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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370화 (370/372)

370화

실비아의 더운 숨결에 우라엘의 목울대가 거칠게 꿀렁였다. 나무에 퇴로가 막힌지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사용인을 밀어버렸다간 갑자기 왜 그러나 싶을 테고….

시선을 내려보니 여전히 동그란 밤색 머리통만 보여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이 자세는 아무리 봐도 너무 불건전하지 않나? 흡사 그… 자세 같지 않나.’

여자를 안 만났을 뿐이지, 황태자로서 많은 교육을 받았던 우라엘의 머릿속에 동양의 명서, ‘카마수트라’의 한 페이지가 스쳐 지나갔다. 그때 당시에도 무척 야한 자세라고 생각했건만, 그 자세가 하필 왜 지금 떠오르는 건지. 이 이상한 사용인은 본인의 자세가 심히 야릇하단 걸 알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설마, 던전 공략만 한 탓에 남자를 전혀 못 만나본 건 아니겠지. 그래서 자각이 없을 수도 있었다. 제국 법도도 잘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걸 보면 전혀 허튼 짐작은 아닐지도…. 우라엘 황태자는 주변의 과보호 탓에 이성을 만나본 적이 없기에, 실비아도 혹시 저처럼 이성 경험이 없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사방이 훤한 곳에서 이런 오해받을 자세를 취할 리가 없지.’

애석하지만 그의 짐작과 달리 실비아는 성 경험이 있다 못해 웬만한 사람들의 수준을 상회했다. 엘리셔스 제국에 통계청이 있었다면 실비아는 20대 여성의 성관계 횟수 그래프 가장 꼭대기에 위치할 것이다.

우라엘이 엉뚱한 짐작을 하는 걸 꿈에도 모르는 실비아는 막상 그의 허벅지 양쪽에 손을 올린 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녀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여기까지 무사히 도달한 걸 보아 더 진도를 나가도 될 것 같긴 했지만, 어디까지 해야 죽지 않고 무사히 시식만 하고 끝날지 감이 안 왔다. 그리고 여태껏 반응 없는 우라엘의 하체에 맥이 탁 풀리기도 했고.

‘아우, 이거 막상 하려니 모가지 떨어질까 봐 함부로 뭘 못 하겠네…. 거기다가 이 정도로 했으면 서야 정상 아냐? 아무 반응 없는 거 보니 정말 나한테 관심 없나 봐. 더 하다간 황족 모독죄로 죽는 거 아닌가 몰라. 아무리 그래도 남주한테 직접 죽는다면 오만 정이 다 떨어질 것 같은데…. 우선 시중드는 게 본래 목적이었으니 그것부터 충실히 해야 의심을 안 하겠지.’

호기롭게 달려들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또 죽을 수 있단 걱정이 그녀의 행동을 소심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묵묵히 손수건으로 바지의 얼룩을 닦자 황태자의 호흡이 다시 일정하게 돌아왔다. 처음 자세 때문에 경악했던 우라엘은 성실히 바지를 닦는 실비아의 모습에 일방적으로 야한 생각을 한 게 민망해졌다.

그러나 진정한 것도 잠시, 실비아의 손길이 이어지자 다시 중심부에 위기가 찾아왔다. 아무리 음란한 의도를 담지 않았다고 해도 하체 여기저기를 문지르는 손길에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여전히 노예 자세….

우라엘 황태자는 발그레해진 얼굴을 연거푸 마른세수했다. 추태를 보이기 전에 이 사용인의 묘한 시중을 막아야 했다. 그는 밤색 머리통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그만…. 그만해. 안 해도 되니까.”

“…네? 하지만 저하, 엘리셔스 제국의 작은 태양이신 우라엘 저하께서 이런 더러운 바지로 산책을 한다니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괜찮으니까, 제발 그만 좀….”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에 실비아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붉게 상기돼있는 은혜로운 얼굴을 보며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우라엘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처음 보는 그 모습에 실비아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와, 너무 귀여워. 저런 표정의 우라엘이라니. 반응이 없는 게 아니라 참고 있는 거였구나. 어쩐지 나까지 얼굴이 달아오르네.’

평소에 무심해 보이던 우라엘의 얼굴이 붉어지자 실비아의 기분이 묘해졌다. 좋아서 깨춤을 추며 변태같이 웃어도 모자랄 판국인데 이상했다. 뭔가 건드리면 안 될 성역을 건드린 것 같은 기분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뭔가 기분이 이상해. 살짝 설레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에 표정 변화가 없는 우라엘이라서 그런 걸까? 감동이 남달랐다.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표정만 보여도 심장이 이렇게 날뛰는데, 활짝 미소 짓기라도 하면 심정지가 오는 건 아닐까 싶었다.

빤히 올려다보는 시선을 느낀 우라엘 황태자가 기다란 속눈썹을 깜빡거리더니 입술을 천천히 뗐다.

“뭘 그렇게 보는 거지? 햇볕이 좀 따가워서 얼굴이 붉어진 것뿐이야.”

“그러시군요, 저하. 양산이라도 들고나왔어야 했나 봐요.”

지금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 햇빛이 밝긴 했지만, 따가울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우라엘의 귀여운 핑계에 실비아는 적당히 맞장구쳐주었다. 이런 말을 하는 것 보니 아직 어리긴 어린 모양이었다. 평소에 워낙 과묵한 탓에 어리단 걸 의식하지 못했건만, 이럴 땐 갓 성인이 된 티가 났다.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돌린 황태자는 잠시 후 눈을 옆으로 굴려 실비아를 힐끗거렸다. 그는 목을 몇 번 가다듬더니 시선을 다시 실비아 쪽으로 돌렸다.

