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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7화 (7/325)

〈 7화 〉 폭풍의 편입생, 백태양(2)

* * *

'여기서 내가 문을 여는 건 최악의 상황이다.'

선도실에서 혼나고 있는데 문을 여는 게 혼나는 당사자일 수는 없었다.

벌을 받고 있다가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연다고?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애초에 이미 내가 유수진을 제압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단순해 보이는 말에 치밀한 계산이 들어가 있었다.

다행인 점은 밖에서는 안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이 상황을 반드시 벗어나야 했다.

수진은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 했는지 느릿느릿 옷을 입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칼과 반들거리는 입술은 분명 시간 내에 정돈되지 못할 게 분명했다.

당장 해결할 수단이 없다면 새로운 방법을 꺼내야 했다.

지금, 이 순간 찾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내렸던 알림창을 다시 열어 보는 것!

'운명의 순간이네'

나는 내 알림창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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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클리어!

보상 :: 핥아보는 눈동자(B)가 지급 됩니다!

핥아보는 눈동자(B) :: 상대방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이름, 키, 몸무게, 기본 설명 등 / 페널티 : 사용하는 동안 시선이 끈적해짐 )

다음 퀘스트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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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무슨'

확정 보상은 지금 상황에 쓸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믿을 건 처녀폭격기와 업적 달성 보상이었다.

'바로 열지 않는 걸 보니 기다리는 거다.'

백태양의 기억에 있는 장두철의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었다.

티비에 워낙 자주 나오는 1급 헌터이자 2세대를 이끌어 갈 남자여서 그런지 성격과 신념 등이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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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폭격 성공! 정확히 명중했습니다!

유수진을 가장 사랑하는 남자 유민혁의 [서브 스킬]인 뒤처리(F)를 복사합니다!

뒤처리(F) :: 지저분한 공간을 말끔히 정리한다.

(본인의 신체로만 할 수 있는 행동에 한함, 능력 발동 후 뒤처리 된 정도만큼 체력을 소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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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당첨이었다. 지금 제일 필요한 스킬이 알맞게 등장했다.

이걸로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가 있었다.

'근데 유민혁? 성이 똑같네?'

유수진과 유민혁 이름 사이의 관계성, 뭔가 싸늘하다.

설마 아빠인가? 오빠일 수도 있겠으나 돌림자도 아닌 걸로 봐서는 아빠가 유력했다.

'사랑이라는 범주가 엄청 넓네... 아가페? 라고 하나 그런 걸 따지지 않는 건가?'

해결책이 생겨서 좋기는 한데 갑자기 죄를 저지른 기분이 들었다.

뭔가 찝찝했다.

예전에 모텔에서 뜨거운 밤을 보내고 여친과 같이 나왔을 때, 여친 부모님을 만난 느낌!

'딱히 뭘 잘못한 건 없지만...'

빌어먹을 자식이 된 기분이다.

남녀 사이의 관계를 넘어서 가족한테도 손을 뻗어 원하는 스킬을 얻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수진의 부모님과 만날 일은 없겠지?'

아카데미 내에서 생도의 부모님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 싶지만 막상 만난다면 죄책감이 생길 게 분명했다.

가장 사랑한다는 걸로 봐서는 딸바보인 게 확실했다.근데 처음을 가져간 게 백발 태닝 양아치인 걸 알게 된다면...

'찢어 죽이고 싶지 않을까?'

놈팽이에게 걸린 딸을 구출하는 가장 편한 방법은? 당연히 놈팽이를 두드려 패는 거였으니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상황이 생기면 도망쳐야겠어'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스킬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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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첫 만남에 찢었다] 달성!

보상으로 [서브 스킬] 플레이보이 기억법(C)을 획득 합니다!

플레이보이 기억법(C) ::처녀폭격기와 연계되는 스킬입니다.

처녀의 첫 경험이 최소한 '썩 나쁘지 않음'이라는 기분으로 상대방에게 기억됩니다.

(상시발동형, 기억과 기분은 이후의 행보에 따라 변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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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킬도 나쁘지 않았다.

고추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다녀도 최소한의 보험이 생기는 느낌이다.

