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화
교접이 이런 거였다니. 침대 위에서 몸 좀 움직였다고 온몸이 땀으로 젖고 호흡도 점점 불규칙해진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 더 이상한 건 따로 있었다. 이렇게 움직여댔는데, 이상하게 기운이 점점 더 넘쳐흘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사정감, 그 쾌감을 느끼고 싶다는 욕망이 그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좀 더 완벽하게 하나가 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그는 별안간 실비아의 몸을 뒤에서 덮치듯이 껴안았다. 등 뒤에 있는 날개가 그의 감정을 대변하듯 기분 좋게 펄럭거렸다.
“따뜻해. 좋아….”
“하, 응, 흐, 으응.”
땀에 흠뻑 젖은 엉덩이와 골반은 맞붙을 때마다 철썩거리는 소리가 났다. 엉덩이 사이로 성기를 힘껏 박아넣는 그의 대둔근이 바짝 조여들었다. 까슬한 음모가 엉덩이골을 여러 번 스치고 블루는 흥분한 나머지 드래곤어를 쓰며 헐떡였다.
『헉, 실비아. 너무, 흣. 너무 좋아. 하아,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나도, 흣, 나도 좋아. 아, 흐읏, 아!”
『으윽.』
한순간 블루가 그녀의 골반을 제 쪽으로 바짝 당기며 날개를 크게 펄럭였다. 순간 두 남녀의 몸이 공중에 떴다가 내려앉았다. 잇새로 씹어뱉듯 낮은 신음이 터지고, 날개가 활강하듯 활짝 펴지는 것과 동시에 따뜻한 액체가 질 내에 쏟아졌다.
예민해진 점막을 끈적한 액체가 채우는 느낌과 함께 실비아의 등도 크게 휘었다. 골이 정신없이 울리며 순간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은 감각이 들었는데, 그게 현실인지 착각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 으응….”
『하아, 헉.』
사정이 끝나고도 그는 한참을 실비아의 뒤통수에 코를 박았다. 땀에 젖은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달콤한 체향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래가 여전히 접합된 채로 목덜미와 조그만 등에 입을 맞춘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제 것을 아래에서 빼냈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체액으로 흠뻑 젖은 성기가 질구를 빠져나왔다.
“으읏, 하.”
“으음….”
“실비아, 하아…. 네 여기, 내 정액으로 가득 찼겠다, 그치.”
블루는 그녀의 허리를 받쳐 안으며 한 손을 미끄러트렸다. 정액과 애액이 엉겨 붙은 체모를 지나 야들야들한 속살을 은근하게 문지른 손가락이 아직 채 닫히지 않은 구멍에 닿았다. 그의 것이 한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질구는 아쉬운 듯 뻐끔거리며 따뜻한 체온을 반겼다.
“앗…. 손가락은 왜…!”
“상처 난 것 아닌가 싶어서 확인, 해 보게….”
손을 엉덩이 사이로 옮겨 간 그가 손바닥을 뒤집은 채 중지를 삽입했다. 손가락으로 몇 번 펌프질하듯 헤집자 안에 잔뜩 싸질러놓은 정액이 쯔걱- 소리를 내며 밀려 나왔다.
블루는 몸을 물린 채 실비아의 다리 사이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덩어리진 체액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흐르는 모습에 아래에 다시 열이 몰렸다.
자신을 괴롭혔던 원흉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단 건 꿈에도 모른 채 실비아가 염소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으, 조금 아픈 것 같아.”
“아파? 미안해. 내가 너무 강하게 했나 봐. 근데 여기, 엄청나네…. 손가락만 살짝 넣었을 뿐인데 내가 방금 싼 게 엄청 흘러나와.”
기다란 손가락이 구멍을 쑤석일 때마다 울컥거리며 끈적한 체액이 넘쳐흘렀다. 손을 타고 흐르는 액체를 멍하니 바라보던 블루가 손가락으로 내벽을 휘저었다.
