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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337화 (337/372)

337화

먼저 알아서 떠들어대는 샤이 덕에 실비아는 자신의 업적을 스스로 말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는 흥분한 채로 뛰어가 단장인 데이에게 실비아가 던전 공략자임을 떠들어댔다.

‘일이 잘 돌아가는데?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군.’

가만 보니 기사단은 생각보다 자유분방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격의 없는 말투며 웃통을 벗고 훈련하는 것이 그랬다. 거기다가 술래잡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기까지.

데이와 샤이는 친구 사이 같았다. 갈색과 흰 피부의 둘이 서 있으니 바닐라와 초코아이스크림이 서 있는 것처럼 무척 조화로웠다. 남주 공략으로 정신없는 것만 아니었다면 별미로 맛보고 싶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웠다…가 아니라, 둘이 정말 사이가 좋아 보여서 보기 좋았다. 맹세코 다른 뜻은 없다. 정말이다.

‘잃어버렸던 입맛을 잠시나마 되찾은 것 같아.’

실비아의 입안에 오랜만에 군침이 싹 돌았다. 온갖 역경을 겪다 보니 남주고 뭐고 입맛이 다 사라졌었는데, 젊음 그 자체인 육체들을 한꺼번에 접하다 보니 멀리 떠났던 입맛이 돌아온 것이다. 이 상태라면 우라엘 황태자의 싸가지를 견디며 개수작을 열심히 부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참, 보기 좋은 우정이야. 저 사이에 나도 껴서 진한 우정을 나눌 순 없을까나. 몸을 나누는 사이가 아닌 우정을 나눌 정말 순수한 남사친이 필요하다구… 정말이야.’

둘을 끈적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데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제 양팔을 감쌌다.

“왜 그렇게 보시죠? 뭐 하실 말씀이라도….”

“네? 아, 아닙니다. 훈련장 구경은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네. 부단장에게 설명은 다 들었습니다. 던전 유경험자시라고요. 초면에 대뜸 이런 말 하긴 뭣합니다만, 이제 훈련장에 자주 오실 테니 하나 부탁드리겠습니다. 폐가 되지 않는다면 시간 되실 때 저희 훈련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저도 훈련을 하고 싶어서 여기 훈련장을 찾아온 건데요, 뭘.”

실비아의 흔쾌한 수락에 데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황태자 저하께 따로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황태자 저하도 이곳 훈련장을 이용하시나요?”

황태자 소속 기사단이니 당연히 황태자에게 보고가 가겠지.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궁금한 걸 물었다. 우라엘도 이곳을 이용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만나는 시간이 많으니 공략이 더 빨라질 텐데. 그녀의 질문에 데이가 즉답을 했다.

“네. 개인 훈련장이 따로 있으시긴 하지만, 실비아 님도 아시다시피 검은 혼자서 단련할 수 없는 거니까요. 우라엘 황태자 저하께서도 가끔 이곳으로 와서 저희와 훈련을 하십니다.”

“아! 그렇군요. 어, 그런데 저는 검은 잘….”

실비아는 검을 쥔 적이 없으니 그런 건 알지 못했다. 그녀가 말끝을 흐리자 데이가 되물었다.

“네?”

“아, 아니에요. 이제 점심시간이네요. 밥 맛있게들 먹길 바라요.”

검을 쓸 줄 모르고 망치만 쓸 줄 안다고 하면 설명이 길어질 것 같았다. 훈련장 구석에 있는 시계탑을 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었기에 실비아는 급하게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그러다가 구석에 서 있는 기사들을 발견하곤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입가에 두 손을 모았다.

“미안해요. 본의 아니게 힘을 좀 썼네요! 다음엔 웃으면서 봐요. 그리고 앞으로도 늘 지금처럼! 꼭 지금처럼 지내시길 바라요!”

실비아는 말꼬랑지를 팔랑거리며 정신없이 뛰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기사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한에 몸을 떨었다.

“뭔가 좀 무서운데. 보통 여자는 아닌 것 같지?”

“어. 아까 힘 봤어? 와, 난 꼼짝없이 당하는 줄.”

“당하긴. 정말로 당한 건 없잖아.”

다른 기사의 말에 제 팔을 쓰다듬던 기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게. 당한 건 없는데 이상하게… 영혼을 잃은 것 같아.”

그들의 눈이 멀어지는 말꼬랑지를 응시했다. 어쩐지 앞으로 황궁에 특이한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랄라랄라라~”

깐 달걀처럼 반질반질한 얼굴이 된 실비아는 엉덩이를 흔들며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처음엔 거슬렸던 말꼬랑지도 원기보충(?)을 확실히 한 지금은 꽤 맘에 들었다. 어쩐지 다른 사용인들과 복장이 남다른 게 유니크해 보이기도 하고?

‘휴게실 대신에 훈련장을 먼저 간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 피곤이 싹 사라졌네.’

앞으로도 기사들과 술래잡기 외에 이것저것 많은 놀이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말타기라든가, 얼음 땡 놀이라든가, 산 넘어 산이라든가 말이다. 기사들이 거절할 거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실비아의 조그만 머리통에 없었다.

