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화
“므, 뭔데? 싹 낫는다고?”
크림을 손가락에 묻힌 블루는 실비아의 물음에 눈웃음을 지었다.
“회복 크림이야. 둥지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던 까마귀가 들고 있던 건데, 달라고 하니까 주더라.”
달라고 한 건지 강탈한 건지 의심스러웠지만, 지금 실비아에겐 회복 크림의 획득방법이 무엇인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 크림을 바르면 너덜너덜해진 몸이 회복되긴 하겠지만, 그러면 또 하려고 할 텐데 이걸 어쩌나?
실비아의 걱정은 전혀 모른 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블루는 수줍은 표정으로 가는 발목을 잡았다.
“이제 안 아플 거야. 걱정 마.”
“아니, 그래도…. 이걸 발라도 내일 상태가 안 좋아지긴 할 텐데.”
“음, 그건 몸이 안 좋을 때 그렇게 되는 거라며? 이걸 바르면 몸이 멀쩡해지잖아.”
“어?”
듣고 보니 그랬다. 그동안 왜 이 생각을 못 한 걸까?
지나간 날을 곰곰이 돌이켜보니 무리했던 날 꼭 이런 상태가 됐었는데, 다음 날 상태 창을 보면 피로도가 위험할 정도로 올라가 있곤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상태 이상에 걸린 후에 체력 회복을 하려고 시도해 봤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미리 조심한다면 상태 이상에 걸리지 않는 것 아닐까?
블루는 이공간을 뒤적이더니 이상한 뿌리를 하나 꺼냈다. 그러곤 반으로 똑 쪼개서 자기 입에 털어 넣곤 나머지 반을 실비아의 입 앞에 내밀었다. 뭐지? 엉겁결에 받아먹은 실비아는 약초처럼 보이는 그것을 질겅질겅 씹었다. 쓰다고 생각하며 얼굴을 찡그리는데, 약초를 금방 삼켜버린 블루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회복 크림으론 부족할 것 같아서. 이건 체력이 회복되는 약초야. 둥지 근처 숲을 돌아다니다 보니 두더지가 땅에서 캔 걸 연못에서 열심히 씻고 있더라고. 이 약초는 그 두더지한테서 얻은 거지.”
“어머, 정말? 그러고 보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 두더지의 정성 덕인가!”
블루가 건넨 약초는 효과가 좋았다. 목 뒤로 넘기자마자 한숨 자고 일어난 것처럼 몸이 가뿐해지고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기뻐하기도 잠시, 이렇게 몸에 좋은 걸 얻어먹었으면 그만큼 보답해야 할 텐데. 실비아는 올라가던 입꼬리를 슬쩍 내리고 블루의 눈치를 봤다.
“와, 좋긴 한데. 그래도…. 하는 건….”
“일단 치료부터 해줄게.”
실비아가 우물쭈물하자 블루가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커다란 손이 가운을 들추자 자극으로 붉게 달아오른 밀부가 드러났다. 중지와 검지를 모아 연고를 듬뿍 바른 블루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곤 은밀한 속살에 조심스럽게 손을 댔다.
“으읏, 아. 하면, 하지 말고. 그래도 약만…. 약만 발라, 흐읏.”
“응. 약만, 후우. 약만 바를게. 걱정 마, 실비아. 일단 내 것은 안 넣을 테니까….”
블루는 말이랑은 다르게 곧 달려들 것처럼 불안정한 호흡을 내뱉었다. 저러다가 은근슬쩍 또 하는 거 아냐? 실비아는 살짝 불안했지만, 블루의 손길이 은근히 기분 좋았기에 될 대로 되라는 심산이 됐다.
은은한 조명이 침대 위를 비추고, 커다란 쿠션에 기대앉은 실비아는 다리를 살짝 벌린 채 블루의 손길을 받았다. 신기하게도 회복 크림을 바르자마자 홧홧하던 게 진정되고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고통이 사라진 자리엔 야릇한 감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실비아는 저도 모르게 살짝 몸을 뒤척이며 묘한 신음을 냈다.
