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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335화 (335/372)

335화

“안녕하세요, 보신 바대로 저는 사용인이 맞습니다. 훈련장에 관심이 있어 구경하러 왔어요.”

“저희 훈련장에 관심이 있으시다고요? 대체 무슨 관심이….”

기사가 그녀를 의심스럽게 위아래로 훑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실비아의 외모는 겉보기엔 전혀 훈련장과 상관이 없어 보였으니까.

‘난 관심이 아주 많다고! 훈련을 하고 싶기도 하고, 보고 나니 여러모로 다른 관심이 생기기도 하고 말이야.’

실비아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눈을 도르륵 굴렸다. 너무 막무가내로 찾아왔나? 그냥 얌전히 돌아간 뒤에 황제 폐하를 알현해서 훈련장 얘기를 꺼내 보는 게 나을까.

그때 실비아의 눈앞에 미니 게임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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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사욕 채우기 게임!

- 황궁의 훈련장은 아무 사용인들이 이용할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기사들에게 던전 공략자의 실력을 보여주고 훈련장에서 함께 훈련받는 권한을 획득하자. 그들은 콧대가 높기에 몸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실비아의 실력을 인정할 것이다.

황제 폐하에게 직접 허가를 얻는 정석적인 방법도 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잖아?

게임 클리어 조건 : 기사들의 맨몸을 10회 터치한다.

성공 시 : 훈련장 이용 권한 획득, 레벨 1 업

실패 시 : 세간의 평가 <수상한 사람> 획득, 사용인 센터 경고 1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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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게임이 떴네. 오, 맞아. 이런 기회는 흔치 않지.’

심지어 미니 게임을 성공하면 레벨이 1이나 올라가는 어마어마한 보상이 있다니,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사실, 레벨은 안 올라가도 상관없었다. 그녀에겐 미니 게임 자체가 보상이었으니까. 실패 시 페널티가 좀 치명적이었기에, 그녀는 혹시 몰라서 시스템을 켜 게임을 저장했다.

‘됐다. 이제 아무 문제 없어. 혹시나 실패하면 바로 황태자에게 달려들어서 데드엔딩을 맞으면 되지. 아니면 <엔딩 회귀권>을 쓰거나.’

웬만하면 목숨을 스스로 버리고 싶진 않았지만 만에 하나의 경우엔 어쩔 수 없었다. 당연히 어지간해선 성공할 거란 계산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대련을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몸을 터치하는 것 정도면 예전의 씨름대회와 비슷한 거니까.

물론 축제 참가자들과 기사들은 무력 차이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겉보기에 비실비실해 보이니, 기사들이 전력을 다해 피할 것 같진 않았다.

‘예전에 한번 해봤으니까 또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반드시 하고 싶어.’

실패 시 얻는 세간의 평가가 좀 찝찝하긴 했으나 그보다 하고 싶은 욕구가 먼저였다. 정말, 절실하게,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 혹시나 오해 마시라, 레벨 업을 하고 싶단 소리다.

실비아의 눈이 수상하게 번들거리자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낀 기사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분명 조그만 시녀일 뿐인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 여자 뭐지?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은데. 힘의 차이는 아냐. 그보다 더 불길한 무언가가 느껴져.’

기사는 훈련으로 상승했던 체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걸 느끼며 팔에 돋아난 소름을 문질렀다.

그가 팔뚝을 문지르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실비아는 최대한 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은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 방심하게 만들어야 미니 게임을 실패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네. 관심이 있어요. 훈련을 같이 받고 싶은데, 혹시 가능할까요?”

“무슨, 그런 건 불가합니다. 여기는 황궁 소속 기사 전용 훈련장이에요. 거기다가 당신은 할 일이 따로 있지 않나요?”

“아, 온종일 함께 받고 싶다는 소리는 아녀요. 그건 말이 안 되죠! 시간이 날 때, 여기를 이용하고 싶단 거예요. 그리고 퇴근 후에도 잠시요!”

실비아는 말을 하면서도 기사가 흔쾌히 그러자고 할까 봐 겁났다. 사리사욕을 채워야, 아니 미니 게임을 성공해서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바로 제안을 수락하면 안 되니까.

그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기사 중 한 명이 곁으로 다가왔다. 아까 엎치락뒤치락하던 기사 중 하얀 몸의 기사로 얼굴이 ‘짱X는 못말려’의 흰둥이를 닮았다.

“허락해주지 그래? 이 아가씨는 황궁 소속이니 신분도 분명하고, 이 훈련장에서 하는 훈련은 딱히 비밀로 할 것도 없잖아.”

“그래도 그건 안 돼. 죄송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훈련에 참여하면 저희 입장에서는 많이 곤란하거든요.”

흰둥이 기사에게 고개를 저은 기사가 실비아에게 거절의 말을 내뱉었다. 흰둥이 기사가 가엾다는 듯 실비아를 바라봤다. 세상 물정 모르고 검을 휘두르고 싶어 하는 철부지를 보는 표정이었다.

‘다행이야. 의도대로 되어가고 있군.’

실비아는 괜히 치맛자락을 쥔 채 꼼지락거렸다. 어벙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나중에 그녀가 던전 공략자란 걸 알면 기사들이 충격받을 수도 있긴 하지만, 뭐 어떤가. 이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기사이니 저보다 강한 줄 알았다고 하면 되는 거지. 실제로도 몇몇은 무척 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대련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터치하는 거니까 승산이 있어.’

