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니여친쩔더라-2화 (2/325)

〈 2화 〉 아카데미 순애 소설 속에 들어갔다.

* * *

커버보기

그렇게 난 드디어 유민이와 손을 잡았다. 꿈만 같았다. 소꿉친구에서 애인으로 발전하다니 우리 사이는 앞으로 영원히……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소설 속 주인공의 연애 방식이 너무 답답했다.서로 좋아한다는 마음을 고백 했으면 한 달 안에 일을 내야 했다.

근데 한 달 만에 진도를 나간 게 고작 손잡기였다.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연애를 시작했으면 진도는 빨라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와... 씨발 이게 말이 돼? 사귄 지 한 달 정도 됐으면 이미 육체적인 진도는 다 끝나야 정상 아냐?"

"너 같은 새끼가 뭘 알겠냐. 폰 내려놔, 그리고 집중 좀 해 씨발아"

핸드폰을 집어던지려다가 내 폰이 아닌 걸 뒤늦게 깨달았다.

집중을 지금 어떻게 해, 이런 모쏠아다 전개를 보여 줄 거면 프롤로그는 왜 그렇게 뽑은 건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거 소설 제목이 뭐라고?"

"아카데미 순애일지, 아니 집중 하라니까 이젠 소설 제목을 물어보고 있네 야 그만하자 빼"

그 말에 황급히 밑을 내려다봤다.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체형이 눈에 들어온다.

숨을 크게 쉴 때마다 훤히 드러난 가슴골이 야했다.

표독스러운 눈동자는 사람을 찢어 죽일 듯이 날이 서 있었고, 손톱은 이미 세워져서 등을 파고들고 있었다.

"야 진짜 아파 손톱 세우지 말라니까? 저번에는 이빨 세우더니 이번에는 손톱을 세우네. 솔직히 난 억울해 네가 먼저 하다가 폰 킨거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어이가 없다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민정은 양손을 뻗어 내 목을 잡더니 고개를 완전히 고정했다.

숨이 막혀서 캑캑거리는 와중에도 착실하게 허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쩍쩍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이미 싸지른 정액이 엉덩이골을 타고 흘러내려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다.

"그게 그거 때문이냐? 넌 그냥 내 폰 뺏어서 아무한테나 전화 걸려고 한 거잖아, 저번에 썸남한테 걸어서 얼마나 당황 했는지 알아?"

너 때문에 내 연애 사업이 다 망하고 있잖아 그 뒤로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럴 때의 민정이를 상대하는 방법은 그저 착실하게 박는 거였다.

악을 써대면서 신음을 질러 갔고, 다리로는 허리를 완전히 감아서 공기 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부비는데 그 와중에 착실히 욕을 하는 게 대단했다.

손을 슬쩍 밑으로 내려서 엄지손가락으로 클리를 살살 비벼주니 귀가 찢어질 듯한 교성이 일었다.

"민정아, 오빠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니까 몇 번을 말해. 진짜로 부재중이 걔 였다니까? 그리고 좀 있으면 군대 가는데 무슨 썸남 타령이야"

걔 군대 가자마자 나한테 연락 올 것 같은데, 안 그래? 그 말에 민정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발끝을 바들바들 떨어대면서 발가락을 접었다폈다 하는 게 다였다.

눈꺼풀이 살살 떨리는 게 얘도 거의 끝났구나 싶어서 속도를 올렸다.

둔부가 퍽퍽거리며 흔들렸다. 나중에 가서는 억억거리는 소리를 내는 데 돼지 새끼 멱 따기 직전의 모습같아 귀여웠다.

마지막엔 소리를 지를 힘도 없는지 허리만 발발발 떨면서 축 늘어지는데 오징어 같았다.

머리칼을 쓰다듬으려다가 아까 목을 조른 게 괘씸해서 확 쥐어잡았다.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항상 다 끝나면 닦아줘야 한다고 세 번째 말한다. 자기 밖에 모르는 구나 진짜로"

악! 하는 소리가 곧 욱, 우웁 하는 소리로 바뀔 때쯤 상쾌한 기분이 전신을 휘감았다.

