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8화 (8/325)

〈 8화 〉 폭풍의 편입생, 백태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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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까 끼긴 꼈는데, 찝찝한 디자인이었다.

사이즈를 걱정 했는데 알아서 손목에 맞춰졌다.

"응?"

이상하게 몸에 생기가 돌았다. 카페인을 먹은 느낌보다 더한 고양감이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기분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랬는데, 잠깐 제자리를 뛰었는데 천장에 머리를 박을 뻔 했다.

"장 교관님? 이거 몸이 갑자기 너무 가벼워졌는데요?"

두철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팔찌는 상시 발동형 스킬의 위력을 95%까지 낮춘다."

"근데 네가 오히려 신체 능력이 올라간 걸 보면, 메인 스킬이 너에게도 영향을 끼쳤던 것 같군"

내가 그럼 여태 강압을 나한테 쓰고 있었다고?

이게 바로 상시발동형의 무서운 점이었다.

능력의 전조도 없어서 언제 발동 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능숙하지 못하다면 최악의 결과만 불러 온다.

'원하는 대상'에게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건가?'

스킬 설명엔 분명 '원하는 대상'이라고 서술 되어 있었다.

자의적으로 대상을 설정할 수 있는 것뿐이지, 능력은 항상 발동이 되고 있는 상태란 거였다.

"팔찌를 보면 스킬의 출력을 조정할 수 있긴 하지만 아직 스킬 사용이 미흡 할 테니 건드리지 마라."

그 외에도 함부로 풀면 위치가 추적되며 헌터들이 찾아다던가 등의 기능이 있었다.

'콘돔처럼 생겨 놓고기능은 많이 들어 있네'

점점 내가 살던 곳과 많이 다르다는 게 하나하나 실감 났다.

상태창과 퀘스트와 스킬 그리고 이번엔 아이템이라고 불릴 만한 물건까지.

정말로 소설 속에 왔구나.

돌아갈 수 있을까?

"줄 것도 다 줬으니 이제 반으로 가지."

두철의 말에 상념을 털어냈다.

'무조건 돌아간다.'

이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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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장두철

[신체] 키: 195cm / 몸무게: 132kg

[설명] 빅토리 아카데미 최강의 교관, 거인, 철인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매우 많다.

강철과 같은 의지와 굳건한 신념, 정의로운 언행은 이상적인 헌터의 모습 그 자체다.

류혜미 교관을 짝사랑하고 있다.(기간 2년)

그 외 정보 확인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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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것까지 나와'

기본 정보의 범위가 이상했다.

두철을 뒤따라가면서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차 발동해 봤는데 괜히 총각의 로맨스를 엿본 기분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시간이 걸리니 두철은 이것저것 이야기해줬다.

우선 빅토리 아카데미에 있는 상시 발동형 능력자는 나까지 포함하면 여섯 명이었다.

학년은 각기 다르지만 달에 한 번씩 스킬 숙련도를 확인하기 위해 모인다고 했다.

그것만 빼면 나머지 생도들과 똑같은 커리큘럼을 받는다.

간단해서 좋았다.

"참고로 우리 반이 1학년 중에서는 1등이다."

전체로 놓고 봐도 순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지, 그렇게 말하는 두철의 얼굴엔 자랑스러움이 넘쳐났다.

'근데 갑자기 왜 자랑을...'

'너도 그런 반에 어울릴 수 있는 생도가 되길 바란다'는 식의 뉘앙스인 건 알겠지만 글쎄.

학교 다닐 때도 공부를 열심히 해 본 적이 없는데, 여기 온다고 공부를 할 리가 없잖아.

게다가 여기 온 목적이 공부를 열심히 하자 이런 이유도 아니고…

"그래도 편입 시기가 좋아서 다행이군."

이건 공감했다.

지금이 4월이었는데 빅토리 아카데미의 학기 시작이 3월인 걸 감안했을 때 수업에 큰 지장은 없을 터였다.

"여기다."

[1­A]반 이라고 써진 반명판이 보인다.

창문으로 힐끗 보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두철이 문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반이 조용해지는데, 담임이 뜨면 정숙 모드는 어디서든 똑같나보다.

"어제 말했다시피 편입생이다. 백태양, 들어와라."

교실로 발을 내딛자마자 시선이 쏠린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몰리는 시선을 하나하나 마주하면서 단상 앞에 섰다.

"그럼 간단하게 자기소개 하도록"

하얀 머리에 태닝한 듯한 피부, 교복을 입고 있어도 티가 나는 완벽한 몸매.

괜히 없는 여자까지 만들어 뺏어버릴 것 같은 인상!

얼굴값을 하기로 결정했다.

"백태양이라고 해, 잘 부탁한다."

간단한 문장이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만약에 단정한 교복을 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정리된 남자가 말했다면 준수한 인상을 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등교 하자마자 선도실에서 떡을 치고 와서 수컷 냄새를 풀풀 풍긴다면?

'첫인상부터 강하게 간다.'

