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화
일부러 툴툴대는 걸 알아챈 실비아는 태연하게 받아친 뒤 블루의 표정을 살폈다. 그 시선에 블루가 뭘 보냐는 듯 실비아를 흘겨보더니, 잡고 있던 엄지발가락을 내려놨다. 그러더니 모래를 손가락으로 멀리 튕겼다.
“난 목걸이로 깨끗하게 만들면 되거든? 선물해 준 발찌나 껴. 혹시 잃어버린 거 아니지?”
“아! 안 잃어버렸어. 여기 가방 안에 잘 넣어놨어.”
실비아는 미니백을 뒤적여 발찌를 꺼냈다. 심해왕국이 아닌 뭍으로 올라와서 봐도 여전히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발찌였다. 실비아가 발찌의 잠금쇠를 풀려고 낑낑댔다.
“아우, 이거 왜 이렇게 안 풀리지.”
“줘 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블루는 그녀의 손에서 발찌를 가져가더니, 실비아의 발등의 모래를 털었다. 그러곤 발찌를 예쁘게 펼쳐 실비아의 발목에 걸어주었다.
민망하면서 미안한 기분에 실비아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블루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툴툴거려 놓고 발찌를 걸어준 게 민망했던지 얼굴이 붉어진 채였다. 그는 발찌를 채워 준 후에도 발등의 모래를 괜히 부산스럽게 털더니, 머쓱한 목소리로 아까의 트집을 정정했다.
“아! 모래 터니까 발가락 예쁘네. 실비아가 안 예쁜 곳이 있을 리가 없지. 흠! 아깐 잘못 봤나 봐.”
“아, 그래. 그럼! 내 발가락이 못생겼을 리가 없지….”
실비아의 왼쪽 발목에 걸린 발찌가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다. 민망한 분위기 속에 둘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블루는 머뭇머뭇하더니 실비아의 발을 제 손바닥으로 감싼 뒤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가볍게 입맞춤했다.
“앗! 더러워. 모래 묻었을 텐데.”
“괜찮아. 하나도 안 더러워.”
발등에서 시작된 입맞춤은 종아리를 타고 올라와 어느새 무릎까지 이어졌다. 가볍게 쪽-하고 떨어졌던 입술도 점점 간지럽고 진득하게 변하더니 묘한 감각이 스멀스멀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어느새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올라온 머리 때문에 저절로 그녀의 치맛자락이 말려 올라갔다. 미끄러지듯 내려온 입술은 어느새 허벅지 안쪽 여린 살들을 야릇하게 빨기 시작했다.
실비아는 손등으로 입을 가린 채 얕은 신음을 내뱉었다.
“앗, 으읏. 잠깐, 블루야. 너무 위까지는….”
귓가에 파도 소리와 함께 기룩기룩 우는 갈매기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그들 말곤 아무도 없는 텅 빈 백사장이지만, 그래도 엄연히 야외. 언제 어디서 누가 나타날지 모르는 곳 아닌가? 실비아가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블루는 전혀 괘념치 않고 허벅지 안쪽을 혀를 내어 핥았다.
“천천히 알아가자며…. 네 말대로 하려는 중이야. 난 아직 네 몸을 잘 모르니까, 오늘 좀 더 알아보고 싶어.”
“흐읏, 그래도, 아!”
허벅지를 타고 올라온 손이 속옷으로 감싸인 음부를 더듬었다. 세상에, 이러다가 정말 인적이 드문 백사장.avi를 찍게 되는 건가? 야외플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실비아긴 했지만, 첫날밤을 근사하게 준비했던 블루가 바깥에서 이런 짓을 시도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한 실비아는 제 다리 사이로 파고든 손을 원피스 채 잡으며 말렸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바깥인데!”
“응. 바깥. 그렇지만 아무도 없는데?”
