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화
순간 가슴을 빨다가 그대로 시선을 올린 그는 실비아의 표정이 좋은 걸 확인하고 용기 내서 속옷 끈을 풀어 내렸다. 조그만 천 조각이 허무하리만치 쉽게 침대보에 떨어지고, 트라우마로 인해 잘게 떨리던 실비아의 몸보다 더 심하게 떠는 손이 도톰한 음부 위에 얹어졌다.
부드러운 음모가 손에 닿자 블루의 입술 사이로 거친 숨이 뱉어졌다. 이상하지, 라커룸에서는 능글맞게 굴며 손댈 수 있었던 부위였는데 이번엔 그때와 다르게 무척 긴장됐다. 실비아의 허락하에 끝까지 갈 수 있단 이유에서일까.
‘심장 소리가 너무 커.’
블루의 귀에 미친 듯이 뛰는 제 심장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비아. 내 심장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 너도 들려?”
“어? 응. 내 귀에도 들리네….”
얼굴이 붉어진 블루가 조그맣게 속삭이자 실비아가 민망해하며 대답했다. 아쿠아리움에 있을 땐 뭘 해도 힘든 기색이 없어 보이기에, 드래곤들은 심장은 강철로 만든 건가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물론 이젠 아닌 걸 안다. 그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던 건 팽팽 놀던 날백수라 체력이 남아돌아서였을 터였다.
아쿠아리움을 나온 뒤의 블루는 싸움, 던전 공략, 철인3종경기 등등을 겪으며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뭐든 고생해봐야 안다고, 블루는 그 덕에 많이 성장했다. 많이 의젓해진 것과 동시에 똑똑해지고, 또 그녀가 옆에 있어서인지 감정이 풍부해졌다.
그 변화에 맞춰 실비아가 블루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전에는 방구석에 처박혀서 밥만 축내는 백수 자식 보듯 바라봤는데, 이제는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보게 됐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오늘 블루와 맞이하는 첫날 밤이 무척 색다르게 느껴졌다. 엘리셔스 월드에서 뽀뽀도 많이 하고, 심지어 라커룸에서는 유사 성행위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건지. 그때와 지금의 그를 보는 실비아의 마음이 달라져서일까.
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블루의 손가락이 허벅지 사이, 내밀한 속살을 건드렸다.
“아, 흐읏.”
“여기, 엄청 부드러워.”
하얀 목에 입술을 파묻은 블루가 더운 숨을 뱉으며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갈라진 틈새를 왕복하는 손길이 조금씩 더 빨라지고, 아래에서 질척한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번에 라커룸에서 한번 만져본 덕인지, 그때보다 손기술이 발전했다.
블루는 손바닥을 아래로 꺾은 뒤 검지로 살덩이 한쪽을 벌렸다. 그리고는 중지로 그녀의 음핵과 젖은 구멍을 번갈아 빠르게 문질렀다.
“흐응, 으, 아, 하으!”
“하아….”
손가락은 음핵을 짓찧듯 누르며 자극하다가도 털어대고, 다시 방향을 바꿔 붉게 달아오른 소음순을 빠르게 비벼대기도 했다. 혼을 쏙 빼놓는 손기술에 실비아의 엉덩이가 계속 들썩였다.
실비아의 흥분한 모습을 보며 블루의 얼굴이 더 붉게 달아올랐다. 라커룸에서는 본능으로만 움직였지만, 이번에는 실비아를 기쁘게 해줄 생각에 천천히 정성을 들였다. 책으로만 익힌 거라 자신이 없었는데, 반응이 좋은 걸 보니 성공이었다.
“아, 으응. 하, 좋아.”
“실비아, 좋아? 널 만지고 있을 뿐인데 내 기분도 같이 좋아지는 것 같아.”
