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75화 (275/372)

2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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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 잠긴 도시>에 입장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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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하겠어!’

실비아가 속으로 힘차가 외치자 뭔가 공포 음악 같은 배경음악이 깔리며 메시지가 떴다. 3번째 던전이라고 배경음악을 바꾼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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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메인 던전 : <심해에 잠긴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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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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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퀘스트

- 드래곤 신전에서 에리사를 만나라.

- 도시를 돌아다니는 고위몬스터들을 정화하라(0/??)

- 거북이 수인을 찾기 위해 단서를 모아라.

성공 보상 : 던전 클리어 보물상자

실패 시 : 데드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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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던 필수 퀘스트가 떴다. 실비아는 입을 활짝 벌려 웃으며 퀘스트 창을 환영했다. 이 던전 안에 진리를 안다는 거북이 수인이 있는 걸까? 왠지 그 거북이가 진리도 알려주고 좋은 아이템도 줄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빨리 들어가…어? 뭐야!”

『물의 흐름이 이상해. 실비아, 꽉 잡아!』

퀘스트 창을 보며 환호하기도 잠시, 그들의 몸이 앞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해수의 흐름이 소용돌이처럼 그들을 감싸더니 동굴 안으로 쭉쭉 빨아당긴 것이다. 마치 싱크대 하수구 구멍에서 물 빠지듯이 둘의 몸이 빙글빙글 돌면서 동굴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블루는 강한 수압 속에서도 실비아를 보호하기 위해 날개를 억지로 펼쳐 감쌌다. 동굴 통로가 크지 않아서 현신화할 수도 없으니 최선의 방법이었다. <임시 아가미>고 뭐고, 진짜 생선도 이렇게 빨려 들어간다면 엄마가 발라준 생선처럼 가시가 그대로 분리될 것 같았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한참을 블루의 품속에서 견디고 있을 찰나, 실비아는 해류가 한 번 더 변했다는 걸 감지했다. 두 남녀의 몸이 갑자기 위로 솟구쳐 오르더니 격한 소용돌이가 사라지고 주변이 잠잠해졌다.

“흐아, 윽, 케엑!”

『윽…. 실비아! 몸은 괜찮아?』

실비아가 정신을 못 차리고 캑캑대자 블루가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눈을 여러 차례 깜빡이며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후우, 죽는 줄 알았네. 동굴 벽에 몸이 갈리는 줄 알았어.”

『그러게, 자칫 잘못하다간 크게 다쳤을 거야. 다행히 상처 난 곳은 없네.』

호감도가 98이라서 그럴까? 블루는 제 몸보다 실비아의 몸을 먼저 걱정해주었다. 진지하게 생채기가 난 곳은 없나 살펴보는 그의 모습에 실비아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아무래도 아쿠아리움에서 쿠키가 먹고 싶다며 징징대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다. 여러 번 말하지만 어른스러워 보여서 뭔가 설렌다고나 할까?

계속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는 커다란 손에 민망해진 실비아는 고개를 저어 손을 털어내었다. 그러곤 시선을 들어 주변을 살폈다. 까마득히 높은 동굴 천장의 구멍에서 눈부신 빛이 내려와 물속을 밝게 비췄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니 확연히 넓어진 동굴이 보였다.

실비아는 나침반을 확인하곤 천천히 헤엄쳤다. 그 뒤를 블루가 뒤따라왔다.

“아직 건물 같은 건 안 보이네. 도시에 도착한 건 아닌가 봐.”

『그러게? 잠깐…. 수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블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내린 실비아는 심해동굴 바닥에서 무언가들이 기어 오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순간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말도 안 되게 커다란 벌레들이 그들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 오고 있었다!

‘세상에나, 저런 큰 벌레는 너무 싫다고!’

벌레들의 기세가 흉흉했다. 몬스터인 걸까? 그녀의 예상이 맞았는지 필드명이 눈앞에 나타났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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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동굴이 좀 심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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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해놓고 쓰지 않고 있는 개 같은 아재 개그 스킬을 쓰면 이런 던전 명이 나올까나.’

실비아는 구린 던전 명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망치를 꺼내야 할 때였다. 혹시나 물속이라서 잘 쓰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차이 없이 꺼낼 수 있었다. 한번 휘둘러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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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에서 신체 속도가 30프로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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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힘껏 휘두른다고 휘둘렀는데, 마치 영상을 0.5배속 한 것처럼 동작이 굼떠졌다. 물 저항력 때문에 신체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블루는 벌레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고 마법을 시전하려고 대기 중이었다. 그러다가 옆을 힐끗 보는데, 실비아가 슬로우 모션으로 망치를 들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당황하며 조그만 어깨를 끌어당겼다.

『실비아, 너 망치로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걸로 물속에서 공격하기가 힘들 텐데! 내가 해치울 테니까 넌 뒤로 물러나 있어.』

“어? …아냐. 할 수 있을 것 같아.”