“하아, 거기다가 무척 따뜻해.”
상처를 확인하려고 들어왔던 손가락은 처음의 의도와 달리 점점 끈적하게 내벽을 문질러왔다. 눈을 가늘게 뜬 채 가만히 엎드려 있던 실비아는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호흡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빼! 안 해. 당장은 안 된다고.”
“당장 안 돼? 알았어. 그래 보이긴 하네….”
다행히 블루는 이번엔 그녀의 말을 들어 주었다. 구멍을 채우던 뜨거운 체온이 빠져나가고 실비아는 그대로 침대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엎어졌다. 또 하자고 달려들었다면 콱 물어 버리려고 했는데, 블루는 이럴 땐 눈치가 빨랐다.
‘와, 몸에 힘이 없어.’
쾌락의 잔열이 가시자 뒤늦게 격렬한 정사의 후유증이 그녀를 덮쳤다. 오버 조금 더해서 아래를 누가 통째로 잘라간 느낌이었다. 민속촌에서 곤장을 맞는다고 해도 이 정도로 엉덩이가 얼얼하진 않으리라. 엉덩이로 손을 가져가자 화끈거리는 열감이 느껴졌다.
‘좋긴 좋았는데, 엉덩이는 아주 그냥 넝마가 된 것 같네.’
다행히 뜨끈뜨끈할 뿐, 피가 난다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었다. 위로하듯 제 엉덩이를 몇 번 토닥인 그녀는 발가락을 조심스럽게 꼼지락댔다. 하체의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격한 섹스였기에 다리가 온전한지 살필 필요가 있었다.
‘누가 인외남 아니랄까 봐. 힘이 완전 넘쳐.’
얼굴을 옆으로 돌린 실비아의 입술 사이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두 번째 섹스는 이 세상 섹스가 아니었다. 첫 번째 섹스로 몸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한 탓도 있지만, 날갯짓으로 추진력을 얻은 블루의 허리 놀림이 저세상 급인 까닭이었다.
그녀는 배 밑에 손을 집어넣어 뚫린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 착각인지 현실인지 모르겠지만, 한창 둘 다 정신이 나갔을 때는 잠시 공중에 떴던 것 같기도 했다.
‘설마. 저러면 하늘에서 할 수도 있는 것 아냐? 별로 그러고 싶진 않지만…. 하늘을 나는 새들도 최소한 가지 위에 앉아서 하잖아.’
순간 공중에서 그 짓을 하는 꿀벌들이 생각났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었던 그녀는 애써 머리를 휘저어 망상을 떨쳤다. 하여튼 침대 위긴 했지만 엉덩이가 살짝 뜬 채로 섹스를 했다니! 어디 이세계로 잠시 소환돼서 하고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묘했다.
‘아니지. 나 이미 이세계로 소환됐구나. 정확히는 소환이 아니라 죽은 거지만…. 허허.’
잡생각을 마친 그녀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는데, 방금까지 함께 있었던 블루가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간 건가 싶어 시선을 돌리던 그녀는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오는 블루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서 주워온 건지 가운을 챙겨입은 그는 한 손엔 수건이 걸려있는 세숫대야, 다른 손엔 실비아에게 줄 가운을 들고 있었다.
하도 울부짖었더니 시야가 희뿌옜다. 실비아가 손을 들어 눈을 비비고 있는데, 블루가 침대에 앉더니 협탁 위에 세숫대야를 올렸다. 침대 구석에 앉은 그는 물로 적신 천을 짜더니 새색시 같은 표정으로 실비아의 몸을 닦아주었다.
“목걸이로 씻으면 되지 않아?”
“아냐. 나 이런 거 해 보고 싶었어. 책에서 봤거든.”
“아아….”
