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90화 (290/372)

290화

실비아는 대뜸 무릎을 꿇은 블루를 내려다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인간이고 드래곤이고 고백을 할 때 무릎을 꿇는 건 만국 공통인 모양이었다. 그들은 어느새 별궁의 문 앞에 도착했는데, 문만 딱 열고 들어가면 되는 지점에서 블루가 고백 공격을 해왔다. 고지가 코앞인데 이런 난관에 부딪히다니 이를 어쩌면 좋담!

실비아가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 고백을 거절하게 되면 블루 공략은 물거품이 될지도 몰랐다. 이걸 뭐라고 대답할까? 블루가 생각하는 ‘특별한 사이’의 정의가 뭔지 물어볼까?

‘아냐. 그렇게 정확히 물어봤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침묵이 계속되자 블루가 그녀를 불렀다.

“실비아?”

‘일부터 저지르자!’

결심한 실비아는 블루의 손바닥 위에 있는 발찌를 독수리가 먹이를 잡듯이 단번에 낚아챈 뒤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곤 블루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좀 과격한 방법이긴 했지만, 설득한답시고 대화를 하다간 얼렁뚱땅 책임지지 못할 약속을 하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비아, 대답은…. 읏!”

블루의 말을 못 들은 척한 실비아는 커다란 분홍색 조개껍질 문을 급하게 열어젖힌 뒤 블루를 쌀가마니 던지듯 집어넣었다. 다행히 블루는 신체 반응 속도가 빨랐기에 크게 다치지 않고 적절하게 낙법을 쓰며 바닥을 굴렀다. 이 상황에 적절하단 단어가 어울릴진 모르겠지만, 그녀가 보기엔 그랬다.

쾅! 소리가 나게 조개껍질 문을 닫은 실비아는 영문을 몰라 하며 몸을 일으킨 블루를 그대로 벽으로 밀었다. 그러곤 그대로 입술을 맞췄다.

“읍!”

“…….”

멱살을 틀어쥔 채 까치발을 들어 입술을 비비자 블루가 처음엔 당황했는지 버둥거리더니, 점차 얌전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입술을 떼면서 대답부터 하라고 한소리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일 뿐이었다.

“음….”

“하아.”

블루는 이제 고개까지 현란하게 꺾어가며 실비아의 입맞춤에 응했다. 실비아의 원래 계획은 입맞춤을 한 뒤에 별궁 어딘가에 있을 침실로 가자고 부드럽게 제안하는 거였다. 사실, 블루가 별궁으로 그녀를 데려갈 때부터 저 궁이 오늘 역사의 장소라는 걸 미리 알아챘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허나, 블루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격했다. 얼마나 격했냐면 시녀들이 갖은 정성을 다해서 꾸며준 옷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정도였다.

“읍, 잠까…. 으읍!”

비단 천이 사정없이 찢어지는 소리에 실비아가 입이 막힌 채 항의했다. 다행히 별궁엔 사전에 블루가 무슨 수를 쓴 건지 사용인들이 보이지 않았기에, 요란한 소리에도 나와보는 이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두 푼 하는 옷이 아닌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찢어 버려서야 될 일인가! 거기다가 옷을 다 찢어 버리면 시녀들에겐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현실성 있는 걱정이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화려한 옷이 드래곤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종이짝처럼 가볍게 찢겨나갔다. 정신 차리고 보니 흰색 속치마 한 장만이 덜렁 남았다. 작정하고 먼저 덤빈 건 저긴 했지만, 순식간에 속옷 차림만 남으니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실비아는 얼굴을 발그레하게 붉힌 채 순간 제 몸을 가리려고 두 팔을 들었다.

“아, 너무…. 어머!”

그러나 몸을 가리기도 전에 블루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곤 항의할 틈도 없이 거의 뛰듯이 복도를 걸어갔다. 입구에서 오랫동안 난리가 났는데도 나와보는 이가 없는 걸 보니, 별궁엔 사용인이 아무도 없거나 나오지 말라고 지시를 미리 받은 것 같았다.

드륵- 소리와 함께 장지문을 거침없이 연 블루가 방 한가운데 자리한 푹신한 침대 위에 실비아를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으앗!”

다행히 여러 겹의 두꺼운 이부자리가 깔려있어 충격은 없었지만, 실비아는 순간 놀라 조그맣게 비명을 질렀다. 던지기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블루랑은 그가 뽀뽀해달라고 졸라대서 선심 쓰듯 입을 맞추거나 능글맞게 굴어서 어물쩍 허락해준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눈이 돌아버린 블루의 모습은 처음 보는 거였다.

“실비아….”

낮게 잠긴 목소리를 낸 블루는 그녀의 몸 위에 올라왔다. 아직 옷을 단단히 껴입은 상태의 블루는 그녀의 몸을 무릎 사이에 가둔 채 겹쳐져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 던졌다. 곧 저번에 블루가 기절하듯이 자는 바람에 입맛만 다셨던 탄탄한 상체가 실비아의 눈앞에 드러났다.

두툼한 가슴과 보기 뚜렷하게 갈라진 복근이 무척 근사했다.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 덕에 단련된 근육의 윤곽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실비아는 블루의 완벽한 상체를 보며 감탄하다가 아래로 시선을 내리곤 침을 꿀꺽 삼켰다. 저번에 살짝 만져봤을 때 눈치챘지만, 블루의 아래는 엄청났다.