겹쳐진 두 몸 위로 갈매기가 기룩거리며 날아갔다. 세상에나, 이러다가 누가 오면 정말 망신이었다. 야자수 한 그루가 그들 머리 위에 있긴 했지만, 그 외엔 가릴 만한 것이라곤 없었다. 실비아는 급하게 숨을 곳을 찾았으나 고운 모래가 가득한 백사장은 군데군데 야자수가 크게 자라있는 것 말곤 휑했다. 아무래도 한참을 걸어야 일을 치를만한 큰 바위나 숲이 나올 것 같았다.
“아, 좀 그런데….”
실비아가 계속 불안해하자 블루가 걱정 말라는 듯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실비아, 나는 너보다 감각이 훨씬 예민해. 누가 올 것 같으면 바로 관둘 테니까 여기서 해보자. 어때? 그래도 싫어?”
감각이 예민하다니. 실비아는 주위를 살피던 걸 멈추고 블루를 다시 응시했다. 자신감에 찬 눈빛을 보니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드래곤이니까 보통 인간의 감각보단 뛰어나려나.
“그래? 그럼 사람이 가까이 오면 바로 알아챌 수 있어?”
“응. 혹시 싫어? 책에서 보니 이런 색다른 장소도 가끔 괜찮다고 하길래….”
블루가 머쓱한지 얼굴을 긁적였다. 대체 그 책이 뭔지, 드래곤의 둥지에 있다는 그 책엔 대체 어떤 것까지 적혀있는 건지 황당했다. 블루의 호언장담에 어느 정도 불안이 가시긴 했지만, 그녀는 혹시나 싶어서 좀 더 확실하게 물어봤다.
“언제부터 알아챌 수 있는데?”
“음, 원래 관심 없으면 아예 귀를 닫아버리지만, 예민하게 집중하면 5분 거리 내에 오는 사람은 다 알아차릴 수 있어.”
참 좋은 능력이었다. 이건 혹시 야외플을 제한 없이 마음껏 하라고 뽕빨 게임의 신이 내려 준 가호가 아닐까? 실비아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키득거렸다. 야릇하게 입꼬리를 올린 그녀는 블루를 끌어안으며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좋아. 천천히 알아가 보자. 그러려면 몸을 더 자세히 아는 건 필수지. 아, 천천히라고 해서 대충은 아냐. 자세하게 알아가야 해. 알았지?”
“응….”
그는 눈꼬리를 부드럽게 휘며 실비아의 보드라운 뺨에 쪽-하고 입맞춤했다. 그의 손이 다시 내려오더니 치마를 골반까지 걷어 올렸다. 그리고 거침없이 속옷을 내렸다. 허벅지까지 속옷이 내려가고 기다란 손가락이 곧장 도톰한 음부를 헤집었다. 안으로 파고든 손가락은 볼록한 속살을 금방 찾아내 위아래로 천천히 문질렀다.
“아, 흐으, 응.”
“실비아, 네 아래, 벌써 젖어있어.”
“하으으….”
실비아는 별다른 대답 없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다리를 살짝 벌리자 블루의 손가락이 더욱 빠르게 아래를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다리 사이에 찌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곁에 있는 야자수 나무는 꼴랑 한 그루였기에, 해의 방향이 바뀌자 밝은 햇살이 그들을 비췄다. 햇살이 들이치자 손가락이 음부를 애무하는 모습이 더욱 적나라하게 보였다. 눈가가 붉어진 채 실비아의 다리 사이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블루는 갑자기 고개를 내렸다. 다리 사이에 뜨거운 숨결이 닿자 놀란 실비아가 블루의 머리통을 잡아 제지했다.
“뭐, 뭐야. 뭐 하려고?”
“뭐하긴. 저번에 네가 해 준 대로 나도 해 주고 싶어. 왜, 싫어?”
“아, 아니. 싫은 건 아니지만….”