“흐, 아아, 응….”
“실비아…. 너 왜 계속 야한 소리를 내는 거야. 하아, 그럼 내가, 참기 힘들잖아.”
실비아는 대답하지 않고 제 다리 사이를 내려다봤다. 기다란 손가락이 끈적한 크림을 묻힌 채 여린 속살을 왕복했는데, 아직까진 애무할 목적이 없는 담백한 손길이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 야릇했다.
‘살짝만 더 깊숙이 문질러줬으면 좋겠어.’
실비아는 쫙 피고 있던 무릎을 접으며 다리를 활짝 벌렸다. 블루가 자신의 은밀한 곳을 만지는 모습을 더 자세히 보고 싶기도 했고, 더 끈적한 손길을 원해서 충동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블루의 눈동자가 순간 휘둥그레졌다. 크림을 바른 데다가 실비아가 살짝 흥분한 상태라 붉은 속살이 끈적하게 젖어 있었다. 다리가 활짝 벌어지자 젖은 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모습에 아까부터 열이 몰리던 블루의 아래가 벌떡 일어나버렸다.
눈가가 뻘게진 블루는 그녀가 다리를 활짝 벌린 걸 보며 목적어 없이 물었다.
“아, …왜?”
“…안 보일까 봐. 더 꼼꼼하게 발라줘. 엉덩이도 좀 쓰라리고, 크흠.”
실비아는 헛기침하며 얼굴을 붉혔다. 하기 싫다고 하다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게 민망했던 탓에 뻔히 보이는 변명을 해버렸다.
‘달려들면 어쩔 수 없이 하는 척해야지. 아직은 내숭을 좀 떨고 싶으니까 말이야.’
슬쩍 블루를 살펴보니 아까와 달리 자세가 엉거주춤해진 게 제대로 선 모양이었다. 실비아는 괜히 손으로 입을 가리며 좀 더 노골적으로 교성을 흘렸다. 어서, 먼저 덮치길 바라는 의뭉스러운 속을 감춘 채였다.
“아응, 더 아래, 응. 거기가, 흣. 거기도 발라줘.”
“많이 아픈, 거야?”
블루는 이제 동정남이 아니지만, 아직 동정남의 뇌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실비아의 은근한 유혹을 눈치채지 못했다. 크림을 다시 듬뿍 바른 손이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구멍을 헤집자 부풀어 올랐던 여린 속살이 멀쩡해졌다. 내벽으로 진입한 손가락이 한 바퀴 회전하자 완전히 아픈 데가 싹 나은 실비아는 고통스러웠던 방금을 잊고 다시 요망한 짓을 시도했다.
“아흥, 아파. 아프니까, 잠깐. 목 좀 잡고 있을게.”
“하아, 아프, 아프구나. 얼마나 아프기에….”
반쯤 드러누운 실비아가 블루의 목덜미를 잡고 제 쪽으로 바짝 당겼다. 블루는 손가락을 질구에 넣은 채 저항 없이 그녀에게 안겼다.
실비아가 은근슬쩍 더운 숨을 귓가에 불어넣자 블루는 연거푸 마른침을 삼키며 헐떡였다.
“후우, 아직 아파? 이, 이 정도면 다 바른 것 같은데….”
“아파, 흐읏.”
실비아는 엄살을 부리며 블루의 너른 등을 숨 막히게 꽉 껴안았다. 블루는 잠시 잠깐 새에 머리를 풀고 있었는데, 살랑거리는 긴 하늘색 머리가 그녀의 빗장뼈를 간지럽혔다. 실비아는 좀 더 제대로 그를 세울 수 있게, 가운이 살짝 벌어져 드러난 부드러운 가슴을 단단한 가슴팍에 제대로 비볐다.
