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350화 (350/372)

350화

평소의 다정했던 블루와는 완전 다른 차가운 표정이었는데, 진지한 눈빛을 보니 블루는 역할극에서 빠져나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넓은 돌계단에 앉았다. 그러곤 실비아를 끌어당겨 제 위에 앉게 했다.

“싸기도 전에 빼다니. 기분 잡쳤잖아.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쩜, 쓰레기같이 말하니까 너무 꼴렸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비열하고 더러운 말만 뱉어줬으면…. 각성한 블루의 모습에 실비아의 아랫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괜히 두려움에 떠는 척 울먹거리며 가엾은 표정을 지었다.

“흑, 모르겠어요. 기사님, 제가 어떻, 어떻게 할까요….”

“답답하긴. 책임지고 구멍으로 싸게 만들어야지, 벌려.”

냉정한 목소리에 팔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절정을 맞을 것 같은 느낌. 사실 그녀의 숨겨진 취향은 쓰레기였으니까.

물론 실제로 보증을 서게 만들고 달아난다거나, 다단계에 팔아먹는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다른 건 다 착한데 섹스할 때만 난잡한 쓰레기를 찾아 헤맸을 뿐이지. 그런데 이렇게 안전하게 쓰레기를 맛볼 날이 올 줄이야.

초록빛 눈에 감동의 눈물이 차올랐다. 마치 인생 최고의 명배우를 찾아낸 은퇴를 앞둔 영화감독의 심정과도 같았다.

실비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썹을 가련하게 내리곤 흉흉하게 서 있는 블루의 성기를 잡았다. 그리고 젖어있는 구멍에 조심스럽게 맞춘 뒤 엉덩이를 천천히 내렸다. 젖은 살이 벌어지는 소리와 함께 두 남녀의 성기가 완벽히 맞물렸다.

“핫, 으응!”

“하아, 그래, 안 가르쳐줘도 잘하네. 엉덩이 좀 잘 흔들어봐. 열심히 흔들면 아버지 약값을 더 보태줄 테니까, 응?”

블루는 마치 시정잡배처럼 능글맞게 굴었다. 허리를 받친 손이 옆구리를 야릇하게 간지럽혔다.

불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실비아는 넓은 어깨에 손을 올린 뒤 엉덩이를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엉덩이가 들썩일 때마다 단단한 살덩이가 내벽 끝까지 직각으로 파고들어 왔다.

“흣, 약속 지키셔야 해요…. 아, 아으, 흐. 이, 이 정도면, 아앗…. 될까요?”

“그래, 계속, 아…. 잘 조이네. 하녀짓보다 이게 적성에 맞나 봐.”

“칭찬 감사해요, 기사님. 흣, 아읏, 응. 아, 잠깐, 기사님!”

“하아, 못 참겠어.”

실비아의 허리짓이 점차 빨라졌다. 거칠게 한숨을 내쉰 블루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그녀의 엉덩이를 쥐었다. 무아지경으로 허리를 흔들던 그녀는 갑자기 제 엉덩이를 쥔 블루가 하부를 빠르게 쳐올리자 정신을 못 차리고 교성을 내질렀다.

“앗, 흐으, 잠깐, 아, 너무 빨라, 흑.”

“아, 완전 최고야….”

철벅이는 소리가 한참을 들려왔다. 블루는 이제 역할극도 때려치운 채 실비아의 구멍에 제 것을 박아넣는 데 열중했다.

“하앗, 응, 그만, 아으, 응!”

블루의 거친 추삽질에 연신 신음을 내뱉던 실비아는 얼마 못 가 절정을 맞았다. 하얗고 긴 목이 뒤로 꺾어지고, 기둥이 드나드는 구멍으로 애액이 흥건하게 쏟아져 나왔다.

“흐으, 그만, 아! 이제 끝, 끝인데에, 아으, 흣.”

“아, 후우, 좋아. 안이 너무 뜨거워….”

실비아가 그만하라는 듯 블루의 어깨를 세게 움켜잡았으나 몰입한 그를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방금 막 절정이 지나간 실비아의 아래에 제 것을 빠르게 박아넣었다. 달아오른 내벽에 계속해서 성기가 드나들자 실비아가 작게 몸부림쳤다.

“으, 못해. 그만, 흐.”

“하아, 누가 버릇없이 반말하래?”

“읏, 아아, 흣, 그만, 아!”

눈깔이 맛이 간 블루는 사정하기 전에는 연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안을 무자비하게 쑤셔대는 성기를 견디다 못한 실비아는 결국 한 번 더 절정을 맞았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시야가 희미해졌다. 그녀가 연거푸 두 번째 절정을 맞은 뒤에야 블루가 제 것을 힘껏 그녀의 안에 박아넣었다. 그는 조그만 몸을 부서질 듯 강하게 껴안곤 격하게 헐떡였다.

“읏, 하아.”

“응, 미치겠어….”

곧 아래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 퍼졌다. 실비아는 눈앞이 핑그르르 돌 정도로 아늑한 쾌감에 시달렸다.

블루는 한참을 그녀의 안에 머무르다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땀에 젖은 투구를 벗어 던진 그는 실비아의 턱을 쥐며 눈을 마주쳤다. 빙의된 쓰레기 남주의 영혼이 사라진 감색 눈동자에 맑은 빛이 감돌았다.

블루는 아까의 불한당과 동일 인물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진득하게 입을 맞췄다. 이마에 입술을 댄 채 블루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실비아, 좋았어?”

“으응, 좋았…. 좋다 못해 기절할 뻔했어.”

