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화
“…어?”
실비아는 괜히 떨리는 목소리를 내며 몸을 움찔거리는 연기를 펼쳤다. 심지어 자신은 포리쉐 돌보미인 ‘시녀’인데 ‘하녀’라고 지칭하기까지.
시녀보다 하녀가 뭔가 더 야릇했기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즉석에서 ‘하녀와 기사’ 역할극을 할 생각에 그녀의 머릿속에 엔돌핀이 격하게 돌았다.
뜬금없는 말에 블루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갑자기 왜 모르는 사람인 척 몸을 떠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역시 지혜의 종족이었던 블루는 양 뺨을 발그레하게 붉힌 채 몸을 꼬는 실비아를 보곤 알았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동안 인간계의 책을 많이 읽었던 그의 두뇌가 풀가동됐다. 곧 잠시 얼 타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진중하게 변했다.
“얌전히 있어. 금방 끝날 거니까.”
“아, 안 돼요. 전 집에 가야 하는데, 집에는 아버지만 계신단 말이에요….”
실비아가 울먹거렸다. 아버지만 계신다니? 생각보다 너무 구체적인 역할극에 블루의 동공이 일순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쳐야 하나. 초심자가 받아치기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진정한 남자 아니겠는가. 애써 침착함을 되찾은 그는 역할극에 제대로 동참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만 계신다고? 그럼 내 말을 더 잘 들어야지. 얌전히 대주면 일주일 치 봉급을 한꺼번에 줄게.”
“으응, 안 돼. 아버지가 아프시단 말이에요. 빨리 집에 가서 병간호를 해드려야…!”
“…더 잘됐네. 하녀 봉급으로 아버지 병수발이 가능하겠어? 아버지가 아픈 것보단 딸내미 다리 사이가 잠시 아픈 게 낫지, 안 그래?”
몰입하는 자를 이길 순 없다던가. 블루에겐 역할극 재능이 있는 게 분명했다. 잠시 움찔하던 그는 처음 뱉어보는 비열한 말을 신랄하게 구사했다. 그는 속으로 본인이 한 말에 깜짝 놀랐으나 애써 침착하게 굴었다.
실비아도 예상보다 너무 잘해주는 블루에게 화들짝 놀랐으나 몰입감을 위해 연기를 유지했다.
“아앗, 기사님. 기사도를 지키셔야 해요. 이러지 마세요….”
“그래. 그래서 너한테 기사도를 발휘해 은혜를 베풀겠단 것 아냐. 하녀가 기사 좆을 구멍에 넣어 볼 일이 언제 있겠어. 잔뜩 쑤셔줄 테니까 영광인 줄 알아.”
이날을 위해서 인간의 역사를 공부한 것이 아닐까. 실비아와 헤어져 있던 며칠간 그는 가이드 일을 하는 틈틈이 인간계의 책을 공부했다. 어려운 책과 함께 야한 책도 열심히 읽었다. 실비아와 좀 더 대화가 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 공부를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덕택에 ‘하녀와 기사’ 역할극의 몰입도는 최상이었다.
‘하아, 미칠 것 같아.’
실비아는 블루의 명품연기에 아랫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버 조금 보태서 오스카 남우주연상 급이었다. 그의 비열하고 더러운 말에 애무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아래가 축축해진 것 같았다. 실비아는 몸을 비틀며 19금 소설 속 멍청 여주 연기를 계속했다.
“어, 어떻게 그런 말을…! 저는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는 순결한 몸인걸요! 흑!”
“어…. 자, 잘됐네. 나도 처음이야, 하녀랑 하는 건 처음. 아무 남자보다야 기사랑 처음 하는 게 더 좋을걸.”
선수인 실비아의 강한 발언에 블루는 찰나 정신을 놓을 뻔했다. 더티 토크 수위가 예상한 것보다 더 거칠었다. 그러나 사랑을 위해서라면! 가까스로 멘트를 받아친 그는 장갑을 벗은 뒤 맨손으로 원피스 등에 있는 지퍼를 급하게 내렸다.