책에 이런 내용까지 나와 있다니, 별의별 내용이 다 있구나 싶었다. 블루는 쑥스러운 듯 두 뺨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소리 내어 웃더니 그녀의 몸을 계속해서 닦았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닦고는 모자라다고 느꼈는지 목걸이 마법을 이용해 자신과 그녀의 몸을 말끔하게 씻었다. 젖어 있는 침대 시트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부서진 기둥은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 있었지만.
이럴 바에야 처음부터 목걸이를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싶긴 했지만, 그의 로망 실현을 위해서 실비아는 말을 아꼈다.
“아무래도 목걸이로 씻는 게 확실하긴 해.”
“와, 순식간이네.”
샤워기에 건조기. 심지어 몸뿐만 아니라 침대까지 말끔하게 해주는 만능템이라니. 블루의 목걸이가 현생에 있었다면 혼수품으로 마트에서 절찬리에 판매됐을 것 같았다. 잠시 제 뽀송뽀송한 몸을 내려다보며 감탄한 실비아가 가운에 손을 대는 순간 커다란 손이 그 위에 겹쳐졌다.
시선을 들자 블루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에이. 실비아. 어차피 또 할 건데 뭐 하러 입어.”
“므, 뭐?”
가운을 얼른 빼낸 실비아는 제 몸을 황급히 손으로 가리며 진저리를 쳤다. 말도 안 돼. 쉴 틈은 줘야지. 엉덩이는 물론이요, 차마 말할 수 없는 다리 사이 그곳이 이미 실컷 두들겨 맞은 것처럼 얼얼한데 여기서 뭘 더 한단 말인가. 그녀는 다급히 옷을 걸치곤 손을 들어 다가오려는 블루를 막았다.
천진난만하게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은 공포영화에 나오는 악마처럼 사악해 보였다.
“잠깐! 안 돼. 그, 그래. 너 저번에 내 모습 봤지?”
“응? 무슨 모습?”
“그 쭈글쭈글 호호 할머니 모습 말이야. 난 무리하면 그런 상태가 된다고. 여기서 더 했다간 또 그때처럼 맛이 갈 수도 있어.”
블루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아! 하고 생각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떠올랐지. 사람이면, 아니지. 얘는 드래곤이니까, 사람은 아니고 인격체라면, 그 참담한 꼴을 기억한다면 여기서 그만둬야 한다. 그녀의 바람과 다르게 블루는 여전히 웃는 상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
“기억나. 정말 귀여웠어. 오늘 계속하면 그 모습 다시 볼 수 있는 거야? 난 좋아!”
“으으, 안 돼!”
실비아는 가운의 끈을 급히 동여맸다. 그리고는 급히 설득을 이어갔다.
“진짜 안 돼. 나 지금 온몸이 아프단 말이야. 골방에 갇혀서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아.”
“골방이 뭐야?”
“우중충한 창고 같은 곳 있어. 마치 멍석말이 당한 채 골방에서 머슴들한테 실컷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하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자제하잔 말이지.”
“너무해. 다 해 보자며. 여러 번 해도 된다고 해놓고선….”
그는 상심이 깊은지 처량하게 눈썹을 내리더니 어깨까지 함께 늘어트렸다. 그 표정에 실비아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가엾어 보이는 표정을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섹스 못 하는 블루보다 더 가여운 건 실비아의 아래였으니까. 공략조건을 다 채웠는데도 두 번 만에 몸이 걸레짝이 되다니. 아마 공략조건을 채우지 않고 섹스를 시도했다면 분명히 데드엔딩을 맞았을 것이다.
“휴우, 어쩔 수 없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블루는 어쩐지 입으로 내는 것 같은 훌쩍훌쩍 소리를 내면서 이공간을 뒤적였다. 그러곤 손바닥만 한 통을 하나 꺼냈다. 딸칵- 소리와 함께 뚜껑을 연 그가 슬금슬금 실비아에게 무릎걸음으로 접근했다.
“실비아, 이거 바르면 싹 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