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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88화 (288/372)

288화

“수인들한테 바다에서 구하지 못하는 귀한 물건을 구할 수 없냐고 물었거든. 자기네들이 수집하는 걸 좋아한다고 창고를 뒤져보겠다고 하더라고.”

맙소사! 실비아는 너무 기쁜 나머지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안 그래도 거북이 수인이 좋아할 법한 육지 물건을 구해야 했었는데!

잠시 블루를 따먹을 생각에 까맣게 잊고 있었건만, 그걸 블루가 신경 써줄 줄은 몰랐다. 수인들이 좋은 물건을 구해다 주기만 한다면 굳이 육지와 이곳을 왕복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감동한 실비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블루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이 순간만은 근처에 흰 수염 고래 수인이 점잔을 떠는 것도, 망둥이 수인이 탭댄스를 추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머! 정말? 고마워! 그런 걸 물어봐 줄 줄이야!”

실비아는 격하게 블루를 껴안곤 품속으로 파고들 듯이 온몸을 비비적거렸다. 얼굴이 붉어진 블루가 실비아의 지나친 부비부비를 말리며 곤란해했다. 제지하는 손길에도 떨어질 줄 모르고 온몸을 끈적하게 비비는 실비아에게 그가 낮게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실비아, 계속 이러면…. 연회에서 저번에 하다만 걸 할 순 없잖아.”

“…응? 아! 그렇지. 흠흠!”

어느새 블루는 목까지 시뻘게져 있었다. 실비아는 생리적인 현상이 블루에게 일어났음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스킨십에 흥분한 블루의 모습을 보니 사랑스럽긴 한데, 장소가 장소인 만큼 자중해야 했다.

연회가 한창인 마당 한가운데서 합체할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아쉬워하며 몸을 물리자 누군가가 나지막하게 ‘떼잉, 요즘 것들은!’ 하며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블루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붉어진 실비아는 헛기침하며 식사를 재개했다. 식사 중간에 해파리들이 부채춤 공연을 하며 흥을 돋우고, 전기 뱀장어들이 전광석화 쇼를 선보였다.

즐겁게 구경하며 남은 음식을 입에 다 밀어 넣은 실비아는 찬물을 마시며 기뻐서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공연을 보니 절로 흥이 나기도 했고, 블루를 곧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입꼬리가 내려갈 줄 몰랐다. 비슷하게 식사를 끝낸 블루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치며 상석을 가리켰다.

“아버지가 부르시는 것 같아.”

“으응. 가자.”

실비아는 기대감 어린 얼굴로 블루를 따라갔다. 부르는 이유 중에 한가지는 아마도 던전 공략을 성공리에 마친 것에 대한 포상일 터. 어떤 걸 받을까? 그녀의 심장이 두근 반 세근 반 뛰기 시작했다.

“실비아 양. 연회는 잘 즐기고 있는 것 같군.”

“아아, 네! 덕분에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고 재밌는 구경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 오래 머물다가도 상관없으니 심해왕국에서 천천히 즐기다 가게나.”

실비아는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녀도 정말 마음 같아선 천천히 즐기다 가고 싶지만, 이 망할 놈의 게임 세계에서 장기 휴식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

“용왕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정말 오래 머물고 싶지만, 아쉽게도 제국에서 맡기로 한 일이 있어서 내일은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

실비아의 대답에 용왕이 아쉬운 듯 눈썹을 내렸다. 그는 손짓해 시종을 불렀다. 사라진 시종은 잠시 후 비단 보자기가 덮인 은색 수레를 끌고 왔다.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용왕이 포상을 주려는 모양이었다.

“실비아 양, 정말 수고가 많았어. 우리 아들이 에리사가 있는 곳을 무사히 갈 수 있게 도와주고, 물에 잠겨있던 도시도 정상적으로 복구해줘서 고맙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란 건 알았지만, 하루 만에 돌아올 줄이야…. 이걸 급하게 구한다고 날치 수인이 수고를 좀 했지.”

“아아, 그렇군요. 고마운 날치 님!”

실비아는 어딘가에 있을 날치 수인을 향해 감사의 절을 올리곤 용왕의 눈치를 봤다. 인자하게 웃은 그가 직접 걷어보라는 듯 비단 보자기가 싸인 손수레를 가리켰다.

실비아는 환한 낯빛으로 손수레로 걸어간 뒤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벗겼다. 눈 부신 빛이 그녀의 보드라운 뺨에 반사되고 초록색 눈이 마구 흔들렸다. 이건!

“맙소사! 이건 망치! 정말 고마워요. 망치를 구해주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손수레 위에 무슨 금속으로 만든 건지 몰라도 빛의 굴절에 따라 오색 빛으로 반짝이는 망치가 놓여있었다. 손잡이의 가운데에는 화려한 보석이 박혀 있었고, 그 끝에는 깜찍한 술도 달렸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실비아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크기도 더 크고 튼튼해 보이는 게, 값어치가 꽤 나갈 것 같았다.

두 손을 고이 모은 실비아가 곧 결혼할 기세로 망치를 뚫어지라 바라보자 용왕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 좋아해 주니까 뿌듯한걸? 온갖 보물이 다 있다고 생각했던 내 창고에 망치만 없다니 자존심이 은근히 상해서 말이야. 날치 수인에게 무기 제작기술로 유명한 드래곤 대장장이에게 가서 망치를 구해오라고 시켰지. 한번 들어보겠나?”

“네!”

