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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여친쩔더라-1화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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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니 여친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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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웅 우웅

솔직히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한 번쯤은 상상하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니까 짜릿하긴 했다.

밑에서 헐떡이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우웅 우웅 우웅

아까부터 침대 옆 탁자에 놓여진 핸드폰 진동 소리가 요란하다.

민수였다.

약속 시간으로부터 한참이나 지나서 결국 전화를 한 거였다.

기대하던 데이트 장소에 여자친구가 오지 않으니, 궁금할 수 밖에.

근데 지금 여자친구는 굉장히 바빴다.

보지를 조이면서 신음을 내고 창녀 마냥 허리를 흔들어야 했다.

"앙...아...주인니이임...집중...해주면 안 돼...요오?"

난 손을 뻗어 핸드폰을 들었다.

밑에서 하지말라는 교태 섞인 목소리가 들렸으나 무시했다.

말만 그럴 뿐 눈빛을 보니 원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유민아 어디야? 갑자기 연락이 안 되네?

뭐라고 답을 할까 잠깐 고민했다.

이대로 유민이한테 바꿔줄까? 그건 너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 제일 바쁜 건 이 녀석의 여자친구였고 말이다.

손도 묶여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해 내가 대신 받아주는 마당에 통화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민수 안녕, 나 태양인데 기억나? 우리 저번에 세 명이서 같이 놀았잖아."

"어? 어어... 기억나지... 근데 왜 네가 유민이 폰으로 전화를 받는거야?"

"아...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혔다.

민수는 불안감이 계속 엄습해오는지 유민이가 뭘 하고 있는 지를 계속 물어왔다.

­왜 대답을 못해! 지금 뭐하냐니까!

말로 설명하자니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할 수 없이 영상통화로 전환했다.

민수는 늘 그렇듯 최악의 패션으로 화면에 나타났는데, 꼴에 머리는 한 건지 헤어스타일만 빛이 났다.

"여, 민수 머리 진짜 잘 어울린다. 오늘 자른거야? 데이트 준비 되게 잘했네."

"아... 응 저기 근데 태양아 왜 그... 알몸이야? 지금 나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그러는데 뭐 하고 있어? 대답해 빨리!"

말이 점점 떨려오는 민수는 솔직히 불쌍했다.

표정도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더 놀리면 울 것 같았다.

상황설명을 계속 요구하길래 어쩔 수 없이, 성화에 못 이겨 핸드폰을 밑으로 내렸다.

갑작스러운 비명이 들렸다.

수화기가 떨릴 정도로 커다란 비명에 유민이도 깜짝 놀랐는 지 몸을 떨었다.

사실 놀란 게 소리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민수야 진짜 미안한데 유민이가 지금 되게 예민해 그러니까 갑자기 큰소리 치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차분하라고, 진정하라고 말했다.

얼굴이 어찌나 벌겋게 됐는지 바늘을 찌르면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수는 쌍욕을 내뱉으면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라거나 으어어어 라거나 하는 식이었는데, 꺼익꺼익 소리까지 들었을 땐 참지 못하고 웃음보가 터져버렸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진짜..."

­무슨 말이야,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잖아!

이미 죽을듯이 통곡하고 있으면서 끝까지 부정하는 꼴이 가여웠다.

확신을 원하는 것 같아 제대로 놈의 심장에 말뚝을 박아 넣었다.

"니 여친 쩔더라"

그러게 여친 관리 좀 잘하지 그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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