애무만 해주고 있을 뿐인데 커다란 몸이 점점 땀으로 젖어 들고 아래로 피가 몰렸다. 거칠게 숨을 내쉬던 그는 기다란 손가락을 미끄러트렸다. 애액으로 흠뻑 젖은 구멍이 입구로 진입한 굵은 손가락을 기쁜 듯이 삼켜 물었다.
주름진 내벽을 가르고 손가락이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내벽을 골고루 훑으며 탐색하던 손가락이 어느 한 지점을 꾹 누르자, 실비아의 조그만 입에서 야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으으, 그, 거기…. 아, 하아.”
“실비아, 후우, 여기가 좋구나. 엄청 젖었어.”
실비아가 느끼는 지점을 찾아낸 블루가 그곳을 연거푸 긁어내렸다. 중지로 내벽을 자극하는 동시에 엄지로 음핵을 문지르자 실비아의 눈앞에 섬광이 번뜩였다. 다리 사이에서 시작된 쾌감이 손끝과 발끝까지 골고루 퍼져 자근자근 그녀의 몸을 씹어먹었다. 허리를 비틀며 신음하던 실비아의 고개가 일순 뒤로 확 꺾였다. 결국 블루의 손놀림에 가볍게 절정을 맞아버린 것이다.
“하, 아응, 으, 하읏!”
허벅지가 경련하듯 떨리고 질구에 박혀 있던 블루의 손가락은 물론이요, 손목까지 투명한 애액으로 흠뻑 젖었다. 물같이 쏟아져 나오는 액체에 블루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손가락이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가고 블루는 혀를 내밀더니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가 방금 음부를 애무하던 손을 핥자 실비아가 황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핥지 마!”
“왜? 음, 달콤해.”
“무슨 그런….”
블루는 실비아의 만류에도 괘념치 않고 붉은 혀를 내어 손가락 사이사이를 빠짐없이 핥아 올렸다. 민망해진 실비아는 차마 깨끗해지는 손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블루가 싱글거리며 물었다.
“왜 부끄러워하는 거야? 귀여워.”
“당연히 부끄럽지. 그건…. 내 몸에서 나온….”
“나온? 왜 말을 하다 말아, 실비아.”
어디까지 말하게 할 셈이야. 볼을 부풀린 실비아는 별안간 블루의 어깨를 잡고 침대에 눕혔다. 갑작스럽게 눕게 된 블루가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갑자기 왜?”
“이번엔 내가 기분 좋게 해줄게.”
혀로 윗입술을 천천히 핥으며 실비아가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블루가 더 놀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겸, 그가 흥분하는 모습이 궁금해서였다.
‘이대로 나만 끔뻑 죽는 모습을 보일 순 없지. 블루가 사정하게 해달라고 사정하게 만들어야지. 후후.’
자신이 생각한 말장난에 속으로 키득거린 실비아는 바지춤에 손을 댔다. 자신은 이미 홀딱 벗고 있는데 그는 아직 바지를 입고 있다니, 맘에 들지 않았다. 실비아의 본 적 없는 적극적인 태도에 블루가 당황해서 상체를 들려고 시도했다.
“실비아, 내가 할….”
“괜찮아. 가만히 누워있기나 하셔.”
실비아는 단단한 복근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블루는 억지로 일어날 마음은 없었는지 높은 쿠션을 베고 누운 채 얌전히 눈을 내리깔았다. 감색 눈이 기대감과 아직 해갈되지 못한 욕망으로 어지럽게 일렁였다.
조그만 손이 조심스럽게 바지춤을 풀었다. 동양풍의 옷이었기에 버클과 지퍼가 아닌 끈으로 묶여있었다. 바지춤에 손만 댔을 뿐인데, 허벅지 안쪽에 커다랗게 부푼 살덩이가 탈출하려고 꿈틀거렸다.
‘성질 참 급하지. 곧 극락을 보여줄 테니 조금만 참아라, 아가야.’
실비아는 여유 있는 실력자의 마인드로 진정하라는 듯 부풀어있는 중심을 톡, 하고 쳤다. 그 손짓에 근육이 꽉 들어찬 허벅지가 단단하게 굳었다.