이런 걸로 용왕님이 자존심을 다치실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망치 말고 집이나 호화 요트 같은 건 물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잠시 들었다. 실비아는 침을 꿀꺽 삼키곤 망치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웅- 소리와 함께 망치가 그녀의 기쁨에 공명하듯 울렸다.

“어엇! 얘 뭐지?”

실비아가 놀라서 손을 떼자 망치가 실망한 듯 우웅, 하면서 끝 음이 내려갔다. 실비아의 행동을 지켜보던 용왕이 입꼬리를 올렸다.

“무서워하지 말고 들어보게.”

“그래, 실비아.”

부자의 응원에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망치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녀 키의 반만 한 망치였지만 힘 스탯이 충분했기에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니, 사실 기존 망치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 뭔가 여러모로 묘했다.

“너, 넌 내 거야!”

망치를 높이 든 실비아가 살짝 더듬거리며 외치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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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새로운 무기 <드래곤 장인이 만든 망치>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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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 메시지를 본 실비아가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나머지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망치를 쓰다듬는 척 상세 설명을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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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장인이 만든 망치>

- 모든 무기를 만드는 데 통달한 드래곤 장인이 만든 망치이다. 이번에는 정말 무기 장인인 드래곤이 만들었다. 공들여 오랫동안 제작한 이 망치엔 여러 축복이 걸려있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면, 망치를 전용 무기로 쓰는 전사가 계속 없었기에 몇십 년간 방치되어 도깨비가 되기 직전이라고나 할까? 가끔 마늘을 혼자서 빻아놓거나 빨래를 방망이질하는 등 플레이어의 인벤토리를 제멋대로 나가서 기특한 짓을 할 수도 있다.

- 가벼움의 축복 : 뿅망치를 든 것 같은 가벼움을 자랑한다.

- 능력치 상승의 축복 : 전용 무기로 설정할 시 체력 50 상승, 힘 50 상승, 민첩 50 상승의 축복이 있다.

- 집안일 덜기의 효과 : 마늘 빻기, 손빨래, 떨어지기 직전인 위태위태한 액자의 못이 다시 단단히 박힘 등의 사소한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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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엄청난데?’

실비아는 무기의 상세 설명을 보며 어깨춤을 췄다. 어쩐지 말도 안 되게 가볍다 싶더니 가벼움의 축복 때문이었다. 능력치 상승의 축복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엄청난 축복이었다. 마지막에 축복이 아닌 ‘집안일 덜기의 효과’는 도깨비가 되기 직전인지라 망치가 밤마다 뚱땅거리는 모양이었다. 어찌 됐든 개이득!

‘좋은 거밖에 없네! 하, 이런 무기는 빨리빨리 나왔어야지. 이제야 나오다니 정말 서운하다구!’

함박웃음을 지은 실비아는 망치에 손을 대고 ‘전용 무기로 설정!’이라고 속으로 외쳤다. 그러자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그녀는 얼른 상태 창을 켜 상승한 능력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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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레벨 59

망치 전사

가진 돈 : 17만G(림보 것 : 5만 골드)

체력 : 300 힘 : 300 지력 : 700 민첩 : 200

화술 : 310(+50)

업보 : 300

신앙심 : 5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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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도 : 10

세간의 평가 : <비범한 제국민1>

전투 스킬 : <뚝배기 깨기>, <1+1>, <정화의 망치>, <*손은 눈보다 빠르다>, <불망치>

생활 스킬 : <헛소리를 온 누리에 진지하게>, <*손은 눈보다 빠르다>, <아이고 내 배꼽 아재 개그>

패시브 스킬 : <만독불침>,<기적을 일으키는 자>

축복 : 능력치 상승의 축복

[분배하지 않은 포인트가 70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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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레벨은 아직 59. 공략할만한 필드가 이번엔 별로 없었다. 거기다가 고레벨이 될수록 레벨 업이 쉽지 않아서 필드를 3개나 공략했는데도 고작 레벨2밖에 오르지 않았다.

‘던전을 좀 더 샅샅이 뒤져볼 걸 그랬나? 숲속에 몬스터들이 있었을 수도 있겠어. 지금 가봤자 오염된 기운이 사라져서 필드도 다 사라졌겠지만 말이지.’

잠시 아쉬워하던 실비아는 블루를 오늘 꼭 공략해서 60레벨을 넘기고 말겠다는 독기 어린 다짐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가진 돈을 보던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다.

‘분수대에서 획득한 돈주머니를 생각 없이 인벤토리에 넣었더니, 10만 골드가 추가됐구나. 하아, 설마 복지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건 아니겠지?’

복지 혜택의 정확한 기준이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혜택이 사라진다면 노엘의 저택에서 신세를 지면 되는 일이니, 우선은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스크롤을 내려서 능력 창에 다다른 그녀의 눈꼬리가 다시 둥글게 휘어졌다. <드래곤 장인이 만든 망치>를 전용 무기로 설정한 덕에 자그마치 체력, 힘, 민첩이 한꺼번에 50씩 상승했다. 상태 창을 아래로 내리던 실비아의 눈이 새로 생긴 ‘축복’ 란에서 멈췄다.

‘축복 항목이 새로 생겼네? 그렇단 건 다른 축복을 또 받게 될 수도 있단 걸까?’

축복을 받거나, 아니면 축복이 서린 착용 아이템을 얻게 되거나 둘 중 하나일 터였다. 빙의자이기 이전에 게임 플레이어로서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는 건 흥분되는 일이었기에 실비아는 입을 가리며 좋아했다.

상태 창을 확인하는 실비아의 모습은 무기를 찬찬히 살피는 것처럼도 보였기에 용왕과 블루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실비아, 어때?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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