“앗, 잠깐!”
“가만있어!”
실비아가 괜히 작게 반항하며 연기를 유지했기에 그는 억지로 옷을 벗기는 불한당 연기를 해야 했다.
헐렁해진 원피스를 내리자 속옷에 가려진 봉긋한 가슴이 드러났다. 속옷 속으로 불쑥 손을 집어넣었더니 젖꼭지가 이미 꼿꼿하게 일어서 있었다.
“이것 봐. 이미 흥분해놓고 왜 내숭 떠는 거야. 너도 어서 넣어주길 바라잖아.”
“흐으, 으응. 아니야, 안 돼….”
한 손 가득 가슴을 움켜쥔 그는 검지로 유두의 끝을 지분거렸다. 그러자 실비아의 입에서 신음 섞인 거부가 섞여 나왔다. 이미 역할극인 건 너도 알고 나도 알았기에 블루는 약한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슴을 계속 주물렀다. 부드러운 가슴이 거친 손길에 이리저리 짓뭉개졌다.
“가슴이 예쁘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시겠어.”
“흐으, 앗, 이상해….”
며칠 만에 만져보는 실비아의 가슴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는 거칠게 숨을 내쉬더니 못 참겠다는 듯 고개를 내렸다. 속옷을 위로 올리자 천에 짓눌렸던 둥그런 가슴이 완전히 바깥으로 드러났다. 곧 붉은 입술 사이로 분홍빛 정점이 먹혀들어 갔다.
“아, 흐응!”
투구를 쓴 블루가 가슴을 베어 물자 실비아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정말 황궁에 있는 기사 중 한 명한테 당하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부드러운 가슴에 느껴졌다. 뜨거운 혀가 예민한 살점을 위아래로 빠르게 할짝이자 가슴에서 젖은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렸다.
블루는 한쪽 가슴을 마구 빨아당기고, 이 끝으로 가볍게 깨물길 반복했다. 실비아의 머릿속엔 누가 올까 불안한 마음과, 블루가 어서 제 팬티를 벗긴 뒤 구멍에 잔뜩 쑤셔줬으면 하는 바람이 공존했다.
“아, 으읏, 기사니임…. 안 돼, 돼돼….”
“하아.”
가슴을 쪽쪽-거리며 실컷 빤 그는 입술에 침을 잔뜩 묻힌 채 한숨을 내쉬었다. 황궁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후미진 곳에도 조명이 있었기에, 침으로 번들거리는 봉긋한 가슴이 아주 잘 보였다. 그는 다른 쪽 가슴을 부드럽게 둥글리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녀 주제에 가슴이 되게 맛있네? 아버님께 맛있게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전해 줘. 위가 이 정도면 아래는 어떨지, 벌써 기대돼서 여기가 터질 것 같아.”
그는 조그만 손을 움켜쥔 채 단단하게 발기한 제 허벅지 안쪽으로 이끌었다. 금속 플레이트는 상의에만 걸치고 있었기에 천을 뚫을 듯이 기립한 그의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실비아는 얼굴을 붉히며 싫어하는 척 뽕빨 19금 단골 대사를 내뱉었다.
“싫어요, 이건 너무 커…! 못 넣어요. 죽을지도 몰라.”
“처음엔 아파 죽겠지만, 나중엔 좋아죽을 거야. 봐, 벌써 젖었잖아.”
원피스 자락을 파고든 기다란 손가락이 음부의 움푹 파인 곳을 문질렀다. 그의 말대로 이미 애액으로 젖은 면 팬티가 음부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오목한 부분을 위아래로 천천히 쓰다듬던 손가락은 점차 깊숙이 속옷 채 예민한 지점을 문질러왔다.
“한쪽만 빨면 이쪽이 삐지니까 골고루 빨아줄게.”
“흐응, 읏, 아앗, 아….”