허리를 살짝 떨어대며 남은 액까지 입에 마저 털어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핸드폰을 열어 보니 부재중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얘랑은 어제 했으니까 보류... 얘는 가슴이 크니까 밤에 술 마시자고 한 번 부를까? 아... 그리고 보니까 그저께에 오늘 쓰리썸 하자고 했었지 참...'

한 손으로는 열심히 엄지손가락을 놀렸고 반대 손으로는 옷을 빠르게 입었다. 꽤 바쁜 날이었다.

두 탕 정도 뛰는 날엔 항상 철저한 자기관리가 요구 됐다. 저녁은 장어를 먹어야 이 스케줄을 소화 시킬 수 있을 터다.

"민정아 오늘도 올나잇이니까 급하게 나올 필요 없이 천천히 나와도 돼, 오빠는 먼저 가 볼게 나중에 또 연락해."

등 뒤로 이태옥 미친 새끼, 매너도 없는 새끼 등등 여러 말이 들렸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었고 저게 또 민정이만의 매력이었다.

깡마른 몸에서 나오는 앙칼진 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었다.모텔 밖으로 나가며 소설 제목을 핸드폰에 검색해 보니 단박에 나왔다.

인기도 엄청 많아 보였고 리뷰도 칭찬 일색이었다. 지금은 연재 중지 상태였는데 최신화는 어제 올라와 있었다.

궁금해서 바로 결제를 해서 읽었더니 아까 모텔에서 읽었던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172화가 될 때까지 진도를 뺀 게 고작 사귀고 손을 잡은 게 다란 말인가?

'차곡차곡 쌓아가는 신뢰와 애정 그리고 진도? 아니 진짜 이게 좋다고?'

이해할 수가 없는 감성이었다. 그러다가 다른 놈한테 뺏기기라도 하면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해졌다.

일방통행으로 보이는 길도 잘 보면 샛길로 빠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비슷한 점이 많았고 말이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만 봐도 그렇다.

스무 살이 넘었으면 성에 관심이 많을 텐데 멍청하게 손이나 잡고 좋아하는 게 너무 이상했다.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이 소설을 질질 끌기 위한 모습으로 보였다.

평소라면 읽지도 않는 소설이었고 댓글도 남기지 않았을 테지만 오늘따라 너무나 하고 싶었다.

내가 남기는 댓글이 작가에게 좋은 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장문의 댓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수정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바로 뒷전으로 밀어 버렸다. 지금 쓰지 못하면 운전을 하다가 폰을 만지작거릴지도 몰랐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최신화를 읽은 독자입니다. 여태까지 민수와 유민이 사이에 무슨 유대가 쌓였는 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했으면 더 진한 육체적인 관계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손만 잡고 끝낸다는 건 너무 연애 경험이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만 쓰려고 했는데 너무 답답한 전개가 화가 나선 지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였다.

[……손만 잡고 얼굴을 붉히는 건 초등학교 때 이후로 끝나야 합니다. 솔직히 알 거 다 아는 나이에서 이렇게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정말로 민수와 유민이가 경험이 너무 없어 보입니다. 순수한 게 아니라 머리가 순해 보입니다……]

점점 댓글은 길어졌고 더 쓰려니 댓글수 제한 때문에 막혀 그대로 복붙해 쪽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작가 이메일이 그대로 나와 있었는데, 원래 다 이렇게 공개하나 싶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작은 바람입니다. 최신화를 읽은 열렬한 독자 올림]

한 화 밖에 읽지 않았지만 나름 열렬한 독자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최신화 내용만을 가지고 천 오백자 정도의 쪽지를 누가 보내겠는가.

정말로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물론 중간에 악의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긴 했지만 나머지에 비하면 정말로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솔직히 착한 독자잖아"

나만한 사람 없지, 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차에 올라탔다.