오히려 적극 권장하는 걸로 보였다.

네가 좆을 막 쑤시고 다녀도 나쁜 기억은 안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응원 메세지로 읽혔다.

근데 플레이보이라니?

단 한 번도 책임 없는 쾌락을 즐겨본 적이 없었다.

'여기 오기 전엔 책임감 있다는 소리만 듣고 살았는데...'

마무리가 안 좋았으면 안 좋았지, 먹고 버린 적은 한 번 도 없는데 괜히 억울했다.

아무튼 스킬 확인도 끝났고 이제는 상황을 해결할 차례였다.

"선배가 문을 열어 주세요."

"응? 내가?"

뒤처리를 발동하자 바닥에 고여 있는 탁한 흰색 액체가 사라져 간다.

처음 선도실에 왔던 것보다 더 깔끔해진 모습이었다.

여차하면 훈계를 듣고 청소를 했다는 핑계까지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수진의 얼굴도 말끔해졌는데, 뒤처리의 범용성이 정말 뛰어났다.

물론 몸을 많이 움직인 느낌이 났지만 가성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스킬의 위력을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상시발동형이 써져 있지 않은 경우엔 전부 다 발동형이라는 건가?'

상시발동형이 특이해서 따로 표시를 해 둔 건지도 몰랐다.

백태양의 기억을 뒤져봤지만 나오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금태양 짓하려고 만들어진 캐릭터라는거야?

'근데 능력이 딸려서 등장도 못 시켰던거고...'

단순히 이런 캐릭터가 있다면 라이벌로 어떨까? 싶어서 조형된 게 백태양이었다.

게다가 나도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본 것도 아니어서 부족한 지식이 많았다.

아카데미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데 기초 단계의 정보가 끝이라니.

세세한 건 하나하나 알아가라는 건가? 정말로 불친절했다.

이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생각해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저는 뒤에서 반성하는 척을 하고 있을게요."

"그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수진의 눈치는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문을 열고 이어진 대화는 매끄러웠고 의심 받을 구석도 없었다.

붉은 얼굴은 숨기지 못 했으나 장두철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성공이었다.

+++

악수하며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얼마나 많은 상황이 오갔는지 떠올랐다.

'잘 넘겨서 다행이야.'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며 장두철을 마주 봤다.

돌을 조각해서 만든 사람 같았다.

전체적인 몸이 굵었고 그림체가 다른 느낌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기묘한 모험을 할 것 같은...'

목부터 왼쪽 볼까지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흉터에 굳은살로 가득한 손.

교관복의 단추들은 근육 때문인지 살려 달라며 탈출을 외치기까지 했다.

"백태양 생도, 나는 편하게 장 교관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반으로 안내해주마."

따라오도록.

말이 끝나자마자 장두철은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따라 걸어가려고 하는데 수진이 옷깃을 잡았다.

돌아보니 수진이 손을 전화기 모양으로 만들어서 흔들거리며 웃고 있었다.

'연락해'

입 모양으로 그렇게 말하는데 귀여워 죽는 줄 알았다.

살짝 홍조 띈 웃음과 꽃잎이 흐트러진 것처럼 펼쳐진 검은 머리칼, 오물오물 거리는 앵두 같은 입술.

안경 벗은 걸 봐서 그런지 안경을 쓰고 있어도 예쁘게 보인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장두철을 따라가는데 뒤늦게 생각났다.

'번호 교환 안 했는데.'

나눈 건 몸뿐이었다.

+++

'등이 무슨 사람 두 명 합친 것 같네'

괜히 세간에 거인이라고 알려진 게 아니었다.

살면서 곤란했던 경험을 물어보면 자기 주변 사람들은 다 친절하다고 할 정도의 위압감!

뒤따라 걷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전투력이 상승한 기분이 든다.

아무도 자신에게 시비를 걸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기게 만드는 체격이었다.

'근데 지금 어딜 가는 거지?'

최소 십분 정도 걸었는데 끝을 모르고 계속 걷고 있었다.

빅토리 아카데미 구조에 대해서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평범한 장소로 가는 게 아님은 확실했다.