“헉! 하아.”
그 자극에 블루는 숨을 멈췄다가 가까스로 몰아쉬었다. 그는 흥분으로 몸을 떨면서도 실비아가 아프단 말에 쉽사리 다음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어이없게도 순진한 구석이 남아 있어 그녀가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이다.
“그럴 리가. 이거 효과 엄청 좋은 거라고 했는데. 이런, 까마귀가 거짓말했나 봐….”
“으응….”
아니, 얘 대체 왜 이러고 가만히 있는 거야? 실비아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대놓고 꼬시는 행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프다는 말을 의심 한번 안 하고 믿다니! 이래서야 어디 가서 사기당하기 딱 좋지 않은가.
얘를 어쩌면 좋지. 그렇다고 해서 그냥 하자고 말하는 건 재미없었다. 응, 그래. 재미없고 시시했다. 눈을 도르륵 굴리던 실비아는 번득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괜히 블루의 뒷덜미를 살살 긁으며 은근하게 속삭였다.
“아냐. 덜 발랐나 봐.”
“응? 덜… 발린 거 같아? 어딜 더 발라줄까.”
더운 숨이 섞인 물음에 실비아는 발을 들어 그의 골반에 살짝 걸치며 대답했다.
“지금 손대고 있잖아, 거기보다 더 깊숙한 곳이 아파. 크림이 덜 발린 것 같아. 손가락 말고…. 다른 걸로 바르면 크림이 골고루 발릴 것 같은데.”
“어떤?”
참나.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실비아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을 얹었다.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가령 아까 쓴 그것….”
“아!”
다행히 갱생 불가능한 상등신은 아니었나 보다. 블루는 크게 깨달은 듯이 탄성을 흘리더니 옆에 놔둔 크림 통을 황급히 들었다. 그러곤 브리프를 내렸다. 어찌나 급했던지 속옷을 벗고 나서 크림 통을 들면 될 텐데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하려니 손이 꼬이고 난리였다.
잠시 우당탕거리더니 속옷을 벗고 가운까지 집어 던진 블루가 화사한 얼굴로 뒤돌았다. 그는 크림 통을 든 채 기대감 어린 얼굴로 실비아를 한 번, 단단하게 일어선 제 중심을 한 번 번갈아 봤다.
“이거 맞지? 이걸…로 바르면 확실히 속까지 멀쩡해지겠지?”
“응. 잠깐.”
실비아는 입꼬리를 슬쩍 올린 뒤 블루의 어깨를 밀었다. 침대에 풀썩 드러누운 블루가 영문을 몰라 하며 올려다보자 그녀의 미소가 짙어졌다. 실비아는 블루의 손에 든 크림 통을 뺏은 뒤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려 크림을 손에 묻혔다.
“내가 직접 발라줄게.”
실비아는 그의 시야를 등진 자세로 무릎 사이에 허리를 가둔 채 손가락을 내렸다. 한 손으로 곧추선 중심을 그러쥔 채 크림이 묻은 손가락을 귀두에 문지르자 등 뒤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고마…. 아, 흐읏.”
“고맙긴. 다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뭘.”
실비아는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낸 뒤 크림 통에 있는 크림을 손에 덜었다.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까마귀한테 얻은 거라고 했으니 마음껏 써도 될 터였다. 찐득해진 손으로 굵은 기둥을 몇 번 훑어내리고 있는데, 몸을 떨며 헐떡이던 블루의 손이 그녀의 골반을 잡았다. 그러곤 복근에 그대로 주저앉혔다.
“어엇?”
“하아. …앉아서 해. 불편하잖아.”
크림이 묻을까 봐 일부러 복근 위에 앉지 않은 건데, 블루가 그녀를 앉혀버렸다. 그녀의 불편함을 신경 쓴다기보다는 좀 더 음험한 의도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크림 묻을 텐데.”
“괜찮아. 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