“비켜. 다시 산책을 해야겠어.”

“네, 산책…. 읍, 아니. 이건 제 탓이 아니….”

고개를 끄덕이던 실비아는 갑자기 앞으로 나오는 황태자 때문에 어딘가에 얼굴을 제대로 부딪쳐 버렸다. 그 어딘가는, 다름 아닌 황태자의 소중한 곳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노빠꾸로 고추에 얼굴을 비비려던 건 아니었는데! 식겁한 실비아가 황급히 변명을 내뱉었으나 중요 부위에 입술을 비비며 말한 탓에 황태자를 더 희롱한 꼴만 돼버렸다.

“으읏, 너 이게 무슨…!”

“아, 아니. 저하. 잠시, 이러지 마시고!”

경악한 황태자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실비아의 머리를 쥐었다. 애석하게도 그 손짓은 유사 오럴을 도왔을 뿐이었다. 그가 실비아의 머리를 밀었지만, 그녀는 무릎 꿇은 자세를 오래 유지한 탓에 바로 비켜나질 못했다. 오히려 다리에 쥐가 오는 바람에 제 몸의 통제력을 잃고 그의 중요 부위에 머리를 푹 기대는 참사가 일어났다.

“아이고, 내 다리!”

다리가 저릿저릿한 게 제 다리 같지가 않았다. 실비아는 황태자의 허벅지에 매달린 채 겨우 얼굴을 뗐다.

“으윽, 다리에 쥐가…. 죄, 죄송합니다, 저하.”

“아…. 하아.”

뒤늦게 수습을 했으나 이미 일이 벌어진 후였다. 방금의 유사 오럴 덕에 한참의 인내도 소용없이, 우라엘 황태자의 아래가 발기했다. 바지 위로도 두툼한 크기가 보이는 게, 역시 남주다운 기상이었다….

‘어, 엄청난…. 에그머니나.’

그러나 실비아는 고추 감상을 제대로 못 한 채 황급히 눈을 밑으로 내리깔았다.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곧 그녀의 정수리에 우라엘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내리꽂혔다.

“후우, 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낮게 깔린 목소리엔 흥분이 아니라 엄청난 분노가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실비아는 고추가 없어서 우라엘의 심정을 백 퍼센트 파악하긴 힘들지만, 저라도 기껏 인내하다가 얼토당토않은 상황에서 아래를 세워버리면 화가 날 것 같았다. 힘겨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니까.

‘화가 단단히 났나 봐. 내가 세우려고 세운 게 아닌데. 아까는 맞지만, 지금은 아니란 말야!’

“어, 어떻게든 되돌려 놓겠습니다, 저하.”

“아니, 지금 뭐 하는 거지? 읏!”

사색이 된 실비아는 패닉에 빠진 나머지 그의 주요 부위를 손수건으로 토닥거리며 다시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발기한 걸 보고 기뻐하기엔 분위기가 너무 심상찮았다. 흑기사들이 분노한 우라엘의 목소리를 멀리서 듣고 금방이라도 달려와 저를 요단강으로 보낼 것 같았다.

손수건으로 허벅지 안쪽을 꾹꾹 눌러대자 당연하게도 우라엘의 것은 더 위협적으로 발기했다. 자꾸 자극을 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젠 돌이킬 수가 없이 누가 봐도 명명백백한 발기였다.

앗차, 자극하면 더 크게 일어날 뿐이잖아. 뒤늦게 이성을 찾은 실비아는 손수건을 집어 던지곤 두 손 모아 싹싹 빌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하. 죽을죄를… 아니, 하여튼 죄송합니다. 다리에 쥐가 오는 바람에 요 망할 주둥이로 우라엘 저하의 것을 세우….”

“하, 제발 조용히 좀 해.”

“죄, 죄송합니다, 저하. 이게, 가라앉히려고 두드려도 커지기만 하지, 도통 줄어들지를….”

“입 좀, 제발.”

낮게 잠긴 목소리로 실비아의 입을 다물게 한 우라엘은 반듯한 이마를 손으로 짚더니 나무 옆 바위에 걸터앉았다. 실비아는 그의 착 가라앉은 표정에 쫄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건 내가 세우려고 수작질한 게 아닌데…. 물론 방금 전까지 개수작한 건 사실이지만, 얼굴을 비비는 찰나엔 무척 경건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구. 이건, 엄밀히는 우라엘이 잘못한 거잖아. 시발, 그리고 내가 왜, 남주 고추가 발기했는데 절절하게 사과해야 하는 거야. 이거 19금 장르 맞아?’

실비아가 입을 모은 채 서러움을 집어삼키고 있는데, 양 허벅지에 팔꿈치를 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라엘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한층 차분해져 있었다.

“화난 건 아니야. 그냥 좀 당황한 거니 그런 표정 하지 마.”

“그럼….”

실비아가 입술을 달싹거리자 우라엘이 더 말하지 말라는 듯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방금 같은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마. 잠시 거기서 기다리도록.”

“앗, 네에….”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쥐도 슬슬 풀렸겠다, 실비아는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우라엘의 곁에 섰다. 고개 숙인 채 진정 중이던 우라엘이 그녀의 기척을 느끼곤 어깨를 크게 움찔했다.

그 모습에 실비아는 방금 두 손 모아 빌던 걸 깡그리 잊어먹고는 다시 입맛을 다셨다. 정말 글러 먹은 뇌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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