당장 고개만 돌려도 생도들이 있는 교실이 보였는데 거긴 안 들어가고 계속 걷는다? 충분히 의심 살만 했다.

'따라오라는 말에 일단 가기는 하는데...'

수진을 따라 선도실을 갔을 땐 반도 많았고 교관도 간간이 보였다.

근데 지금은 생도는 줄고 교관은 늘고 있었다.

'생체 실험 당하는 거 아냐?'

사실 빅토리 아카데미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어떤 특수한 세뇌 과정을 통해서 생도를 양성하는 건가?

탈출해야 하나? 전학 온 첫날 나도 찢기는 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안 장치를 끊임없이 통과했는데 슬슬 정말로 불안해졌다.

"이상한 곳으로 가는 거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때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두철의 입이 열렸다.

"상시발동형의 위험성은 너도 알고 있을 거다. 패트보이 대학살이 실제 사례이기도 하고."

패트보이 대학살.

백태양의 기억에도 있는 큰 사건이었다.

대학살을 일으킨 사람은 17살 소년 조니 프레이스.

조니는 미국 아리아주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남들과 달랐던 점이라고는 살집이 많았다는 것뿐이었는데, 같은 학교 친구들이 그걸 꼬투리로 잡으며 따돌림을 시작했다.

12살부터 시작된 따돌림은 무려 5년간 이뤄졌는데, 그 강도는 점점 심해져만 갔었다.

조니도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져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무력함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 했었다.

부모는 맞벌이었기 때문에 자식에게 소홀했고 교사도 유의 깊게 학급을 돌보지 않았다.

끝내 학교 폭력은 학교 밖까지 영향을 끼쳐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던 강아지가 가해자들에 의해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조니는 분노에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하지만 여태까지 쌓였던 무력감, 쪽수에 밀려 무참히 구타를 당했다.

죽기 직전까지 몰린 조니는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악을 쓰며 발버둥 쳤고 그때 구원처럼 능력을 각성했다.

구원은 때론 무자비하다.

큰불이 순식간에 한 동네를 불태웠다.

정말로 눈을 깜빡일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게 잿더미로 변했다.

상시발동형은 저주였다.

항상 능력이 발동 되어 있다는 건 위력을 최소화 시킬 수는 있어도 아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때 당시만 해도 후천적 각성자에 대한 교육과 방비가 굉장히 허술했던 때여서 조니는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에 기뻐 했으나 곧 자신이 모두를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했다.

감정은 그대로 스킬에 녹아들었고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 30분 만에 아리아주는 커다란 불길에 잡아먹혔다.

스킬로 발생한 모든 현상은 스킬로만 해결이 가능했다. 겉으로는 불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길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미국 정부의 판단은 아주 빨랐다. 조니를 진정시킨다거나 하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내려진 지침은 단 하나 조니의 사살, 일명 패트보이 작전이었다.

1급 헌터 열다섯으로 이루어진 팀이 아리아주에 들어갔고 3명 사망 5명 부상이라는 상처와 함께 조니를 사살했다.

시체가 확인된 사망자만 723,178명, 시체를 알아볼 수 없거나 실종된 사람을 포함하면 90만을 웃도는 숫자였다.

이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는 후천적 각성자에 대한 대비와 교육 그리고 상시발동형 스킬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 됐다.

"그 사건을 계기로 상시발동형의 제어를 많은 곳에서 연구했다."

두철이 발걸음을 멈춘 곳엔 커다란 케이스가 놓여져 있었다.

삼중으로 잠금장치가 되어져 있었고 묵직한 칠흑색 금속 케이스는 안 들어도 매우 무거울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게 그 결과다."

케이스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열리기 시작했다.

한 걸음 앞으로 가 들여다 보니 안에 들 있는 건 팔찌 정도 사이즈의 고무링이었다.

그 모양이 마치……

"참고로 콘돔이 아니다. 능력제어 팔찌다."

이게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두철을 바라봤다.

이걸 끼라고? 진심인가?

두철은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더 말했다.

"콘돔이 아니다."

팔에 껴라.

궁서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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