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화
“날아서 도망…. 그것참,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났으면 좋겠구나.”
합체한 채 날아서 도망이라니. 그것보다 추잡한 일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무슨 불륜 남녀의 야반도주도 아니고 말이지. 다행히 주위엔 쥐새끼 한 마리 없이 조용했다. 심지어 아까 날아다니던 갈매기조차 얼씬거리지 않고 하늘엔 구름만 유유히 떠다녔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긴 하네? 이상하다, 하늘에 갈매기도 안 보여.”
“아, 그건 내가 살기를 은근히 뿌려서 그래. 둔감한 인간이야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조그만 동물들은 예민해서 주위에 얼씬도 못 할걸.”
“오.”
실비아가 조그맣게 감탄사를 흘렸다. 블루는 여러모로 야외플에 최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살기를 방출해서 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라니. 아무리 조그만 동물이라도 주위에서 돌아다니고 있으면 찝찝해서 섹스하기 꺼려졌을 텐데, 안심이었다.
애초부터 멀쩡한 장소에서만 할 생각이 없는 실비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다. 너 여러모로 대단한 아이였구나? 드래곤이니 당연히 대단하겠지만!”
“응. 나 대단한 거 이제 알았어? 이제 더 대단한 걸 확인할 차례야.”
“어머!”
실비아를 일으켜 제 허벅지에 앉힌 블루가 바지춤을 끌렀다.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튕기듯이 위로 올라왔다. 실비아는 괜히 놀란 척 입을 가리며 먹음직스러운 그곳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한참 전부터 흥분해 있었던 기둥의 선단에는 끈적한 액체가 잔뜩 묻어 있었다. 제 것을 잡고 몇 번 훑어내린 블루는 실비아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하아…. 실비아, 엉덩이 살짝 들어 봐. 내가 넣을 수 있게.”
“으응…. 흐응, 아.”
실비아가 엉덩이를 들어 블루의 것에 가져다 댔다. 곧 뜨겁고 단단한 살덩이가 좁은 구멍 안으로 진입했다. 이미 충분히 풀어 준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기둥이 구멍을 뚫고 들어오자 아릿한 느낌이 번졌다.
“아, 으응!”
“하, 후우.”
조그만 엉덩이 양쪽을 움켜쥔 블루는 그녀를 서서히 제 다리 사이에 주저앉혔다. 반쯤 박혀있던 기둥이 내벽 끝까지 빠듯하게 들어오고, 아래가 완전히 결합된 두 남녀의 입에서 뜨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흐으, 하, 읏.”
“아, 엄청 뜨거워. 실비아…. 너무 좋아.”
옷 위로 가슴을 주무른 블루가 달뜬 목소리로 속삭였다. 실비아가 야릇하게 엉덩이를 비비자 뒤에 닿은 단단한 가슴팍이 크게 오르내렸다. 블루와 아래를 붙인 채 바다를 바라보니 기분이 묘했다. 아무도 없는 백사장이지만, 금방이라도 수평선 너머로 배가 나타날 것 같고. 수영하던 사람이 바닷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아 스릴이 넘쳤다.
‘이제 하다 하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하는 지경에 이르렀구나. 장하다, 실비아.’
“실비아, 무슨 생각해?”
“흐읏, 응, 아, 아니. 응, 그냥. 흐으, 계속해.”
멍하니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던 그녀는 블루가 허리를 쳐올리자 몸을 비틀며 교성을 흘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속담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그래, 아무리 좋은 경치라도 먼저 먹고 나서 감상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
잘록한 허리를 잡은 채 추삽질을 하던 블루가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좀 더 빠르게 그녀의 안을 헤집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실비아, 네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어…. 엎드려 봐.”
“흣, 이렇, 이렇게? 으읏…!”
실비아가 엎드린 자세가 되자 잘했다는 듯 조그만 엉덩이를 커다란 손바닥이 부드럽게 문질렀다. 곧 엉덩이까지 내려온 원피스를 골반까지 걷은 블루가 다시 제 것을 그녀의 안에 쑤셔 넣었다. 흰 엉덩이가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격한 삽입이 이어졌다.