다른 덧글을 보니 '하차합니다. 작가님도 상하차나 하세요.' 하는 내용도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뭐 애교 수준이지.

창문을 내려 모텔 창문을 힐끗 올려다봤다.

민정이가 있는 방불이 켜져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잤을 텐데 예전부터 씻고 잔다, 씻고 잔다 하더니 드디어 일어난 거였다.

"진짜 귀엽단 말이야"

차를 몰아 모텔 주차장 가림막을 지나치는 순간 도로 대신 새하얀 공간이 나타났다. 순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지만 기억에 없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이었다. 인지부조화가 일어났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뭐지?

섹스 후에 피로에 몰릴 만큼 체력이 부족하진 않았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꿈은 아니라는 건데 더 말이 안 됐다.

시속을 200키로까지 내서 달려도 끝없이 펼쳐진 이 공간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핸드폰도 먹통이었고 어딜 가도 똑같다는 생각에 차에서 내렸다.

"드디어 얌전히 있게 됐구나"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자주색과 검은색이 섞인 체크셔츠의 단추가 터질 듯 말 듯 한 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턱은 투턱이었고 안경은 검은색 뿔테였는데 정말로 어울리지 않았다.

체형은 전형적인 드럼통이었는데 체크셔츠와 청바지의 조합 때문에 그런지 허리가 어딘지는 구분할 수 있었다.

'대체 뭐야?'

여길 잘 알고 있는 듯한 말투에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저쪽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준 쪽지, 잘 읽었어. 솔직히 처음에는 기뻤어 그 정도로 긴 장문은 처음 읽었고 처음에는 호평이 가득했으니까... 근데 읽을수록... 날 돌려 까고 있더라..."

꽉 쥔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얼굴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는데 호빵 같았다. 부르르 떠는 모습이 밥솥같기도 했다.

"...그래서 널 봤어... 그랬더니 화를 참을 수가 없더라고... 키 크고 잘생기고 돈 좀 있으면 그런 식으로 놀릴 권리라도 생기는 거야...? 아니잖아... 누군 뭐 경험이 없고 싶어서 없는 줄 알아? 자발적으로 인간콘돔이 된 게 아니라고... 이...인싸 새끼야...!"

말을 할 때마다 턱살도 함께 떨리고 있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지만 저 턱살을 한 번쯤 늘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는 커졌다가 작아졌다를 반복했는데 웅얼거리다가 욕을 할 때만 커졌다.

심각한 분위기였지만 결국 웃음을 참지 못 했다.

"뭐라는 거야 풉, 푸하하하 킄킄, 하아... 아 미안 근데 진짜 웃겨서... 이상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너도 여기 갇힌 것 같은데 어떻게 나갈 지 생각해 보는 거 어때?"

나름 합리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쪽지를 잘 읽었다느니 헛소리 할 시간에 여길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눈앞의 안경뚱땡이, 일명 안뚱땡에겐 우선순위가 달랐던 모양이다.

"끄,끝까지 날 비웃어? 비웃지 말란 말이야! 그렇게 잘났으면 네가 직접 해 보는 게 어때! 이 망할 자식!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악에 받쳐 말하는 것도 웃겼다. 주먹을 꽉 쥔 손은 찐빵같아 귀여웠다.

또 못 참고 크게 웃고 있었는데 안뚱땡이 박수를 짝 치자마자 뒤에서 커다란 책이 나타났다.

책표지에는 라고 적혀 있었고 책은 촤라락 소리를 내며 펼쳐지고는 나에게 급속도로 다가왔다.

뒤를 돌아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고 그때 안뚱땡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와는 다르게 정확한 발음과 음정이었다.

"너, 너라고 거기서 별수 있을 것 같아!!! 평생을 박혀 살아봐라!!!"

이럴 줄 알았으면 저 부들거리는 턱살을 한 번 당겨볼걸 후회가 들었다.

* *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