앞으로도 쭉 양아치 이미지를 밀기로 했다.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듣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되도록 많은 교우 관계를 유지하는 건 귀찮으니까.'

강자들의 자리인 창가 맨 뒷자리!

사실 말만 이렇지 학생이 많이 없었다. 아까 두철이 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학년마다 능력의 잠재력, 생도의 능력에 따라서 반이 나뉘게 된다고.

근데 거기서 학년 1등반이라는 말은 그만큼 커트라인이 높다는 말이었다.

보통은 반 인원이 모자라면 밑에서 끌어올리기 마련인데, 빅토리 아카데미는 철저한 실력 위주였다.

간단한 조례가 끝나고 두철이 나가자마자 다른 교관이 들어왔다.

이론 수업을 담당하는지 판서가 시작된다.

[메인 스킬의 등급은 모두 ???로 표시된다. 이는 인간의 잠재력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학계에선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능력이라도 메인 스킬인 이상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생도들 모두 자기 능력 정진에 힘을 써야 하며……"

점점 시야가 흐려진다. 첫날 첫 시간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칠판을 두드리는 분필은 달콤한 ASMR이고 지루한 이론 설명은 자장가였다.

'그래도 듣는 성의는 있어야 하는데...'

그대로 엎어졌다.

편입 온 첫날 첫 수업, 3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

"…양아"

소리가 들린다. 앙증맞은 목소리였다. 약간 동글동글 굴러가는 목소리에 설탕을 첨가한 느낌.

"태양아!"

고개를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붉은 머리칼이었다. 루비처럼 반짝였고 모란처럼 화사했다.

고양이상 얼굴은 장난기가 가득했는데 톰보이 같아 보였다. 털털해 보이기도하고...

"누구……"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덜 됐다.

일단 잠에서 일어나니까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애가 내 앞에서 눈을 맞추며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불편해 보인다는 표정이 대놓고 써있는 남자애가 서 있었다.

"나는 반장 소유민이야, 잘 부탁해!"

"부반장, 김민수. 잘 부탁해."

정신이 확 들었다. 소유민? 김민수?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들!'

얘네가 바로 아카데미 순애일지의 주인공이라고?

그때 퀘스트창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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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

소유민과 김민수는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풋풋한 커플입니다.

그리고 '백태양'은 그 풋풋한 사이를 위협하는 존재로 설정된 캐릭터죠.

뭘 해야 할지는 이미 결정된 거나 다름없네요!

클리어 조건 :: 아시죠? (0/1)

기한 :: D­30

보상 :: ??? / 페널티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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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양이 만들어진 이유이자 목적, 알파와 오메가, 전부라고 볼 수 있는 퀘스트였다.

'가장 큰 정보도 얻었네'

소설 속에 들어오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대체 몇 화쯤인가? 였다.

이 부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이렇게 정보를 주다니.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거면 딱 최신화 시점이네, 크게 차이는 안 나겠어.'

원작에선 손을 잡으면서 민수가 유민이에게 고백하는 걸로 최신화가 마무리 됐었다.

"각성한 지 그저께라며? 모르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내가 도와줄게."

"고마워, 아 그러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핥아보는 눈동자 발동! 페널티로 시선이 끈적해 집니다. 엄한 오해를 사지 않게 조심하세요!]

민수는 그 시선을 느꼈는지 살짝 찡그리며 날 바라봤고 유민은 그저 헤실거리면서 웃고만 있었다.

둔한 여자와 그걸 늘 불안해하는 남자 그리고 그사이에 끼어들어야 하는 처녀폭격기.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 아닐까?

"…‥혹시 오늘 방과 후에 아카데미 안내를 좀 부탁해도 될까?"

"응! 오늘 그러면 방과 후에 어디 가지 말고 얌전히 앉아 있기다?"

"내가, 내가 해 줄게. 같은 남자끼리 다니는 게 더 편하지 않겠어?"

유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수가 끼어들었다.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얼마나 사랑하는 지 느껴진다.

남자와 단 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기 싫어하는 마음, 이해한다.

첫사랑이란 다 그런 거니까.

하긴 172화 쯤에 사귄 걸 보면 최소 썸만 100화 이상을 탔다는 건데 애틋하기는 하겠지.

'근데 어쩌라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반장이 더 잘 알려줄 것 같아서...미안."

유민은 민수가 보내는 눈빛을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 했다.

"그, 그럼 셋이 다니는 건 어떨까?"

"학교 소개 하는데 셋이 다니는 건 너무 많잖아 내가 잘 알려줄게."

이어진 유민의 말을 듣고 민수는 아랫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나를 바라보는 표정도 원망이 가득했는데억울했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무슨 벌써 취급이 이래?

'니 여친이 같이 오지 말라고 했구만...'

왜 엄한데 화풀이를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물론 물고 빨고 할 짓 못할 짓 다 할 생각이다.

'오늘 안으로 퀘스트를 끝내야 겠네.'

동정아다남의 여자를 케이크처럼 쉽게 먹는 방법.

시작할 차례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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