

눈은 조금씩 풀려가고 있지만 입술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태양아, 나...나...사실은..."

숨도 못 쉬고 혀를 빨아대는 게 힘들었는 지 발갛게 익은 얼굴로 말을 하려 한다.

무슨 말을 할지는 뻔했다. 남자 친구가 있다, 김민수와 사귀고 있다, 이런 식의 이야기겠지.

내뱉으면 돌이킬 수 없다. 내뱉기 전까지는 소유민은 공식적으로 솔로였다.

자기 입으로 말했으니까, 주워 담기 전에 물을 다시 엎지르면 될 일이다.

"나한테 기회를 줘, 유민아."

무슨 말을 할지 다 안다는 듯 상체를 일으켰다.

숨이 닿을 가까운 거리, 눈을 마주 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동자, 살짝 벌어진 입술에서 나오는 타액.

우물쭈물 거리면서도 내 바지춤을 만지는 손가락까지.

단 한 번도 신뢰를 주지 못한 남자 친구보다 오늘 만난 듬직한 남자에게 유민이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과도 같은 그 행동에 다시 입을 맞추고 몸을 겹쳤다. 다시 혀를 섞고 빨아대면서 몸을 돌린다.

유민이를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서 내려다보며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젖히며 스스로 치맛단을 잡아 천천히 들어 올린다.

와이셔츠 단추를 풀었다.

브래지어로도 숨기지 못한 안쪽 젖가슴이 그대로 튀어나온다, 내 와이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리면서 풀려고 한다.

와달라며 애원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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