실비아는 머뭇거리는 척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이건 어떠세요? 제가 기사님들한테 방해가 안 된단 걸 증명해 보이는 거죠.”

“어떻게요? 설마, 대련은 할 생각 없습니다. 그건 너무 위험해요.”

걸려들었다. 의도대로 대답하는 기사의 도톰한 입술을 응시하며 실비아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과연 위험해지는 건 누가 될까.

“아유, 기사님! 대련은 당연히 무리죠. 그냥 술래잡기는 어떤가요?”

“…술래잡기요? 허 참,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갈색 피부의 기사가 헛웃음을 치자 옆에 선 흰둥이 기사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른 기사들을 가리켰다.

“뭐 어때? 재밌을 것 같은데. 지금은 다들 노는 분위기고 말이야. 가끔 이렇게 환기하는 것도 좋잖아.”

“음…. 그건 그렇네. 좋습니다. 하지만 제한 시간을 두겠습니다. 그 안에 한 명이라도 잡으면 인정해드리죠.”

마치 공포영화 속 재앙을 자초하는 캐릭터 같은 흰둥이 덕에 기사의 생각이 바뀌었다. 실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내뱉었다.

“아뇨. 열 명 어떤가요? 한 명은 저한테 너무 유리한 조건 같아서요.”

“나 참, 우리 기사단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장난으로 하는 술래잡기라지만…. 그래요. 그럼 다섯 명으로 하죠. 보아하니 당신에게 한두 명쯤은 재미로 잡혀줄 녀석들이 있어 보이니까.”

갈색 피부의 기사는 어느새 근처로 다가와 흥미로운 눈으로 대화를 지켜보는 어린 기사들을 힐끗댔다. 그들은 재밌는 일이 생겼다는 듯 자기들끼리 천진난만하게 키득거렸다.

“좋아요!”

다섯 명은 목표치인 열 명에 비해서 적은 숫자지만, 실비아는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술래잡기가 시작된 후로 다섯 명 이상 마구잡이로 잡아버리면 그만이니까. 씨름대회를 경험한 적 있기에 자신 있었다.

결국 점심시간을 앞둔 황궁의 훈련장에서 실비아와 기사들의 술래잡기가 성사됐다.

실비아는 소매를 단단히 걷고 머리가 방해되지 않게 꼼꼼히 묶었다. 그녀의 맞은편에 웃통을 여전히 시원하게 벗어젖힌 기사들이 한 줄로 주르륵 섰다. 실비아는 불순한 시선을 들키지 않으려고 불안하게 눈을 옆으로 굴렸다.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쳐다보는 건 살짝 범죄니까. 어차피 곧 범죄에 준하는 일을 저지를 생각이지만 말이야.’

현실 세계였다면 범죄였지만, ‘동정 미남 먹고 레벨 업’ 세계관이라면 포상이었다. 게임 세계 최.고!

심사위원 역할을 맡은 흰둥이 기사가 나팔을 든 채 그들의 가운데에 섰다.

“술래잡기 규칙을 우선 설명하겠습니다. 술래는 이 여성분이고요. 잡혀도 술래는 바뀌지 않습니다. 한 번 잡힌 분은 구석으로 가셔야 합니다. 다섯 명을 채우면 여성분 승리! 10분 동안 한 분도 못 잡으시면 그대로 끝납니다. 한 명을 잡을 때마다 1분이 연장되고요. 재미로 하는 거긴 하지만, 계속 못 잡으시면 술래잡기를 연장하기가 힘들겠죠?”

흰둥이가 실비아를 응시했다. 그녀가 동의의 의미로 턱을 까딱이자 그가 나팔을 입에 댔다.

“그럼 시작합니다. 시-작!”

뿌우-. 나팔 소리와 함께 흰둥이가 뒤로 빠르게 물러나고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기사들은 일반인들이랑은 달리 냅다 도망치지 않았다. 실비아가 움직이는 걸 보고 행동할 생각인 듯했다. 심지어 잡혀줄 생각이 가득해 보이는 젊은 기사도 보였다.

‘게임이 아주 쉬워지겠는걸?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어라.’

<손은 눈보다 빠르다>를 속으로 외치자 주변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가만히 어슬렁거렸는데, 그 모습은 뭣 모르는 이들에게는 자신감 없이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대치하기도 잠시, 금발의 햇살남주 스타일 기사가 코웃음을 쳤다.

“언제 시작하는 거야. 술래가 저렇게 겁먹고 있어서야 재미가 없… 헉?!”

순간 광속으로 날 듯이 뛰어간 실비아가 그의 몸을 제대로 껴안아 버렸다. 뒤에서 껴안은 채 가볍게 이곳저곳 부비부비를 당하자 기사의 낯빛이 새파래졌다.

“뭐야, 언제 곁으로 온 거야! 눈에 보이지도 않았어. 근데 이거 규칙이 어떻게 되는…. 앗, 손만 대면 되는 건데, 저기요. 저 이미 잡혔는… 흐읏!”

짧은 시간 온갖 말 못 할 능욕을 다 당한 기사는 개미귀신에게 진액을 다 빨린 개미처럼 옆으로 버려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양손으로 제 가슴을 가린 채 서럽게 흑흑거렸다. 분명 잃은 게 없는데, 무언가를 잃은 것처럼 서러운 마음이 들어서였다.

실비아는 포만감을 만끽하는 맹수처럼 나른하게 입술을 핥으며 목을 딱딱-소리가 나도록 꺾었다. 그러곤 들어오라는 듯 여유롭게 손을 까딱였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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