뜨거운 입속으로 반대편 가슴이 빨려 들어갔다. 아래를 문지르는 동시에 가슴을 빨리니 실비아의 입에서 연거푸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음부를 가린 조그만 천조각은 이미 물에 빠트리기라도 한 듯 잔뜩 젖었다. 검지로 속옷을 옆으로 젖혀버린 블루는 밖으로 드러난 도톰한 음부를 헤집었다. 대음순을 벌리자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는 붉은 속살이 드러났다.
실비아는 반항하는 척 다리를 살짝 오므렸으나 블루가 그녀의 허벅지 한쪽을 벌리더니 손바닥으로 받쳤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손가락이 요란하게 오가자 질구에서 애액이 울컥거리며 새어 나왔다.
“아응, 흐, 으읏. 그만, 아, 기사님. 기분이, 흣. 이상해요….”
“이건 이상한 게 아니라 좋다고 표현하는 거란다. 후우, 박기 좋게 얌전히 벌리고 있어야지. 그래야 아버지 병을 고칠 것 아냐.”
이쯤 되니 이게 역할극인지 아니면 평행 우주의 하녀 실비아와 기사 블루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역할극에 완전히 심취한 블루는 저열한 말만 골라 뱉어냈다. 그는 거칠게 심호흡하더니 젖어있는 질구에 손가락을 삽입했다. 주름진 내벽이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조이자 그의 반듯한 입매가 올라갔다.
“하, 엄청 좁네. 몸 주인이 거부하니까 구멍이 대신 효도하려고 하나 봐. 빨리 박아달라고 조여 대는데.”
“흐읏, 그만….”
아래를 빠르게 쑤시는 손가락에 뽀얀 허벅지가 경련하듯 떨렸다.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손가락이 주름진 내벽을 긁는 동시에 엄지가 볼록한 음핵을 문질렀다. 실비아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가볍게 절정을 맞아버렸다.
“흐아, 으응!”
품에 안은 몸이 나른하게 늘어지자 블루가 그녀의 얼굴을 제 가슴에 기대게 했다. 차가운 금속판이 동그란 이마에 닿았다. 이미 천국을 맛봐서 혼미한 정신에도 실비아는 연기를 멈추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만, 기사님 이제 그만 해요…. 넣는 건, 안 돼. 할 만큼 했으니까.”
“하지 말라니. 가슴도 실컷 빨고 다리 사이도 이렇게 잔뜩 젖을 때까지 만졌는데, 이제 와서?”
“흑, 제발 이제 그만…. 기사님, 약속한 돈은 주세요.”
실비아는 힘없는 척 눈을 꿈벅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돈 얘기를 꺼내면서 블루의 영감에 혼을 불어넣어 주는 건 빼먹지 않았다. 잠시 미간을 좁히던 블루는 실비아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비웃음을 짓곤 나지막이 속삭였다.
“안 돼. 난 이 조그만 구멍에 내 좆을 삽입해야 돈을 줄 수 있겠는데. 실컷 봉사만 해주고 난 아무것도 받은 게 없잖아.”
“흑, 그런….”
실비아가 가련한 여주인공처럼 절망한 표정을 짓자 감색 눈이 차갑게 굳어졌다. 어찌나 메소드 연기인지, 꾸며낸 표정이란 걸 알면서도 순간 간담이 서늘했다.
“다리 벌리고 힘 빼. 이제 돈값을 해야지.”
“흐으, 그럼 빨리 끝내주세요, 집에 빨리 가야 해요. 아버지가 몸져누우셔서, 제발….”
“그래, 아버지 생각하고 벌리자.”
실비아는 모든 걸 포기한 순종적인 여주처럼 몸에 힘을 뺐다. 블루는 바지를 내린 뒤 단단하게 발기한 제 것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핏줄이 잔뜩 선 기둥의 선단에서 끈적한 음액이 흘러내렸다. 실비아의 다리 한쪽을 받쳐 잡은 블루가 기둥의 끝을 질구에 맞춘 뒤 허리를 앞으로 움직였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귀두가 주름진 내벽을 가르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