블루가 입술을 떼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역할극에서 완전히 벗어난 둘은 눈을 마주치며 조그맣게 키득거렸다. 세상에, 이렇게 손발이 척척 맞을 수가 있나. 별 지시도 안 했는데 변태 같은 역할극을 해내다니, 역시 지혜의 종족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블루는 연거푸 두 번의 정사 때문에 많이 더웠는지 옷 위에 착용한 갑옷을 다 벗어 던졌다. 그리고 목에 걸린 목걸이로 실비아와 제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그는 뒤늦게 신경 쓰였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실비아, 내가 어디서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 아니 드래곤은 아냐. 알지?”

“으응, 알지. 근데, 어떻게 내가 역할극 하고 싶어 한단 걸 바로 알았어? 우리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아닐까?! 정말 최고야! ”

실비아는 감격한 표정으로 블루의 얼굴을 붙잡곤 여기저기 기쁨의 뽀뽀를 해댔다. 그녀의 뽀뽀 세례에 블루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 올라갔다. 음뫄음뫄거리며 한참 매끈한 얼굴에 입술 도장을 잔뜩 남긴 실비아는 뒤늦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블루야, 어떻게 갑옷을 입고 나타난 거야?”

“응? 아, 너를 놀라게 해주고 싶었거든. 그래서 갑옷 입은 기사들을 따라가서 탈의실에서 하나 빌렸지.”

“빌렸어? 기사들이 흔쾌히 빌려주겠대?”

실비아의 물음에 블루가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응? 아니, 말없이 빌렸어. 돌려주면 되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건 빌린 게 아니라 훔쳤다고 말하는 거야…. 실비아는 사회화가 약간 이상하게 된 블루의 말을 정정해주려다가 참았다. 한두 개 고치면 들어먹을 애면 충고를 하겠지만, 아예 한참 틀려먹은 애한텐 충고해봤자 입 아플 뿐이었다. 그리고 뭐, 돌려준다니까 아무 문제 없겠지. 애써 합리화한 실비아는 싱글벙글하며 블루의 두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래. 하여튼 정말 놀랐어.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이야!”

“응. 편지를 미리 보낼까 하다가, 퍼랭이가 여기까지 도착하는 시간보다 내가 직접 오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 기뻐하는 것 보니 깜짝 이벤트로 오길 잘한 것 같아.”

“그랬구나. 하지만 출근 시간에는 갑자기 오지 마. 잘못하면 참수당할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 해.”

실비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당부했다. 깜짝 이벤트로 와서 하녀와 기사 역할극을 해준 건 정말 감동이었지만, 출근 시간에 갑자기 황궁 내에서 나타났다간 낭패를 겪을 수 있었기에 무서운 경고를 곁들였다. 우라엘 황태자에게 치근덕거리고 있다거나, 황태자가 마셨던 찻잔에 입을 대며 간접키스를 노리는 모습을 발각당한다거나 하면 크나큰 개망신이니까.

‘플레이어 자존심이 있지. 직접 키스했으면 했지, 간접키스를 하는 추태까진 부리고 싶지 않지만…. 이대로 계속 욕구불만이 쌓인다면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어.’

역대급으로 어려운 남주다 보니 실비아의 인내심이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낮에 손을 잡긴 했지만, 그거는 훈련 중에 엉겁결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라엘 주변을 기사들이 계속 철벽수비한다면 입술을 비빌 날이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었다. 이래서야 저도 모르는 새에 추잡한 짓을 저지를까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존엄성이란 게 있기에 최악의 상황까진 안 가겠지만… 안 가겠지?

참수당할 수 있단 말에 블루가 불만스럽게 눈썹을 찌푸렸다.

“참수라니. 목을 자른다고? 그런 게 어딨어. 누가 내 목을 함부로 자른단 거야.”

“말이 그렇단 거야. 드래곤인 네 목을 함부로 자를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일개 사용인의 목은 충분히 자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 물론 난 일반인이 아니니까 가만히 당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래?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만 안 둘 거야. 실비아 목이든 내 목이든!”

겁먹으라고 한 말인데 블루는 오히려 반항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이러다가 일부러 출근 시간에 나타나는 게 아닐까 걱정된 그녀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아냐. 그런 일은 잘 없대도. 하여튼 난 황궁에 잘 적응하고 싶으니까 막무가내로 찾아오면 곤란해. 알겠지? 음….”

아니지? 실비아의 눈이 순간 위험하게 번뜩였다. 오늘의 역할극은 그녀 안의 무언가를 깨웠다. 그것의 이름은 위험한 욕망이라고나 할까. 황태자와 함께 있을 때가 아니면 블루가 또다시 황궁에 몰래 들어와 깜짝 역할극을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하아,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데. 만약에 블루가 시종으로 나타나서 날 탈의실에서 어떻게 해준다면 엄청나겠는걸. 아니면 거만한 귀족은 어떨까. 으음, 야성적인 마구간지기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상상만 해도 너무 좋다….’

콧바람을 뿜으며 흐뭇한 상상을 한 실비아는 발그레하게 뺨을 붉혔다. 그녀의 수상한 표정에 블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실비아?”

“응? 아냐. 으음, 생각해보니 폴리모프가 가능한 너라면 황궁에서 들키지 않을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황태자 앞에서만 조심하면 돼. 설마, 얼굴도 바꿀 수 있어?”

“아니. 폴리모프는 종족을 바꾸는 거지, 얼굴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순 없어. 마법 훈련에 몰두한 드래곤들 중에는 그 경지가 가능한 이도 있지만 말이야.”

“그래? 그것참 아쉽….”

실비아가 쩝, 하며 입맛을 다시자 블루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뭐야. 내가 얼굴을 못 바꿔서 아쉽단 거야?”

눈을 가늘게 뜬 블루가 언짢은 듯 팔짱을 꼈다. 그 모습에 실비아는 저도 모르게 쪼그라들었다.

‘쟤가 왜 갑자기 표독스럽게 눈을 뜨고 저런담?’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