비단 천을 뚫고 나올 듯이 발기한 아래는 마치 몽둥이를 허벅지에 수납해 놓은 것 같았다. 양감이 남다른 블루의 성기에 실비아는 기대감 반, 두려움 반으로 몸을 떨었다.

‘설마, 하다가 죽진 않겠지.’

순간 불길한 상상이 번뜩 들었다. 화끈한 블루의 모습이 좋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숱한 배드엔딩과 데드엔딩의 여파로 조심성을 얻었기에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하다가 죽는 엔딩이 발생하는 건 아닐까? 저 크기라면 그럴 법도 했다. 공략조건을 다 채웠으니 그럴 리 없단 걸 머리는 아는데 몸은 사정이 달랐다. 끔찍한 상상에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사지가 발발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우, 이 망할 놈의 몸이 사시나무도 아니고 부들거리고 난리야.’

이놈의 몸은 정신머리랑 다르게 개복치처럼 약해빠진 게 탈이었다. 실비아가 살짝 떨기 시작하자 다음 단계로 가려던 블루의 행동이 순간 멈췄다. 실비아는 두려워서 이러는 게 아니라 트라우마가 몸을 지배해서 떨고 있는 것인데, 블루가 그걸 알 턱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무서워?”

‘무서울 리가. 난 완전 경력직이라고….’

실비아는 속에 든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개만 도리도리 저었다. 몸을 떨고 있으니 착각할 만하긴 했지만, 하고 많은 착각 중에 무섭냐고 묻다니, 순간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이를 악물며 가까스로 참았다. 그녀가 게임 세계에서 얼마나 자유분방하게 놀았는지 알면 블루는 놀라 까무러칠 것이다. 아무래도 순진해 보이는 외모가 또 한 건 한듯했다.

실비아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지만 블루는 곧바로 행동을 재개하지 못했다.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실비아에게 무작정 들이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간의 침묵에 실비아는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식으면 블루는 다시 특별한 사이가 어쩌고 하면서 대답을 요구할 터였다.

‘대화를 나누면 안 돼. 일부터 치러야 한다고!’

“실비아, 정 무서우면…, 읏!”

말이 길어지는 걸 막아야 했다. 실비아는 대뜸 상체를 일으켜 블루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곤 거침없이 블루의 코를 제 가슴에다가 박았다. 그에 그치지 않고 사정 봐주지 않고 거칠게 문대버리기까지.

효과는 탁월했다. 그녀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블루는 이제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 큼지막한 손이 은근하게 작은 몸 위를 오가더니 속치마의 끈이 풀렸다.

속박하던 천이 사라지자 희고 탐스러운 가슴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실비아가 걸치고 있는 건 이제 팬티 한 장뿐. 은은한 조명이 벗은 몸을 비췄다.

곧 벌어질 일을 기대하며 그녀의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섹스를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걸까?

눈을 슬쩍 굴려 방을 관찰한 그녀는 긴장의 이유를 깨달았다. 이렇게 첫날밤처럼 꾸며놓은 방에서 첫 섹스를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길거리에서 허겁지겁 노점 음식만 먹던 사람이 레스토랑에 오면 감격하는 것과 비슷했다.

‘뭔가, 정석대로 하는 건 처음이라서 그런가. 오히려 더 짜릿하게 느껴지네.’

실비아가 설레하는 사이 블루가 상체를 숙였다. 붉은 입술 새로 꼿꼿해진 정점이 먹혀들어 가자 잘록한 허리가 살짝 비틀렸다.

“흐으, 아….”

따뜻하고 포근한 점막이 예민한 유두를 조심스럽게 자극했다. 애가 탈 정도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혀 놀림에 아래가 저절로 조여들고 온몸이 뜨거워졌다. 블루는 한 손으로 봉긋한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면서 남은 손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더듬었다.

“아, 블루야…. 으응.”

“하아.”

가슴을 빨아당기는 감각에 신음하던 실비아는 하늘색 머리를 움켜쥐고 더 깊숙이 제 몸에 파묻었다. 그러자 가슴을 빠는 소리가 더 적나라하게 변했다. 블루는 유두를 입안에서 부드럽게 굴리다가 혀로 빠르게 핥아 올리고 이로 살짝 깨물기를 반복했다. 백 년 드래곤생이 헛되지 않았는지 동정남임에도 불구하고 애무 실력이 엄청났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스쳐 지나가고 침대 위를 울리는 신음이 점차 커졌다.

“하으, 읏, 아, 흐응.”

모유가 나올 리도 없는데 격하게 젖꼭지를 빨던 블루는 원 없이 가슴을 맛본 뒤에야 입술을 뗐다. 분홍빛 유두가 제 타액으로 젖은 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거칠게 헐떡이던 그는 다른 쪽 가슴에 바로 얼굴을 묻었다.

달콤한 게 묻어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빨고 싶고 마음껏 주무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쿠키와 실비아의 가슴 중 하나를 택하라면, 가슴을 택할 마음이 들 정도였다.

블루는 양쪽 가슴을 번갈아 빨면서도 남은 한 손을 쉬지 않았다. 원을 그리며 천천히 옆구리를 배회하던 손길은 등을 쓰다듬더니 아랫배를 지나 천으로 가려져 있는 은밀한 부위까지 내려왔다.

저번 라커룸 때 건드려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실비아의 옷을 다 벗기고 애무하는 건 처음이었다. 둥그런 골반을 살살 문지르던 손은 드디어 용기를 낸 듯 묶여있던 끈을 건드렸다.

“후우….”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