“으음, 이거….”
“왜? 아, 이거.”
끈을 너무 단단히 매 놓은 탓에 실비아가 낑낑거리며 헤매자 기다리기 힘들었던 블루가 끈을 그냥 뜯어버렸다.
뚜둑- 소리와 함께 실비아의 옷처럼 블루의 바지 끈도 명을 달리했다. 얘 대체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지? 뒷일을 염려하는 실비아와 달리 블루는 당장 오늘만 사는 이 같아 보였다.
놀란 실비아가 입을 멍하니 벌리자 블루가 초조한 듯 그녀를 재촉했다.
“빨리이. 가만히 누워있으라며? 이러다가 아침 되겠어.”
“아, 알았어.”
세기의 팜므파탈처럼 멋들어지게 블루를 눕혔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빚쟁이처럼 독촉당하고 있었다. 실비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블루의 바지를 속옷째 끌어내렸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탈출에 성공한 성기가 튕기듯 올라왔다.
“헉….”
예상했던 대로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복근을 쳐댈 듯 바짝 발기한 기둥의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조금씩 뿜어져 나왔다. 한참 전부터 흥분해 있었는지 이미 귀두가 잔뜩 젖어 있었다.
실비아는 검지로 둥그런 귀두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손가락 끝이 귀두구에 닿자 블루의 입에서 낮게 잠긴 신음이 터졌다.
“아, 흐읏.”
“이거 봐. 왜 벌써 젖어 있어?”
“몰라….”
눈을 가늘게 뜬 블루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뚫어져라 제 다리 사이를 응시하는 걸 보니 제 것도 젖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안 모양이었다.
귀여운 자식. 속으로 웃은 실비아는 한 손에 쥐기 버거운 크기의 성기를 그러쥐곤, 질척하게 젖어있는 귀두 끝을 엄지로 둥글렸다. 잘 익은 빵 같은 어두운 몸 피부와 달리 그의 성기는 옅은 색을 띠었다. 하늘을 날거나 바다를 누빈 탓에 바깥 피부는 자연 태닝이 된 거고, 원래는 좀 더 밝은 피부색이 아닌가 의심할 법한 부분이었다.
성기는 살짝 휘어있으면서 끝으로 갈수록 더 두꺼워지는 모양이었는데, 실비아는 블루의 것을 넣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해졌다. 그녀가 귀두를 문지르기만 하고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자 기다리다 지친 블루가 불만을 표출했다.
“…실비아! 그냥 내가 할까? 내가 할게.”
“아, 아냐. 잠깐만.”
누가 보면 맡겨놓은 줄. 블루는 참을성이 별로 없었다. 이럴 때 보면 아쿠아리움에서 징징거리던 블루와 별다를 게 없었다. 그래, 원래 기질이란 게 하루아침에 싹 바뀌고 그러지 않는다지.
실비아는 다리를 약하게 흔들며 불만을 표출하는 블루를 한 대 찰싹 때린 뒤 제 머리카락을 모아 한쪽 어깨로 넘겼다. 곧 조그만 입이 벌어지더니 젖어있는 기둥의 끝을 단번에 삼켰다.
“읏, 하아. 아, 미쳤….”
쿠퍼액으로 젖어있던 선단에선 짭조름하고 살짝 비릿한 맛이 났다. 살살 혀를 굴리며 귀두의 움푹 파인 곳을 공략하자 성기의 표면에 불룩하게 나온 핏줄이 더 선명해졌다.
“아, 으, 하아.”
쪼옥-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빨아당겨 자극을 주니 블루의 헐떡이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실비아는 시선을 옆으로 돌려 흥분으로 풀어진 블루의 얼굴을 감상하는 동시에 입안에 든 귀두를 혀로 건드렸다. 톡톡 가볍게 건드리며 가장 예민한 요도구를 후벼 파자 블루가 앓는 소리를 냈다.
“흑, 아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