실비아는 고운 모래를 움켜쥔 채 신음을 연달아 뱉어냈다. 뒤에서 부딪쳐오는 힘을 견디다 못한 그녀는 결국 머리만 백사장에 묻은 채 엉덩이를 쳐들었다.
“흣, 응. 아아, 흑, 흐아. 빨라, 아응, 너무, 하으으.”
『헉, 허억…. 아, 완전, 읏. 완전 좋아.』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던 블루는 드래곤어로 씹어뱉듯 감탄사를 흘렸다. 너무 좋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나오는 익숙한 언어였다.
실비아도 연신 교성을 내뱉으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아무도 없기에 망정이지, 이렇게 짐승처럼 붙어먹고 있는 걸 누군가 본다면 정말 망신이겠다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안을 드나드는 성기가 긁고 지나가는 쾌감이 너무 커서 행위를 멈추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름진 내벽을 기둥이 빠듯하게 드나들 때마다 질구에서 투명한 애액이 밀려 나왔다. 엉덩이가 얼얼해질 때까지 격하게 하부를 치받던 블루는 헐떡이며 실비아에게 물었다.
“하, 으윽, 안에다가 싸도 돼?”
“으응, 아, 으, 싸도, 아! 싸도 돼.”
둥그런 골반을 양손에 쥔 블루가 엉덩이골로 제 것을 미친 듯이 빠르게 박아넣었다. 음낭까지 넣을 기세로 박아대기를 한참, 실비아의 온몸에 힘이 쫙 풀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기둥의 선단에서 뜨거운 정액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응, 으읏, 아, 하으!”
『하아, 읏.』
땀에 젖은 하늘색 머리가 마른 등에 달라붙었다. 눈을 질끈 감은 블루는 그녀의 몸을 단단히 끌어안은 채 사정이 끝날 때까지 놔주지 않았다.
“흐아….”
잠시 후 실비아는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모래 범벅이 된 갈색 머리카락이 눈앞에서 흔들거렸다. 모든 게 다 끝난 상황인데도 여전히 크게 부푼 성기가 안에서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바닥에 얼굴을 비비는 바람에 모래를 잔뜩 뒤집어써 거지꼴이 다 됐다. 버석한 제 얼굴을 매만진 실비아는 뒤를 돌아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블루야, 이제 끝났어.”
“응? 아냐. 한 번 더 하려고.”
돌아오는 대답에 실비아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뭐?”
“아직 여길 잘 모르겠어. 하아, 천천히 알아가자고 했잖아…. 아냐?”
“읏.”
반쯤 빠졌던 성기가 다시 내벽을 가르고 들어왔다. 한번 사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늘 그렇듯이 강직도가 여전했다. 살덩이가 천천히 구멍을 쑤석이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희멀건 정액들이 펌프질하듯 밖으로 빠져나왔다.
또 하는 게 싫은 건 아니었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몸이 엉망이었다. 실비아는 파드득 몸을 떨며 블루에게서 물러났고 그 몸짓에 블루가 놀라며 제 성기를 밖으로 빼냈다.
“더 하기 싫어?”
“아, 안 돼. 지금 몸이 완전 엉망인데.”
실비아는 울상이 된 얼굴로 제 옷을 내려다봤다. 땀에 젖은 몸에 모래가 달라붙어 있어 완전 거지꼴이었다. 아무리 야외플을 즐긴다지만 백사장에서 뒹구는 거지꼴로 연달아 두 번 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거 때문에 꺼려하는 거였어?”
실비아의 불평에 블루가 알겠다는 듯 미소 지었다. 곧 그의 목걸이가 환하게 빛나더니 두 남녀의 몸에 묻었던 체액이며 모래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 뭐야!”
“뭐긴. 늘 하던 대로 목걸이 마법으로 씻은 거지.”