‘산 넘어 산 좋네. 맥주 한 병씩 들이켠 뒤에 하는 거야. 아, 빼빼로 게임도 좋겠어. 이곳엔 빼빼로가 없으니까 바게트를 구입해 올까나. 바게트는 너무 두꺼운가? 아냐. 샤이가 입에 물면 내가 다 먹어 치운 뒤에…. 후후.’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을 장독대째 거나하게 들이켠 실비아는 지나가는 이가 없는 걸 확인한 뒤 제자리에서 훌라댄스를 췄다. 사리사욕을 채우면서 레벨 업까지 한 덕에 기분이 완전 업된 것이다.

‘이런 미니 게임이라면 100개도 더 할 수 있어. 게임 빙의 최고!’

기쁨을 마음껏 표출하다가 길 끝에서 사용인이 나타나는 걸 발견한 그녀는 애써 진정했다. 70레벨이 됐으니 오랜만에 상태 창이나 켜볼까.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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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레벨 70

망치 전사

가진 돈 : 17만G(림보 것 : 5만 골드)

체력 : 300 힘 : 300 지력 : 700 민첩 : 200

화술 : 310(+50)

업보 : 300

신앙심 : 500(+100)

.

.

피로도 : 70

세간의 평가 : <비범한 제국민1>

전투 스킬 : <뚝배기 깨기>, <1+1>, <정화의 망치>, <*손은 눈보다 빠르다>, <불망치>, <*매가 약이다>

생활 스킬 : <헛소리를 온누리에 진지하게>, <*손은 눈보다 빠르다>, <아이고 내 배꼽 아재 개그>, <모세의 조그만 기적>, <마법의 물주전자>, <*매가 약이다>

패시브 스킬 : <만독불침>, <기적을 일으키는 자>

축복 : 능력치 상승의 축복

[분배하지 않은 포인트가 125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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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아, 어느새 70레벨이 되다니. 이 정도면 이제 꽤 고인 물이라고 봐도 될지도. 암.’

실비아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혼자 빙의한 거라 비교 대상이 없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면 꽤 이 세계에서 강한 축에 속하는 것 아닐까? 비록 기사들이 방심했다곤 하지만 술래잡기에서 쩔쩔매기도 했고 말이다.

‘후후, 분배 포인트도 125나 쌓였네. 이걸 어디다가 쓰지?’

즐거운 고민이었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실비아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한꺼번에 올리기로 했다. 굳이 평소에 쓸 필요 없는 거니까.

상태 창을 끈 그녀는 방금 획득한 아이템 확인을 위해서 인벤토리를 열었다. 상자 모양 아이콘을 터치하자 안에 든 내용물 설명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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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70 달성 기념 보물상자

멀리 있는 이를 비추는 망원경

네잎클로버 편지

새살이 솔솔 연고

쫀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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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명만 봐선 뭐가 뭔지 모르겠네. 상세설명을 봐야겠어.’

실비아는 하나하나 상세 설명을 살펴보기로 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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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이를 비추는 망원경

- 말 그대로 멀리 있는 이를 비추는 망원경이다. 지금 만날 수 없는 이의 일상을 3분간 구경할 수 있다. 한 번 보면 두 시간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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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두 시간이나 지나가? 무턱대고 막 볼 수가 없겠네.’

지금 실비아에게 가장 소중한 건 시간이었다. 한 달 후에 루카와 노엘이 돌아오고, 블루도 언제 불시에 들이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라엘을 하루빨리 공략해야 했다. 그런데 망원경을 한번 보는데 두 시간이나 흘러간다니, 시스템이 사악하게도 현재 플레이어에게 가장 귀중한 게 뭔지 알고 강탈해 가려는 것 같았다.

‘떼잉, 그래도 주말에 한두 번쯤은 써도 되겠지? 남주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단 말이야. 남발하면 게임 공략에 차질이 생기겠지만 말이야. 일단 이건 완전 꿀템. 다음 아이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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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클로버 편지

- 안녕하세요. 익명의 후원자님. 이 편지를 받은 당신은 우리 후원단체의 100만 번째 기부자가 되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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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놀란 실비아는 메시지를 강제로 닫으려고 연거푸 터치했다. 그러나 메시지 창은 한 바퀴 휙 돌아가더니 다시 선명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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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10만 골드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정기 후원자가 되고 싶으시다면 엘리셔스 은행 123-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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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확인을 강제로 마친 후 실비아의 눈앞에 연거푸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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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뿌듯하기 짝이 없다. 소지금이 10만 골드 줄어듭니다.]

[착한 기부로 인해 업보가 100 줄어듭니다.]

[갑작스러운 소지금 지출로 실비아는 화병이 났다. 피로도가 100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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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뭐야. 한꺼번에 10만 골드가 줄었네. 업보가 100 줄어든 건 좋지만 화병으로 피로도가 100이나 늘어났어.’

급상승한 피로도의 여파로 실비아는 뒷목을 잡으며 비틀거렸다. 한참을 벽에 기대서 심호흡하자 어지러웠던 머리가 차츰 맑아졌다. 업보를 줄이는 방법은 노엘을 만나는 것 말고는 거의 전무 했기에 어떻게 보면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10만 골드는 현재 실비아와 세비스가 나눠서 가지고 있는 은닉 재산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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