싫을 리가. 싫다기보단 블루가 너무 적극적으로 굴어서 당황한 거였다. 아무리 그래도 첫날밤이 예쁘게 꾸며진 별궁이었는데, 백사장에서 다리 사이를 빠는 단계로 단번에 껑충 뛰어오르다니. 아직 성에 눈뜬 지 얼마 안 된 블루가 감당하기엔 너무 센 것 아닌가? 그러나 블루는 실비아가 머리통을 잡고 있는 지금도 다리 사이에 얼굴을 박으려고 계속 시도했다.
음,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구나. 쓸데없는 걱정을 한 듯했다.
“좋아? 그럼 할래.”
“흐읏, 아!”
따뜻한 숨결이 예민한 속살에 닿더니 곧 뜨거운 살덩이가 살 틈새를 파고들었다. 실비아는 어쩔 줄을 모르고 고개를 꺾으며 신음했다. 하늘색 긴 머리카락이 흘러 내려와 허벅지와 골반을 간지럽혔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쥔 채 그녀는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비틀었다.
“앗, 으응, 흐. 아, 좋아…. 응.”
음부 깊숙이 들어온 혀가 붉은 속살을 위아래로 천천히 빨아올리더니 꼿꼿해진 음핵을 뾰족한 혀끝으로 짓찧었다. 음핵을 애무하던 혀는 질구로 미끄러지듯 내려와 울컥하며 새어 나오는 애액을 핥았다.
가을이라서 햇볕이 그렇게 뜨겁지도 않은데, 온몸이 점점 뜨거워져 불탈 것 같았다. 마치 여름 날씨처럼 실비아와 블루의 몸에 송골송골 땀에 배어 나왔다.
“아, 흑, 으읏, 하.”
붉은 입술이 여린 속살을 베어 물 듯 가볍게 빨아당길 때마다 아래에서 쪽쪽거리는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허벅지에 걸려 있던 속옷은 어느새 블루가 마저 다 벗겨버려 백사장을 뒹굴고 있었다.
“흣, 아, 응, 으읏.”
블루는 그녀의 다리를 좀 더 활짝 벌리곤 얼굴을 더 깊이 음부에 박았다. 위아래를 현란하게 오가던 혀는 이제 좁은 구멍을 간헐적으로 찔러왔다. 허벅지를 잡고 있던 두 손이 잘록한 허리를 더듬어 올라오더니 그 위에 봉긋하게 솟아있는 가슴 두 쪽을 움켜쥐었다.
“흐읏, 응!”
가슴을 둥글리던 손은 옷 위로 꼿꼿해진 정점을 찾아 야릇하게 문질렀다. 아래가 빨리는 동시에 가슴을 자극당하니 실비아의 눈앞에 번쩍 불꽃이 일었다. 어떻게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가슴 애무와 커닐링구스를 동시에 해내는 걸까. 블루가 몇 번 언급했던 책에 이런 자세도 적혀있는지 실비아는 순간 궁금해졌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아래를 할짝대는 감각이 너무 강렬해서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녹아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시작된 쾌감이 발끝과 손끝까지 골고루 퍼졌다. 결국 실비아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블루의 혀 놀림에 절정을 맞았다.
“흐읏, 으. 그만, 아, 응! 흐으, 흣….”
“하아, 실비아, 좋았어? 나 좀 잘한 것 같아.”
눈물로 희뿌예진 시야에 블루의 흐뭇해하는 얼굴이 담겼다. 실비아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한여름도 아닌데 그녀의 흰 살결을 타고 맑은 땀이 흘러내렸다. 쾌감의 여운으로 헐떡이던 실비아는 그 와중에도 다시 불안해져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아무도 없지?”
“응. 괜찮다니까. 뭣하면 날아서 도망치면 돼.”
대굴대굴 눈을 굴리는 실비아의 모습에 블루가 걱정 말라는 듯 날개를 펼쳐 보였다. 믿으라는 듯 펄럭이는 모습까지 보여 주며 손가락으로 하늘 높이 날아가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러나 날개를 본 실비아의 표정은 사색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