보송보송해진 제 팔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실비아는 순간 안에 든 씨앗…이 없어진 건 아닌가 싶어 불안해졌다. 황급히 인벤토리를 켜보니 씨앗은 무사히 개수가 늘어있었다. 아래는 보송해졌어도 한 번 획득한 씨앗은 사라지지 않는구나. 실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의 허리를 부드러운 손이 감싸더니 은근하게 달래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지, 실비아?”
“응? 으응…. 그래도, 또 바닥에서 하긴, 좀….”
실비아의 말에 블루는 그녀를 와락 껴안더니 급하게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그들 근처에 딸랑 하나 서 있는 야자수 나무에 그녀를 기대게 했다. 작은 몸을 품속에 가둔 채 블루는 시근덕거리며 뜨거운 호흡을 내뱉었다. 또 할 생각으로 흥분해 있었는데 계속 참으려니 한계에 다다른 기색이었다. 그는 실비아의 귓가를 부드럽게 핥으며 잔뜩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아, 실비아. 이제 안 된다고 하지 마…. 나 미치는 거 보려고 그래?”
“흐음, 야자수 나무가 좀 뻣뻣한데….”
미치는 거 보려고 그러냐니. 그런 말을 들으니 놀리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실비아는 괜히 불편한 척 몸을 비비 꼬며 야자수 나무를 트집 잡았다. 힐끗 블루의 표정을 살피니, 하고 싶은데 바로 하지 못해서 미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초조하게 입술을 짓씹더니 실비아를 끌어안고 자신이 야자수 나무에 기댔다.
“이제 괜찮지? 더 이상 거절하지 마. 여기가 터질 것 같단 말이야.”
“아….”
얼굴은 물론 목까지 붉어진 블루가 조그만 손을 잡아 자신의 중심부에 가져다 댔다. 실비아의 손바닥에 뜨겁고 단단한 살덩이가 닿았다. 아까 두 번째 섹스를 시작하려다가 말고 그대로 넣어놨기에, 성기는 한참을 발기를 유지한 채 고통받은 셈이었다.
‘어쩜. 한번 했는데도 처음 하는 것처럼 이렇게 커다랗…. 크흠, 오래 방치하면 아프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좀 미안하네.’
미안해진 실비아는 불룩한 블루의 허벅지 안쪽을 야릇하게 쓰다듬었다. 나긋하고 묘한 손길에 그가 말없이 뒤통수를 야자수에 기대며 감탄사를 흘렸다.
“아….”
손을 모아 굵직한 기둥을 문지르기도 하고, 둥그런 귀두를 살짝 손가락으로 깔짝거리기도 하자 감색 눈이 쾌감에 가늘어졌다. 실비아의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일수록 그의 왼쪽 눈 밑에 있는 두 개의 점이 약하게 씰룩거렸다. 그의 허벅지 안쪽은 점점 더 존재감을 키워서 이젠 바지 천을 뚫고 나올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블루야, 여기 안 터지게 내가 도와줄게.”
“하아.”
양 뺨을 발그레하게 붉힌 실비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곤 블루의 바지 끈을 풀었다. 그리고는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까끌까끌한 체모를 지나 수납해둔 오른쪽에서 성기를 끄집어낸 실비아는 한 손으로 다 쥐기 힘든 기둥을 겨우 잡곤 천천히 흔들었다. 천 안에서 하려니 너무 답답했기에 결국 성기를 그의 바지 밖으로 꺼낼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한 손으로는 안 되겠는데. 두 손으로 해야겠어.’
실비아는 어쩔 수 없이 처음의 계획을 수정해서 두 손으로 발기한 성기를 잡고 흔들었다.
“읏, 하아. 아, 좋아. 실비아. 읏.”
블루는 야자수에 기댄 채 감고 있던 눈을 떠 실비아를 내려다봤다. 제 손의 반만 한 손으로 자신을 만족시켜 주려고 애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