실비아는 <손은 눈보다 빠르다> 스킬을 사용하기로 했다. 곧 유속과 상관없이 신체가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그녀는 다시 망치를 휘둘러봤다. 역시 스킬의 효과는 굉장했다. 지상에서 휘두를 때보다 더 위협적인 붕붕-소리가 났다.

그녀를 막으려던 블루는 지나가던 플랑크톤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쩍 벌리며 감탄했다.

『무슨 수를 쓴 거야? 네가 자주 쓰는 몸이 빨라지는 기술을 쓴 건가? 인간은 참, 알 수 없는 잔재주가 많다니까.』

“어허, 이거슨 잔재주가 아니야. 조심해. 우습게 보다가 손모가지 날아가분께.”

실비아는 거들먹거리며 망치를 휘둘렀다. 커다란 벌레들이 뽈뽈뽈 기어 오더니 드디어 그들의 앞에 도착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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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고 있는 심해 공벌레(학명 : 바티노무스 기간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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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산다는 말이 굳이 앞에 붙어있는 심해 공벌레라니, 거기다가 뭔가 고상해 보이는 학명이 그녀를 무척 찝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던전에 사는 몬스터인 게 확인된 순간,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야 하는 법. 각자의 방법대로 열심히 사는 이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일단 기본 스킬인 <뚝배기 깨기>로 때려보자!’

심해의 물살을 가르며 망치가 벌레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깡! 소리가 바닷속임에도 불구하고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아무래도 제3 메인 던전의 필드 몬스터 중 하나라 그런지 한방에 나가떨어지진 않았다.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연거푸 망치로 내려쳤다.

깡깡깡!

그녀가 한 마리에게 연거푸 망치를 날리는 사이에 블루도 다른 심해 공벌레를 공격했다. 처음에 물속성 마법으로 공격해 봤으나 심해 공벌레는 별다른 데미지가 없어 보였다. 바닷속이라서 물마법의 효과가 덜한 듯했다. 블루는 보글보글 물방울을 내뿜으며 한숨을 쉬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맨손으로 해치워야겠네.’

바닷속에서 누군갈 공격해본 게 처음이라 물마법이 통하지 않을 줄 미처 몰랐다. 거기다가 이 좁은 동굴에서는 커다란 드래곤으로 변신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동굴이 무너져버릴 게 뻔했다.

순간 폴리모프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상어가 될까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 아쿠아리움에서 강제 물개 생활을 했던 트라우마로 인해 함부로 변신하기가 꺼려졌다.

‘아직도 정어리만 보면 화가 나. 변신은 되도록 안 해야겠어.’

블루가 이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는 걸 실비아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녀는 블루가 힘만 센 멍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건 다 실비아의 가르침과 아쿠아리움 생활 덕분이었다.

둥지에 틀어박혀서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던 날백수 블루는 인간세계로 나와 단기간에 세상 쓴맛을 이것저것 본 덕에 똘똘한 드래곤 청년이 됐다.

퍽퍽, 소리가 나도록 <열심히 살고 있는 심해 공벌레>, 줄여서 열공이를 갈기자 곧 둥그렇게 몸을 만 공벌레가 자는 모션을 취했다. 실비아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 <게임 심의 준수> 때문이었으나 블루는 이상하단 생각도 없이 그냥 죽었나 보네, 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공격을 이어 나갔다.

퍽퍽, 깡깡깡! 경쾌한 소리가 여러 번 심해동굴을 울렸다. 열공이를 해치우면 가끔 이상한 아이템이 떨어졌는데, <번데기 통조림>이나 <벌레 퇴치제>, <공벌레가 좋아하던 미역 줄기>가 그것이었다. 실비아는 어쩐지 찝찝해서 통조림은 내버려 뒀고, <벌레 퇴치제>와 <공벌레가 좋아하던 미역 줄기>만 몇 개 챙겼다.

미역은 집에 가서 세비스에게 주면 잘 말려서 미역 수프도 해 먹고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쿵, 소리와 함께 마지막 심해 공벌레가 쓰러졌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사사삭- 기어 오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보스 몬스터가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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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더 큰 심해 공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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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정말 눈이 괴롭다.’

실비아는 영혼을 잃어버린 눈으로 보스 몬스터를 바라봤다. 발이 많이 달린 그것은 사람처럼 서 있었기에 발 하나하나가 제각기 움직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 모습이 가히…차마 묘사를 못 할 수준이었다. 블루는 그녀와 다르게 태연한 표정이었다.

『던전은 책으로만 봤지, 제대로 공략해보는 건 처음이야. 저런 괴물도 있구나.』

“으응….”

순간 <사람보다 큰 심해 공벌레>와 눈이 마주친 실비아가 얌전히 눈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번쩍 떴다. 싸움의 기본은 기세! 고작 눈싸움에서 패배한다면 승기는 저쪽으로 넘어간 셈이었다. 실비아는 눈을 홉뜬 채 블루에게 공벌레를 같이 패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은 꼭 자신이 하게 해달라고 하자, 블루가 영문을 모르면서도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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