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98화 (298/372)

298화

‘휴우, 이렇게 한꺼번에 모아놓으니까 좀 보기 껄끄럽네…. 어머! 맞다 맞어. 돌아가면 노엘과 루카와 같이 만나기로 했지. 어떡해!’

어떻게 이런 일이. 룰루랄라 즐거운 심해왕국 여행 겸 블루 따먹기를 한다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걸 어쩌면 좋담, 상상만 해도 온몸에 땀이 나. 이참에 이 용궁에서 영영 몸을 의탁할 방법은 없는 걸까.’

얼굴이 새파래진 실비아는 잠시 오돌오돌 떨면서 걱정했다. 즐거운 공연, 맛난 음식, 그리고 맛난 블루를 먹느라고 육지로 돌아가면 닥칠 일을 잠시 잊었다. 어쩌면 좋을까, 어쩌면…. 한참 오두방정 떨던 그녀는 우선은 냉정한 플레이어답게 새로 획득한 씨앗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그건 그거고 할 일은 해야 했으니까.

———————————————

[최초로 정상적인 장소에서 근사한 첫날밤 업적을 획득! 업적 버프로 x4의 씨앗을 획득합니다.]

———————————————

‘뭐야, 이런 업적이 숨겨져 있었어? 어이없지만 조금 뿌듯하군….’

야외플 같은 자극적인 것만 씨앗을 듬뿍 퍼주는 줄 알았더니, 이런 업적이 숨겨져 있었다. 덕분에 자그마치 4개의 씨앗을 첫 관계로 획득했고,

———————————————

[이건 인간의 몸으로는 할 수 없는 기술. 섹스 중에 실비아는 잠시 공중에 떴다. 공중플로 x3의 씨앗을 획득합니다.]

———————————————

어쩐지 잠시 엉덩이가 뜨는 것 같다 싶더니 잠시 날았던 모양이었다. 블루가 날개를 펄럭이며 한 두 번째 섹스로는 공중플 가산점을 얻어 3개의 씨앗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

[섹스도 좋지만 몸부터 챙겨야죠. 연고를 바르면서 섹스한 덕에 회복과 쾌락,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두 마리 토끼플로 x2의 씨앗을 획득합니다.]

———————————————

‘별 시답잖은 이름을 다 붙이네.’

두 마리 토끼플인지 뭔지로 2개의 씨앗. 나머지는 일반적인 성관계로 3번 더 해서 총 12개의 씨앗을 얻었다. 보통은 이 정도 했으면 상태 이상이 찾아왔을 텐데, 약초와 연고 덕에 그녀의 몸은 멀쩡했다.

‘앞으론 무리할 것 같으면 보양 음식을 미리 먹어야겠어. 연고 같은 것도 챙기고 말이지.’

경력자는 다른 게 경력자가 아니다. 아픈 이는 일찌감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몸을 아껴가며 오래 일한 자가 경력자가 되는 법. 실비아는 이제 몸을 아껴가며 섹스하는 요령을 익힌 프로 섹서가 되었다.

씨앗을 다 확인한 그녀는 새로 획득한 아이템의 상세 설명을 터치했다.

———————————————

[소금쟁이 운동화

- 물속성인 블루를 공략하고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물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다. 바다는 좀 무리고 얕은 개울물은 무리 없이 건널 수 있는 정도이며, 일반 운동화보다 보행 속도가 빠르다. 비 온 날은 정말 놀랍도록 빠르게 미끄러지며 나아갈 수 있다.]

———————————————

‘와! 좋아. 안 그래도 롤러 운동화를 잃어버려서 슬펐는데, 새 운동화가 생기다니 완전 최고야!’

실비아는 어깨를 두둠칫 움직이며 기쁨을 표현했다. 비밀상점에 갔던 날 분수대에 놔뒀다가 도둑맞았던 운동화 대신에 더 좋은 아이템이 생기다니. 블루가 일어나면 당장 신어 볼 생각이었다.

‘이제 확인은 끝났나? 아, 맞다! <던전 클리어 보물 상자>를 확인해야지!’

실비아는 인벤토리 창을 살폈다. 구석에 반짝거리는 상자가 추가된 게 보였다. 이걸 확인하는 걸 까먹고 있었다니, 사놓고 잊었던 간식을 찬장에서 발견한 것 같은 기쁨이 밀려왔다.

아직 자고 있는 블루를 다시 힐끗 본 뒤 그녀는 상자를 터치했다. 환한 빛과 함께 상자 속 내용물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던전 클리어 보물 상자

상위 체력 포션 30개

레벨 업 포션

장어구이 밀키트 3봉지]

———————————————

‘에게? 상자에서 나온 건 별것 없네…. 쩝.’

던전 자체에서 얻은 게 많은 탓인지 보물 상자의 내용물은 별다른 건 없었다. 체력이 좀 올라가서 그런지, 일반 체력 포션이 아닌 상위 체력 포션 30개가 나왔다. 레벨 업 포션은 꽤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마시기만 해도 레벨이 올라가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니까. 그리고 마지막 <장어구이 밀키트> 3봉지는 좀 어이없었다.

‘바닷속이라고 장어가 나온 건가? 이놈의 게임은 이제 눈치도 안 보는구나. 그래도 엄연히 판타지 배경을 가진 세계관인데, 밀키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니.’

<장어구이 밀키트>는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상세 설명을 확인하기로 했다.

———————————————

[장어구이 밀키트

- 심해왕국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산품 심해 장어로 만든 밀키트이다. 민물장어보다 더 몸에 좋다는 소문이 있다. 먹으면 알 수 없는 스태미나가 마구 솟아오를 것이다. 먹는 이의 체력에 지대한 도움이 될 좋은 아이템.

혹시나 염려 마시라. 수인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은 장어들만 잡았으니 죄책감은 가질 필요 없다. 참고로 요리하기 전엔 인벤토리에 계속 넣어놓기를 추천한다. 아이스박스에 담겨있기에 넣었다 꺼내기를 반복하면 녹을 수가 있다. 잘못된 해동으로 상한 음식은 보상해주지 않는다.]

———————————————

‘괜히 내용물을 확인한다고 자주 뒤적거리면 안 되겠네. 안 그래도 세비스가 요새 좀 비실대는 것 같은데, 같이 장어구이를 만들어 먹으면 되겠어.’

장어구이라니, 처음엔 시큰둥했는데 상세 설명을 보고 나니 실비아의 입에 군침이 절로 돌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현생에서는 장어구이가 꽤 비싸지 않던가. 잘은 기억 안 나지만, 돈깨나 줘야 해서 장어구이는 안 먹고 저렴한 장어 초밥을 마트에서 사 먹었던 기억이 났다.

‘생각해보니 난 장어구이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 그땐 힘쓸 일이 딱히 없어서 필요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지.’

장어가 3봉지면 배가 터지도록 먹고도 한 번 더 먹을 수 있는 양! 실비아는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고는 다시 인벤토리를 봤다. 상자 속 내용물 세 개가 끄트머리 칸에 좌르륵 진열돼 있었다.

‘레벨 업 포션은 지금 마셔두도록 할까. 마침 목도 좀 마르고.’

포션을 꺼낸 그녀는 미동 없는 블루의 눈꺼풀을 힐끗대며 원샷했다. 목구멍에 화한 감각이 지나가고, 레벨이 올라간 걸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레벨 업 포션>으로 레벨이 4 상승하셨습니다.]

———————————————

“으아…!”

레벨이 4나 상승하다니, 실비아는 놀란 나머지 환호성을 지르려다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상자 속 물건이 몇 개 없어서 실망할 게 아니었다. 레벨을 한꺼번에 4단계나 올려주다니, 이런 고마운 상자가 있나!

이로써 실비아의 레벨은 69. 음란 마귀가 깃든 뽕빨겜 플레이어에게 있어 기념비적인 숫자를 이룩했다.

‘69? 육구라, 후훙…. 아쉽게도 별다른 효과는 없나 보군.’

일정 레벨을 달성할 때마다 주던 상자는 69레벨에는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제 상자에서 꺼낸 내용물은 다 확인했고, 인벤토리를 천천히 살펴보던 그녀는 <대장간> 아이템에서 시선을 멈췄다. 그러곤 번뜩 생각나는 게 있어서 상태 창을 다시 켰다.

‘맞아. 무기 업그레이드할 생각을 안 했네. 다시 보니 <부메랑 망치>는 스킬이 아니라 무기 자체에 붙어있는 기능이었구나. 혹시, <대장간>을 이용하면 이런 기능을 새 망치에 붙일 수도 있는 걸까?’

무기끼리의 성능도 붙일 수 있을까? ‘약간의 노력’이 필요한 <대장간>은 지금 사용할 시간이 없었다. 어차피 던전 공략도 다 끝났겠다, 무기 업그레이드는 수도로 돌아가서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시스템을 한 바퀴 빙 둘러보던 그녀는 사진첩을 터치했다. 켜자마자 뜨거웠던 어젯밤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는 게 보였다. 모자이크라도 되어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플레이어만 보는 사진첩이라지만 좀 그렇지 않나…. 실비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블루의 얼굴을 마주 보는 상태에서 이런 사진을 확인하다니. 인간적으로 좀 그런 것 같았다.

‘얼른 끄자.’

사진첩을 끈 실비아는 여전히 평온한 블루의 얼굴을 응시했다. 모든 확인이 다 끝나도록 블루는 아직 꿈나라 삼매경이었다.

‘참, 얘가 얘가…! 은근히 약해빠졌고만. 나랑 같이 약초를 먹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 곯아떨어져 있다니.’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밖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보아 날이 밝은 것 같은데, 이제 슬슬 일어나야 하지 않나?

혼자서라도 일어나려고 몇 번 몸부림을 쳐봤지만, 블루는 그럴 때마다 실비아를 더 꼭 끌어안았다. 이러다간 온종일 누워있겠는걸? 블루의 어깨를 몇 번 흔들던 실비아는 반응이 없자 살짝 꼬집어버렸다.

『우웅…!』

블루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실비아의 손을 대차게 쳐냈다. 드래곤이라서 그런지 쳐내는 강도가 남달랐다. 다행히 공략조건이 다 채워져서 그런지 손등뼈가 어긋나거나 하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기에, 용기가 난 실비아는 한 번 더 강하게 꼬집었다.

“에잇, 일어나!”

『…우씨!』

“앗차차! 아우, 차가워!”

잠결에 제대로 꼬집힌 블루는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 천장에서 물을 불러낸 것이다. 쏴아아-소리와 함께 침대 위가 물바다가 되고 블루는 자신이 불러낸 물을 맞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실비아가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정신이 든 그는 제국어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